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Mother Land
연구소 건물들을 덮친 불덩이는 순식간에 연구소 전체를 뒤덮었고 뒤쪽으로 이어진 야산의 수목들로 번져나갔다. 거대한 화염의 열기가 수백 미터 상공에 부유해 있는 나에게까지도 전달되어져 왔다.
보통 사람의 청력으로도 감지할 수 있을 만큼 가까운 곳에서 소방차의 싸이렌 소리가 들려왔다. 둘이 보다가 셋이 죽어도 모르는 게 불구경이라고 했는데 훼방꾼들 때문에 이 멋진 장관을 포기해야하다니. 주변을 둘러봤다. 어디가 어딘지 알 수가 있어야지, 딘장! 어쨌든 나는 내가 진행해가고자 하는 방향으로 서서히 몸을 기울였고 내 몸은 나의 의도대로 밤하늘을 가르며 앞으로 쭉 뻗어나갔다.
스피드 광인 나는 스즈끼의 GSX-1300, 일명 하야부사라는 녀석을 소유하고 있었다. 간혹 필이 꽂히면 녀석과 함께 중부고속도로를 질주하곤 했었다. 나에 의해 처음부터 잘 길들여진 녀석은 쭉 뻗은 직선로에서는 자신의 한계속도인 320km/h까지 지져주곤 했었다.
샌프란시스코 상공을 가로지르고 있는 지금의 스피드는 어느 정도일까? 맞부딪혀 오는 바람의 세기로 미루어 짐작컨대 이 정도라면 적어도 하야부사의 최고시속에 육박하지 않을까? 십 년 묵은 체증이 확 뚫린 것 같은 상쾌함이 내 온 몸을 적셨다. 이게 꿈이라면 제발 깨어나지 않기를…….
헌데 여기서부터 우리 나라까지 거리가 얼마나 될까? 수 천키로? 수 만키로? 도무지 감을 잡을 수가 있나, 쥐미……. 미국 어느 주인지는 몰라도 여객기로 한 20시간 정도 걸린다고 들은 기억이 있는데 여객기의 평균시속은 얼마나 되는 거지? 지금 이 정도쯤 되나? 컹. 정말 대책이 없군. 내가 지금 가고 있는 방향이 동쪽인지 서쪽인지도 모르니 무작정 이렇게 비행을 할 수도 없고…….
결국 난 비행을 포기해야겠다는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밑을 내려다보니 화려한 불빛이 일렁거렸다. 어쩌면 저 곳에서 내가 필요로 하는 정보들을 얻어낼 수 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지금 어디쯤 있으며 대한민국으로 가려면 어느 방향으로 얼만큼을 가야하는지에 대한 자료를…….
도시 상공에 우뚝 멈춰선 나는 내가 공간이동을 할 지점을 확인한 후 지긋이 두 눈을 감았다. 곧 내 몸은 먼지보다 미세한 입자들로 분해되었고 미리 눈 여겨 봐두었던 도시의 음침한 골목으로 이동한 후 다시 재결합되었다.
골목을 벗어나기 위해 걸음을 내딛으려던 난 뭔가 물컹거리는 느낌에 소스라치게 놀랐다. 발 밑을 내려다보니 50대 정도로 보이는 걸인 하나가 술병을 든 손을 입 앞에 멈춘 채 휘둥그런 눈으로 날 올려다보고 있었다. 그의 허벅지 부위를 짓누르고 있던 발을 거둬들이며 난 허리를 숙였다.
「죄, 죄송……. 아, 아니. 아이 엠 쏘립니다」
헐. 너무 당황해서 나도 모르게 튀어나온 말이었다. 그래도 지방대지만 4년제 국립대학에 다니는 놈이‘아이 엠 쏘립니다’가 모꼬, 지미. 너무했다. 에혀…….
하지만 나의 사과에도 불구하고 그는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단지 입을 반쯤 벌린 채 가뜩이나 커다란 두 눈을 더 크게 모아 뜨고는 뚫어져라 나를 올려다보고 있었을 뿐이었다. 나를 무슨 외계인쯤으로 치부하고 있는 듯 해 보였다. 하긴 그의 바로 코앞에서, 그것도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알몸으로 갑자기 모습을 드러냈으니 그렇게 생각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지. 급기야 걸인은 들고 있던 술병까지 놓쳐버리고 말았다. 그리곤 잘 돌아가지 않으려 하는 혓바닥을 애써 굴리며 말했다.
