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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충과숙주] 입덧은 왜 생기나?

임민정 |2009.06.10 10:41
조회 222 |추천 0

세상에 이런 희한하고 어처구니없는 일이 어디 또 있을까?

메뚜기나 귀뚜라미, 그놈들을 잡아먹은 사마귀의 배속에서

 자란 파렴치한 기생충이 화학적으로 숙주(宿主)의 뇌를

자극하여, 그것도 한밤에 그들로 하여금 강이나 연못으로

 찾아가 거침없이 물에 뛰어들어 자살을 하게끔 한다면?

이렇게 빌붙어먹는 것들이 주인의 행동을 제멋대로

조종하는 수가 수두룩하다. 기생충이 특수한 단백질을

만들어서 직․간접으로 숙주의 중추신경계와

내분비계(內分泌系)를 충동질하기 때문이라 여기지만

그 까닭은 확실히 밝히지 못하고 있다. 뇌도 호르몬도

없는 곰팡이(fungi)가 제 홀씨(포자)를 흠씬 퍼질 수 있게

 하기 위해 곤충이 죽을 때 벌렁 나뒤집어지게 해놓기도

 한다니…

 

 

 

생충이 숙주를 이리저리 부리는 첫 번 예다. 선형동물인

 회충이나 십이지장충을 아주 빼닮은

유선형동물(類線形動物, nematomorpha)에

 연(軟)가시(Gordius sp.)라는 무리가 있다.

연가시는 남극을 제외하고 세계적으로 250여종이

살고 있고, 우리나라에는 5종이 있다 한다.

색깔이 거무스름하거나 누런빛을 띤 갈색인

성체(成體)는 몸길이가 10~70cm이고 몸통의 지름이

 1~3mm로 길고 둥근 철사(鐵絲)를 닮았으며,

서양 사람들은 말총이 물에 떨어진 것이라고 여겨

 ‘horsehair worm'(말총벌레)이라 부른다. 물이

아주 깨끗한 실개천웅덩이나 연못, 호수 등지에서

서식하며, 산란철에는 뱀들이 짝짓기 하느라 엉켜

덩어리(mating ball)를 이루듯이 수백 마리가 돌돌

 뒤엉켜 있다 한다. 게다가 어미는 반딧불이 암놈처럼

 입이 완전히 막혀있어 아무 것도 먹지 않으며, 암놈 한

 마리가 무려 600만개의 알을 낳고는 산란 끝낸 연어처럼

 그 자리에서 한살이를 마감한다. 늙어 추함도 없고

 욕심도 없이, 얼마나 깨끗한 죽음인가!

 

긴 젤라틴(gelatin) 줄에 매달려 나온

알은 몇 달 머문 뒤에 부화(孵化)한다. 자란벌레는 물에 살지만 어린벌레는 곤충들의 창자에서 양분을 알겨먹고 자라는지라, 이제 알에서 갓 깬 유충(幼蟲)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물 밖, 뭍으로 올라가야 한다. 상륙(上陸)하는 길이 종에 따라서는 크게 두 가지가 있으니, ①연가시의 애벌레가 수서곤충(水棲昆蟲,곤충들의 유충이 대부분임)의 몸을 파고들어가는 방법을 택한다. 즉, 하루살이나 잠자리의 유충(학배기) 몸에 들어가 있다가 그것들이 다 자라 잠자리로 우화(羽化)하여 뭍으로 올라가서, 사마귀(버마재비)들에 먹히면 행운이다. ②유생이 꼬물꼬물 물가로 기어나가 근방의 풀잎에 딱 달라붙어 있다가 그것을 잔뜩 뜯어먹은 곤충(메뚜기) 창자에 들어가 자라거나, 또 메뚜기를 잡아먹은 사마귀에서 성체가 되기도 한다.

 


 

 

곱씹어 말하지만 연가시는 유생시기를 곤충의 몸 안에서,

성체는 물에서 지낸다. 실제로 한여름에 옅은 냇물에서

긴 철사 꼴을 한 놈이 서로 엉켜 꿈틀거리고 있는 것을

본다. 그것들 만지면 손가락 잘린다고 겁주어 꼬챙이로

 괴롭혔던 기억이 난다. 우리 어릴 때는 왜 그렇게

금기(禁忌)하는 것이 많았던지. 가장 무서운 공갈(?)이

“엄마 죽는다.”거나 앍둑앍둑 얽는 “곰보가 된다.”는 것이

었다. 참 얼토당토않은 괴이한 일도 다 있다.

어느덧 가을이 왔다. 배불뚝이가 된 메뚜기나

사마귀들이 느닷없이 내처 물을 찾아 나서고 있다!?

쿼바디스?(Quo vadis?) 어디로 가시나이까? 곤충들은

 분명 양지 바른 언덕배기에 알을 낳는데… 배속의

연가시가 억지로 그들과 아무 상관없는 물 냄새가

물씬 풍기는 곳으로 가도록 한다! 강물 가까이에

도달하자마자 후루룩 단숨에 물속으로 날아든다.

그런데 물가나 밭가에서 잡힌 버마재비 똥구멍에서

철사 줄이 줄줄 새나온다. 왜? 이것은 “이러다가 내가

죽겠구나.”하는 위기감에서 하는 행동이다. 버마재비는

교감신경이 극도로 흥분된 상태였다. 아무튼 비행기를

이리저리 몰고 다닌 조종사는 다름 아닌 연가시였다.

