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냐세염... 지난 2월 22일에 결혼한 새댁입니다.
저랑 신랑은 8년동안 사귀고 결혼했죠. 정말 이 남자랑 결혼까지 하게 되리라고는 몰랐답니다.
어쨌든... 그럴듯한 고백이나 프로포즈 없이 추석때 시댁에 인사드리러 갔다가 갑자기 결혼하게 되었답니다. (사실 그날도... 인사를 하네 마네 하고 싸우다가 오빠 없을때 그냥 저 혼자 용감하게 가서
인사드리고 온거랍니다. 저 왔다구 어머니께서 오빠한테 들어오라고 전화까지 하셨는데 싫다면서...
하여간 제 나이도 장난이 아닌지라 얼떨결에 결혼이 결정되었죠)
준비하면서도 싸움이 잦았어요. 이 남자는 귀찮은 걸 얼마나 싫어하는지 결혼반지 보러가자 했더니
어차피 자기는 봐도 모른다며 저 혼자 사라고 해서 얼마나 속상했는지 몰라요.
아빠도 없이 엄마 혼자 저랑 제 동생을 20년동안 키우셨는데... 저희 엄마도 마음 많이 상하셨을 거예요.
엄마 친구분 딸들도 다 제 또래니까 비슷하게 결혼하는 애들이 있었거든요. 엄마가... 다른 집은 남자친구들이 그렇게 따라다니고 목을 매는데 너는 어째 그런 대접이냐... 결혼하고 남자들은 다 변한다는데... 지금도 이런 대접인데 결혼하고는 어련하겠냐며 걱정 많이 하셨어요.
그래도 이미 결정된 일이고... 결혼해서는 덜 싸우도 잘 살거라고 다짐하며 결혼식을 올렸답니다.
그런데 결혼식날부터 우리는 싸움을 했어요. 그날 예식 끝나고 어른들께 인사드리러 가는데 저는 힘들어도 정장입고 뾰딱구두도 신고... 그랬는데 우리 신랑은 청바지에 운동화를 신고 인사하러 갔답니다.
뭐 꼭 정장을 입으라는 법은 없지만 어쩐지 안어울리는 것 같아 한마디 했다가 대판 싸우게 됐죠.
다음날 아침에 신혼여행을 가게 되어서 예식날은 친구들이랑 보내기로 했었어요. 그런데 이 오빠... 아침에 미용실에서부터 친구들과 전화통에 불나게 전화하더니 제 친구들한테는 어디서 모이는지 얘기도 안해주고 (물론 저에게도요... 저라도 알았으면 제 친구들 그렇게 가지는 않았겠죠) 자기 친구들만 모아놨더라구요. 어찌나 섭섭하든지... 제가 막 전화해서 집에 가던 친구 몇명 겨우 돌아오게 할 수 있었죠.
괜히 서럽더라구요...
하여간 술도 많이 마시고... 호텔로 돌아와서 오빠는 그냥 곯아 떨어졌답니다. 저는 실망스럽기도 하고 황당하기도 하고... 그냥 호텔에 노트북 있길래 동생하고 친구들한테 메일 보내고 잠들었어요.
신혼여행 가서도 서로 짜증은 계속됐고... (태국하고 발리 갔다왔는데 후덥지근한 날씨도 한몫 했던 것 같아요) 짠돌이 우리 신랑 어찌나 물건 값을 깎아대는지 나중엔 칼 맞을까 염려까지 되더군요.
그 오빠... 입사해서 3년동안 백만원도 못 모은 위인입니다. 마이너스 통장까지 만들어서 쓰고 있었구요. 그렇다고 좋은 옷을 입었나, 좋을 차를 탔나, 나한테 제대로 된 선물을 하나 했나... 다 친구들한테 쓰고 주식에도 손 댔었나봐요. 모은 돈이 없으니 결혼비용에 자기돈 단돈 만원도 보태지 못하는건 당연하고... 신혼여행 가서 쓰라고 시아버님께서 주신 경비를 아끼고 있더군요. 면목없다면서...
물론 그 마음은 기특하지만 무슨 신혼여행이 이리도 궁상맞은지... 좀 우울했어요.
그러다가 돌아오는 날 뒤집어지게 싸우게 되었답니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예단 얘기 하는 거 있죠...
저희도 할만큼 했어요. 돈으로 500 드리고 시어머니 밍크 숄에 이불에 반상기에 아버님, 형님 선물까지... 그리고 오빠가 중고차라도 사고 싶다 해서 보태라고 오빠한테 따로 500주고요.
이래저래 깨진돈이 거의 1500만원 정도 됩니다. 그런데 뭘 했다고 그렇게 돈을 많이 썼냐며 구체적으로 얘길 해보라는 거예요. 자기 계산으로는 그 돈이 안나온다면서... 정말 기가 막히더라구요.
면세점에서도 저는 엄마랑 이모(두분에 직장다니는 저 대신 결혼준비하시느라 정말 고생 많이 하셨거든요) 선물 사려고 돌아다니는데 면세점이라니까 눈이 뒤집혀있다는 둥...
하여간 서울에 무사히 왔어요. 아침에 도착해서 집에 갔더니 엄마가 전날 밥이랑 반찬이랑 해놓고 가셨더라구요. 밥 먹고 짐 정리하고 오빠네 인사드리러 가게 됐죠. 가다가 우리집에 먼저 들러서 (시댁 가는 길이거든요) 엄마한테 절만 하고 나오는데 엄마랑 나랑 막 눈물이 나서 혼났습니다. 엄마 여기다 두고 멀리멀리 떠나는 것 같아서...
오빠네 가는 길에 차 안에서 오빠 친구들이 전화를 했더라구요. 저녁때 만나서 술마시자구...