「I know ya…… friend. You are a…… Terminator……」
AFKN 뉴스 앵커들의 분명한 발음도 거의 알아듣지 못할 정도의 히어링 수준인 내가 만취된 주정꾼의 말을 똑똑히 알아듣다니 이게 어찌된 일이지? 초능력을 얻으면 외국어 자동 통역능력 같은 것도 부수적으로 생기는 건가? 그는 나를 80년대 영화 속에서‘아놀드 슈왈츠제네거’가 열연했던 터미네이터 쯤으로 여기고 있는 듯했다. 난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으며 고개를 가로 저었다.
「No. I'm just walking now」
그는 도저히 믿기지가 않는다는 듯 고개를 세차게 흔들어댔다. 벌써 취했을 리가 없는데 드디어 죽을 때가 됐나 하는 표정이었다. 새 술을 사라고 몇 푼 손에 쥐어주고 싶었지만 가진 돈이 없다는 사실이 조금 아쉬웠다. 그의 경이에 가득 찬 시선을 등뒤로 한 채 몇 걸음을 내딛던 즈음, 그가 큰 소리로 날 불러 세웠다.
「Hey, friend! Don't take my clothes?」
비틀비틀 벽을 더듬으며 일어선 그는 코트를 벗어 내게 던진 후, 허둥지둥 허리띠를 풀기 시작했다. 대로로 나서려면 옷이 필요하긴 했지만 그에겐 유일한 재산일 옷가지를 구걸할 수는 없었다. 바지를 추켜 내리려는 그의 손을 저지하며 그의 어깨에 코트를 둘러주었다.
「I will take just your kindness, friend」
도로로 이어진 골목 끝 벽에 몸을 바짝 붙인 나는 건너편 건물의 상점들을 훑어 봤다. 마침 스포츠 웨어를 파는 상점이 눈에 띄었다. 늦은 시간이라 상점 안의 불은 꺼져 있었다.
난 두 눈을 감고 상점 내부를 머리 속에 그렸다. 잠시 후 눈을 떴을 때 나는 스포츠 의류들로 가득한 그 상점 안으로 이동해 있었다. 불빛이라고는 맞은 편 건물에서 뿜어져 나오는 흐릿한 네온사인이 전부였지만 난 대낮처럼 상점 내부를 살펴 볼 수 있었다. 속옷서부터 양말, 심지어는 선글라스, 운동화까지 내게 필요한 것들이 모두 진열되어 있었다. 우선 속옷부터 챙겨 입은 나는 통이 넓은 힙합 스타일로 아래위를 빼 입었다. 그리곤 25년―실제로는 20여일 정도였지만 유리 캡슐 안에서의 20여 일 동안 난 세상에서의 25년을 성장한 정도로 성숙되었다―동안 한번도 자르지 않아 너저분하고 긴 머리를 단정하게 만들기 위해 헤어 밴드로 꽁지 머리를 만들었다.
이제 필요한 의복은 다 갖춘 셈이었다. 그 외에 필요한 게 또 뭐가 있을까? 아 참. 약간이나마 돈이 있어야겠구나. 카운터 안 쪽에 라면 상자 만한 철제 금고가 눈에 띠었다. 금고를 세운 후 손바닥으로 내려치자 금고에 손바닥 모양의 구멍이 뚫렸다. 그 안으로 손을 넣고는 집히는 대로 한 웅큼의 달러를 끄집어냈다. 모두 10달라 짜리로 30장은 족히 돼 보였다. 300달라면 우리 돈으로 한 40만원쯤 되나? 그 정도면 충분하다 싶어 바지 주머니에 쑤셔 넣었다. 그리곤 걸인이 있던 골목으로 공간이동을 했다.
걸인은 술이 잔뜩 취한 채 아무렇게나 쓰러져 잠들어 있었다. 나는 바지 주머니에서 돈 뭉치를 꺼내 그의 친절에 비해서는 턱없이 모자란 100달라를 그의 외투 주머니에 집어넣은 후 대로로 나섰다. 일단 도로 양쪽에 길게 늘어선 건물들의 네온사인을 훑어보았다. 길 건너편 건물에 'Icarus'라는 간판이 눈에 띄었다. 그 밑에 붉은 색 고딕체로‘Internet Cafe’라고 적혀 있었다. 인터넷을 뒤져보면 무언가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양쪽 끝으로 차량들이 주차되어 있는 왕복 4차로 도로를 횡단해 그 쪽으로 향했다. 거리 곳곳에는 싸구려 화장품으로 얼굴을 변장(?)한 초미니 스커트 차림의 여인들이 온갖 교태 섞인 포즈로 행인들을 유혹하고 있었다. 자꾸만 그쪽으로 돌아가려고 하는 고개를 거의 초인적인 힘으로 고정시킨 채 애써 무덤덤한 표정을 지으며 그곳을 지나쳐 가려는데 골목에서 툭 튀어나온 한 여인이 내 앞을 가로막고 섰다. 도발적인 두 눈을 치켜 뜬 채 서서히 다가오던 그녀는 뱀 같은 두 팔로 내 목을 휘감았다. 그리곤 내 신체 중심부위에 자신의 중심부위를 밀착시킨 채 서서히 허리를 비틀어댔다.
