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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을 하다가

최덕일 |2009.07.03 13:20
조회 54 |추천 0

 

 

 

 

일하다가 어떤 누추한 차림의 아저씨 한분이 손님으로 오셨다.

 

그날따라 술집에 손님이 없었다. 비도 왔다. 장마의 한부분일까.

 

 

 

 

"꼬치랑 술한병 포장해줄수 있겠니"

 

 

 

 

보통 술집에서 포장하는 경우는 잘 없다.

 

하지만 꼬치를 주안주로 하는 내가 일하는 술집에서는

 

가끔 볼수 있다. 나는 포장을 해드렸다.

 

문득 왜 소주까지 여기서 살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만천원입니다."

 

 

 

 

하지만 내 상관할 바 아니었고 나는 무뚝뚝하게

 

가격서를 내밀었을 뿐이었다.

 

그러나 누추한 차림의 아저씨는 가격서는 쳐다보지도

 

않고 멍한 눈빛으로 메뉴판을 보더니

 

 

 

 

"여긴 생과일주스도 파는구나. 한잔에 얼마니"

 

 

 

 

뭘까. 이 아저씨는 이미 어디선가 술을 많이 마시고

 

온 모양이었다. 술향기가 아저씨 근처에서 나풀댄다.

 

 

 

 

"한잔에 천오백원입니다."

 

 

 

아저씨는 왠지 슬픈 눈빛이었다. 머리는 모자로 가렸지만

 

이미 많은 머리카락이 빠져버린듯 힘없는 머리카락들만이

 

남아 있다. 얼굴은 몇일 씻지 못한듯 꼬질꼬질한 때들의

 

향연이 펼쳐져 있었다. 눈빛만이 그 사람의 내면을 보여주고

 

있었다.

 

 

 

 

"자.. 여기 만오천원 줄테니 너희 세명 주스 한잔씩 먹으려무나"

 

 

 

 

아저씨. 그러면 주스 세잔하고도 500원이 남아요.

 

계속 사양했지만 끝까지 우겨서 우리에게

 

생과일주스 한잔씩을 돌리시고는 말했다.

 

 

 

 

"일을 하다보면 별별 미친것들이 다 온단다. 내가 바로

 

 그 미친것이니까 그러려니 하거라. 미안하다."

 

 

 

 

그리고는 아무말없이 멍하니 가게를 바라보더니

 

내가 싼 꼬치와 소주한병 그리고 잔돈 500원이 담긴

 

검은 봉투를 가지고 터벅터벅 가야할 길을 갔다.

 

 

 

 

"미안하다. 내 다음에 꼭 내 친구들하고 한번 거하게

 

 먹으러 올께. 오늘은 이 아저씨가 이미 한잔하고 와서 말이다."

 

 

 

 

 

 

 

 

 

미쳤다는 표현은 너무도 주관적이다.

 

이 세상이야 말로 가장 미친것이다.

 

 

 

미친 세상에서 누가 자신이 미치지 않았음을 증명할수

 

있을까. 미쳤다는 기준조차 미친 사람들이 만든것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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