 

 

두 번째 사건이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광견병(크로이츠펠트-야코프병)을 공수병(恐水病)이라고도

 하는데, 이 병에 걸린 개나 사람이 물을 마시면

목구멍(인두)에 경련이 일어나 물 삼키기 어려울뿐더러

 숨쉬기도 곤란해지기 때문에 물을 두려워한다.

아무튼 개의 뇌에 들어간 광견병바이러스(rabies virus)는

 개를 무지하게 사납고 겁 없게 만드니, 이윽고 이

바이러스는 개를 사람이나 다른 동물을 사정없이 물게

 하고, 뇌에서 침샘으로 흘러온 바이러스는 침에 묻어서

 잇따라 다른 개체로 옮겨진다. 그리고 사람에게

전염된 광견병바이러스는 코 안의 신경을 자극해

재채기를 유도한다. 얼김에 앳취~앳취~!하는 재채기

바람을 타고 멀리멀리 퍼지려드는 것이다. 오라,

바이러스도 약삭빠르게 씨를 더 많이많이 퍼뜨리려든다.

 

 

기생충이 숙주동물을 세뇌(洗腦)하여 습성을 바꾸게 하는 세 번째 이야기다. '톡소포자충(Toxoplasma gondii)'이란 기생충에 감염된 쥐의 행동이다. 톡소포자충은 원생동물의 포자충(胞子蟲)으로, 쥐의 뇌에서 주로 지내다가 고양이로 넘어가서(고양이가 쥐를 잡아먹어) 번식을 한다. 하여, 톡소포자충에 감염된 쥐들은 고양이를 무서워하지 않는다. 이 포자충이 쥐에서 고양이로 들어가려면 쥐가 고양이에게 쉽게 먹혀야 하기에 그런다. 바로 그런 목적으로 쥐가 고양이의 소변 까지 꺼리지 않도록 만들었다니….녀석이, 원생동물치고는 아주 고단수다!

 

 

네 번째 본보기다. 란셋 흡충(lancet fluke,吸蟲)은 초식동물의 몸 속에 살면서 거기에다 알을 낳는다. 똥에 섞여 나온 알은 여러 과정을 거치는 가운데, 애벌레가 돼서 개미로 들어간다. 이것이 자라 다시 알을 낳으려면 초식동물의 몸 안으로 가는 것이 필수. 그래서 란셋흡충은 개미를 조종해 풀잎 끝에 올라가 가만히 머물도록 명령한다. 허허, 이 기막힌 생존전략에 혀가 내둘리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게 하는구나. 기생충이 숙주의 행동거지를 쥐락펴락하는 이야기는 여기서 그만하고….


 

 

 

이야기를 본론으로 데리고 온다. 어찌하여 아기를 가지면 어김없이 입덧이 나는 것일까?  메스껍고 구역질나는 오심구토(惡心嘔吐), 임신 2주면 시작하여 12주쯤이면 언제 그랬냐는 듯 감쪽같이 살아져 버리는 입덧. 입덧을 영어로는 ‘morning sickness’라 하는데 이른 아침 공복 때에 심하기에 붙은 이름이고, 그렇다고 아침에만 그런 것이 아니다. 이를 삼신할머니의 시기질투라고 해야 하는가. 의학이 날고 기어도 아직도 그 까닭을 알지 못하고 있으니 말이다.

 

누가 뭐라 해도 입덧은 태아를 보호하는 긴요한 생리현상이며 태반이 잘 발달하고 있다는 증거다. 임신 삼사 개월까지는 태아의 기관발생이 가장 활발할 시기다(이 시기 지나면 입덧이 잦아듦). 이때 만일 임산부가 게걸스럽게 아무거나 마구 먹다보면 음식에 묻어 있는 바이러스나 곰팡이, 세균에다 농약, 중금속은 물론이고 어류나 육류기생충이 들어와서 태아에 해를 끼쳐서 기형아출산이나 조산, 유산의 위험이 늘게 된다. 이런 저런 약도 태아엔 그지없이 해롭다. 입덧을 못 참아 약을 먹는다. 부디 삼가라. 입덧 치료제로 쓰였다가 온 세상을 발칵 뒤집어놨던 약 중의 하나가 바로 그 섬뜩한 탈리도마이드다. 탈리도마이드증후군(Thalidomide syndrome), 팔다리가 짧아지는 기형을 일으킨 약 말이다. 여느 약치고 부작용이 없는 것이 없으니…


 

 

어이없는 해석에 마뜩잖게 여기지 말 것이다.

에둘러 말하지 않겠다. 놀랍게도 음식을 못 먹게 한

주인공이 바로 엄마 배 속의 나였다. 좀 매정하고 섬뜩한

 느낌이 들지만 ‘어머니는 숙주요 태아는 기생충’이라는

등식이 성립된다. 짓궂게도 기생충이 숙주의 행동을

바꾸는 예가 바로 홑몸이 아닌 임부(妊婦)의 입덧이었다니!

 허허, 어미의 건강은 아랑곳하지 않는 몰염치한 태아 놈!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 지지리도 못 생긴 발칙한

자식! 이제 결론이다. 고통스런 입덧은 건강한 임신의

신호로 유산위험을 줄이고, 기형아가 될 확률도 낮추며,

지능지수(IQ)가 높은 아이를 출산할 가능성을 높인다고

한다. 그래서 엄마는 그렇게 이를 앙다물고 모질게도

참는다! 어머니, 어머니, 우리 어머니,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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