「Only 50dollars, you can get to heaven」
허걱……. 이런 횡재가 있나? 내가 어제 무슨 꿈을 꿨었는지를 회상하는 동안 어느새 내 목 뒤를 두르고 있던 그녀의 두 팔이 아래쪽으로 미끄러져 내려가다가 나의 은밀한 그곳에서 멎어 섰다. 흐미, 좋은 거…….
그녀의 정성스런 맛사지는 의지와는 상관없이 내 분신(?)을, 뻣뻣하게 머리를 치켜세운 코브라로 만들었다.
「Oh……. So great weapon……」
뭍으로 튀어 올라 펄떡이는 물고기를 발견한 고양이 마냥 두 눈을 번뜩이던 그녀가 탄식처럼 내뱉은 말이었다. 내 상징이 좀 비정상 적으로 크긴 크지. 어쩔 땐 외출하는 게 두려울 정도니까……. ^^;;
25년 동안 참아왔던 욕정(유리관에서의 20일 동안 난 25년을 성장했다니까! ㅡㅡ;; )이 금방이라도 쏟아져 나올 것만 같았다. 하지만 티 하나 없는 엣 된 그녀의 얼굴에서 나는 이제 겨우 열 대여섯이나 됐을 그녀의 나이를 읽고 말았다. 그 순간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치밀어 오르던 성욕은 간 데 없이 사라져버렸다.
난 그녀의 가냘픈 두 어깨를 움켜쥔 채 살며시 떨궈냈다. 구체적으로 무슨 내용인지는 모르지만 그녀는 본능적으로 내 변심을 눈치챈 듯 경직된 표정으로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 거리 전체를 진동시킬 듯한 기세의 강렬한 화장품 향. 유방이 드러날 듯 아슬아슬한 쟈켓라인. 금방이라도 터져 나갈 듯 몸에 꽉 끼는 초미니 스커트.
안타까운 내 시선이 그녀의 온몸을 훑었다. 욕정이 담겨 있지 않는 내 시선이 부담스러운지 그녀는 얼굴을 붉혔다. 도발적인 행동을 서슴치 않던 방금 전과는 완전히 다른 사람 같이 느껴졌다. 그런 그녀의 모습은 영락없는 순진한 소녀의 그것과도 같았다.
난 느릿한 동작으로 주머니에 있던 달라뭉치를 꺼내 두 장만 남겨 놓고 모두 그녀의 손에 쥐어줬다. 난 아까와 같은 방법으로 필요할 때면 언제든지 돈을 구할 수 있을 테니까.
「I don't preach to you. It's not a pay. It's just a ticket to your home」
말귀는 무진장 어둡고 꼴에 자존심은 누구보다 강한 여느 창녀였다면 아마 그 돈을 땅바닥에 내팽겨쳐 버렸을 것이다. 그랬다면 나의 알량한 동정심도 그녀의 구둣발에 짓이겨지고 말았겠지. 하지만 다행히도 그녀는 타인의 따뜻한 마음을 읽을 줄 아는 현명한 소녀였다. 화장품 냄새가 아직은 역겹게 느껴지는 그런 여린 소녀였다.
내가 그녀의 곁을 스쳐지나갈 때까지도 그녀는 아무런 움직임도 보이지 않았다. 그저 둔기로 뒤통수를 얻어맞은 것처럼 우두커니 서있을 뿐이었다. 앞을 보고 걷고 있었지만 나는 그녀의 뺨 위로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고, 나를 향해 무척 빠른 속도로 돌아서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I wanna come back home……. But…… But she…… I called mom…… threw away me……」
그 말을 듣는 순간 내 머릿속엔 한 편의 영화와도 같은 장면들이 스쳐지나갔다. 예닐곱 살쯤 되어 보이는 소녀가 멀어져 가는 여인을 향해 절규하고 있었는데 한 중년의 여인이 두 팔로 그녀를 끌어안고는 놓아주질 않고 있었다. 멀어져 가고 있는 여인은 소녀의 어머니로 여겨졌고 그녀를 끌어안은 중년의 여인은 할머니로 여겨졌다.
일찍 부친을 여읜 소녀의 모친은 문제아로 자라났다. 대부분의 문제아들이 그러하듯 그녀 또한 성에 대한 사전지식 없이 누구의 씨인지도 모를 아이를 임신하게 됐다. 그게 열일곱 살 때의 일이었다.
