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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사랑 그녀 [10] 그녀가 떠나다.

가랑비 |2006.11.06 16:53
조회 186 |추천 0

 

[그녀가 떠나다.]

 

 

"강현~"

 

"이병 강 현, 무슨일이십니까"

 

"자~ 편지왔다."

 

이병장님은 분홍색 꽃그림이 그려져 있는 편지봉투를 손에 쥐고는 나에게 건네 주었다.

 

한눈에 봐도 세은이가 보낸 편지임을 알 수 있었다. 저런 편지봉투에 편지를 넣어 보낼 사람은 여자고, 나에게 여자는 세은이 밖에 없으니깐. .

 

나는 이병장님 손에 있는 편지를 낚아채듯 받아쥐고는 그자리에서 바로 편지봉투를 뜯기 시작했다.

 

"누구냐? 애인이냐?"

 

"아닙니다."

 

"그럼? 좋아하는 사람이냐?"

 

"네 그렇습니다."

 

"짜식~ 얼굴에 꽃이 폈다 폈어,"

 

이병장님은 나를 보고 장난기 어린 표정을 지으시면서 볼일을 보러 가셨고 나는 그 자리에서 앉아 편지를 읽기 시작했다.

 

편지지에 정갈하게 써놓은 그녀의 글씨체가 내 맘을 설레게 만든다.

 

처음엔 그녀의 얼굴이 나를 설레게 만들었고, 그 다음은 그녀의 목소리가 나를 설레게 만들었고, 이젠 그녀의 글씨체까지 내 마음을 뒤흔들어 놓는다.

 

[to.현이.

 

잘 지내고 있어? 훈련받는건 힘들지 않아?

 

날씨가 많이 따뜻해졌다. 나는 요즘 학교다니느라 정신이 없다.

 

니가 없으니깐 학교가 되게 허전한거 같다.^^

 

1학년들 보면 니생각이 나. . 나혼자 가끔 작년 생각하면서 실실 웃곤해,훗,

 

오빠두 너 보고싶다던데. . 잘 지내는지 궁금하데, 그리구 안부 전해달라더라^^

 

니가 나랑 오빠 보고싶어 할까봐 사진도 같이 보낸다..

 

몸 건강히 잘 지내구, 밥 많이 먹구~

 

우리나라 잘 지켜 줘야되~^^

 

그럼 너만 믿고 학업에 열중한다~ 호홋,

 

다음에 또 편지 쓸께~ 강현, 힘내!!^^

 

from.세은 ]

 

그녀의 짧은 내용에 아쉬워하며, 읽고 또 읽고, 몇번을 반복해서 읽었다.

 

그녀가 편지와 함께 보내온 사진 안에 그녀는 행복해 보였다.

 

득남선배와 함께 팔짱을 끼고, 해맑은 웃음을 짓고 있었다.

 

너는 득남선배 옆에 있어야지만 행복할 수 있나보다. .  너무 행복해 보인다. .

 

그녀의 행복한 모습에 전염이 되었는지 편지를 보고 있는 내내 히죽거리면서 웃고 있으니 내무실 사람들이 이상하다는 듯이 나를 쳐다본다...;;

 

나는 그 시선에 아랑곳 하지 않고 사진을 사물함 속 눈에 잘 띄는 곳에 정성스레 붙여놓고 사물함에서 다이어리를 꺼내어 그녀의 편지를 붙여놓았다.

 

 

군대의 생활은 하루하루가 너무 힘들고 피곤하다.

 

항상 새벽부터 기상해서 맛없는 밥을 먹어야 하고, 힘든 훈련에, 가끔씩 밤마다 야간근무에 피곤한 몸을 이끌며 하루하루 겨우 지내고 있다.

 

군대에 있으면서 나의 유일한 낙은 그녀의 편지를 읽는 일과, 아침 저녁으로 그녀의 사진을 보는 일,

그리고 한달에 두번 정도 그녀의 목소리를 듣는 일이었다.

