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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년시절의 기억 4

spring |2006.09.29 09:31
조회 89 |추천 0

1


우리집은 마당이 두개입니다.

 

우리집과 딱 붙어있던 아랫집이 이사를 가면서 우리가
그집을 사고 집터 전체를 마당으로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아주 넓은 일층 마당과 좀 좁은 이층 마당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집은 자그만한데 마당은 엄청스레 넓어서 이쪽 대문에서
마당 대문까지 갈려면 한참입니다.

 

그 넓은 마당 주위로 탱자나무가 빙둘러 심어졌습니다.

탱자나무의 하얀꽃들과 노란 열매들이 울타리가 되어주는
그런 집입니다.

 

그 넓은 마당에 동네에서 감이 제일 많이 열리는
감나무가 있습니다.

 

감나무 가지들이 얼마나 넓게 가지를 치는지 잎들이
나오고 감이 열리기 시작하면 축축 늘어지는 가지들이
힘겨워 보일 정도입니다.

 

난 그 감나무를 참 좋아했습니다.

 

감꽃으로 목걸이를 만들어 목에 걸고 감꽃을 하나씩 빼먹고

어린 감들이 여물지도 못하고 떨어지면 그걸 주워서 소꿉놀이를 하고

감나무잎이 물들면 빨간 감나무잎을 접어 저고리도 만들고 치마도 만들었습니다.

 

무엇보다 내가 좋아한것은 비 내린 다음날 감나무 아래 서 있으면

감잎에 맺혀 있던 빗방울들이 또르르 굴러 내 목덜미를 타고
등줄기로 타 내려오던 그 서늘함이었습니다.

 

그 이후로 비 온 다음날이면 감나무 아래서

빗방울이 떨어지길  기다리는 게 내 일이기도 했습니다.

 

 

2


가을입니다.

우리집 감나무에 감이 정말 주렁주렁 많이도 열렸습니다.


주황을 뛰어넘어 짙어진 감들을 아버지께서 따십니다.

어린 우리 4남매는 감나무 아래서 아버지께서 따주실 홍시를
기다리며 고개가 아프도록 감나무와 아버지를 쳐다봅니다.

 

아버지께서 감이 아주 많이 달린 가지를 하나 꺽어 내려오십니다.
이건 내일 아침에 학교갈때 선생님께 갖다 드려라 하십니다.

싫다고 말합니다.


애들이 선생님께 잘 보일려고 그런다고 놀릴거고
감나무 없는 집이 어딨다고 선생님이 좋아하지도 않을거라면서.

 

다음날 아침.
사촌언니를 불러 이거 누구선생님한테 좀 갖다 드려라 부탁을 하십니다.

 

난 무조건 싫다고 학교 안갈거라고 떼를 쓰다가 사촌언니뒤를 따릅니다.

선생님이 싫어할건데...
애들이 놀리면 학교 안다녀야지 결심 결심 또 결심을 합니다.

 

사촌언니가 우리 교실로 따라와서 선생님께 감이 주렁주렁 달린
감나무 가지를 드립니다.

선생님께서 너무 싱글벙글 좋아하십니다.


선생님집에는 감나무도 없나 왜 저렇게 좋아하시는지 이해할수가 없습니다.

우리 동네엔 감나무가 없는 집이 없는데...

 

집으로 가는 날 붙들고 선생님께서 부모님께 너무 감사하다고
꼭 말씀드려라 하시는데 대답만 네에...하고는 전하지 않습니다.

 

얼굴도 이름도 하나도 생각나지 않는 선생님이지만
부모님께 꼭 감사하다고 말씀드려라 하던 목소리는 아직도 기억이 납니다.

 

그때 그 어린 시간에도 선생님 목소리가 참 또랑또랑하구나 하는 걸
느꼈으니.

 

 

3

 

늦가을,
아버지께서 다 따버린 감나무에 까치밥이라고
남겨놓은 감에 까치가 언제와서 저걸 먹나 쳐다보면서
내 어린시절의 가을이 지나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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