파출부로 꼭두새벽에 나가 저녁 늦게서야 귀가했던 할머니가 이 사실을 안 건 뱃속의 소녀가 4개월이 되던 즈음이었다. 그 땐 이미 너무 늦어 낙태수술도 할 수 없었다. 그렇게 소녀는 태어났다. 다른 사람들의 축복은커녕 심지어는 자신을 나아준 친모의 저주 속에 그렇게 탄생한 것이었다.
하긴 세상 그 어느 여인이 단순히 섹스 그 자체가 좋아서 창녀가 되길 자처하겠는가마는 마음 한쪽 구석이 아려 오는 것만은 어쩔 수가 없었다. 걸음을 멈춘 혼은 소녀 쪽으로 몸을 돌렸다. 그 때였다. 영화에서 늘 상 봐왔던 것처럼 치렁치렁한 힙합 스타일의 캐쥬얼 차림을 한 흑인 두 놈이 골목에서 모습을 드러낸 것은. 그리고는 다짜고짜 소녀의 뺨을 후려친 후 머리채를 움켜쥔 채 골목 안으로 개처럼 그녀를 끌고 들어가려 하고 있었다.
어느새 난 나도 모르게 그녀의 곁으로 공간이동을 해 왔다. 내 육신이 재결합됨과 동시에 내 왼쪽 주먹이 그녀의 머리채를 감아쥐고 있던 흑인 녀석의 안면에 쑤셔 박혔고 허공에서 큰 포물선을 그린 녀석은 벽에 뒤통수를 짓이기며 땅바닥에 패대기쳐졌다.
갑작스런 나의 출현에 깜짝 놀란 다른 녀석은 멍하니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다가, 공중으로 솟아올라 밤하늘을 한 바퀴 휘감은 내 몸에서 출수된 돌려차기에 비명조차 질러보지 못한 채 나가 떨어졌다. 이 광경을 지켜보고 있던 밤의 여인들의 비명 소리가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하지만 그것은 자신들을 착취해 온 갱들을 무참히 응징해 버린 나에 대한 환호로 이어져가고 있었다. 그들 중 한 여인이 소리쳤다.
「Hurry up! His family will get here!」
초능력을 빌리지 않고도 저깟 덩지만 커다랗고 느려터진 깜둥이 열 놈쯤은 단방에 보내버릴 수 있는 나였지만 내 나라도 아닌 이역만리 타국 땅에서 큰 소란을 일으키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길바닥에 쓰러져 있는 소녀를 일으켜 세워 흐트러진 머리칼을 매만져주었다. 왼쪽 입술 끝에서 피가 흐르고 있었다. 한 손으로 피를 닦아낸 후 물었다.
「Your name……?」
「Gloria……. No. I'm Tara……. Tara williams」
글로리아는 여기서 붙여진 이름인 것 같았다. 자신도 모르게 그 이름이 튀어나왔지만 적어도 나에게만은 그렇게 불리기 싫었던 모양이었다.
「You can escape from this fucking situation. If you want……. What do you think?」
「I want it. Please help……」
도대체 내가 그녀를 위해서 뭘 어떻게 해줄 수 있을까? 아무리 내게 엄청난 능력이 생겼다고는 하지만 3, 40년쯤 전으로 되돌아가 그녀의 할아버지를 되살려 놓을 수는 없지 않은가, 쥐미럴……. 하지만 어쨌거나 중요한 건 그녀를 저 빌어먹을 갱 놈들 손에 맡겨둘 수는 없다는 것이었다. 놈들이 홧김에 그녀에게 어떤 짓을 할런지 모르니까……. 일단 이곳을 벗어나는 게 급선무였다. 난 그녀의 손을 움켜쥐고 인도 위를 내달리기 시작했다.
대로와 이어진 골목 안쪽은 대부분 사창굴이거나 나이트 클럽 같은 유흥업소들이었다. 대 여섯 번째 골목을 지나갈 때 등뒤에서 협박적인 어투의 외침이 들려왔다. 그리고 우리가 달려가고 있던 앞쪽에서도 서 너 명의 흑인들이 튀어 나와 우리를 발견하고는 뭐라고 소리쳤다. 그 순간 그녀는 경기라도 들린 사람처럼 몸부림을 쳤다. 그들에게 얼마나 당해왔었는지를 파악할 수 있었다. 난 그녀를 골목 안 쪽으로 이끌었다. 하지만 그곳이 막힌 골목이라는 걸 아는 그녀는 도살장에 끌려 들어가는 마소처럼 걸음을 옮기려 하질 않았다.
