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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혜교, 아파트 광고, 직업윤리

김간중 |2009.06.09 15:26
조회 13,763 |추천 1

긴 글입니다. 시간이 없으면 1번 단락만 보시기 바랍니다. 물론 천천히라도 다 읽는다면 더 좋겠죠.

송혜교가 뉴스에 떠러 생각나 올려봅니다. 심상정이 민노당에 있던 시절이라는 대목으로 보아 좀 지난 글이긴 하네요. 

 

그리고 하나 더.. 10억을 기부하는 것보다, 사회에 여러 문제를 만드는 10억짜리 광고를 포기하는 것이 더 용기있고 더 좋은 효과를 거둘 수 있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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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비평 - 아파트 광고 크리에이티브 분석

 

강 두 필  한동대 언론정보문화학부 교수

 

 

 

1. 민주노동당 심상정 의원은 지난 6월 5일 이미연, 이영애, 고소영, 김남주, 송혜교, 배용준 등 유명 아파트 광고에 고정 출연하는 전속 연예인들에게 ‘선(先)분양 아파트’의 광고 출연을 자제해달라고 호소하였다.

 

심 의원은 자신의 홈페이지에 실은 ‘아파트 광고하는 연예인들의 경우’라는 글에서 “아파트 값 폭등을 부채질하는 선 분양 아파트 광고 출연은 공인의 도리라 할 수 없다”며 “광고수입이 연예인의 주요 소득원임을 감안하더라도 최소한 아파트의 적정가격을 선도하는 ‘후 분양 아파트’ 광고에만 출연하는 양식을 보여줄 것”을 주문했다.


시민단체 등, 유명 아파트 광고모델에게 출연 자제 호소 며칠 뒤 6월 15일 경제정의 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아파트 광고에 출연중인 유명 연예인 9명한테 편지를 보냈다. 경실련은 고소영(현대 힐스테이트), 김남주(대우 푸르지오), 김태희(남광 하우스토리), 배용준(경남 아너스빌), 비(대원 칸타빌), 송혜교(우방 유쉘), 유동근(동문 굿모닝힐), 이미연(두산 위브) , 장동건(포스코 더샵) 등에게 보낸 편지에서 “선 분양에다가 거품이 잔뜩 낀 아파트를 파는 데 유명 연예인의 명성이 이용되고 있는 만큼, 공인으로서 광고 출연을 신중하게 생각해 달라.”고 요청했다.

 

멀쩡한 사람을 순식간에 신용불량자로 전락시키는 대부업체 광고에 못지 않은 피해를 낳는 광고로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신문 광고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아파트 광고를 지목하여 아파트의 이미지 광고에서 가장 큰 역할을 하는 유명 연예인에게 출연 자제를 호소하는 편지를 하게 된 것이다.


경실련의 주장에 따르면 이런 악순환 구조가 이어지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하고 있는 게 유명 연예인들의 이미지광고다. 평소 좋은 이미지를 갖고 있던 연예인들이 출연한 대부업체 광고가 대부업체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희석시킴으로써 온 국민이 전화만으로 손쉽게 대출을 받게 하고 신용 불량화를 재촉하던 것과 별 다름이 없다는 것이다.

 

또한 지금처럼 선분양제가 실시되는 상황에서 아파트 분양가를 결정하는 것은 건물의 품질이 아닌 이미지이며, 이는 부실한 아파트를 지어도 홍보만 잘 하면 얼마든지 높은 가격에 분양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건설 업체들이 언론 홍보에 공을 들이는 이유, 거액의 출연료를 제공하며 유명 연예인이 등장하는 광고를 제작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대부분의 연예인들은 경실련의 요청에 응답을 하지 않았고 배용준의 경우 “자신이 출연하는 것은 분양 광고가 아닌 아파트의 이미지 광고이기 때문에 경우가 다르다.”라고 답하였다고 한다. 그 중 유일하게 송혜교만 다른 반응을 보였다.

