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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모자의 천사#1

창작 東 |2006.12.14 21:10
조회 401 |추천 0

 물고기가 물을 떠나 살지 못하 듯 저도 그런가 봅니다. 비록 '동거인'은 잠시 뒤로 미뤄두었지만 다른 글로써 다시 찾아 왔습니다. 불과 이틀이라는 시간이 너무나 길게 느껴졌습니다.  변덕심한 창작 東을 너그러이 이해해 주시길 바라면서 새글 첫편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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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방에서 어머니가 석훈을 깨우고 있었다. 집안에 어머니의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려 퍼지는 듯 했지만 석훈은 꼼짝도 하지 않고 이부자리에 몸을 파묻고 있었다. 기어코 어머니가 석훈의 방에 들어오셨다. 세상에 뿌려지는 햇살을 차단하던 커튼을 걷어내고 창문을 여셨다. 눈이 부시도록 봄 햇살이 방안 가득 들어오는 듯했다. 살랑대는 봄바람이 석훈의 콧등을 스치자 석훈이 이불을 머리끝까지 덮어썼다.

 “일어나 밥 먹어. 시간이 몇 신데 아직도 그러니?”

석훈의 어머니가 발로 석훈의 다리를 걷어차시며 말했다.

 “조금만 더 잘게요. 나 피곤하다 말이야.”

석훈이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며 다리를 오므렸다.

 “안 돼. 일어나.”

단호하게 말씀하시며 이불을 걷어내셨다.

 “에이. 싫다고요. 아침 먹기 싫다고요.”

석훈이 자리에 일어나 앉으며 감긴 눈으로 어머니를 바라보았다.

 “먹어. 너 몸 마른 거 봐. 챙겨줄때 먹어. 얼른 일어나. 착하지 우리새끼.”

어머니가 석훈의 겨드랑이에 손을 끼워 넣었다.

 “아아아 일어날게.”

석훈이 마지못해 자리에서 일어섰다.

 집근처 학교운동장엔 조기 축구회 사람들이 운동을 하고 있었다.






 여정이 외출준비를 하고 있었다. 아침부터 기분이 좋아 콧노래가 절로 나왔다. 따스한 봄 햇살과 맑은 하늘을 바라보니 기분이 구름 위를 걷는 듯 입가에 웃음이 떠나질 않았다.

 “조여사! 아침부터 입을 헤벌레 벌려서 기분이 아주 좋은 것 같네.”

거실에 앉아 TV시청에 몰입되어 있던 여정의 언니가 말했다.

 “응. 기분 좋아. 봄바람도 봄빛하늘도 봄 햇살도 모두다 내편인거 같아.”

창밖을 바라보며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근데 아침부터 어딜 가려고. 꽃단장이신가?”

 리모컨으로 채널을 바꾸며 곁눈질로 여정을 바라보았다.

 “서점에 갖다가 바로 올라가려고.”

거실문옆에 걸린 전신거울로 옷맵시를 다듬으며 말했다.

 “좋을 때다. 나도 저럴 때가 있었나.”

 “그럼. 몸조리 잘하고 담에 놀러갈게.”

거실 문을 열어 신발장에서 얼마 전에 새로 구입한 구두를 신으며 말했다.

 “그래. 청춘을 맘껏 즐기도록.”







 세수만 하려다 머리를 감았다. 잠이 저 만치 달아나는 듯 했다.

 “물 데워 달라하지. 감기 들면 어쩌려고.”

 머리에 수건을 감고 나오는 석훈을 바라보시던 어머니가 말했다.

 “뭐 이제 봄이잖아요. 감을 만한데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방으로 들어왔다.

 “아침 먹고 바로 올라가게. 저녁쯤 올라가지?”

 안쓰럽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바로 올라갈게요. 저녁에 차 복잡해서.”

 석훈이 옷을 갈아입고 주방으로 들어왔다.

 “혼자 있다고 해서 끼니 거르지 말고 어서 참한 색싯감 데려오라니까.”

조기를 발라 밥위에 놓았다.

 “아버지는 어디 가셨나요?”

딴청을 피우듯 말을 바꾸었다.

