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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의 마지막 선물

일이 각시 |2006.10.01 19:03
조회 968 |추천 0

신방님들 명절 준비는 잘 하고 계시는지요??

 

일이 각시는 차례도 안 지내구 어른들이 다 저희 집으로 모이시는 관계로

 

음식을 조금씩 해오셔서 학교 레포트도 쓰고 조금은 늦장을 부릴 여유가 생기네요

 

어제 오전에 모처럼 기운도 차리구 해서 아침에 밀린 빨래랑 집안 정리 이것 저것 해 놓구

 

신방에 잠깐 들러서 글 남기고 이것저것 눈팅하고 있는데 일이 각시 이모가 전화가 왔습니다

 

이유인 즉 외할머니 유품정리하러 가신다는 거였죠

 

뱃 속에 이삭이도 있고 해서 연락 안 할려다가 그래도 알고는 있으라구...

 

그래서 혼자 갈까 말까 고민 하다가 결국엔 안 된다는 이모의 말림에도 불구하고 우기고 우겨서

 

이모가 운전하고 일이 각시는 광주로 향합니다

 

이젠 울지 않겠다고 다짐을 하고 갔지만 할머니 집에 들어서자 또 눈물이 주루룩 흐르고 맙니다

 

가서 할머니가 입으시던 옷은 버리기도 그렇고 누굴 주기도 그렇고 해서

 

어른들 말이 그런 유품은 종교나 풍습에 상관없이 그냥 보통들 태운다고 하시더군요

 

그래서 그냥 할머니 옷이랑 그런 거 다 태웠죠

 

그리고 할머니 앨범을 꺼내게 되었어요

 

거기엔 할머니 처녀적에 찍었던 사진이며 결혼식 사진도 있더군요

 

그것두 태우자는 큰 이모와 선뜻 버리지 못하는 일이 각시...

 

이모들, 삼촌들 모두 일이 각시의 맘을 알기에 앨범은 일이 각시의 몫으로 남겨 주십니다

 

그리고 이것 저것 정리하고 산지 얼마 되지 않은 냉장고와 세탁기는 근처 요양원으로 보냈구요

 

다 정리하고 예전에 할머니 시집오실때 증조 할머니가 해 주셨다던 페물함이 있었습니다

 

그건 열쇠로 채워 놓는 건데 그 열쇠는 일이 각시와 할머니만 가지고 있었죠

 

어릴 땐 거기 열고 들어가서 앉아서 놀기도 했는데 안 열어 본지가 무지 오래되었죠

 

그것도 조금은 낡았지만 할머니가 매일 치우고 닦으고 해서 반질반질 윤이 나는 고가구거든요

 

그래서 그것도 일이 각시가 챙깁니다

 

그 안에 뭐가 있나 싶어서 할머니랑 나눠 가졌던 열쇠로 열어 봤는데

 

거기에 좀 큰 사이즈의 상자가  3개가 들어있더군요

 

조심스레 꺼내서 열어본 일이 각시의 가슴은 또 한번 무너지고 맙니다

 

하나는 할머니가 저 결혼할 때 주실려구 준비해두셨던 저랑 저희 신랑 한복이구요

 

또 하나는 뱃 속에 이삭이와 나중에 태어날 이삭이 동생이 입을 돌 복이었어요

 

그리고 마지막 하나는 저 어렸을 때 할머니가 지어주셨던 제가 입었던 돌 복 이네요

 

그렇게 상자 하나하나 고이 고이 싸서 놔두셨는데 저희 결혼 떄 시댁에서 다 해주시는 바람에

 

할머니는 당신이 만든 게 손녀 딸 맘에 안 들까봐 내 놓지 않고 그냥 가셨나봐요

 

하지만 그게 시부모님껜 살짝 죄송하지만 더 이쁘게만 보이네요

 

그리고 거기에 길게 써 내려가신 편지 한장과 노트도 있구요

 

편지에는 혹시나 생전에 못 전해 주시게 될 까봐 걱정하시는 맘에 적어 놓으신 거구요

 

두껍게 여러 권으로 묶여 있는 노트에는 식혜 만드는 법이며 음식 만드는 여러 방법들

 

명절 준비하는 방법들 하나하나 꼼꼼히 적어 놓으셨네요

 

그걸 보는 동안 일이 각시는 한없이 눈물만 흘렸습니다

 

철 없는 손녀 딸 위해서 손수 만들어 두신 한복이랑 증손주 까지 생각하셔서 예비해 두신 것들...

 

것도 모르고 철부지 손녀딸은 결혼 해서도 마냥 어리광만 부리고 응석받이로만 할머니한테 있다가

 

감사하다는 말, 죄송하다는 말 한마디 못 해드리고 그렇게 할머니를 보내드렸다는 생각에...

 

그걸 본 이모 한 없이 눈물만 흘리는 일이 각시를 품에 꼭 안아 주십니다

 

할머니가 사시던 집은 예전에 할머니가 제 앞으로 명의를 변경해 놓으셨어요

 

저는 그 동안 그냥 나중에 생각해서 제 이름으로 해 놓자고 하시길래 그런 줄만 알았는데

 

실은 저희 결혼 예정 되고 나서 이모들, 삼촌들한테 할머니 집 저희 부부 광주로 이사오면

 

쓸 수 있도록 해 주라고 돌아가시기 전에 부탁하셨었데요

 

그래서 건축일 하시는 삼촌한테 저희 부부 쓰기 좋게 다시 공사해 주라고 부탁까지 하셨다네요

 

마지막 할머니의 말씀에 공사 준비를 하시던 삼촌을 일이 각시는 끝끝내 말립니다

 

그냥 할머니 손 때 묻은 집에서 좋은 모습으로 행복하게 살고 싶어서요...

 

그러다가 정말 힘들고 지칠 때 할머니를 생각하면 이겨 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맘에...

 

그렇게 해서 남은 유품들 모두 정리하고 아무것도 없는 깨끗한 텅빈 방으로 남겨 놓고

 

누가 들어가서 행여 망가뜨릴까 하는 맘에 대문도 꼭 꼭 장그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 날 저녁 이야기를 들은 일이와 그 이야기 하면서 또 눈물 보이는 일이 각시

 

신랑도 맘이 짠한지 품에 꼭 안고 토닥여주네요

 

할머니 좋은 곳으로 가셔서 우리가 행복하게 사는 거 보시면 더 좋아하실꺼라고 노력하자고...

 

이렇게 해서 일이 각시는 할머니가 주신 이제 정말 마지막 선물을 받고 왔네요

 

곧 태어날 울 이삭이한테 주시는 돌 복 고이 고이 놔뒀다가 꼭 입혀야죠

 

글구 이번 추석엔 저희 부부에게 남겨 주신 한복 차려 입고 맘 속으로 나마 감사하기로 했답니다

 

그리고 또 하나 저희 보금자리로 남겨 주신 집도 감사하는 맘으로

 

싸우지 않고 늘 행복하게 살아야 겠어요

 

어제부터 시작되는 연휴로 인해서 시골 내려가시는 분들도 계시고

 

주중에 가시는 신방님들도 계시겠죠??

 

시골 오고 가시는 길 조심히 사고 나지 않게 잘 다녀오시구요

 

명절 끝나고 오는 후유증도 조심 조심 하셔서 건강 챙기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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