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한이네 집 앞.
"야. 이렇게 하고 들어가도 되겠어?"
우리둘의 모습.
정말 엉망이었다..
옷에는 흙과 피가 묻어 있었고
얼굴도 붓고 멍 들어 있었다.
"괜찮아. 우리 엄마는 암말 안할꺼야"
"그래도 쫌 그런데..."
"그럼 들어가자 마자 방으로 뛰어들어가"
진한이네 집은 빌라였다.
진한이가 문을 열었다.
거실에는 사람이 없는 듯 불이 꺼져 있었다.
나는 조용히 진한이에게
"뛰어 들어가자"
신발을 벗고 진한이네 방으로 뛰어갈려는 찰나,
"거기 스톱!!"
곧 거실에 불이 들어왔다.
문쪽을 보니 진한이네 어머니가
파리채를 들고 문을 지키고 계셨다.
아마도 바깥으로 도망칠까봐
덫을 놓고 기다리신 가보다..
"아들들~~ 어디 갔다 와?"
아주머니의 말투는 평소와 같은 교양있는 말투셨지만
왠지 느낌은 평소와 많이 달랐다.
"저... 피.. 피씨방 갔다왔어요"진한이가 말했다.
진한이 녀석도 긴장을 했는지 평소완 다르게 존댓말을 쓰고 있었다.
모든 아이들의 특징일까
맞을 것 같을 땐 존댓말이 나오는 것은..
"그래? 한영아. 사실이니?"
"네? 네.. 사실이에요.."
"그래. 그럼 들어가서 쉬어라"
"네. 안녕히 주무세요"
나와 진한이는 진한이네 방으로 향했다.
"찰싹~"
"아~"
그 소리를 나는 곳을 쳐다보니
아주머니 깨서 아주머니의 파리채 스윙이
진한이의 등을 강타한 것이었다.
"아!! 왜 때려~"
"뭐? 피씨방을 갔다 와? 넌 피씨방 갔다와 피 터지고 멍 들고 오니?"
그러고 보니..
우리 꼴이 말이 아니었구나..
안 걸릴 리가 없지..
"죄송해요....."
"너네 술 먹고 싸움질 하고 다니니?"
"죄송합니다.. 앞으로 다신 안 그럴께요"
"진한이 이놈아~ 너 때문에 착한 한영이까지 다쳤잖아"라고 하시며
파리채를 휘두르 신다.
"아! 아퍼~ 그만 때려. 우리가 먼저 싸움 건 게 아니라
어떤 새끼들이 여자를 유괴 할라 그러잖아 그래서 싸운거야.."
"그래서? 여자애는 구했어?"
"당연하지.내가 누구 아들인데~ 불의를 보면 못 참잖아"
"하긴~ 니가 누구 아들인데"
진한이 아줌마의 화는 진한이의 재치에
급격히 사그라 들으셨다.
"어찌 됐든~ 한영이 얼굴 저렇게 되서 내려 가면
한영이 엄마한테 죄송해서 어떡하니"
"괘..괜찮아요"
솔직히 그 말을 듣고 보니 조금 겁도 났다.
우리 엄마라면 다친 곳을 한번 더 때릴 사람이기 때문이다.
"한영아. 어머니한테 잘 말씀드려라"
"네. 걱정하지 마시고 들어가서 주무세요"
"그래~ 그럼 씻고 자라~"
"네~주무세요"
나랑 진한이는 방에 들어갔다.
방 거울을 보니 우리 꼴이 말이 아니었다.
"야 일단 씻자"
진한이와 나는 화장실로 가서 샤워를 했다.
어렸을 때 부터 같이 자랐기 때문에
어릴 때부터 자주 같이 씼었었다.
샤워를 하는데 갑자기 진한이가 나의 아래위를 한 번 훑더니,
"오홀~ 짜식... 남자 다 됐네"
"그럼~ 엉아 이제 남자지.크크"
벗은 진한이네 몸은 예전부터 느끼지만 단단한 느낌이다.
뼈만 앙상한 나랑은 비교가 되는 몸매였다.
참난다.. 저 몸매..
나도 내려가서 몸 만들어야지.