 “미곡동에 학렬이 결혼식에 가셨다. 그 쪼그마한 애도 가는데.”

 석훈이 어머니의 잔소리에도 아랑곳없이 밥을 먹었다. 머릿속엔 학렬이의 얼굴을 그리면서 밥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알 수 없었다.

 “아! 잘 먹었습니다.”

숟가락을 밥상위에 내려놓았다.

 “더 줄까?”

 “아니요. 배부릅니다.”

석훈이 배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사과 깍아줄테니 먹고 올라가.”

냉장고에서 사과를 꺼내시며 말했다.

 “아니. 아니요. 그냥 올라갈래요.”

석훈이 손사래를 쳤다.

 “다음 주에도 올 거지?”

석훈을 따라 거실로 나오시며 물었다.

 “시간 봐서요. 그럼. 도착하면 전화 드릴게요.”

석훈이 속옷이 든 가방을 어깨에 메며 말했다.

 “차 조심하고 다음 주에도 내려와.”

 “네.”

 석훈이 계단을 내려올 때까지 어머니가 베란다에서 석훈을 바라보고 계셨다.

 석훈이 도로에 내려와서 이층 베란다에 서 계신 어머니를 보고 허리를 숙여 인사를 했다.






 여정이 고속버스 터미널에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집에서 나와 시내 서점에 들러 신간서적을 보았다. 사고 싶은 책들이 너무 많았지만 지갑 사정상 한권밖에 구입을 하지 못했다. 다음 주에 월급을 타면 몇 권 더 사리라 마음을 먹고 터미널로 왔었다.

 시계를 보았다. 버스표에 도착시간을 보면서 머릿속으로 시간 계산을 하였다. 충분한 시간이었다. 아직 휴일 오전이라 그런지 터미널이 한산했다. 편안히 앉아서 올라갈듯했다.






 석훈이 고속버스 터미널로 걸어오고 있었다. 집에서 나와 버스를 타고 역 근처에 내렸지만 기차를 탈 마음이 없었다. 한 달 전쯤에 겪었던 악몽 같은 사건으로 말미암아 석훈은 더 이상 기차를 타지 않는다. 역 앞을 지나면서 쓴 미소를 지었다. 속으로 다신 기차를 타지 않으리라 다짐하고 있었다.

 멀리 고속버스 터미널이 보였다. 봄 햇살이 징글징글하게 느껴졌다. 인도위에 팔짱을 낀 연인들의 모습이 석훈의 마음을 더 무겁게 했다. 아침에 어머니가 하신 말씀과 함께.






 여정이 다시 시간을 확인하고 있었다. 버스가 도착할 시간을 10분 넘기고 있었다. 여정이 터미널 대기실에 앉아 있다가 버스 시간을 확인하기위해 자리에서 일어설 즘 방송이 나왔다.

 ‘구미 행 11시 30분 버스가 30분 지연 도착하겠습니다. 버스 고장으로 인하여 연착되오니 양해 바랍니다.’

 여정이 가방에 넣어 두었던 책을 꺼내었다. 시간이 아직 20분이나 남았다.




 석훈이 버스표를 사기전 시간을 확인하고 있었다. 11시 30분 구미 행은 떠난 지 10분정도 된듯했다. 마음속으로 아까운 듯 자책하고 있었다.

 “구미 행 하나 주세요.”

석훈이 지갑에서 만 원짜리를 꺼내 창구로 밀어 넣었다.

 버스표와 거스름돈이 나왔다.

 “11시 30분 버스는 이미 시간이 지났는데요.”

석훈이 짜증스러운 듯 창구로 버스표를 밀어 넣으며 말했다.

 “차가 연착되었습니다. 조금 있으면 올 겁니다.”

 여직원의 목소리가 피곤에 지친 듯 했다.

 석훈이 버스를 타기위해 대기실로 걸어 들어갔다. 대기실 안이 한산해보였다. 봄 햇살이 대기실 안을 가득했다. 석훈이 그늘진 자리를 찾아 걸어갔다. 따뜻해진 날씨에 석훈도 모르게 기지개를 켜다 옆자리에 앉아있는 누군가의 모자에 팔이 닿았다.

 “미안합니다.”

