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생각해보면 어떻게 그 생황에서 그런 생각들을 할 수 있을까 라는
의구심이 절로 나면서 입가에 미소는 떠나지 않는군요.
저는 시골에서 자랐는지라 소가 먹을 풀들을 말린 고구마 줄기와 마른볏짚을
섞어서 가마솥에 끓이는데 이상하게 그 냄새가 너무 좋더라구요.
그래서 할아버지가 소죽(지방방언)을 퍼낼때 냄새맡는다고 머리를 들이밀다가
뜨거운 소죽에 큰 일이 일어날뻔도 숱하게 많았지요.....
그날도 할아버지가 소죽을 끓이라고 하셨어 아궁이에 불을 지피면서 다 끓이면
고구마 구워먹어야지 하는 부푼 기대로 본연의 임무(소죽끓이기)에 충실했습니다.
따뜻한 아궁이 때문에 서서히 잠이 오더라구요..
꾸뻑~꾸뻑~
순간 잠결에 들리는 소리 "지~지~직~~"
화들짝 놀래서 깨어보니 비린내 비슷한게 나더라구요......
알고보니 꾸뻑~꾸뻑~ 졸다가 앞으로 몸이 쏠렸는데 아궁이 불이 저의 머리카락과
눈썹을 레게머리와 탈색으로 바꿨더라구요....
어떻게 해야하나~~? 어떻게 해야하나~~?
순간적 필사적으로 떠오른게 머리카락은 손으로 비벼버리고 눈썹은......
"참~! 눈썹을 싹 밀어버리면 나중에 더 찐하게 많이 난다고 했었지...."
재고해볼 겨를도 없이 바로 아버지 면도칼을 꺼내들어 싹==33 싹==33 밀어버렸죠.
솔직히 자고나면 바로 나는줄 알았답니다.....
담날 학교를 갈려고하니 걱정이 앞서는 겁니다.
도시같은곳에야 아이라인이라도 있지만 시골엔 아무것도 없었죠..
그래서 급한 마음에 생각한게 어머니가 시락국 끓여줄때 처마에 걸어놨던
문어먹물.....![]()
스쿨버스는 올 시간이 되었고 급한 마음에 새끼손가락에 문어먹물을 묻혀서 원래
붙어있던 눈썹자리에다 사뿐이 얹었지요.....(사실,내가보기에는 별로 표안났음)
다행히 스쿨버스를 타니까 아무도 몰라보더라구요....ㅋㅋㅋ![]()
학교랑 거리가 있어서 그렇게 고개를 숙이고 도착할 무렵,
애들이 갑자기 부산거리더라구요..."비온다........"
그때는 나도 내 눈썹에 먹물 바른걸 몰랐거던요...가방을 우산삼아 교실로 뛰어
갔더랬죠....첫 수업시간이 "국어" 2교시가 "미술" 이었는데 담임선생님(국어샘~)
이 일이있어 2교시랑 바꾼다더라구요....
그래서 미술수업에 열중하고 그림을 그리고 있는데......![]()
**여시샘이 내 곁에 오더만 대성통곡을 하는겁니다...제길...왜 지랄이지....![]()
순간 애들의 시선은 모두다 나를 향했고 나를 본 친구들은 자지러지는 겁니다...
그래도 학습부장인 나의 위신에 버럭성질을 냈지요....
친구들이 거울을 보라고 거울을 들고왔는데.........![]()
세상에 우산 대용으로 썻던 가방 사이로 빗방울이 떨어져서 먹물이 흘러내려서
삐에로 눈도 아니고....암튼 제가봐도 제 자신이 다른 행성에서 온 괴물인줄 알았
답니다. 삽시간에 소문이 퍼져서 쉬는 시간마다 다른반 애들이
"남자 모나리자"보러 가자면서..
일순간에 스타덤에 올랐답니다..가히 상상이나 가십니까?
그때는 부끄럽고 학교도 가기싫었지만 이제는 아련한 추억으로 남았답니다.
"겨울비"---괘씸한 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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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이글을 보고 나를 아는 친구들도 있을건데 나 결혼한다.
이제 눈썹 찐하게 많이 났단다...이제 술먹을때마다 그만 이야기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