「날 믿어, 타라!」
난 영어로 그렇게 속삭였고 공포에 질린 눈으로 올려다보던 그녀는 어차피 방법이 없다고 생각했는지 순순히 날 따라왔다. 골목 양쪽엔 지하로 내려가는 입구가 두 개씩 포진해 있었다. 그리고 골목 끝은 높다란 시멘트 벽에 가로막혀 있었다. 골목 양쪽에서 10여 명 쯤의 발자국 소리와 고함이 요란스럽게 들려왔다.
한때 최면에도 관심을 두어 몇 권의 관련 서적을 독파한 적이 있었지만 실제로 최면을 시술해 본 적은 없었다. 혹 그런 경험이 있었을 지라도 지금처럼 긴장감이 팽팽한 시점에 순간최면을 건다는 건 내가 가진 지식 안에서는 절대로 불가능한 일이었다. 난 손바닥으로 약한 기를 끌어 모은 채 그녀의 두 눈을 가렸다. 깊은 잠에 빠져드는 그녀를 상상하며. 과연 그게 성공할지는 의문이었지만 그녀는 기대한 대로 곧 몸을 축 늘어뜨려 주었다. 난 두 손으로 그녀를 꼭 끌어안은 채, 서서히 공중으로 솟아오르기 시작했다. 잠에 빠진 타라의 몸은 아직도 가늘게 떨고 있었다.
지표로부터 약 200여 미터 상공까지 날아 올랐을 즈음 검둥이 건달 놈들이 골목 안으로 들이닥쳤다. 무식한 검둥이 놈들은 아마도 날 죽여 버릴 작정이었던 것 같았다. 손에 권총을 든 녀석도 있었고 머쉰 건을 든 녀석도 있었으니까.
성난 눈으로 주위를 두리번거리던 녀석들은 두어 놈씩 짝을 지어 클럽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하긴 자신들의 머리 위, 수 백 미터 상공 위에서 자신들을 내려보고 있는 우릴 상상조차 할 수 없었을 테지. 다시는 다른 사람들에게 총질을 할 수 없도록 손목을 요절내주고 싶은 마음을 억누르며 난 주위를 둘러봤다. 한 20km 정도 떨어진 곳에 무진장 커 보이는 붉은 색 다리가 두 육지를 잇고 있었다. 좀 더 확대시켜 보니 아주 눈에 익은 것이 영화 같은 데서 자주 봤었던 바로 그 다리였다. 금문교(Golden gate bridge)라는 이름을 가진…….
자주 봐왔으면서도 금문교가 샌프란시스코에 있었는지는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대한민국 외의 다른 국가의 지리에는 너무 무관심했었다는 사실을 통감하며 다시 대학으로 돌아가게 되면 세계 지리에도 조금쯤 관심을 가져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고개를 오른 쪽으로 돌려 주변 광경을 클로즈업했다. 약 5키로 정도 떨어진 곳에 높게 솟은 건물 하나가 환하게 불을 밝히고 있었다. 주변이 온통 바다뿐이라 처음엔 등대 같은 역할을 하는 건물이 아닐까 추측했다.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니 건물 주변으로 넓은 광장 같은 곳에 많은 여객기들이 착륙해 있었고 상공엔 몇 대의 여객기가 착륙을 시도하기 위해 선회하고 있었다. 공항이 틀림없었다.
이곳이 샌프란시스코인 것은 정말로 내게는 큰 행운이었다. 만약 이것도 저것도 불가능하다면 여권을 위조해 여객기 편을 이용할 수도 있고, 또 운 좋게 대한민국으로 출항하는 무역선박에 몰래 탑승해 밀항을 할 수도 있을 테니까.
일단 난 금문교를 향해 비행을 시도했다. 뭐 굳이 금문교를 가까이서 보고 싶다는 생각은 아니었고 그 쪽으로 향하는 군데군데에서 도시의 불빛들이 뿜어져 올라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계속된 에너지 방출로 허기진 배를 채우고 또 인터넷을 사용하려면 주택가보다는 환락가가 더 나을 테니까.
한 5분쯤 비행을 했을까? 그리 멀지 않은 곳에 금문교가 위치해 있는 지점에 내가 찾던 그런 곳이 내려다 보였다. 난 비교적 인적이 드문 골목을 찾아 서서히 하강했다.
「이제 눈을 떠도 돼, 타라……」
난 영어로 그렇게 말했고 그것은 일종의 암시로 작용해 녀석의 눈꺼풀을 열리게 만들었다. 조금쯤은 몽롱한 눈으로 주변을 둘러보던 녀석이 화들짝 놀라며 소리쳤다.
「제가 잠들어 있었어요?」
난 대답 대신 가만히 고개만 끄덕였다. 녀석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는 듯 머리를 좌우로 흔들어 댔다. 그토록 급박한 순간에 어떻게 그렇게 단잠에 빠져 들 수 있었는지 도대체가 알 수가 없다는 얼굴이었다. 녀석이 그 이유를 묻기 전에 난 골목 밖으로 녀석을 이끌었다.