 

그녀의 매니저는 “송혜교도 이미 언론 보도를 통해 집값의 문제점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었고 편지 내용에 공감했다.”며 “편지를 받은 뒤 아파트 광고 재계약 기간이 돌아왔지만 재계약을 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아파트 광고는 하지 않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2. 이상이 그 동안 아파트 광고의 문제점에 대해 언론에서 공개적으로 논의된 전부이다. 그러나 홈페이지나 인터넷 뉴스 한 꼭지로 달랑 취급되었을 뿐, 아파트 광고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더이상 논의하지를 않는다. 분명 이유가 있을 텐데 왜 이 문제가 수면 아래에서 도무지 위로는 떠오르지 않는지 궁금하여 자료를 찾아보기 시작했다.

 

1998년 초를 즈음하여 아파트 광고들이 기존의 분양광고들과는 다른 브랜드 광고를 시작했다. 1990년대 중반 이후 대형 아파트 단지의 미분양사태와 다양화되는 소비자의 기호, 그리고 주택시장의 경쟁 심화에 직면하면서 건설업체들이 아파트의 이미지 강화 및 인지도 제고를 위한 방안으로 아파트의 브랜드 전략을 강화한 것이다.

 

정부가 98년부터 분양가 자율화 지역을 확대하면서 선보인 아파트들은 기존의 아파트보다 고급이라는 이미지를 심기위해 브랜드 개발에 나섰다. 소비자들이 아파트를 단순히 잠자고 밥을 먹는 주거공간으로만 인식하지 않고 자기를 표현하는 공간으로 인식하기 시작하면서 업체이름에 ‘아파트’라는 단어를 단순히 결합한 형태로는 소비자의 눈길을 끌지 못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처음 아파트는 지역 명을 따서 1958년 종암동 아파 트를 필두로 1963년 마포아파트, 이어 반포아파트, 동부 이촌동 한강 맨션 등으로 불렸다. 아파트가 투자의 대상이 아니라 단지 주거의 새로운 개념이었을 때였다.

점차 건설회사 이미지가 가장 강하게 작용하기 시작하여 현대, 삼성, 대림, 청구, 우방 등 건설회사의 신뢰성을 내세운 명칭들이 나타나기 시작하였다.

 

브랜드명이 자리 잡기 전 과도적인 형태로 사명 브랜드와 개별 브랜드를 혼합한 ‘LG 트윈리젠시’, ‘나산 스위트’, ‘중앙 하이츠’ 등의 형태도 일시 유행하였다. 그러나 대형 빌라와 주상복합건물 등 새로운 개념의 주거형태가 등장하면서 점차 대형화, 고급화로 주거 패턴의 변화가 생기고 아파트의 브랜드화가 시작되었다.

 

이러한 움직임은 초고층 아파트를 통한 아파트고급화로 이어져서 저층 편의시설을 갖춘 주상 복합 형태로 원스톱 리빙(One-Stop Living)을 실현시키고, 호텔식 인테리어와 최첨단 보안장치를 갖추어 평당 분양가가 2천만 원을 호가하는 아파트를 낳았다. 그 예로, 맞춤형 아파트를 표방한 삼성중공업의 ‘쉐르빌’을 선두주자로

 

대림산업의 ‘아크로빌’, 대우건설의 ‘트럼프월드’, 삼성물산의 ‘타워팰리스’, ‘가든스위트’, 신영건설의 ‘로얄팰리스’, 현대건설의 ‘하이페리온’, 현대산업 개발의 ‘아이파크’ 등을 들 수 있겠다. 로얄 카운티(Royal County), 오페라 하우스(Opera House)처럼 쉬운 영문 표현에서부터 메종리브르(Maison Libre), 쉐르빌(Cherville)처럼

주로 불어와 이탈리어를 사용하여 규모 및 고급감을 직, 간접적으로 드러내는 명칭까지 한꺼번에 쏟아지는 브랜드의 홍수가 일더니e-편한세상, 래미안(來美安), 꿈에 그린, 하늘채, 아이파크, 유쉘, 미소지움, 하우스토리 등 다양한 패턴으로 아파트의 브랜드화가 급속하게 전개되고 있다.현재 아파트 브랜드는 50개가 넘는다.

