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갈피

은행 여직원 꼬시기 대작전 - 20

도도한병아리 |2006.10.06 18:27
조회 8,118 |추천 0

1편 부터 보시고 싶으신분은

다음카페에서 '도도한병아리'를 검색하세요.

 

다른 글도 많답니다.

 

 

 

20.

 

어느덧 피씨방 문이 열리고 화사한 옷차림의 도희가 등장했다.

겨울이 지나고 봄이 다가오고 있어서 그럴까..

그녀의 미소가 더욱 빛을 발휘하는 듯 하다.

그녀는 주위를 두리번 거리다가 카운터에 앉아있는 날 보며 물었다.


"어어? 너 여기서 알바하니?"

"어서오세요. 로얄 고객 김도희님. 환영합니다!!"


나의 요란한 인사치례를 받은 도희가 활짝 웃으며 말했다.


"너 뭐 시킬려구 부른거지?"

"우와.. 센스있으시다.."

"-_-;;하하. 뭐 어느정도 짐작했지. 그래 들어줄께."

"...어?"


그녀는 들어보지도 않고 일단 들어주겠단다...

.....왠지 미안해진다.. ;;;


"무슨 부탁인데??"

"...아..내가 잠을 못자서... 피씨방 좀 잠깐 봐달라구.. 난 옆에서 눈 좀 붙이고..."


최대한 불쌍한 표정과 미안한 듯한 말투를 적당히 버무려 양념까지 쳐서 말했다.


"아~ 별 일 아니네..! 좋아. 그정도 쯤이야. 돈은 어떻게 받으면 돼?"

"여기 카드로 가져다 대기만 하면 알아서 돈 받고 그러거든. 손님 오면 여기있는 카드 가져 가라 그러고."


정말 쉬운 일이었다.

더군다나 내가 이렇게 쉽게 설명까지 해줬으니... 바보가 아니라면 한번에 다 알아 들을테...


"음......어려운데?"

"-_-;;"


그녀는 정말 모르겠다는 어투로 새침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나 이런거 처음해봐.. 아직 이런 일 해본적 한번도 없거든."


아... 그렇구나..  하긴..

... 부잣집 따님께서 어련하시겠습니까..

알바 같은건 한번도 안 해봤을텐데.. 부족한게 없었을 테니.. 당연한건가....음..


이런거 시켜도 될까? -_-.. 괜히 벌 받는거 아닌가.


그래. 아무리 친구라지만..

더군다나 친구하기로 한 지도 얼마되지도 않았고...

이런 부탁을 하기엔 좀 무리가 있었다.

그래서 계획 변경.


"아니, 그럼 그냥.. 나 잠 안오게 옆에서 놀아주기만 해."

"응? 그러기만 하면돼?"


"응. 아무래도 그게 좋을꺼 같아. 나도 이상태로 잠 들어봤자, 얼마 못 잘꺼 같고."

"그래 알았어. 히히히. 안그래두 심심했는데~!"


그녀는 손뼉으로 박수까지 치며 좋아라했다.

.... 겨우.. 나 같은 놈 하고 노는게 그렇게 좋나?...

어쨋든 그녀와 나는 노가리를 까기-_- 시작했다.


"근데 넌 학교 안다녀?"

"다녀. 마치고 너한테 문자 보낸거였는데."


그녀는 손님 의자를 카운터 앞에 가져와서는 본격적으로 나와 수다를 떨 기세로 눈빛을

반짝 거렸다.


"일찍 마치는 구나."

"금요일이잖아. 오전에 강의 하나만 들으면 나머지는 땡~"


'땡' 이라고 말하는데 검지를 이용해서 대각선을 그리는 그녀.

말하면서 모션을 취하고 표정의 변화도 다양하다.

은근히 귀엽다..;;;


"-0-.. 편하게 짜놨구나."

"히히히. 친구들도 다 그렇게 하길래.. 그렇게 했지 뭐.."


"그런데 친구들 하고 안 놀고 왜?..."

"아.. 말이 친구지.. 전부 내 돈 보고 들러 붙어서 노는 애들이야..."


