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산자 김정호 (박범신 작)
1. "조선"이란 조선이며, 그것은 천자가 있는북쪽 나라라는 의미로 붙여진 바, 선명하다 함은, 해 뜨는 동쪽에서 달 지는 서쪽까지 넓은 지역을 두루 밝혀 사라을 새롭게 한다는 뜻이다. 땅이 동쪽에 있어 해가 가장 먼저 밝히니 세상에서 가장 환한 곳이 조선이라는 뜻이기도 한다.
이 책을 읽고 우리나라 "조선"이란 의미를 처음 알았으니, 더 말해야 무엇할까.
2. 지도라는 것을 생각해 볼 때 과연 그 중요함이 얼마나 될까 고려해 본다면, 뒤집어 보면 대략 안다. 감을 잡을수 있다. 즉, 지도가 없는 삶에 처해진 자신을 직시 해보면 어느 정도 알수가 있다.
지금의 시기에 지도가 없으면 어떻게 될까?
물론 그 나름대로 또 살아질것이다..라는 논조로 얘기하는 사람들도 더러 있을 것이다. 사실 그렇다. 말 그대로 그 나름대로/그럭저럭 살아갈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정말 무관심하고 대책없는 사람들이나 하는 대답이다. 어떤면에서는 나약한 그것이다.
존재의 중요성을 파악하기도 전에, "없어도 살 수 있다"라는 안이함을 먼저 고려한다면 "발전"이란 것이 있을수 있는가. (이견은 있는듯 하지만) 역사는 발전의 산물아니겠는가.
물론 삶의 기준이 비도전과 평탄함만을 추구한다면야 할말이 없다. 사실 이런 부류도 역사발전에 필요하다.
3. 과거에는 지도가 없어서 죽었다. 현재는 지도가 있기 때문에, 지도가 없어서 죽을 확률은 제로다. 무슨 말인가(?).
즉, 지도의 소중함/중요함을 우리는 이미 가지고 태어난 사람들이란 것이다. 우리가 언제 지도가 없어 낯선 산길(밤)에서 호랑이나 산짐승들에게 잡아 먹힐 걱정을 하겠는가.
세상 사람들은 이미 주어진 것과, 주어지는 것 그리고 앞으로 주어질 것에 연연하여 산다.
이중 특히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기득권 즉, 이미 주어진것에 대한 고찰이다. 소중함이요 애착이요 관심이다.
왜냐하면 주어진 것에 대한 고마움을 모른다면 주어지는 것과, 앞으로 주어질 것에 대한 그것?들도 보다 요원해 지기 때문이다.
과연 과거는 현재를 매개로 하여 미래를 투영시킨다.
(내가 한 말치곤 멋진 말이다 ㅎㅎ).
4. 고산자 김정호는 문헌의 기록에 거의 남아있지 않다고 한다. 언제 태어나고 죽었는지 추정만이 있을 뿐이다. 다만, 혜강 최한기, 위당 신헌 등과 함께 흥선대원권의 집권아래 있었던 조선후기 지리/지지 학자이다. 여기서 "지지"란 어떤 지역의 자연·사회·문화 등의 지리적 현상을 분류하고 연구하는 학문이다. 즉, 고산자는 지도만 그린 것이 아니라 동여지도(22책), 여도비지(20책), 대동지서(15책) 등과 같은 전국지리지를 3종이나 남겼다.
백두산을 9홉번이나 올랐다는 것은, 그의 지도의 면밀함과 정확성 등을 볼 때 충분히 공감하고도 남는다.
그리고, 산사람들이 학교에서 교육을 받을 때의 기준은 비교적 역사적으로 더 공적이 크고 유명했던 사람들 위주이다. 그나마 고산자 김정호 처럼 일은 위대 했으나 기록이 없는 사람들에게 주어지는 것이란, 이름과 공적명 뿐이다.
김정호 [대동여지도}!
5. 이 책에서 빼 놓을 수 없는 것이 유려하고 아름다운 묘사이다. 한 마디로 아름답기까지 한 문장들이다. 작가(박범신)에게 존경을 표한다.
그가 가부좌를 튼 채 산맥처럼 준엄하게 앉아 아침해의 첫 촉수가 문살에 떨어지길 숨죽이고 기다린다.
기어코 눈(snow)이다. 세설(가랑눈)의 설편(눈조각) 하나가 눈(eye) 속으로 들어와 금방 눈물이 된다.
공양보살이 절을 떠나자마자 눈송이는 이내 누에고치만큼 자라 천지를 가렸다. 바다와 하늘이 한 몸뚱아리로 들러붙어 경계가 없었다.
그 무엇도 감히 달빛의 진군을 막아낼 수 없을 것 같았다. 달빛이 닿으면 바다도 녹아서 달빛이 됐고 산도 녹아서 달빛이 됐다.
바람의 길을 요요히 그려낼 수 없듯이, 그리움의 길도 또렷이 그려낼 수 없는 사람의 한정이 애달프다.
그리 쉽게 만나는 사이라면, 그리움이 어찌 깊어지겠는가.
어둠이 등뒤로 파죽지세로 밀려와 있었다.
아침해가 불쑥 솟아오르자 점점이 섬들이 떠 있는 목표 앞바다가 수천수만 물비늘을 매달면서 서늘히 다가든다.
여름이 그렇게 훌쩍 기운다.
가을빛이 점령군처럼 밀어닥치는 중이다.
이제 바람이......... 가는 길을 그리고, 시간이 흐르는 길을 내 몸 안에 지도로 새겨넣을까 하이, 오랜..... 옛산이 되고 나면 그 길이 보일걸세. 허헛, 내 처음부터 그리고 싶었던 지도가 사실은 그것이었네.
6. 대동여지도는 일반 백성들을 위해 김정호가 평생을 다해 만들었다고 한다. 당시에는 이 지도라는 것이 (귀했는지 어쨌는지는 모르겠지만) 조정에서만 귀이 보관했다고 한다. 그래서 많은 백성들이 길을 몰라, 길잃어, 산짐승에, 폭우에 폭설에 죽었다고 한다. 길만 알았으면 모두 피해갔을 일이다.
지도란 곧 길이다.
김정호는 진짜 길을 만들었다. 왜냐하면 이 진짜 길이 일반 백성들에 있지 않고 조정에만 있었기 때문에.
나는, 우리는 이 길을 현재 가지고 있다. 차라리 네비게이션을 가지고 있다.
나는 그리고 우리는 어떤 길을 만들어야 할까.
과거의 사람은 우리에게 진짜 길을 만들어 주었고,
그래서 우리는 또 다른 길의 창조를 고민하게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