 

 

 

3. 영국의 저명한 인류학자이며 문명학자인 아놀드 토인비(Arnold Toynbee)는 “오도하는 이미지를 제시하는 것이 유일한 목적인 광고형태가 있다. 수컷공작새가 꼬리를 펼치는 것은 실제보다 자기가 크고 멋있다는 것을 암컷에게 보여줌으로써 암컷을 유혹하려는 데 있다. 인간사회의 역사를 보면 고의적으로 거짓 광고를 지어낸 사람들은 선교사의 사도들이었다.

 

선동(propaganda)이라는 낱말은 바티칸의 한 기관지 제목에서 나온 것이다. 다만 공업화된 국가의 현대 생활에서 광고가 두드러진 특징으로 나타난 것은 산업혁명 이후의 일이다.”라며 광고의 ‘거짓 이미지 날조 기능’ 에 대하여 신랄하게 비판하는 논문을 1973년 애드버타이징 에이지에 발표한 적이 있다. 하버드 대학의 데오도르 레빗(Theodore Levitt)은 “경쟁으로 인해 결국에는 거짓과 싸구려는 들통이 날 것이며 망해 버린다는 것이 사실일지는 몰라도 ‘결국’이란 말은 속고 난 뒤의 일이기 때문에 소용없는 것이다.

 

비단 가난하고 무지하며 불우한 사람들뿐 아니라 한 푼 한 푼을 애써 벌어 제품과 서비스가 상반되는 주장이 얼마만큼 진실인지를 전문적으로 따질 줄 모르는 대부분의 사람의 경우에도 결국이란 속고 난 뒤이기 일쑤이다.”라고 이미 1971년 애드버타이징 에이지에서 광고가 오도된 결과를 만들 수 있으며 그 영향이 얼마나 큰가에 대해 우려한 바 있다.


요즘 이 오래된 글들이 새삼 생각나는 것은 아직 모델하우스조차 세우지 않았어도 이미지 광고 하나를 융단폭격 하여 선 분양 방식으로 아파트를 짓는 건설업체들, 분명 수많은 소비자가 큰 피해를 볼 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제재에 힘을 가하지 않는 정부, 유럽의 귀족스러움, 미국의 첨단 유비쿼터스 기술, 무릉도원같은 환경 등의 이미지를 아파트 광고에 덧칠한 우리 광고회사들과 광고인들, 총 광고 물량의 20%를 차지하는 아파트 광고에 목을 매는 언론매체들 때문일 것이다.

 

조금만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우리나라 아파트 분양(판매)제도는 소비자에게 아주 불리하게 작동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전 재산을 투자해서 평생 한두 번 살까말까 한 엄청난 돈이 들어가는 아파트는 가상의 집(모델하우스)만 보고 구매를 결정해야 한다.

 

그나마 요즘은 모델하우스마저 사라지거나 정부가 앞장서 보여주지도 않는 추세다. 유명연예인들이 등장하는 각종 명품 아파트도 사실은 땅만 확보했을 뿐 ‘세상에 없는 물건’이다. 소비자는 건설업체에 돈 대주고, 이자까지 대신 내준다. 그러다 중간에 부도라도 나면 내 집의 꿈은 졸지에 산산조각 나버릴 수 있다. 이런 구조적인 모순을 이 지면에서 모두 다루기는 너무나 벅찬 분량이므로 광고 비평이라는 제한된 범위 안에서만 살펴보도록 하겠다.