갑자기 표정이 진지해보이기도 했다.


"..음..그렇구나...."

"그래서... 난 장휴가 좋아. 나한테 돈을 바라지 않아. 이런 부탁하는거 보면
정말 날 편하게 생각해주고 있는거 같아서 나도 너무 좋아. 지금까지 나한테
이런 부탁 한 애들은 없었거든. 돈 빌려 달라는 부탁 말고는..."


꽤나 상처가 된 듯 했다.

친한 친구들이라고 믿고 있었던 친구들이..

자신의 돈을 보고 친한 척한 거라니... 얼마나 배신감 느낄까...

그리고 소외감까지.. 왠지 그녀가 안되어보인다...


".....음.."

"장휴는.. 진짜.. 우리 오빠 같아."


오빠?... 그러고보니

도희의 오빠도 3년 전에 죽었다고 했다.

아... 그래.. 이상하게... 뭔가 맞는거 같다고 생각했는데

바로 그거였구나.....


난 형을 잃었고, 도희는 오빠를 잃었다는거....

둘다 잃은게 있기 때문에 뭔가 통하는게 있었던 건가...알게 모르게 편안한 무언가가..


"오빠 많이 보고 싶지..?"

"....응?... 어... 많이 보고 싶어..."


보고싶은 사람..

그런데 볼 수 없는 사람....

나도 그런 사람이 하나 있다..


"나도 사실.. 형이 있었었어.."

"...그..그럼..?"


놀란 듯한 도희의 표정을 바라보며 슬쩍 미소지으며 말했다.


"응. 죽었지.. 3년 전에.. 교통사고로."

"... 아아.. 우리 오빠도 교통사고로 죽었는데...."


몸에 좋다던 물 부터 시작해서, 웰빙이니 뭐니 모든 보양식 다 먹고,

몸에 안 좋다는 인스턴트 식품이나, 농약친 야채 등등, 술도 마시지 않고,

담배 조차 피지 않고, 이 세상에 착한 일이란 일은 모두 도 맡아한다고 해도.

100년 넘게 산다는 보장이 없다.

길가다가 교통사고 한번이면 죽어버리는게 요즘 세상이다.


반면에 온갖 나쁜 짓 다해대고 몸에 좋지않은 술, 담배를 입에 달고 살아도

100년 가까이 살 수도 있다.

그러니 난 이렇게 생각한다.

자기 몸 그렇게 아끼지 말고, 어짜피 한번 사는 세상인데..

마음껏 즐겨보라고...

담배도 좀 펴보고, 술 도 좀 마셔보고...

그렇다고 거기에 빠져 살라는 건 아니겠지만..


어쨋든, 인생은 즐기는거라고 있는 것 아니겠는가.

 

자기가 조심히 운전 한다고?

멀쩡히 길가다가 남의 차에 치여 죽을 수도 있다.

교통사고라는게 자기만 조심한다고 해서 되는게 아니란 말이다.


"한국 사람 70%가 교통사고로 사망한데... 내가 전에 차타기 싫어한다고 그랬잖아...
그게.. 그래서 그런거야... 우리 형이 차 사고로 죽어버리니까...
자동차 자체가 아주 무서워지더라구...그래서 자연스럽게 걷는게 좋아진거야."

"...아.. 그렇구나... 묘한 기분이 들어."


몽롱한 그녀의 표정을 바라보고 있자니 형 생각이 더욱 간절하다.


"응? 뭐가?"

"우리에게 공통점이 있다는거, 그리고...."


뜸을 들이는 그녀를 바라보며 물었다.


"그리고 뭐??"

"장휴를 알게된다는 느낌..."

.......


나를.. 알게 된다는 느낌??

누군가를 알게 된다는 느낌..


내가 은별씨를 알게 된다는 느낌을 받은건 같이 술자리를 가지면서이다.

그때 그 느낌?....


이루어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그 무언가가 있다. 분명 좋은 기분이었다.

내가 이런 저런 생각에 빠져 있자, 그녀가 조심스레 날 불렀다.
 

"장휴.."

"...어?"


"배고파."

