만랩의 도전
만랩 - 특정한 컴퓨터 게임에서, 레벨을 계속해서 올려 더 올릴 수 없는 레벨의 끝에 도달한 상태.
예)만랩 60 <- 레벨이 60이 되면 더 이상 레벨을 올릴 수 없는 상태를 말한다.
예)만랩을 찍다. <- 특정 게임에서 만랩을 달성하였다는, 일종의 은어.
예)만랩 케릭 <- 케릭터가 만랩을 달성 했음을 이야기 한다.
우리나라에는 많은 컴퓨터 게임이 있습니다. 제 친구 중에 한 명도 게임회사에서 프로그래머로 일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게임을 보는 시야는 어떨까요?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다지 좋게 보지는 않습니다. 게임을 열심히 하는 사람들을 보고 자기관리를 못한다고 손가락질 합니다. 아마도 진짜 자기 관리를 못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 일겁니다. 저는 오늘 이 게임 상에서 나오는 하나의 주제를 놓고 이야기 하려 합니다. 바로 만랩이라는 말입니다.
여러분 만랩이 무슨 뜻인지 아십니까? 게임 좀 해보신 분들은 다 아시죠? 아니더라도 주변에서 게임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 분들도 한 두 번 은 다 들어 보셨을겁니다. 만랩이란 말은 특별히 케릭터를 성장시키는 RPG 게임이나 육성게임에서 나오는 단어입니다. 레벨이 끝에 달해서 더 이상 레벨 업이 없는 상태를 말하죠. 아마 그 게임에서 가장 강력한 케릭터가 되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게임하는 사람들은 만랩을 달성하면 꽤나 즐거워 합니다. 자랑스러워 하기도 하죠. 그리고 같은 게임 안에 있는 사람들은 그 만랩케릭을 보면서 부러워합니다. 저도 게임을 즐기는 편인데, 몇몇 게임에 만랩 케릭터들이 있습니다. 한때 린2를 즐겼었는데. 만랩 케릭으로 접속을 하면 사람들이 다 와~ 합니다. 게임하는 사람들은 이처럼 만랩을 약간은 존경합니다. 하지만 게임 밖에 있는 사람들은 어떻게 볼까요?
와~ 초 폐인이구나. 와~ 미친넘. 와~ 저 시간에 영어 공부 했으면 원어민 됬지. 엄마들은 한결 같이 말합니다. 우리 아들이 게임하는 시간만큼 공부했으면 전교일등. 그건 아무것도 아니라고,
게임을 하지 않는 사람들은 이 만랩을 좀 우습게 여깁니다. 오히려 나쁜짓쯤으로 여기기도 하죠. 폐인의 상징으로 여기기도 합니다. 그리고 비하하고, 그들에게 충고하죠. 하지만 저는 그들을 존경합니다. 그리고 그들을 우습게 여기는 사람들을 오히려 우습게 여깁니다. 왜냐면 저는 게임을 해 봤기 때문입니다.
만랩 찍기가 쉬운것처럼 보이십니까? 나도 맘만 먹으면 그 정도는 쉽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시간만 있으면 그까지꺼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하시나요? 그럼 한번 해 보십시오. 만랩찍은 사람들이 얼마나 존경 스러운지 곧 알게 됩니다.
게임마다 다르지만 만랩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짧게는 6~7개월, 많게는 몇 년의 시간이 걸립니다. 자신의 일이 있는 보통 사람의 경우에 말입니다. 밥 먹고 게임만 하는 한가한 사람들은 더 빨리 달성하기도 합니다. 게임을 하는 이유는 재미가 있기 때문입니다. 만랩을 달성한 사람들은 이 재미에 빠져서 시작한 사람들입니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게임이 늘 재미있지는 않다는 겁니다. 게임은 대부분 초반에 재미있습니다. 그리고 후반에 재미있죠. 초반에는 그냥 단순히 게임 자체의 재미를 느끼고, 후반에는 그 게임에서 자신의 우월성에 재미를 느낍니다. 강력한 케릭터를 가지고 사람들 앞에서 자랑하는 재미라고 해두죠. 그럼 중간에는 어떨까요? 이건 머 죽도록 짜증나는 지루함입니다. 오죽하면 노가다라고 하겠습니까.