 

 

 

4. 유럽과 미국은 아파트보다는 주택문화가 발달돼 있고, 주로 선 분양이 대세인 우리나라와 달리 후 분양이 많아 광고의 필요성이 높지 않다. 최근 자본주의 바람을 탄 중국과 베트남의 경우 아파트 건설 경기가 상당히 호황이다. 하지만 중국의 경우 부동산은 대부분 국영기업들이 장악하고 있고 분양이 워낙 잘되기 때문에 굳이 비싼 돈 들여서 톱스타를 기용할 필요도 없다고 한다.

 

베트남의 경우 대형 아파트는 대부분 외국인과 국내 부자들을 대상으로 한 것이지만 입간판 광고 정도이고 톱스타를 내세운 아파트 TV광고는 거의 없다. 우리나라의 아파트 광고는 그 숫자와 물량이 상상을 초월할 만큼 방대하다.


2007년 한 해 동안 집행된 광고를 최근 방영된 것 하나씩만 거론한다 해도 약 30개가 넘는 것 같다. 크게 아파트 광고를 몇 가지 부류로 나눈다면 다음과 같을 것이다. 물론 몇 년간 광고를 시행하며 표현과 소구방법이 조금씩 달라지기도 했지만 주 표현 콘셉트는 대동소이하다.


첫 번째는 고급스럽고, 우아하고 거기다가 지적인 여자 연예인이 이 아파트가 나를 행복하게 만든다고 직접적으로 혹은 암시적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간혹 아무 상관도 없는 외국 여자모델들이 등장하기도 한다. 거의 대부분이 이런 스타일을 따르기 때문에 현재 아파트 모델을 하지 않는 여자연예인은 일단 유명하지 않거나 악성 스캔들이 나서 상품가치가 떨어진 경우일 것이다. 심지어는 몇 년 사이에 아파트 브랜드를 바꾸는 모델들까지 있다. 이런 유형의 대표적인 광고로는 대우건설의 푸르지오와 GS의 자이 시리즈, 풍림건설 아이원 등을 들 수 있겠다.


두 번째는 부부가 함께 나와 이 아파트가 우리를 행복하게 해준다며 베개로 사랑스럽게 싸우기도 하고 바닷가를 거닐기도 하고 옥외 풀장이나 상상도 못하게 넓은 거실에서 20~30명을 초대하여 파티를 여는 등 즐겁게 생활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대표적인 광고로는 현진 에버빌이나 신성 미소지움, 동문 굿모닝힐 등을 들 수 있겠다.


세 번째는 남자 모델이 주 캐릭터로 등장하여 아파트가 얼마나 멋진가에 대해 자랑하는 것으로, 대표적인 광고로는 포스코건설의 더샵, 우미건설 린, 한진중공업의 해모로, SK의 SK View 등이 있다.

 

네 번째는 건축 설계자 등의 전문가들이 출연하여 인본주의와 자연친화적인 설계 및 시공에 대하여 설명하는 타입이다. 이런 광고의 예로는 성원 쌍떼빌과 남광토건의 하우스토리 등이 있다.

다섯 번째로 그 외의 다른 요소로 아파트의 브랜드가 가치 있음을 알리는 광고들인데 그 숫자는 몇 개 되지 않았다. 대동종합건설의 다숲과 현대산업개발의 아이파크 광고가 대표적인 것이다. 특히 대동 다숲의 경우 자연스럽고 친근감이 가는 비버 소장의 심각하고도 인간적인 생각과 움직임이 관심을 갖게 하였다.

 

마치 대한민국 모든 아름다운 여자 연예인이 화장품 광고에 총 출연하던 때 참존 화장품의 개구리 박사가 유독 눈길을 끌고 브랜드 명을 확실하게 각인시켰던 것과 같은 상황일 것이다. 현대산업개발의 아이파크는 다른 시각을 갖고 도전적으로 아파트를 짓는다는 메시지를 모델에 의존하지 않고 감각적인 그래픽과 레이아웃 그리고 새로운 시도라 할 라인 이동 즉 두 줄의 라인이 위 아래로 빠르게 움직이며 생기는 공간에

자막이 뜨는 기법으로 전달해 눈길을 끌고 있다.

