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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 싫어질때

가난녀 |2006.11.29 15:33
조회 1,137 |추천 1

우리집은 가난합니다.

욕심도 없고 하는일마다 금방 포기하곤 했던 아버지는 지금 환갑의 나이에 찜질방에서 땀을 뻘뻘흘리며 불가마를 관리하는 일을 하십니다. 일주일에 한번 집에 오실때면 몸 여기저기에 불가마에 데인 상처가 눈에 띄곤 합니다. 어머니 역시 적지 않은 나이에 나이드신분들 뒷수발을 하며 밤에 잠도 잘 못자는 간병인 일을 하십니다. 남동생은 군대에 다녀와 늦은 공부를 시작하여 대학에 다니고 있습니다. 저는 작은 회사에서 월급쟁이로 지내고 있습니다.

우리집은 가난합니다.

어릴때부터 아버지의 술과 폭력에 찌들린 우리집은 부자가 될수없는 운명이었나 봅니다. 항상 노동에 시달리던 어머니는 몇번이나 집을 나갈 생각을 하셨다가도 어린 자식때문에 참고 지금까지 살아오셨습니다.

어린 저는 우리집은 왜 가난할까...라는 생각보다는 술만 먹으면 폭력을 휘두르던 아버지를 원망하며 아버지가 빨리 죽게 시간이 제발 빨리가서 얼른 어른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곤 했습니다.

저희집은 여름엔 덥고 겨울엔 춥고 물도 잘 안나오는 월세방에서 살고 있습니다. 저희 아버지는 집안의 장손으로 제일 큰 어른입니다. 종종있는 제사때는 그 좁은 집에 친척들이 몰려 오십니다. 친척들은 대부분이 부자입니다. 저희집처럼 월세방에서 사는 사람은 없습니다. 다들 집한채정도는 가지고 있습니다. 아버지는 제사때만 되면 그 좋아하는 술을 드시며 큰소리를 치십니다. 하지만 친척들은 대부분 아버지를 무시하는 눈치입니다. 그래서 저는 제사때는 집에 들어가지 않습니다. 그냥 어머니께 돈을 드리는 편입니다. 솔직히 창피해서 집에 들어가기가 싫습니다. 동생은 이런저를 나무라며 자기밖에 모르는 이기적인 여자라고 욕합니다.

동생은 남들이 보기엔 허우대 멀쩡하고 착하고 성실한 청년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내가 볼때 동생은 집에선 예전의 아버지를 떠오르게 할정도로 독단적이고 목소리만 크고 말뿐인 녀석입니다. 고추달고 태어난 사내자식이라는게 대수라도 되는냥 큰소리만 빵빵쳐대고 엄마를 구박하는 한심한 인간일 뿐이죠. 이해심과 너그러움과 현명한 구석이 없는 그런 아버지와 똑같은 인간으로 보일뿐입니다. 어머니가 힘들게 번 돈으로 대학을 다니는 인간이 어머니 돈을 여자친구와의 데이트 비용으로 써대며 어머니를 구박하며 어머니를 생각해주는척하며 어머니께 소리나 지르는 그런 나쁜놈으로 보일뿐입니다.

그런놈이 저더러 이기적이고 잘난척하는 여자라고 하며 엄마한테 하는식으로 제게도 하려고 하는걸보면 구역질이 나올것 같습니다.

사실 제게는 오빠도 한명 있습니다. 그 오빠라는 인간은 여기저기 빚을 지고 지금은 가출한채 빚독촉장과 함께 간혹 집으로 형사가 찾아옵니다. 저는 지금도 집문을 두드리는 소리만 들어도 가슴이 덜컹거립니다.

어머니는 불쌍한 여자입니다. 한평생을 술타령에 젖어 사는 능력없는 남편과 고마워 할줄도 모르는 어리석은 자식들에게 무시당하고 사는 불쌍한 여자입니다. 그러면서 팔이 부서져라 허리가 휘어져라 일을 합니다. 오로지 자식들을 위해서죠.

 

저는 우리 가족이 싫습니다. 왜 이런집에 태어났나 누군가를 원망하곤 합니다.

저는 굉장히 이기적이지만 굉장히 소심하고 대범하지 못합니다. 아버지와 어머니가 너무 불쌍하다고 생각하지만 내심 원망도 많이 합니다. 그래서 집에 보태 쓰시라고 월급을 타면 어머니께 돈을 드리지만 어머니는 그 돈을 전부 동생에게 줍니다. 그럴때마다 화가 나지만 어쩔수 없는 거니까요. 어떻게 드려도 엄마는 전부 동생에게 돈을 줄것입니다.

 

얼마전에 제 방에 곰팡이가 생겨서 옷이며 이불에 곰팡내가 베어 도져히 생활을 할 수 없어서 방안을 다 들어내고 벽지를 벗겨내고하는 대공사를 했습니다. 말이 대공사지 저혼자 하느라 허리가 휘어지는 즐 알았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기적인 여자라 동생이 누워서 텔레비젼을 보고 있어도 도와달라고 하지 않았습니다. 어치피 싫은소리 하며 생색낼것이 뻔한 놈이기 때문에 도와달라고 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한참을 무거운 쓰레기 봉지와 씨름하고 있는데 동생이 다가와서 한마디 합니다. "내물건 버린건 없지?"

내심 도와줄것을 기대하고 있던 저는 기가찼지만 싸우고 싶지 않아서 고개만 내저었습니다. 그리고 결심했죠. 이집을 나가자구요. 아니, 나가야 한다구요. 가족에게 기대할것은 아무것도 없다는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나 또한  가족에게 그 어떠한 기대도 주지 말자구요. 가족따위 생각하지 말고 나만 잘살자고 결심했습니다.

 

저는 초등학교 1학년때 독신을 결심했습니다. 아버지를 보고 세상의 모든 남자들이 처음엔 선했다가도 아버지처럼 변할것이 두려워 그 어떤 남자하고도 같이 살지 않으리라 결심했습니다. 그리고 동생과 오빠같은 자식들이 태어날까 두려워 자식또한 낳지 않으리라 그렇게 독하게 독신을 결심했습니다. 지금도 그 생각은 확고부동합니다.

지금 제가 여기 와서 왜 이런글을 주절거리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요즘 가족들이 너무 원망스럽고 그런 제가 한심해서  마음이 답답해서 들어줄곳이 필요했나 봅니다. 세상엔 저보다 더 힘들고 어렵게 사는 사람들도 많겠죠. 그래도 행복하게 사는 사람들도 많겠죠. 하지만 저는 행복이 무엇인지 모르고 사는 사람처럼 요즘은 가족들과 함께 있는것이 너무 괴롭습니다. 어서어서 돈을 모아 이집을 벗어나고픈 생각뿐입니다. 하지만 내가 집을 나가버리면 동생이 늙은 부모님을 폐물취급하고 길에다 내버리진 않을까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요즘 계속 마음이 약해지려고 하는것이 날씨가 추워져서 그런가봅니다. 다시 마음을 가다듬고 열심히 살아야겠죠.

두서없는 주절거림을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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