"-_-;;;.. 넌 왜 그런 말을 그렇게 진지하게 하는거야?"


피씨방 근처에 있는 김밥랜드-_- 에서 김밥 두줄을 사 왔다.

그리고 컵라면 셋팅!!


"뭐, 다른거 시켜먹어도 괜찮은데, 컵라면이 그렇게 먹고 싶어?"

"응!"


원래는 잡채밥이나... 밥 종류를 시켜먹을려고 했는데...

김도희. 기어코 컵라면을 먹어야 겠단다. 자기가 그렇게 컵라면을 좋아한다나 뭐라나..


컵라면이 다 익자, 김밥을 몇개 넣더니 후후 불며 먹기 시작하는 그녀.

난 씨익 웃으며 그 모습을 바라보다가 라면을 먹기 시작했다.

그러다 생각난게 있었으니...


"야. 도희야."

"왜 부르는 고야?"


"아니.. 입안에 있는 김밥은 다 먹고 이야길 해야지..-_-;;
이게 아무리 보이지 않는 소설이라고 해서 그렇게 지져분하게 먹으면......"

"-_-;;; 조용히햇!!! 글쓴이의 귀찮음으로 상세하게 설명하지 않아서 독자는 안보인단 말이야!"


헐...

대본이 또 이상해 지기 시작한다. -_-;

글쓴이 또 미쳤다.

-_-;


"아무튼..근데 보통 드라마나 소설같은데서 보면... 부잣집 애들은 이런거 못 먹던데.."

"....푸하하하. 나 그거 진짜 웃겨..

부잣집이라고 컵라면 안 먹는다는 보장있어? 하여간, 말도 안되는 것들이

사람들 이미지를 결정하지. 나도 다른 애들 처럼 떡볶이도 좋아하고, 라면도 잘 먹고,

똑같아. 부잣집이라고 해서 뭐 다를꺼 있어? 그냥 뭐, 비싼 음식을 조금 자주 먹는다는 것 뿐이지.

그것만 먹고 살겠어?? 사람 사는거 다 똑같아. 뭐가 다르다고 난린지."


"-0-........아.. 그렇구나.. 그럼 보통 티비에 나오는 이미지는 잘 못 된건가?"

"전부다 잘 못 됐다는건 아니지만, 보이는게 전부가 아니라는 말이지.."


도희의 말을 듣고 보니 그렇다.

사람들은 눈에 보이는 것을 믿는다. 그리고, 귀에 들어오는 걸 인식하게 된다.


티비에서 뭐가 어떻다고 그러면 '아, 그렇구나.' 무작정 믿어버리는 거.

그거... 잘 못 된거다.

소문 역시 마찬가지다. '어제 옆 집 영희가 똥 쌌대.' 라는 말을 듣고

'영희가 쌌구나.' 라고 믿어버리는 거. 거기 까진 상관없는데 또 다른데 가서

'영희가 쌌대.' 라고 소문을 퍼트리고 다닌다는거다.


직접 확인했나?

어떻게 알지도 못하면서 그렇게 떠벌리고 다니는지.


그러고보면 나도 꽤 그러고 다녔는거 같다.

오늘 도희를 보니, 세상은 모순으로 가득하다는 걸.. 알꺼 같다.


뭐, 그래도....

세상엔 이런 사람도, 저런 사람도 있어야할꺼 같다.


전부 다 같은 사람만 있으면 재미없잖아?

안그래?


도희는 날 바라보며 씨익 웃었다.


"아무튼, 난 그런 전형적인 부잣집 딸래미와는 다르니까... 오해하지마."

"-_-..넵."


왠지 그녀와 함께 있는 시간이 즐거워진다..


에이..

우린 친군데 뭐!!

 

by 도도한병아리

 

세상에서 제일 슬픈 이름은...
친구인거 같아요..

다들 우정인 척, 꽈악 싸매고 있지만...
사실 다 사랑이잖아...
다 사랑인데..... 친구라는 이름으로.. 남아있어야 한다는게...

나..

너무 슬퍼...


 

추천수0
반대수0

공감많은 뉴스 시사

더보기

뉴스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