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송화선 기자 | 사진 조영철 기자
여덟 살배기 희서는 초등학교 고학년용 영어책을 혼자 읽고, 애니메이션 DVD도 자막 없이 볼 만큼 영어에 능숙하다. 희서의 영어 실력을 키워준 이는 평범한 ‘토종’ 엄마 정재희씨. 정씨가 개발해 효과를 본 3단계 영어학습법을 꼼꼼 공개한다.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김희서군(8)은 영어
발음이 예사롭지 않다. 인터뷰를 위해 만난 날,
혼자 흥얼거리는 ‘Twinkle Twinkle Little Star(반
짝반짝 작은 별)’ 노랫소리에 놀라 다시 한 번 쳐
다봤을 정도. 외국은커녕 영어유치원 문턱에조차
간 적 없는 희서가 원어민 못지않은 발음을 구사
하는 건 엄마 정재희씨(41)의 남다른 교육 덕분이
다. 영어를 우리말처럼 자연스럽게 할 줄 알면 아
이의 미래가 달라질 것이라고 생각한 정씨는 희
서가 24개월 무렵부터 체계적으로 영어를 가르쳤
다고 한다.
▼1단계 영어 동요 불러주기
“처음 시작은 영어 동요였어요. 어느 날 보니 희
서가 우리나라 동요를 흥얼흥얼 부르고 있는 거
예요. 영어도 그렇게 자연스럽게 배우면 좋겠다
는 생각에 영어 노래를 불러줬죠. ‘자, 이제 이 노
래를 외워봐’ 하면서 제대로 부른 건 아니고, 희서
가 장난감을 갖고 놀 때나 밥을 먹을 때, 일상 속
에서 자연스럽게 듣도록 수시로 불러줬어요. 시
간이 지나니 매일 제가 부르는 노래를 저절로 익
히고, 분명치 않은 발음이지만 따라하기 시작하
더군요.”
정씨는 “아이들은 부모 말소리를 통해 자신도 모르는 새 우리말을 배운다. 영어도 자신이 가장
편안하게 느끼는 엄마 아빠 목소리를 통해 배우는 게 가장 자연스러운 게 아닌가 생각했다”고
말했다.
“희서에게 노래를 불러주면서도 처음엔 이게 과연 효과가 있을까 반신반의했어요. 그런데 어느
날 블록 놀이를 하는 희서 옆에서 노래를 부르다가 발음이 살짝 어긋나니까 아이가 ‘엄마, 거기
그렇게 부르는 게 아니잖아’ 하면서 정확한 발음을 들려주는 거예요. 그때 ‘아, 이게 효과가 있
구나. 별 관심 없이 흘려듣는 듯 보이는데도 저절로 영어 발음을 알게 되는구나’라는 걸 깨달았
죠.”
그때부터 정씨는 희서가 좀 더 정확한 발음을 배울 수 있도록 오디오를 이용해 원어민이 부른
동요를 들려줬다고 한다.
▼2단계 짧은 동화 읽어주기
희서가 영어를 우리말처럼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무렵, 정씨는 2단계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영
어 동화를 읽어주기 시작한 것. 매일 밤 2시간씩 같은 책을 반복해서 읽어줬다. 정씨는 “영어를
처음 시작할 때는 읽고, 쓰고, 듣고, 말하는 방법을 배우는 것보다 편안한 환경에서 오감을 통해
받아들이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며 “아이에게 친근감을 주기 위해 테이프를 들려주는
대신 직접 읽어준 것”이라고 말했다.
“원어민이 녹음한 영어 동화 테이프만큼 유창한 발음을 들려줄 수는 없지만, 희서가 영어를 재
미있게 느끼도록 해줄 수는 있을 것 같았어요. 그래서 구연동화하듯이 문장 하나하나마다 감정
을 실어 읽고, 표정이나 동작도 다양하게 보여줬죠. 동화책 한 권을 펼쳐놓고 거의 한바탕 쇼를
하고 나면 희서는 까르르 웃으며 또 읽어달라고 졸라댔어요.”
정씨는 “희서는 유난히 반복을 좋아한다. 아이가 영어책 듣기를 지루해하면 나도 적당히 하다
그만뒀을지 모르는데 몇 번을 들어도 처음처럼 좋아하니 목소리가 안 나올 때까지 계속 읽어줄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희서가 영어 이야기를 친숙하게 받아들인 뒤부터는 하루 30분 정도씩 시간을 정해 EBS 영어
프로그램이나 영어 비디오를 보여줬다. 정확한 발음과 영어 표현을 익힐 수 있게 하기 위해서였
다.