녀석과 난 약속이나 한 것처럼 거리를 둘러봤다. 녀석은 이 곳이 어딘지 알아보기 위해서, 난 인터넷을 사용할 만한 장소를 찾기 위해서……. 대충 어디쯤인지 알 것 같다는 표정으로 녀석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일단 이 정도 떨어진 곳이라면 다소간은 갱들로부터 안전할 거라고 판단한 때문이었다.
「뭘 그렇게 찾고 계세요?」
「인터넷 검색할만한 곳 어디 없을까?」
주위를 돌아보던 녀석이 내 팔을 잡아 당겼다.
카페는 건물 3층에 자리하고 있었다. 약 30여 평 남짓한 공간에 20여 개의 테이블이 놓여져 있었는데 창가 쪽 테이블에만 컴퓨터가 한 대씩 설치되어 있었다. 늦은 시간이라 비교적 한산한 편이었다. 근처 클럽에서 만났을 청춘 남녀들이 다섯 테이블을 차지하고 있었을 뿐이었다.
컴퓨터가 놓여진 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난 후 녀석이 물었다.
「배고프지 않으세요?」
「조금……」
「전 많이 고파요. 내 남은 삶과 바꿔야 한다고 해도 스테이크 한 조각을 선택할 정도로요」
녀석과 난 잠시 서로를 바라보며 소리 없이 웃었다. 잇몸까지 드러나 보일 정도로 커다란 녀석의 미소는 순수해 보이는 만큼 아름다웠다.
「타라가 알아서 시켜 줄래?」
컴퓨터가 부팅되는 동안 녀석은 바에 가서 이런 저런 주문을 마쳤다. 테이블로 돌아온 녀석은 기습적으로 등뒤에서 두 팔로 내 목을 휘감은 채 모니터를 넘겨다봤다.
「메일 보내시려구요?」
「아니. 뭣 좀 찾아보려구」
「어떤 거요?」
「여기서 코리아까지 어느 방향으로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 뭐 그런 거」
「코리아요? 얼마 전에 월드컵을 치룬 나라……?」
월드컵을 성공적으로 치룬 데에서 오는 파급효관가? 난 타라를 돌아봤다.
「코리아를 알아?」
「한국인들의 거리 응원은 우리 미국인들에게도 큰 감동을 불러 일으켰어요. 우리 미국인들도 한국인들의 협동심을 본받아야 한다는 여론이 신문지상에 게재되곤 했었죠. 물론 부정적인 시각으로 해석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지만요」
「부정적인 시각? 구체적으로 어떤……?」
「무슨 전제왕권시대도 아니고 저 많은 사람들이 어떻게 한날 한 시에 약속이라도 한 듯 전국 각지에 모여서 한결 같은 복장으로 한결 같은 목소리를 낼 수 있나 하는 것이었죠. 한국이라고 하면 우선 북한부터 떠올리는 사람들은 월드컵이 당연히 북한에서 개최되고 있다고 생각하고는 FIFA를 맹렬히 비난하기도 했죠. 어떻게 북한 같은 나라에 월드컵 개최권을 부여할 수 있느냐구요」
그런 그들의 마음을 이해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하긴 같은 국민인 나 또한 시청을 비롯한 전국 각지에 모여든 붉은 물결의 환호를 메스컴으로 지켜보며 경이감에 사로잡히지 않았던가. 철저한 개인주의를 최대의 미덕으로 삼는 서양인들에게는 무슨 컴퓨터 그래픽이 연출한 상황이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드는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으리라.
타라는 자신도 그 때의 감동에 전율을 느껴 꼭 한번 한국이라는 나라에 가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래서 언젠가 인터넷을 이용해 한국에 대한 검색을 한 적이 있었고 그 중 비교적 자세한 정보를 담고 있는 싸이트를 찾아 그 주소를 기억해두었다며 날 옆자리로 밀어내고는 키보드를 점령했다. 곧이어 어떤 싸이트의 홈페이지가 모니터를 채웠고 타라가 ‘Asia'라고 쓰여진 부분을 클릭했다. 아시아 대륙을 축소한 지도가 화면 위에 나타났지만 나는 그 광활한 대륙 어디쯤 한반도가 자리하고 있는지 한참을 찾아야 했다. 하지만 타라의 눈길은 조금의 머뭇거림도 없이 대륙의 동북쪽으로 향했고 겨우 손톱 만한 크기로 돌출되어 있는 한반도를 기가 막히게 찾아내어 마우스로 클릭했다. 럴수 럴수 이럴 수……. 미국 땅에 살고 있는 10대 꼬마 아이도 알고 있는 한반도의 위치를 모르고 있었다니……. 이런 때 쓰는 말이 바로 쥐구멍에라도 기어 들어가고 싶다는 말이었나? 에거, 쪼발리…….