 

 

 

5. 거의 50개가 넘는 아파트 브랜드 광고들을 모두 언급할 수도 없지만 간단히 살펴보았다. 몇 가지를 제외하고는 완벽하게 유사한 형태로 몇 년씩 시리즈가 지속되고 있어서 온통 그게 그것 같다. 광고 비평에서 단골로 비판하듯, 출연 모델을 바꾼다면 달라질 요소가 있는가 묻고 싶다.

 

사실 70~80% 정도의 광고는 서로 모델을 매 분기 바꿔가며 방송을 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 같다. 일단 콘셉트도 거의 흡사하고 음악도 비슷비슷하고 아직 어디에 세워졌는지 보이지도 않는 아파트들인데

앞으로 세워지면 유럽스타일이나 두바이(언제부터인가 건설 회사의 아파트들은 두바이를 벤치마킹의 대상으로 인정하고 있는 것 같다)급으로 지어질 것이라는 점도 공통분모로 도출된다.


그래도 최근에는 일부 회사들이 유명 모델에서 일반모델로 모델 교체를 하며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쌍용건설은 올 초부터 무명모델을 기업 PR광고에 기용했으며 C&우방도 올해 초 기존 송혜교 대신 무명모델을 기용하고 있다. 광고 콘셉트도 호화, 사치, 극 자연주의 이미지 위주에서 생활 밀착형으로 점차 전환되는 추세다. 화려한 드레스를 입고 우아하게 거실을 거닐거나 최고급 인테리어로 치장된 곳에서 여유를 즐기는 여자모델이 등장하는 광고는 현실감이 떨어진다는 것을 인식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장서희와 계약을 끝낸 삼성건설 래미안은 무명 모델들을 기용해 생활 주변 이야기를 담은 광고를 내놓았다.

대림산업도 채시라를 대신해 신인모델을 기용하여 광고를 집행하고 있다. 지난 4월 일반인 모델 선발대회까지 펼친 한화건설은 결정된 한화 전속모델인 김정은을 신규 광고에 투입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수많은 아파트 광고 중 극히 일부의 변화일 뿐 아직도 3억 원에서 10억 원까지 받는 유명 연예인의 전속계약은 계속되고 있다.

 

지난 7월 13일 해피트리라는 브랜드 광고를 지속적으로 집행하던 신일건설이 부도를 냈다. 이후 비슷한 규모의 중소 건설들이 줄도산 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돌았다. 특히 대구나 부산을 중심으로 건설 경기가 극히 침체 되어 있기 때문에 규모가 작은 중소 건설업체들은 거의 절대적으로 유명 연예인에 의존하는 이미지 광고 하나에 사활을 걸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소비자 절대 속일 수 없다.”철저한 직업의식이 아파트 광고 바꿀 것

 

경실련이 아파트 광고의 폐단에 대해 의견을 내놓았을 때 이런 문제의 중심에는 물론 자신들의 경쟁력이나 자산규모, 경력을 넘어서는 무모한 고가 분양을 시도하는 한탕 건설업체와 분양가 고지를 강요하지 않는 정부와 관료들, 그리고 국회의원들, 이런 문제를 보도조차 않는 언론매체들, 자신의 역할은 연기뿐이라고 믿고 있는 유명 연예인들이 있었고 그들 모두는 비난의 손가락질을 받았다.

 

광고회사나 광고 제작자에게는 아무런 비난이 없었다. 이 부분이 오히려 더 부끄러운 것 같다. 마치 이런 문제에서 광고제작자들은 사회적인 윤리나 책임에서 자유로운 것처럼 면죄부를 받는 것이 더욱 거북하다.

