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지 전능한 상무 감독의 절대 권력.
제 남자친구는 운동선수입니다.
운동선수들에게, 지금까지 그 운동만을 전부라 믿고 왔던 운동선수들에게 군입대 문제에 있어 최대의 희망은 국군체육부대인 상무로 입대하는 것입니다.
상무라는 곳. 모든 운동선수들이 들어 갈 수 있는 곳이 아니라는 것. 상무에 들어가기 위해 한 선수에게 테스트를 보기 위해 주어지는 기회도 단 2회. 그 종목에서도 실력있는 선수들이 어떤 기준 상의 테스트를 받아 실력을 겨루고 그 실력이 입증되면 들어 갈 수 있는 그 곳이 상무라고 알고 있습니다.
분명 그렇죠. 그렇죠?
스포츠계의 비리가 비일비재하다는 사실은. 가끔씩 터져나오는 보도를 통해서 그런 것이 있구나 라는 정도는 알고 있었습니다.
지원자격을 충분히 갖춘 선수에게 지원조차 하지 말고 감독 마음대로 내년에 와라, 후년에 와라, 너는 지원하지 말라, 너는 지원해라, 라는 자격이 있는 것입니까. 감독의 권한이면 선수들의 지원의 기회조차 휘두를 수 있는 건가요.
당연히 자격이 되는 제 남자친구는 하루라도 빨리 국방의 의무를 지고 실업팀으로 입단하기 위해 2004년 첫번째로 상무에 지원합니다.
그 당시 제 남자친구는 주니어 국가대표로 활동하고 있었을 만큼 실력을 겸비한 선수였고 그 해 상무테스트 또한 상위권에 랭크했었지만 결과는 어이없는 낙방.
왜 떨어졌는지 표면상으로는 누구도 납득하지 못하는 결과.
주위에서는 감독님의 개인적인 감정으로 남자친구가 떨어졌다고들 수군대었습니다.
너무나.. 너무나 속상하고 어이가 없었지만 결과에 승복해야 했기에.. 아니, 승복할 수 밖에 없었기에.. 아직.. 아직.. 기회는 있다라는 그거 하나만으로 또 1년을 버티고 참았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해인 2005년도. 이제 제 남자친구가 지원 할 수 있는 두번째이자 마지막 기회였습니다.
그 해 역시 여타 대회에서 남자친구의 성적은 상위에 있었고 상무 테스트 또한 좋은 성적을 기록합니다. 하지만 다시 돌아온 결과는 참담했습니다.
너무나.. 너무나.. 억울한 나머지 어머니가 상무 감독에게 물었습니다.
왜. 왜. 왜. 무슨 이유에서 떨.어.진.거.냐.고.
납득할 이유를 대 주시라고.
감독이 얘기했답니다. 앞으로의 가능성을 가진 선수들을 뽑았다..
네. 감독님 진정으로 가능성을 가진 선수들을 뽑으셨는지요. 가능성만을 보고 선수를 뽑으실 거면 상무 테스트라는 것은 왜 하는지요..
그리고 주니어대표를 지내고 갈수록 기량이 좋아지는.. 실력도 좋은 선수를 뻔히 보고 계시면서 그 가능성이라는 것은 어디에다 중점을 두신 건지요.
그렇게 허망하게 감독님이 남자친구에게 개인적인 감정이 있다는 수군거림을 뒤로한 채 남자친구에게 주어진 2번의 기회가 모두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상무라는 곳의 꿈은 지나갔고 금년, 자신을 믿고 계약한 팀에 도움이 되고자 이를 악물고 운동만큼은 정말 열심히 해 더욱이 올해는 기량도 부쩍 늘고 운동 자체에도 진정으로 흥미를 느껴 했습니다.
그렇게 운동 선수들에게 가장 중요한 대회인 전국체전을 준비하던 9월, 열심히 운동하던 어느 날 상무 감독이 남자친구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이번년도부터 한 선수에게 2번까지만 기회가 주어지던 상무 규정이 바뀌어 지원할 수 있으니 지원해라. 요새 운동하는 것을 보니 기량도 많이 늘고 실력도 좋으니 널 데려가고 싶다. 너는 앞으로 내 새끼니까 그냥 무조건 나만 믿어라. 이번에는 무조건 상무에 데리고 가겠다. 너도 알다시피 상무에 선수가 들어오는 것은 절대적으로 감독인 나의 권한이며, 내가 오케이하면 무조건 들어올 수 있으니 너는 내가 시키는 대로만 하면 된다.]
그 후, 전국체전 직전에 상무 감독은 남자친구에게 대신 전국체전에서 상무팀에 소속되어 있는 선수들과 모 실업팀 소속의 선수들에게 고의로 <포인트를 내주고 공격하지 말라>는 지시를 합니다. 어짜피 체전에서의 성적은 상무에 입대하는데에 전혀 반영 되지도 않으며 중요하지도 않고, 결정권자는 상무 감독 자신이니 절대 안심하고 나만 믿고 있으면 된다라는 사실을 재차 확인시켰습니다.
자신을 믿고 등용 시켜준 팀 감독님과 자신 한 사람 때문에 메달을 획득하지 못하는 팀 동료들을 보며 어느 누구에게도 상무 감독과의 내용을 얘기 할 수도 없이 선수로서의 도덕과 팀 감독님 및 팀 동료들을 향한 죄책감. 그러나 다시는 돌이킬 수 없는 자신의 인생이 걸려 있는 기회.
그 사이에서 남몰래 눈물 흘리며 결국 상무 감독의 말을 따를 수 밖에 없었던 자신에게 얼마나 실망스러웠을지..