RPG 게임에서 사냥을 하다보면, 똑같은 괴물들을 백마리 천 마리씩 죽입니다. 단순한 패턴으로 긴장감은 거의 없습니다. 어느세 표정은 무표정이 되고, 지루함이 밀려옵니다. 때로는 졸리기도 합니다. 그래서 마우스를 붇잡고 가끔 고개를 떨구기도 합니다. 파티 사냥을 해도 간간히 대화라도 하지 않으면 어느세 잠들어 있는 나를 발견합니다. 시간은 잘 가지만, 레벨이 올라가는 것을 보고 있자면, 울컥울컥 짜증이 밀려옵니다. 아이템 가격들은 왜 이렇게 비싼지, 사냥해서 나오는 100원 200원으로 모아서 사기에는 티클 모아 태산입니다. 가끔씩은 초딩들을 만나 짜증이 나기도 합니다. 심지어 사기를 당해 그동안의 재산을 한방에 날려버리기도 합니다. 이러 시기를 겪다보면... 한마디로 진짜 하기 싫습니다.
게임을 하다 보면 꼭 이런 시기가 옵니다. 많은 유저들이 이 시기를 넘기지 못하고 포기합니다.
하지만, 만랩은 이 시기를 이겨 낸 사람들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이 만랩을 존경합니다. 근성. 물론 큰 가치가 없는 게임이긴 하지만, 그들은 근성이 있는 사람들입니다. 열정이 있는 사람들입니다. 열정을 근성으로 이어 갈 줄 아는 사람들입니다. 지루함도 이겨 낼 수 있을 만큼 큰 목표의식을 가진 사람들입니다. 게임 안에서 만큼은, 아니 그 근성 만큼은 존경받아 마땅합니다.
게임의 이야기를 많이 했지만, 이 사회도 마찬가지 아닌가요?
우리의 목표는 대부분 어디에 있습니까? 이 사회에서 만랩을 달성하고 싶은 것 아닌가요? 자기 분야에서 최고가 되는 것. 부자가 되는 것. 명예를 얻는 것. 전교 1등이 되고 싶은 것. 다 이 만랩이 되는 것과 비슷한 것 아닌가요?
그런 욕심을 가진 당신은 지금 무엇을 이겨 내고 있습니까?
만랩을 달성하기 위해 무엇과 싸우고 있습니까? 얼만큼의 열정을 가지고 있습니까? 졸음을 이길 근성을 가지고 있습니까? 무엇을 견뎌내고 있습니까?
요즘 학생들을 가르치다 보면 대부분의 아이들의 가치관에는 쉽게 살고 싶은 생각들이 있습니다. 아마도 어른들의 생각도 다르지 않겠죠. 사실 살다보면 쉬운 기회는 잘 오지 않습니다. 혹 왔다 해도 거짓 기회일 확률이 많습니다. 어렵게 쟁취한 기회가 진짜입니다.
지금 하고 있는 일들이 힘이 든가요? 지루합니까? 하기 싫은가요? 그래서 어떻게 할 생각입니까? 다른 일을 알아보고 있으십니까? 재능이 없다 핑계대고 있습니까? 이제 그만 하실 건가요? 그렇다면 당신은 만랩케릭터를 가진 게임광들을 욕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당신은 그 무엇에서도 만랩이 될 수 없습니다. 무엇을 얻기 위해선 무언가 대가를 치루어야 합니다. 그 대가가 생각 이상으로 크게 다가 올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겨 내야 합니다. 지금의 어려움이 내일의 즐거움을 약속합니다.
게임을 하다보니 더 고랩이 될수록 레벨 업이 어렵더군요. 사회도 마찬가지 아닌가요? 당신이 지금 견디기 힘들다면, 당신은 이미 만랩에 가까워진 사람일 겁니다. 힘을 냅시다.
내 인생에서 다는 아니더라도, 한가지쯤은 만랩을 찍고 가야지 않겠습니까? 무엇에 만랩을 찍을지 잘 생각해보고, 결정했다면 끝도 없이 도전합시다. 파이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