언제나 진한이와 같이 샤워를 할 때면
어김없이 이 생각을 했지만 한번도 제대로 실행해 본 적이 없었다.
내가 진한이 몸을 부러운 듯 계속 쳐다보자
"왜? 형 몸 죽이냐?"
"그..그래.."
인정하기 싫어도 인정할 수 밖에 없는 몸매다.
"너도 운동좀 해"
"할꺼야"
"나가자"
"그래"
우린 씻고 나왔다.
씻고 나오자 진한이는
샤워 후 맥주를 마시듯
쥬스 한 잔을 나에게 건네었다.
"땡큐~"
"너.... 그 여자애 좋아하지?"
"그 여자애?"
"하늘이"
역시 나의 최고 베프 답게..
내 속을 다 꿰고 있다...
"좋.. 좋아하긴!"
"여전하네. 당황하면 버럭~ 하는 버릇"
역시.. 다 꿰고 있다.
솔직히 진한이한테 숨길 것도 없고
숨기고 싶지도 않았기 때문에
다 말해도 괜찮았다.
"솔직히.. 모르겠다.내가 좋아하는 건지 아닌건지"
"왜?"
"그냥 걔가 안 보이면 생각나고, 학원에 안 나오면 걱정되고,
다칠까봐 걱정되고, 나 보고 웃어주면 내가 더 기쁘고, 다른 사람이랑 있으면 질투나고..
이런게 좋아하는 건가?"
"이 새끼... 단단히 빠졌네"
"좋아하는 건가?"
"당연하지~"
"....그럼... 같이 있으면 웃게 되고, 가끔 생각나고,
걔가 기쁘면 나도 기쁘고, 걔가 나를 좋아해주면 좋을 것 같은 건?"
"그 것도 좋아하는 거지.왜?"
"아..아니야. 근데 하늘이는 남자친구 있어"
"괜찮아 괜찮아~ 엉아가 뒤에서 코치해주면 안 넘어 오는 여자 없어"
하긴.. 진한이는 원래 인기가 많았었다.
곱상한 외모에 활달한 성격을 가지고 있으니..
"너랑 나랑은 생긴것도 성격도 다르지"
"똑같애~ 여자들이 남자 외모 본다는 거. 다 거짓말이야
남자들이 예쁜 여자 쳐다보듯 여자들도 멋진 남자 쳐다보는 것이고
남자들이 항상 예쁜 여자들을 좋아하는 게 아니듯,
여자들도 자기를 진심으로 좋아해주는 남자한테 끌리는 거야
그러니까 진심이면 다 통해 남자든 여자든"
진심......?
근데 아직 내 진심이 뭔지 모르겠다.
"나도 내 진심을 모르겠어"
"으이구~ 우유부단한 건 여전하네"
"내 성격이 어디 가겠냐?"
"그래도 너 많이 밝아진 것 같다"
그러고 보니 예전엔
여자한테 말도 못 붙였었는데...
이젠 꽤나 자연 스러워졌다.
예전엔 나를 좋다고 하던 여자애도
나랑 몇 번 만난 후론 연락이 없었다.
너무 재미없다는 이유였다.
"그래?... 어떤 여자애 때문인가?"
"어떤 여자애?"
"있어~ 여자 이진한"
"그럼 걔도 얼짱이겠네?"
"성격이 그지 같지.크크"
"하긴.. 내 성격이 좀 그지 같지 크크
어쨌든 너무 우유부단해 하지마. 니가 진심이란 걸 깨달았을 땐
이미 버스가 지나가 버렸을 지도 모르니깐"
"이 자식~ 이럴 때만 말을 잘해요"
"내가 또 연애박사 이박사 아니냐"
"그 머리로 공부 좀 열심히 해"
"공부는 너한테 맡겨 두고 있잖아.
이 형님은 너의 연애사업을 뒤에서 물심양면 도와주지"
어쨌든 진한이의 말을 들으니
머릿 속이 한결 상쾌해진 느낌이다.
"근데 너 내일 몇 시쯤 내려갈려고?"
"한 다섯 시?"
맞다. 내일 하늘이랑 같이 내려가기로 했지
"근데.. 하늘이가 같이 내려가재"
"대구에?"
