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성남 판교신도시 2차 당첨자 발표일인 12일 경기 성남 판교신도시 안에 있는 대한주택공사의 판교신도시 실물견본주택전시관은 당첨자만 입장이 가능한 탓에 한산했다. 이날 오전 모델하우스 앞에는 당첨 여부를 확인하는 당첨자들 몇몇이 줄을 서 있을 뿐이었다.
하지만 모델하우스 방문객은 하나같이 들 떠 있는 모습이었다. 최고 86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판교 입성’의 행운을 잡았으니 그럴 만했다. 다른 모델하우스 방문객들과 달리 흔쾌히 인터뷰에 응해주면서 갖가지 사연을 털어놨다. 혹시나 하고 넣은 것이 덜컥 당첨된 사람도 있고 10여년 전부터 판교 입성을 위해 면밀히 준비했다는 사람도 있다.
■금호 43평형, 전직 교사 양모씨(62)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서 전세를 살고 있는 양모씨는 “며느리가 로또 당첨됐다며 제일 좋아했다. 경쟁률이 최고 수준인 금호 43평형에 당첨됐다니 아직도 실감이 나지 않는다”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2년전 교직에서 퇴임한 양씨는 “30년 전에 한 번 분양받고 그 후엔 처음”이라며 “이번에 20년된 청약예금으로 비로소 빛을 봤다”고 했다.
가급적 대출없이 중도금과 잔금을 치르려는 양씨는 분가한 자녀를 불러들일 계획이다. 양씨는 “집이 좀 크기도 하지만 중도금이 모자라면 아들 전세금을 빼서 충당하면서 같이 살 생각”이라고 말했다.
퇴직금과 그동안 부동산에 투자에서 얻은 수익이 주요 자금이다. 그는 “처음에 당첨돼서 좋긴했는데 빚안지고 어떻게 중도금을 낼까 걱정도 많았다”고 밝혔다.
■대림 38평형, 개인 사업가 박모씨(57)
개인사업을 하는 박모씨는 현재 경기 성남 분당에서만 15년을 살았다. 지역 우선 분양 물량을 겨냥해 2001년 분당으로 이사왔다. 박씨는 “우리는 애를 낳기전 준비하듯이 판교 당첨을 위해 노력했다”며 “17년 된 통장을 계속 가지고 있었다”고 전했다. 사실 그는 지난 3월 분양에서는 ‘쓴 잔’을 맛보고 크게 실망했었다. 그는 “10년 무주택에 성남에서 오래 살았는데도 안되더군요”라며 “그땐 판교에 와서 공사장 흙을 퍼서 옷 주머니가 갖고 다니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경쟁률이 상대적으로 낮은 곳을 선택하는 나름의 전략으로 대림 38평형을 낚았다. 하지만 경쟁률의 결정적 변수였던 납골당은 멀리 떨어져 있어 만족스러워했다. 모자라는 계약금은 지인들에게 빌리고 중도금은 대출을 받을 생각이다.
■주공 연립 46평형, 공무원 김모씨(60)
퇴직을 앞둔 공무원 김모씨는 노후에 살 집으로 판교 연립 46평형을 선택했다. 현재 분당 서현동에 49평형짜리 아파트를 갖고 있지만 15년 된 집이라 낡았기 때문이다. 김씨는 “아파트보다 경쟁률이 낮고 가격이 저렴해서 연립을 선택했다”며 “녹지로 둘러싸여 있는 등 주변환경이 좋아서 노후 거주지로 적당하다”고 청약 이유를 말했다.
일단 계약금 1억3000만원은 여유자금으로 납부하고 중도금은 기존 집을 담보로 융자를 얻을 계획이다. 그는 “경쟁률이 10대 1에 육박해 별로 기대를 안했는데 당첨됐다”면서 “새벽에 자다 말고 일어나서 인터넷으로 당첨 사실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2년 전 결혼한 아들은 민영 임대 41평형에 청약했지만 안됐다고 했다.
좋은 꿈이라도 꿨냐고 묻자 “어젯밤에 된장을 먹는대로 변으로 돼서 나오는 꿈을 꿨다”며 “예전에 변꿈을 꾸면 좋을 일이 생긴다고 했는데 맞긴 맞나보다”며 크게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