이렇게 밖에 운동을 할 수 밖에 없는 자신이 얼마나 싫었을까요..
하지만. 정말로. 이.거. 아.니.면. 다른 길은 자신이 없었기에..
자신의 양심과 승부를 바꿨습니다..
그렇게 체전이 끝나고 10월 27일에 있던 상무 테스트에서 3위로 통과했고,
일반 군대 영장이 11월 23일자로 발부되어있는 상황이었지만 상무 입대를 당연시 여겼기에 28일자로 입대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10월 31일. 상무 테스트 후 상무 감독이 같이 점심식사하자는 명목 하에 남자친구를 따로 불렀습니다. 상무 감독은 상무 입대 테스트 때에 선별관들에게 접대비가 필요하다며 준비하라 했습니다.
11월 20일 밤(정식 영장이 발부되어 있는 3일 전날 밤), 상무 결과의 윤곽이 드러났다는 사실을 알고 남자친구는 상무 감독에게 사실 확인차 전화를 했습니다.
그리고, 감독으로부터 상무 테스트에서 떨어졌다고. 당신은 아침부터 결과를 알고 있었지만 차마 미안한 마음에 전화를 해 줄 수 없었노라고..
감독에게 그런 이용을 당했다고 하더라도 제 남자친구가 상무에 들어가기 위한 테스트인 상무테스트에서 못했더라면 이렇게 까지 억울하지도 않을 것 같습니다. 이번 발표난 선수들 T/O안에 들어가는 순위로 테스트를 마쳤음에도 불구하고 왜 입대를 못하는 것인지. 이번에도 그 가능성인가요.
상무에의 미련은 이미 접어버린 남자친구에게 굳이 스스로 연락까지 하시면서 꼭 붙여주겠노라, 꼭 데려가겠노라, 가능성도 실력도 충분히 있노라..하셨습니까. 왜 기만하셨습니까.
저희가 생각하기엔 처음부터 지키려고 하지도 않았던 것 같습니다.
이러한 말도 안되는 권한 남용을 제 남자친구에게만 했을지. 아주 심히 의심이 갑니다. 이렇게 당한 선수가 어떻게 이런 내용을 함부로 말하겠습니까.
상무감독이라는 위치. 그 위치는 도대체 무슨 자리입니까. 정말로 상무에 입대하는 것은 감독의 말대로. 감독의 절대적인 권한입니까..
그렇다면 감독님 말씀 보란 듯이 훌륭하게 입증해 주셨네요.
그 지위, 대단하십니다. 여러 사람 인생 뒤흔들어 놓으시네요.
선수 선용에 있어서 역시 권한이 있는 것은 알고 있지만, 그곳은 상무아닙니까. 감독으로서의 의무는 없고 권리만.. 남용, 악용해도 되는 것인지.
군대 가기 전날 남자친구가 그 상무감독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너무 너무 억울한 마음에.. 도대체 떨어진 이유가 무엇인지나 알고자..
테스트의 결과도 좋았고, 감독이 시키는 대로도 다 했고, 또한 가만히 인생 설계하고 있는 제게 왜 상무를 먼저 제안하시면서.. 확실하다며 부추겨 놓고.. 도대체 무슨 연유로 상무에 떨어졌는지..
<니가 팔을 떨었어. 그래서 한번 더 해보라고 한거야.> 라고 하시더군요. 하지만 두 번 모두 성적이 좋았던 것. 어떻게 설명하실 겁니까.
감독은.. 미안하다..자신의 잘못을 인정한다 라고 하더군요
그렇게 자신의 마음을 추스릴 겨를도 없이. 어안벙벙하게.. 11월 23일날 일반군대로 입대하였습니다.
입대하기 전날 이제서야 이 운동의 매력을 깊이 느끼고 진정으로 운동을 즐기고 있었는데.. 이번년도 처럼 운동이 이렇게 즐겁게 된 적이 없었는데..
운동하는 즐거움이 이런거구나 뼛속까지 느껴지려고 하는데 일반군대에 가는 것이 너무 아쉽다.. 라고 하더군요..
그 감독님.. 감독님.. 지도자 맞으신지요.. 우리보다 몇십년 먼저 살아보신 진정한 인생 선배님 맞으신지요.. 한사람의.. 한사람의 인생이 걸린 문제입니다. 감독님 또한 열심히 운동하셔서 그 자리에 오르셨나요.. 정말 깨끗하게.. 정정당당하게 그 자리에 오르고 또 지키고 계신지 몹시 궁금합니다.
혹시 너무나 아까운. 건실하고 훌륭한 선수들의 인생과 맞바꿔치며 그 자리 지키고 계신건 아니신지요..
어디선가 또 다른 꿈많고 능력있는 선수들을 당신이 가지신 그 권한으로 우롱하고 계시지는 않으실는지.
감독님. 제발 부탁드립니다. 그 소중하고 존귀한 그 권한.. 제발 선수들의 미래를 위해 써 주십시오. 제 남자친구가. 끝까지 감독님께 예의를 지키고 들어간 제 남자친구가 감독님과의 통화 맨 마지막에 한 말이 자꾸 귓가에 어른거립니다. [제가 감독님께 이렇게 전화를 드린 이유는, 제 2의, 제 3의 또 다른 제가 다시는 나타나지 않기를 바래서 입니다… 감독님 건강하세요.]
입대 전날, 머리를 자르면서 남몰래 눈물 흘리던 남자친구의 모습이..
한마디 위로의 말도 못 건네고 그런 모습을 모르척 할 수 밖에 없었던 제 자신이..
잊혀지지가 않습니다. 평생 지워지지 않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