 “아니요. 괜찮아요.”

 석훈이 고개를 돌려 옆자리에 앉은 여자를 보았다. 책을 읽고 있었다. 하얀 모자를 눌러쓴 여자의 모습에 석훈의 가슴이 ‘쿵쾅’거리기 시작했다. 대기실 입구를 보았다.

 ‘구미 행 대전행 서울행’ 이라는 문구가 걸려있었다.

 ‘제발 구미 행을 타라. 제발 구미 행을 타라.’ 석훈이 마음속으로 주문을 외웠다. 지금 당장에라도 대시를 하고 싶었지만 갑자기 밀려들어오는 사람들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 석훈이 자리에서 일어나 매점으로 걸어갔다. 작은 병에 들어 있는 오렌지주스를 두병 사서 주머니에 넣었다.

 자리에 돌아오니 여자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어디 갔지.”

석훈이 혼자 중얼거리며 밖을 보았다.

 그녀가 거기에 서 있었다. 대기실 안에 시계가 12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석훈이 그녀가 서 있는 곳으로 걸어 나왔다. 모자 아래로 보이는 눈빛이 아름다웠다. 곁눈질을 하며 보이는 그녀의 얼굴 모습이 석훈을 마음을 더욱 설레게 하고 있었다.

 이윽고 버스가 도착을 했다. 다행히도 석훈의 간절한 바람이 통했는지 그녀가 구미 행 버스에 올랐다. 그녀가 자리에 앉기까지 버스를 타지 않고 기다리던 석훈이 버스에 올랐다. 그녀가 앉은 바로 뒤에 석훈이 가방을 벗어 옆자리에 두고 앉았다.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조금 전에 터미널 대기실에서 보았던 남자가 여정이 앉은 뒷자리에 앉는듯했다. 자꾸만 자신을 쳐다보는 듯 뒤통수가 근질거렸다.

 “이뿐건 알아가지고.”

여정이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다시 책을 폈다. 차가 출발하자 덜컹거렸다. 책을 보는 데는 지장이 없었다. 너무 재미있었다. 책에 푹 빠져 들쯤 핸드폰이 울렸다.

 “어 언니. 차가 늦게 출발해서. 약속시간엔 지장 없겠는데. 도착해서 연락할게.”

 오늘 소개팅을 주선한 회사 언니의 전화였다. 공대생이랑 소개팅이 있었다.

 별로 마음에 내키진 않았지만 절친한 회사 언니의 간곡한 부탁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




 맨 뒷자리 앉은 석훈이 여자를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었다. 보면 볼수록 마음에 드는 여자였다. 자리에 앉자마자 책을 펴서 보는 것도 누군가 통화하는 여자의 목소리도 석훈의 마음을 여자에게 흠뻑 취하게 만들고 있었다.

 ‘터미널에 도착하자마자 여자에게 말을 거는 거야. 김석훈! 넌 할 수 있어. 아자아자 파이팅.’ 석훈이 마음속으로 주문을 걸었다. 놓치기 싫은 어쩌면 인생 최대의 기회가 주어졌는지도 몰랐다.




 버스가 터미널에 도착하자 여정이 뒤에 앉은 남자를 의식한 듯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섰다.

 여전히 봄 하늘이 아름다워 보였다. 공대로 가는 버스를 타기위해 횡단보도를 건넜다. 다행히도 남자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누군가 석훈을 깨우는 소리에 소스라치게 놀라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바지주머니에 넣어둔 음료수가 바닥에 뒹굴었다.

 “학생. 다시 대구로 내려 갈려고. 어서 일어나지.”

 승객 하차 여부를 확인하던 기사 아저씨가 큰소리를 석훈을 깨웠다.

 자리에서 일어나 가방을 메고 바닥에 떨어진 주스 병을 집어 들었다. 미안한 듯 석훈이 버스에서 내리면서 다른 주머니에 넣어둔 음료수 병을 꺼내 기사 아저씨께 드렸다.

 “수고하셨습니다.”

석훈이 가볍게 목례를 하며 버스에서 내렸다. 머리를 긁적이며 석훈이 기숙사로 가는 버스를 타기위해 정류장으로 걸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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