광고주를 위해서, 광고주가 광고비를 줄 수만 있다면 광고주의 어떤 요구도 들어주고 함께 소비자를 현혹시킬 기꺼운 파트너로서 고착되는 것이 불편하다.


특히 광고전공 대학생들과의 수업에서 종종 광고의 윤리문제로 말을 더듬거렸던 적이 적지 않음에 부끄럽기만 하다. 대부업체의 광고를 보면서 학생들의 질타가 쏟아져 나왔다. 유명 연예인, 그 중에서도 신망 받는 배우들이 자신도 사용하는 것처럼 전화만 하라고 하는 광고를 보고 많은 이들이 어려운 상황에서 대출을 받은 뒤 점점 신용파산의 길로 접어들고 야반도주에 자살로까지 이어지는 상황을 먼저 문제시하고 질타를 가한 것은 시민단체와 대학생들을 중심으로 한 네티즌들이었다.

 

광고인들은 아무런 의견도 제시한 바 없고 당시에도 광고제작자들에게 함께 책임을 통감하라는 지적도 없었다. 광고인은 광고를 잘 만드는 기능인으로만 인식이 고착되어가나 보다. 이런 문제가 불거져 나올 때 광고인들도 눈치만 보지 말고 자신들의 입장을 밝힐 수 있도록 광고 심의위원회 말고도 자체적인 윤리정화 장치가 작동하고 있어야 할 것 같다.

 

광고인들은 소비자의 주권을 인정하고, 소비자의 이익을 옹호하는 소비자보호 광고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여야 한다. 광고주 역시 사회와 더불어 호흡하며, 언제나 소비자와 함께 가는 광고를 해야 한다. 소비자에게 구매기준을 주어 구매를 현명하게 하고 지식을 주는 것을 중요하게 여기고, 나아가 광고상품의 품질과 효능이 일치함을 느끼도록 해야 할 것이다.

 

 

 

6. 지난 5월 앵커인 백지연 씨가 보험회사 광고 계약 장소에서 “저도 이 보험에 가입했습니다.”라는 광고문구 때문에 계약을 포기하였다는 사실이 알려져 감동을 주었다. 자신이 이 보험에 대하여 정확히 알지도 못하는데 심지어 보험에 가입했다는 거짓말을 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수억 원을 눈앞에 두고 ‘계약 후에 보험을 하나 가입했으면 문제없지 않을까?’라고 생각하는 건 어쩌면 아직 자신의 명예를 그다지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 필자만의 얄팍한 입장인가보다. “소비자를 절대 속일 수는 없다.”라는 철저한 직업의식이 광고계에 생긴다면 아마도 아파트 광고는 양상이 달라지지 않을까?

 

학생들도 광고인이 된다는 것에 대한 남다른 자부심을 갖게 될 것이고 광고회사는 광고주에게 점잖게 “이런 광고는 소비자를 기만하는 것이지요.”라고 과감하게 조언을 할 것이고 소비자는 광고에 나오는 아파트 내에 시내물이 흐르는 광경을 보고 어딘가에 “이 장면은 이해를 돕기 위해 연출된 장면입니다.”라는 자막이

있나 없나를 확인하지 않아도 될 것이고 허허벌판에 세워진 아파트에서 자녀를 보낼 학교가 언제 세워지나 기다리는 학부모들도 없어질 것이다.

 

대부업체 광고에 이어 아파트 광고에 대한 비난이 거세지는데, 이는 아마도 커다란 광풍의 시작에 불과할 것이다. 소비자는 더 이상 그냥 당하고만 있는 사람들이 아니요, 추상의 개념도 아니다. 아마 앞으로 광고에 대하여 더 활발한 의견 개진이 뒤따를 것이다. 크리에이티브도 중요하고 영업 이익도 중요하지만 광고라는 우리의 직업이 자랑스러운 직업군으로 확립되는 모습이 꼭 보고 싶다.

 

 

 

출처 월간광고정보 2007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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