"응"
"걔도 너 좋아하는 거 아냐?"
하늘이가.... 나를?
"아.. 아니야.. 걔 남자친구 있다니까"
"어찌됐든 너를 호의적으로 보고 있는 건 확실한 거 같네.
그럼 이젠 너의 태도에 따라 달라지겠군"
"내 태도?"
"그래~ 니가 앞으로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하늘이의 마음이 너한테 올 수도 있고 너한테서 떠날 수도 있다는 거지"
"그럼.. 어떻게 하면 되는데?"
"그건... 열심히!"
".....장난하냐?=_="
"여자 마음을 잡는데는 열심히!가 제일 중요한 거야
니가 좋아하는 마음을 열심히 전하는 게 제일 중요한 거라구"
열심히..라...
"그래. 명심하마"
"얼른자자"
그렇게 서울에서 2번째 밤이 저물었다.
다음 날 11 시쯤 일어났다.
난 얼른 씻고 근처에 사는 고모네를 찾았다.
우리가 사는 곳으로 오겠다며 고모는 우리 집 옆으로 이사왔다.
요새 티비를 보면 어른이 되서 남매끼리 싸우는 것을 종종 보여주는데
우리 아빠와 고모는 누가 보면 부부로 보일 정도로 사이가 좋았다.
"오~ 한영이 왔네~ "
"예 고모~ 잘 지내셨어요?"
"그래 나야 잘 지냈지~ 너는?"
"저도요~ 준희 는요?"
준희는 나보다 한 살 어린 사촌 동생이었다.
준희는 나와 많이 닮아서
어렸을 땐 쌍둥이냐는 소리도 많이 들었었다.
"여자 친구가 생겼는지 요새 바깥으로 자주 나가네"
"그 나이 땐 다른 거죠"
나는 마치 나는 그 때를 다 지난 듯 얘기 하고 있었다.
"그래. 너는 여자친구 있고?"
"아뇨. 아직 없어요"
"그래~ 없는 게 좋은거야. 공부할 나이에 여자한테 정신팔리면 안되지"
"네"
".... 요새 부모님끼리 안 싸우지?"
우리 아빠와 엄마는 평소엔 금술이 좋다가
갑자기 어느 날 크게 한바탕을 하시곤 했다.
내가 어렸을 때는 자주 그러셨는데
내가 크면서부터 그런 모습이 거의 보이지 않으셨다.
"네. 요샌 안 그러세요"
"그래. 니가 엄마한테 잘해야 된다"
"네"
"그래 밥은 먹었니? 안 먹었으면 먹고 가라"
"고모 음식 잘 하시잖아요~ 왔으니 그 맛있는 걸 꼭 먹고 가야죠.헤헤"
"뭐라고? 한영이~ 넉살이 많이 늘었네"
"헤헤"
고모네 집에서 밥을 먹고 고모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아차...
하늘이 한테 연락하기로 했었지..
--------------------
뭐하고 있어?
--------------------
떨리는 마음으로...
전송~
--------------------
일이 있어서
지금 바깥에 나와있어
아무래도.. 오늘 같이
못 내려갈 꺼 같애...
미안........
2003/12/21 03:22pm
하늘
--------------------
--------------------
왜? 무슨 일 있어?
--------------------
--------------------
일이 좀 있어서...
미안..
너혼자내려가야겠다..
2003/12/21 03:28pm
하늘
--------------------
--------------------
그래~ 알았어
안 좋은 일인가봐...
힘내구!!아자아자!!
--------------------
이렇게 문자를 보내는 걸 보면
어제 일로 하늘이와 많이 친해진 느낌이었다.
--------------------
아니야~
어쨋든 고마워~
대구 가서 보자~
2003/12/21 03:33pm
하늘
--------------------
--------------------
그래~ 알았어~
--------------------
무슨 일이지...
힘이 없어 보이네.....
나는 고모네 집에서 3시간 정도 기달려서
고모부를 뵈었다. 고모부는 하루 자고 가라고 계속 말씀하셨지만
나는 다음 날 학원 가야 되서 내려 가봐야 한다고 말씀드리고
고모네 집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
나는 나와서 서울역으로 갔다.
시계는 7시를 가리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