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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거짓말

박준 |2009.06.09 17:51
조회 76 |추천 0

 

책을 읽고 싶었지만 지독한 활자공포증에 시달릴 시절 조금이라도 도움을 준 “전락적책읽기”라는 책에 이런 말이 나온다.

 

땡긴 책이라서 샀는데 읽어보고 별로라면 끝까지 읽어서 책에 대한 공포증을 더 키우지 말고 그냥 책꽂이에 끼워두었다가 정말 읽을 책이 없을때 꺼내 읽으라고

 

지금까지 믿지 못했다 아니 나하고는 상관없는 줄 알았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달콤한 나의 도시”에 매료되어 구입한 그녀의 2번째 소설 “오늘의 거짓말”

 

산지 6개월정도 된거 같은데 여러가지 사정으로 책꽂이에 쳐박혀 있다가 이제 읽었다

 

잔뜩 기대하고 읽기 시작하지만 적잖이 실망한다.

얘기가 재미있을라치면 끝나버리니 말이다.

 

뒤늦게 확인한 표지의 2단어 정이현 소설집! 장편소설이 아닌 소설집이었다

타인의 고독, 삼풍백화점 등 이효석문학상, 현대문학상을 수상한 작품외 8개의 단편모음집이다.

 

그녀의 전작인 달콤시에 사람들이 열광한 이유가 뭘까?

바로 읽고 있는 독자의 이야기라고 생각할만큼 보통이야기에 공감이 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녀의 소설 속에 등장인물, 스토리 모두 상상력의 빈곤에 시달릴 정도로 일상의 보통이야기들이다.

 

책의 제목인 오늘의 거짓말을 예로 들면

지독하게도 취업을 못하던 여주인공이 인터넷쇼핑몰 홍보대행업체에 취직하여 별5개 평점을 주며 거짓사용후기를 올린다는 이야기이다.

 

어느날 부터 윗집에서 쿵쿵거리는 소리가 들리고 소음의 원인은 윗집노인이 최근 구매한 런닝머신 때문이었다.

조용하다는 인터넷이용후기를 보고 샀다는 그 노인의 변,

순간 그녀의 머리속엔 얼마전 회사에서 그녀와 생일이 같았던 남자의 이름을 빌려 올렸던 거짓 후기가 떠오른다.

 

"고요하고 적막했습니다. 아무소리도 들리지 않았습니다. 이녀석이 이끄는 대로 몸을 맡기자마자 저는 알았습니다. 지금 지구에는 우리둘뿐이구나, 하나도 시끄럽지 않구나, 외롭지 않구나. 별 다섯개를 주어도 아깝지 않습니다." ★★★★★ -hsc7977

 

그녀는 결국 회사를 그만두면서 다른 사람의 아이디가 아닌 자신의 아이디로 진실을 얘기한다.

 

"고요하지도 적막하지도 않습니다. 만약 달리고 싶다면 아래층의 누군가를 잊지 마세요. 당신의 땅이 누군가의 지붕일 수도 있으니까요." ★★ -mkh7977

 

개인적으로는 타인의 고독이라는 작품이 맘에 든다.

주인공이 돌싱이라는건만 빼놓구선 요즘 나의 상황이랑 거울을 보는듯 비슷하니 말이다.

 

"혼자먹는 음식은 보통 테이크아웃을 한다 애용하는 음식은 김밥 질리지 않게 야채, 참치, 김치 등 돌아가며 주문한다"

 

"어머니가 싸준 갓김치나 열무김치같은 것들은 불투명한 밀폐용기에 담긴 채 육개월이나 일년동안 방치되기 일쑤다. 일정한 시기가 오면 뚜껑을 여는 일 자체가 공포스러운 그런순간이 온다"

 

총각, 객지생활, 자취하는 나로써는 이 문장만큼 편안함과 불편함을 동시에 주는 것이 있을까?

 

정이현의 소설은 이렇다.

쉴새없이 애드립을 보여주며 대중의 관심을 사로잡는 개그맨이 아닌 상대방을 배려하며 편안하게 사회를 보는 명MC라고나 할까?

 

암튼 이순간 활자공포증이 있어 책을 잘읽지 못한다면 그녀의 작품을 읽어보길 권한다.

 

그녀는 공씨 성을 가진 작가처럼 절대 문장실력이 뛰어나다고 자랑하지도 않으며 베르로 시작되는 외국작가처럼 난해한 스토리를 쓰지도 않으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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