 

그렇게 그녀생각에 힘든 군생활을 이겨내며 하루하루 시간이 지나가고 군생활에 적응할 즈음, , 또 기분나쁜 꿈을 꾸었다.

 

 

 

밤인지는 모르겠지만, 주위는 온통 깜깜했다.

 

나는 세은이를 부르면서 깜깜한 길을 조심스레 걷고있었다.

 

어디선가 작은 불빛이 번쩍하더니 점점 커지면서 내 앞으로 다가온다.

 

불빛 안에 뭔가가 있는데 가까이 올수록 형체가 커진다.

 

뭔가 싶어서 봤더니 세은이가 불빛같은 곳 안에서 눈물을 흘리며 슬픈표정으로 손을 흔든다. .

 

그녀를 잡으려고 손을 뻗으니 불빛같은 뭔가에 막같은게 있어서 그녀를 잡을 수가 없다.

 

그녀는 한참동안 손을 흔들더니 점점 멀어진다. 불빛도 점점 작아지면서 이내 사라져 버린다.

 

다시 깜깜해졌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그곳에서 나는 허공에대고 연신 세은이만 불러댔다.

 

얼마나 불러댔는지 나중에는 목소리도 나오지 않는다.

 

 

 

놀란마음에 눈을 떠보니 깜깜한 내무실엔 고요한 적막이 흐르고, 다들 단잠에 빠져있다.

 

아무리 생각해도 기분이 이상하다. . 군주하던 날 꾸었던 꿈이랑 느낌이 비슷하다. .

 

이상한 밀려오는 불안감에 잠도 안오고 계속 뒤척거리기만 했다. 어느새 기상나팔소리가 들리고 사람들도 한두명씩 일어나 준비를 한다.

 

그 꿈때문이었는지 오늘따라 기운이 하나도 없다. .

 

훈련하는 내내 제대로 안한다고 혼나기만 하고, 하루종일 실수만 연발했다.

 

하루일과를 마치고 내무실에 들어오니 이병장님이 나를 부른다.

 

"강이병~"

 

"이병 강 현~ 부르셨습니까"

 

"너 오늘 무슨일 있냐?"

 

"아닙니다. 아무일 없습니다."

 

"그런데 오늘따라 애가 왜이렇게 비실비실해~"

 

"죄송합니다."

 

"죄송할 것 까지는 없고, 자 애인한테 편지왔다."

 

병장님의 손에는 하늘색 구름 편지봉투가 들려져 있었다.

 

꿈은 반대라더니 세은이 편지를 받으려고 그렇게 이상한 꿈을 꾸었나. .

 

하루종일 도망갔던 기운이 이제 집에 돌아오나보다. 그녀의 편지봉투를 보는 순간 힘이 솟아나는 것 같다.

 

"감사합니다~"

 

편지를 받고 활짝 웃는 나를 보고 이병장님은 다행이라는 듯이 흐뭇한 미소를 짓고는 나간다.

 

그자리에서 바로 봉투를 뜯고 편지지에 적혀진 그녀의 정갈한 글씨체를 하나하나 읽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

 

그런데 . . 읽어내려갈수록. . 몸이 굳어가는것 같다. .

 

[현아~ 나 세은이야, , 잘 지내고 있지? 이 편지가 아마. . 마지막이 될 것 같다. . 면회라도 한번 갔어야 되는건데. . 시간이 도무지 나지를 않네. . 니가 이 편지 읽고 있을 때 쯤이면, 난 아마 한국에 없을꺼야.. 나. . 호주로 유학가~ 오빠가 같이 공부하러 가자고 하네.. 나 프로포즈도 받았어. 유학갔다와서 바로 결혼하제^^ 너 못보고 떠나게 되서 마음이 안좋네. . 나중에 우리 둘다 잘되서 웃는 얼굴로 만나자. . 몸 건강히 잘 지내~ 안녕.]

 

그녀가. . . 사랑하는 그녀가. . 떠난단다. .

 

마음 한구석이 뻥 뚫리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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