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증(愛憎)의 강가에서
사랑하는 연인들에게 띄우는 편지 <청운의 꿈>
사랑은 영원한 그리움으로 시작된 옹달샘입니다.
사랑은 골짜기마다 흘러내리는 시냇물입니다.
목마른 대지를 적시며 굽이치는 강물입니다.
그 강물 속엔 한없는 행복과 고통과 슬픔이
서로를 뜨겁게 껴안고 춤추며 뒹굽니다.
분수처럼 터져 솟구쳐 흐르는 환희이고 희열입니다.
그 사랑은,
우리들 심장으로부터 박동하며 꿈틀거리는 핏줄입니다.
단 하루라도 멈추면 죽을 수밖에 없는 생명입니다.
높은 곳으로부터 낮은 곳으로 끝없이 흘러내리는
순간으로부터 영원으로 하늘 높이 피어오르는
향수(香水)이고 향연(香煙)입니다.
이 사랑은, 고통 속에 헐떡거리는 호흡을 풀어주고 열어주는
고귀하고 아름다운 생명력입니다.
이 세상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가장 값진 생명의 근원이고,
죽지 않고 솟아나는,
살아있는 심장의 피와도 같은 샘물입니다.
이 샘물의 흐름을 막으면 막을수록
솟구치고 넘치고 고이고 흘러서 강을 이루고
거대한 댐의 수문과 벽을 타고 오르고 올라
마침내 막강한 힘으로 넘쳐흘러
간담이 서늘하게 쏟아져 내리는 폭포가 됩니다.
목젖 쓰린 절규로 끓어오르는 통곡으로
사랑하노라! 사랑하노라! 숨통이 터지도록
뿜어내고 쏟아내고 토해내며 산산이 흩어져
깊이깊이 떨어지고 떨어지며 부서져 내립니다.
떨어지고 갈라지고 흩어진 물방울들이 다시 모이고 합쳐서
또다시 강을 이루고 굽이쳐 흐르고 흘러 넘쳐납니다.
그렇게 바다로, 바다로 끊임없이 흘러갑니다.
마침내 아버지의 고향, 어머니의 품속 같은 그리운 바다에 이르면,
잠잠히 깊이 흘러들어 죽은 듯이 잠들어 있다가도
거친 먹구름과 폭풍을 만나면, 소스라치듯 깨어 일어나
분노의 불을 토하듯 방파제를 뛰어넘어
절벽을 이룬 바위산 앞에서
미친 듯 미친 듯이 허공을 붙잡고 몸부림칩니다.
그리고는 천년만년 유구한 세월
골짜기마다 낮은 곳으로 낮은 곳으로 물길을 트고
굽이굽이 시내와 강을 이루고 도도하게 흘러왔던
산맥과 대지를 향해, 사납고 어두운 세상을 향해
가슴을 쥐어뜯고 몸부림치며 달려듭니다.
산산이 포말로 흩어지고 안개로 부서집니다.
참고 참았던 상사(相思)의 천년 그리움의 정한(情恨)이,
뼛속 깊이 사무쳐 몸부림치다 쓰러졌던 애절한 사랑이,
다시금 깊은 산속 옹달샘 밑으로 돌아와
새로운 연모의 몸부림으로 모닥불처럼 활활 타오릅니다.
아니 용광로처럼 펄펄 끓어오릅니다.
그 뜨거운 입김, 그 뜨거운 눈물이, 그 오한의 땀방울들이
밤비처럼 쏟아지고 강물로 흐르고 흘러넘쳐
언제나 끊임없이 계속해서 샘솟는 것이라고 생각해봅니다.
파도치고 소용돌이치고 출렁이며 소리 내어 우는 통곡이요,
영원한 고향을 향한 갈등의 몸부림이라 생각해봅니다.
사랑은 만남과 이별이요, 하나 되기 위한 싸움이요, 거듭남입니다.
천 길 낭떠러지 절벽 위의 최후 순간일지라도
멈추거나 쉬지 않고 전진하는 강력한 생명의 원동력입니다.
실존의 눈물입니다. 슬픔입니다. 고통입니다.
불치의 투병 만큼 뒤틀리는 아픔 견딜 수 없어서
삼키고 삭힐 수 없는 애끊는 슬픔 토해내지 못해서
땅을 치며 쓰러지는 삶의 간질(癎疾)입니다.
그러기에 사랑은 기쁨입니다. 즐거움입니다. 노래와 춤입니다.
두려움도 없고 부끄러움도 잊은 채 속옷마저 벗어던지는
하늘에 펼쳐진 무지개 같이 아름다운 순수 생명의 승화입니다.
그래서 사랑은 죽음보다 강하고 아름답다 하는 것 같습니다.
우리들의 사랑은 곧 생명의 씨앗이고 꽃이고 열매입니다.
인생의 원초적 본능의 원천이고 약동이기에,
오늘도 끊임없이 아름다운 영혼의 축제를 열고
뼈를 깎는 고통과 불타는 연민의 막힌 담을 헐어내고
부둥켜 끌어안고 뒹굴고 춤추며 노래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전쟁과 독선과 절망의 운명적 절대 고독의 터널 속에서도
숙명처럼 애타게 그리워하고 사랑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가슴 터지는 고통과 기쁨이 분수 보다 높이 높이 솟구쳐 오릅니다.
이 사랑을 어느 누가 가로막을 수 있겠습니까.
단 하나의 길, 오직 <죽음>뿐입니다.
아니 죽음도 결코 참사랑의 탯줄을 끊어내지 못합니다.
<사랑>이란 이름을 함부로 끌어다 붙이지 말라고,
시간이 흐르고 흘러도 내 단 하나의 사랑이라고 고백하는
지고지순의 순정을 언제나 심령 속 깊이 간직하고 있는 그대여!
사랑은, 나 자신 모두를 아낌없이 내어주고 바치는 희생이요,
과거와 현재의 명예와 욕망을 미련 없이 끊어 버리고
한마음 한뜻 되어 새로운 깃발의 언덕을 향해 달려가는 것이라고,
꿈도 비전도 성공도 실패도 죽음까지도 함께하는 것이라고,
역경과 고통이 기쁨이 되고 슬픔과 기쁨이 눈물이 되고
눈물의 몸부림이 노래가 되고 춤이 되는 것이라고,
대대로 증오하고 대적했던 원수를 위해
주방을 열어 식탁을 마련하고 안방 아랫목에 침상을 펴며
소유의 절반을 내어 놓고 용서와 화해를 구하는 것이라고,
사랑하는 모든 이들에게 속삭여 일깨워 준 미소에 감사합니다.
오늘도 감사가 넘치는 행복한 날 만드시고
감격의 눈물로 가슴 적시는 기쁜 하루 되소서!
언젠가 다시 만나게 될 그날까지
죽음보다 강한 순애(殉愛)의 그리움으로
영원한 내 사랑 노래하리라.
- 2008. 4. 16
온천동 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