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학교를 다 마치고 수도권 근교에 좋은 직장을 얻게 되어서 부모님과 남동생 둘을
남겨두고 독립을 한 딸입니다.
한 4시간 전쯤 있었던 일입니다.
아버지번호가 뜨면서 전화벨이 울립니다.
밤 늦은 시간에는 웬만해선 전화 안하시는 분인데,
혹시나 했지요.
날 새면 크리스마슨데 혼자 있는 딸이 걱정도 되셨겠지요.
약주를 좀 하셨나봅니다.
평소 무뚜뚝하신 아버진데 위엄이 넘쳐나시는 아버지신데..
목소리를 들으니 애정과 약간의 애교가 풍기며 애절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 딸아.
아빠, 엄마랑 술 한잔 하고 왔단다, 후후.
아빠가 많이 부족한 사람이라
우리 딸 고생만
시켜서 정말 미안하구나.
좋은 집안.. 좋은 아빠 만났으면
이런 고생 안해도 됐을텐데..
아빠는 우리 가족들에게
하염없이 모든 것을 해주고 싶었어 "
" 아녜요, 아부지....... 아빠가 아니셨으면 전 태어나지도 못했을 거잖아요... "
" 어이구~ 그려, 내딸....
그래도 아빠 지금까지 열심히
살아왔는데.. 그치?
우리 다섯 식구들한테
부족함없이 해주려고 애써왔는데..
마음같지만 않더구나......
하지만 이렇게 멋진 모습으로 꿋꿋히 버티는
내 딸 모습이 아빠는 너무도 자랑스럽다 "
" 아부지... 이게 다 아빠덕인걸요. 우리 엄마아빠 덕인걸요. 아버지
그 어떤 사람보다도 능력 좋으셔요. 아빠.. 저 낳아주셔서 정말 감
사합니다 " 훌쩍..
" 오냐, 내 고명딸.
하나밖에 없는 내 딸 소영아.
고생스럽겠지만 잘 견뎌 주겠니?
그럴 수 있지?
엄마랑 아빠는 우리 딸이 너무 대견하단다.
그리고 울지마라. 크리스마스이브날 울면 안돼요.
근데 딸이 우니까 아빠도.. 울고싶어지네, 핫하하 "
" 그럼요, 아부지. 저 안 울어요. 비염 때문에 코가 흘러서요...
저 열심히 할게요. 아빠엄마 생각하면서 엇나지 않게 노력할게요.
우리 아부지랑 어므니랑 나이드셔서도 서로 손 꼭잡고 사랑해 주세요 "
" 하하 그래, 아빠랑 엄마는 참 행복해, 오늘도 함께 할 수 있잖니.
딸아. 자! 메리크리스마스다!!
우리딸, 아빠가 많이 많이 사랑한다!!! "
" 크흐흑.. 아부지.. 저도 정말 많이 사랑합니다아. 건강하셔야 해
요"
통화가 끝났습니다.
실은 혼자 있기도 그렇고 일어나자마자 어머니와 사는 인천 여자친구집에 왔드랬죠.
친한 친구이니 크리스마스도 같이 보내고 어머니께 인사도 드릴 겸 겸사겸사 왔습니다.
전화하던 중간부터 계속 흐르는 눈물들이.. 제 손만으로는 감당이 안 됐었나봅니다.
얼굴이 눈물 범벅이 되어 있는데 친구 어머니께서 청소하시다가 제가 있던 작은 방의
살짝 열린 방문 사이로 가만히 절 보시곤 가십니다.
혼자 살다보니 부쩍이나 기념일만 되면 가족생각이 절실해집니다.
왜 가족들과 함께 살때는 이런 즐거움을 몰랐는지, 정말 있을 때는 모르나봅니다.
왜그렇게도 부모님 속썩였을까.. 좀만 집중해서 공부 잘 했으면 참 좋았을텐데..하며
부질없는 후회가 밀려옵니다.
통화를 마치고 나니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 부모님의 사랑은 녹색이다. 또한 녹색은 자연이다.
자연은 인간과 동물을 위해, 생명이 있건 없건 무엇을 바라지도 않은 체
지구상의 모든 것을 위해 하염없이 마련해주고, 만들어주고 퍼준다.
이렇듯 부모님의 사랑도 자식을 위해 당신의 모든 것을 바치고, 만들고, 퍼준다.
자식들은 흰색이다.
혼자서는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
첫째로 부모님이 아니셨다면 아예 태어나지도 못했을 것이며,
아주 어릴 적 유아기 시절엔 혼자서 아무것도 하지 못했을 것이다.
흰색종이위에 하나씩 하나씩 색을 입혀가는 것.
그림을 그려나가는 것.
그 일익을 부모님이 담당하신 것이다.
하염없이 받기만 하는 것, 흰색의 대부분의 역할이다.
그리고 파랑이나 하늘색으로 알고 있는 푸른 빛과는
달리 하늘은 흰색이다.
부모님은 대지와 녹음, 초원의 녹색,
자식은 하늘의 흰색이다.
부모님들은 자식, 즉, 하늘을 낳으신 것이다.
순환에 순환이 이어지는 잉태로 우리는 모두 하늘인 것.
이렇게 부모님의 사랑은 숭고하고 위대한 것이다 ]]]
부모님이 일찍 돌아가신 분도 계실테고, 이런 저런 사정상 함께 못하는 분들이
많으시겠지요. 그런 분들께는 과한 행복을 저 혼자서만 느끼고 이렇게 글을 올려 죄송합니다.
그저.. 요즘 대중매체 특히 SOS인가? 모 방송사 프로그램에서 부모 자식간의 심각한 사건들이
너무도 많이 보이길래 속이 상했던 차에 그래도 저는 참 행복한 사람같아서 주저리 읊어보았습니다.
솔로도, 커플도 모두 행복하고 건강한 크리스마스 되길 진심으로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