아무튼 난 녀석 덕분에 손쉽게 필요한 정보들을 얻어낼 수 있었다. 현재 내가 머물고 있는 시애틀과 한반도가 비슷한 경도 내에 위치해 있다는 사실과 대서양보다는 태평양을 횡단하는 게 훨씬 거리를 줄여 줄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여객기로는 대략 11시간쯤 소요되는 거리에 병존하고 있다는 사실을…….
정확한 거리와 여객기의 평균시속 같은 건 나와 있지 않았지만 이 정도면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최소한 내가 어느 쪽 방향으로 가야 하는 건지는 알게 되었으니까.
바에 앉아 있던 40대 사내가 우리 쪽을 주시하며 스테이크 접시를 들어 보였다. 어찌나 배가 고팠는지 녀석은 숨도 쉬지 않고 게눈 감추듯 그것을 해 치워버렸다. 난 내 접시에 남아 있던 스테이크를 2등분 해서 녀석의 접시로 옮겼고 조금쯤 미안한 웃음을 지어 보이긴 했지만 녀석은 결코 사양하지는 않았다.
「난 한국으로 돌아갈 방법을 찾아봐야 해. 타라는 어떻게 할 거지?」
카페를 나와 거리로 나서며 난 그렇게 물었다. 식사 후 커피를 마시며 녀석은 나에 대해 집요한 질문공세를 펼쳤고 난 내가 처한 상황을 솔직히 설명했다. 단, 내가‘클론’이라는 사실만 제외하고…….
녀석은 잠시 큰 눈을 멀뚱대다가 어깨를 으쓱거렸다.
「글쎄요. 아직은 아무런 계획도……」
그 때 그렇게 집을 나선 녀석의 모친은 4, 5년쯤 후 뉴욕의 어느 밤거리에서 변사체로 발견됐다. 원체 심약했던 조모 또한 그 소식을 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세상을 떴다. 조모 쪽 형제 자녀들이 어딘가에 살고 있다는 소리를 들은 적은 있지만 조모의 살아 생전에도 거의 왕래 없는 이웃보다도 못한 관계였다. 이 드넓은 지구라는 땅 덩어리에 피붙이라고는 단 한 사람도 남지 않은 셈이었다.
「그냥 아저씨 따라서 한국에나 가볼까? 한국 사람들의 의식구조 어디에서 그런 불가사의한 저력이 나오는지 직접 만나서 꼭 물어보고 싶었거든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능청스럽게 말하고는 있었지만 녀석의 두 눈엔 어느새 물기가 고여 있었다. 더 이상 의지할 곳 없는 상처뿐인 이 도시, 이 나라를 멀리 떠나고 싶어하는 그녀의 애절함이 느껴져 마음을 아프게 했다. 내가 한 걸음 다가서자 녀석이 가슴팍으로 안겨 왔다.
「그래. 한국으로 가자. 그리고 언제든 다시 미국으로 돌아가고 싶으면 말해, 알았지?」
녀석은 말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녀석의 뺨을 타고 흘러내린 눈물이 내 가슴팍을 뜨겁게 적시고 있었다.
수업을 끝마치고 동기 몇몇과 저녁을 함께 한 후 조금 전에 귀가한 혼은 리모콘을 집어 등 뒤쪽으로 아무렇게나 버튼을 눌렀다. 창가 쪽에 오디오 세트와 함께 나란히 자리하고 있던 TV에 전원이 들어왔다. 9시 뉴스가 방영되고 있었다. 갑자기 생각난 소주 안주를 만들기 위해 냉장고에서 계란 두 알을 꺼내 후라이 팬에 깨 넣을 즈음이었다.
「오늘 하루 동안 전국에서 무려 5번이나 UFO가 목격되었다는 제보가 들어와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낭랑한 여성앵커의 목소리가 혼의 귓전을 때렸다. 주방에 서 있던 혼이 달려와 TV 수상기 앞에 허리를 굽혔다.
「UFO라고라……?」
「그 중 강원도 철원과 전라남도 광주 상공에 출현한 미확인 물체가 홈비디오 카메라에 포착된 장면을 직접 보시겠습니다」
녹화 상태가 매우 좋지 않은 필름이 TV 수상기를 장식하고 있었다. 거목과 산등성이 사이로 아주 묘하게 생긴 은빛의 비행물체가 정지해 있는 그런 장면이었다.