술 마시면 차는 어쩌지? 했더니 자기네 집에서 자자는 거예요. 생각해 보세요... 시어른들은 오빠가 술마시고 늦게 다니는 걸 정말 싫어하시는 분들이세요. 그런데 이제는 갓 시집온 며느리까지 술마시고 첫날부터 시댁에서 잔다고 생각하니... 민망할 것 같기도 하고 우리 집도 아니고 그 어려운 시댁에서 어떻게 잠을 잘 수 있겠어요... 그래서 싫다고 그렇게까지는 하지 말자고 했죠. 그랬더니 다짜고짜 화부터 내면서 자기네 집이 그렇게 싫으냐고... 그렇게 싫으면 내리라고 버럭버럭 소리를 지르면서 저를 길에다 내려주고 혼자 가버렸습니다. 성질같아서는 저도 그냥 집에 가고 싶었지만 참고 참으면서 시어른들 눈밖에 나지 않으려고 걸어서 오빠네 집까지 갔답니다. 마침 주차장에서 오빠를 만났어요. 그런데 오빠가 계단에서부터 저를 계속 밀치면서 못 올라가게 하는거예요. 그러면서 정말 너랑 살기 싫다고 제발 가라고...
눈물이 쏟아져서 혼났습니다. 잘 살라면서 저를 울면서 보내신 울 엄마한테 너무 미안하고 엄마가 너무 보고싶고... 어찌저찌 실갱이를 하다가 겨우 집 현관까지 올라갔는데 어머님께서 문을 여시자 오빠가 혼자 들어가고 문을 꽝 닫느거예요. 부모님 앞에서까지 그럴줄은 몰랐는데 버럭버럭 소리 지르면서 '엄마! 쟤 못들어오게해! 나 저런 애랑 못살아!' 하는 거 있죠...
그러면서 옛날부터 제가 이상한 성격이었는데 다 자기가 참았었다, 엄마아빠가 나쁘게 보실까봐 일부러 말씀드리지 않은거다, 결혼도 반강제로 했다, 혼인신고도 안했으니 그냥 헤어지면 된다, 완전히 미친 애다... 이러는 거 있죠... 저라고 왜 할말이 없고 그자리에 있고 싶었겠어요? 하지만 정말 참았어요. 눈물 줄줄 흘리면서 오빠 하는 소리 다 듣고 어머님께서 꾸중하시는 것도 다 참고 그냥 잘못했다고 했어요.
어쩌면 제가 정말 그렇게 나쁜 사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까지 하면서요...
그렇게 3월 1일이 갔네요.
신랑은 그후로도 툭하면 너네집에 가라는 소리를 많이 해요. 인터넷이랑 전화 신청했는데 시간이 없어서 엄마한테 대신좀 집에서 봐달라고 했었어요. 설치하기로 했던 날은 목요일이구요. 그런데 오빠가 인터넷 설치하는 건 울엄마가 잘 모른다면서 주말로 옮기라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알았다 전화로 얘기하면 된다 했더니 왜 너는 뭐든지 니 맘대로냐 하면서 왜 목요일로 잡았는지 설명을 해보라는 거예요. 아니 설치 날짜만 옮기면 되는 걸 갖구 구체적으로 설명을 하고 제멋대로 한 것에 대해 사과를 하라니 황당하지 않나요? 처음엔 미안하다고 몇번 말했어요. 그랬더니 진심으로 사과하는게 아니라나요? 아니 그걸 자기가 어떻게 안답니까? 너무 서러워서 또 눈물이 났어요. 그랬더니 밥 10시에 저더러 저희 집에 가라는 거예요. 그 시간에 제가 집에 가면 우리 엄마가 얼마나 놀라시겠어요...? 그렇게 생각없는 사람은 처음 보겠습니다. 같이 살자는 건지 말자는 건지...
어제도 일요일이라 하루종일 청소하고 빨래하고 와이셔츠 다리고 정신 없는데 신랑은 도와주기는 커녕 쫓아다니면서 청소를 해도 모자를 지경으로 집안을 어지르고 인터넷만 하고 침대에 누워있고 TV만 보더라구요. 저도 직장에 다닙니다. 저도 일요일엔 쉬고 싶고 토요일마다 시댁에 가는데 일요일엔 울엄마가 보고싶다구요... 어제 엄마가 살짝 전화하셔서 '내가 갈까?' 하시는데 오빠 기분도 안좋고 괜히 눈치보여서 '엄마... 나 너무 할 일이 많아서... 그냥 우리 평일날 하루 만나자. 응?' 하고 끊었어요. 엄마한테 너무 미안하고 제가 딸인게 정말 원망스럽더라구요. 엄마가 딸 집도 제대로 못오는게 섭섭해서 오빠한테 짜증을 좀 부렸더니 또 그소리를 하는 거예요. 너네 집으로 가라, 혼인신고 안했으니 복잡할 것도 없다...
무슨 얘기 할 때마다 자기 기분에 안맞으면 무조건 나가라하는데... 이러다가 제가 정말 못참고 나가버리게 될까봐 걱정이예요. 그게 또 습관이 돼서 정말 다 끝장날까봐 무섭구요...
남들은 결혼 정말 잘했다고 하던데... 결혼하니까 너무 좋다고 하던데... 저희는 잠자리도 이주일동안 딱 한번 뿐이었답니다. 전 매일 밤 기도해요. 오빠를 먼 나라로 오랫동안 파견근무 보내달라고...
그럼 우리 신혼집에 저랑 엄마랑 같이 살 수 있을텐데요... 오빠 눈치보느라 너무 피곤하고 서러워요.
결혼한거 후회해요... 엄마한테 너무 미안하고요...
** 내일의 [오늘의 talk]을 기대해 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