3단계 생활 회화하기
정씨의 영어교육법 3단계는 일상생활에서 영어
표현을 쓰는 것. 정씨는 희서가 네 살 될 무렵부
터 하루에 한 시간씩 영어로 놀아주기 시작했다.
비눗방울 놀이, 찰흙 공예, 팝콘 만들기 등 아이
가 관심 가질 만한 놀이를 정한 뒤 놀이시간 내내
영어로만 대화를 나눈 것.
“처음에는 희서가 제 말을 거의 이해하지 못했어
요. 관심 있는 놀이를 하니까 어떤 식으로든 따라
하려고 노력했을 뿐이죠. 사실 처음 우리 말을 배
울 때도 그렇잖아요. 엄마가 하는 말이 무슨 뜻인
지 몰라도 그냥 듣고, 주위 상황을 통해 적당히
이해하고요. 영어도 그런 식으로 가르치면 되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외국 생활 경험이 없고, 학교 졸업 뒤 따로 영어
를 배운 적도 없는 정씨에게 영어 놀이가 쉬운 일
은 아니었다고 한다. 정씨는 희서와 함께 영어를
배운다는 마음으로 매일 2시간씩 사전을 찾아가
며 교재를 만들었다. 비눗방울 놀이를 해야겠다고 결정하면 “Do you want to play with
bubbles? (비눗방울놀이 할까?) Blow a bubble.(비눗방울을 불어봐.) You see, just blow
like this!(자, 이렇게 부는 거야!) Make it round.(동그랗게 해보렴.)”처럼 놀이 도중 꼭 필요한
영어 표현을 만들어 암기했다.
“영어를 공부라고 생각했다면 아마 희서는 그 긴 시간 동안 영어만 듣는 걸 견디지 못했을 거예
요. 그런데 재미있는 놀이로 배우니까 ‘엄마랑 놀 때는 영어로 노는구나’ 정도로 생각한 거 같아
요(웃음).”
정씨는 희서가 일곱 살이 될 때까지 4년간 꾸준히 영어 놀이를 했다고 한다. 매일 밤 동화책 읽
어주기도 멈추지 않았다. 책 읽는 단계가 높아지고, 영어 놀이를 통해 알게 된 문장이 잠재의식
속에 차곡차곡 쌓이면서 희서는 언제부턴가 정씨의 영어 질문에 영어로 답하기 시작했다. 영어
가 ‘말’이라는 걸 알기 때문에 공부에 대한 부담 없이 재미있게 책을 읽고 DVD도 본다.
정씨는 “희서에게 처음 영어를 들려준 게 만 두 살 무렵이었는데 영어 듣기, 말하기가 조금이나
마 자리를 잡기 시작한 건 다섯 살 무렵이었다”며 “아이가 영어를 우리말처럼 받아들이게 하려
면 일상생활에서 ‘꾸준히, 조금씩, 천천히’ 가르치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 희서엄마 정재희씨 꼼꼼 조언! 영어 홈스쿨링 성공 노하우 3
영어 동화책은 아이 취향 고려해 골라주세요
공주 인형을 좋아하는 아이는 공주 이야기에, 자동차 장난감을 좋아하는 아이는 ‘탈것’ 이야기
에 관심을 보입니다. 영어를 알아듣지 못해도 흥미 있는 분야의 책을 읽어주면 집중도가 높아져
요. 아이가 어느 정도 철이 들면 함께 서점에 가서 읽고 싶어하는 책을 고르게 하는 게 좋습니
다. 희서는 자기가 직접 골라 구입한 책은 거의 너덜너덜해질 정도로 읽고 또 읽었습니다.
조금만 공부하면 누구나 생활 회화 할 수 있어요
회화는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지만 영어에 자신이 없다고 해서 아이 교육을 포기하면 안 됩니
다. 아이들의 동화책에는 좋은 표현이 무척 많습니다. DVD나 비디오를 봐도 일상생활에서 바로
사용할 수 있는 표현을 쉽게 찾을 수 있죠. 아이를 위해 구입한 영어 동화책이나 DVD·비디오를
보며 함께 공부하세요. 조금씩 회화에 자신감이 생길 겁니다. 저 역시 회화를 잘 못했는데 희서
를 가르치면서 지금은 실력이 많이 늘었습니다.
아이에게 엄마 목소리는 가장 좋은 교재입니다
희서는 오디오 듣기를 싫어하는 편이었습니다. 그래서 주로 제가 책을 읽어주고 노래도 불러줬
어요. 아이들은 오디오의 기계적인 소리보다 엄마 음성을 더 좋아합니다. 아이가 영어를 잘하게
하려면 책을 읽어줄 수 있을 때까지 읽어주고, 노래도 불러줄 수 있을 때까지 불러주는 게 좋습
니다.
출처: 여성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