「밭을 갈기 위해 집을 나서려던 김기수 씨가 촬영한 미확인 물체의 모습입니다. 오늘 오전 10 30분 경 집 앞 고추밭에 해충약을 뿌리기 위해 집을 나선 김씨는 집 맞은 편 수십 미터 상공을 저공비행하고 있던 타원형 비행 물체를 목격하고, 가정용 캠코더로 이 장면을 촬영했습니다」
환갑이 다 되어 보이는 노인이 들뜬 어조로 당시의 상황을 설명했다. 자신이 봤던 그 광경이 아직도 실감이 나지 않는다는 그런 표정이었다. 취재기자의 짤막한 멘트와 함께 카메라가 광주로 옮겨졌다. 한 가정 주부가 빨래를 널기 위해 베란다로 나섰다가 서쪽 하늘에 출몰한 UFO를 무비카메라에 담았다는 내용이었다.
피라밋 형의 반광물체가 잠시 동안 상공에 머물러 있다가 순식간에 사라져 버리는 기이한 영상이 전개되고 있었다. 그 외에도 카메라에 담지는 못했지만 경기도 여주와 동두천, 경남 거창군에 나타났다는 미확인물체에 대한 목격자들의 진술이 계속됐다.
중학교 시절 혼은 조회시간이면 여지없이 교단 앞으로 불려나가 30대 씩 매를 맞는 것으로 하루 일과를 시작해야 했다. 교재 대신 쓸 데 없는 책만 잔뜩 넣어 다닌다는 게 그 이유였다. 각종 무술교본과 초능력, UFO에 대한 관련서적들을 일컫는 말이었다.
한 달 동안 내내 매를 들어도 아무런 소용이 없자 혼과 같은 성씨를 가진 여 선생은 급기야 눈물을 보이며 교실 밖으로 뛰쳐나갔다. 여리디 여린 그녀의 심성에 상처를 주게 된 건 너무나도 죄송스러운 일이었지만 당시 혼에게는 교과서에 쓰여진 틀에 박힌 지식을 암기하는 것보다는 지구 곳곳에 산재해 있는 보이지 않는 신비로운 힘에 대한 실체규명이 절대적으로 시급한 과제였다. 그것에 대한 나름대로의 정의를 내리지 않고서는 이 세상을 살아가는 게 아무런 의미도 없다고 결론내린 지 이미 오래였다.
3학년이 되어서도 상황은 변한 게 없었다. 학기 시작과 동시에 새로운 담임선생으로부터 이전보다 강도와 횟수 면에서 몇 배는 업그레이드된 타작이 시작됐다. 유도학과 출신의 체육을 담당하고 있던 교사의 각목은 매일 같이 혼의 허벅지 뒷부분을 걸레조각으로 만들었다. 하지만 혼은 그 어떤 반항도 꿈꾸지 않았다. 단지 그들은 교사로써의 그들의 본분을 다하고 있을 뿐이었고, 자신은 자신의 삶의 의미를 찾기 위한 의무를 성실히 수행하면 그 뿐이라고 생각했다. 각자의 본분을 지키는 일에 잘못이란 있을 수 없었다.
하지만 그는 한 달도 채우지 못한 채 자신의 본분을 망각하고 말았다. 조회시간에 출석체크와 지시사항만을 전달한 후 도망치듯 교실을 나섰다. 치가 떨린다는 듯 혼과는 눈 한 번 맞추려 들지 않았다. 그렇게 혼은 중 3임에도 불구하고 고등학교 입시공부 대신 이 세상을 지배하고 있는 불가항력의 신비에 대한 성찰에 매진할 수 있었다.
고등학교에 진학한 이후에도 그의 관심은 수그러들지 않았다. 오히려 초능력과 영능력, 최면, UFO와도 같은 장작을 태운 불덩이는 이집트의 피라밋과 단군신화, 격암유록, 파티마의 예언과 노스트라다무스의 예언을 불사른 후 마야?잉카 문명과 아틀란티스?뮤 대륙의 전설에까지 그 끝을 모른 채 활활 타올랐다. 그리고 이런 그의 집착은 고등학교를 중퇴한 후, 쇠파이프와 회칼이 난무하는 뒷골목의 격전지까지 뒤따라 다녔다.
「이게 무슨 냄새지……?」
주방으로부터 무언가 타는 듯한 냄새가 코끝을 자극해 왔다.
「마, 맞아. 내 달걀!」
혼의 눈자위가 씰룩거렸다. 발바닥에 불이 나도록 주방으로 달려갔지만 이미 후라이 팬에는 숫덩이만 남아 있을 뿐이었다. 한 쪽 미간을 잔뜩 구기며 울상을 했다.
「달걀 두 알에 대한 손해 배상을 방송국에 청구해야 하나, 아님 외계인들한테 청구를 해야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