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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참 무섭군요. 오늘 지하철에서 겪은 일입니다.

행인1 |2006.12.29 20:30
조회 518 |추천 0

 

 

오늘 제가 영등포의 치과에 가서 스켈링을 한 후, 서울 지하철 1호선 신도림역에서 지하철을 탔습니다. 그때가 한 오후 4시쯤 된거 같군요. 

 

그리고 아무 생각 없이 자리에 앉아서 한동안 졸면서 가다가, 역곡 역쯤 왔을 때 문득 잠에서 깼습니다. 그리고 우연찮게 맞은편에 앉은 어떤 아저씨를 보았습니다. 곤색 바지에 전체적으로 공사장 노가다뛰는 사람인 듯한 느낌이었고, 황토색 코트를 걸치고 있었습니다. 나이가 꽤 되는지 아저씨라 하기도 뭣하고 할아버지라 하기는 젊은, 흰머리가 희끗희끗하고 눈썹도 회색빛을 띠고(먼지가 앉은 것 같은...-_-)있었죠. 손에는 핸드폰을 만지작 거리고 있더군요. 그런데 기종이 SCH-S200, 즉

 

 

 

 

↑요놈이었습니다. 제가 이 폰을 쓰거든요. 2년 가까이 쓰고 있는데, 사용하는 사람을 두어번 밖에 보지 못해서 내심 신기해하던(?) 기종이죠.

 

그런데 가만보니 뭔가 행동이 수상쩍었습니다. 출입문 옆에 대각선으로 비스듬하게 앉아서, 오른손으로 핸드폰 스피커부분(소리 들리는 곳)을 감싸고, 왼손으로 밑을 받치고 있더군요. 앉은 폼부터 묘하게 위화감이 느껴졌는데, 자세히 살펴보니 카메라가 제 쪽을 보고 있더군요. SCH-S200이란 놈은 카메라가 옆면에 붙어 있기에, 그렇게 앉을 수밖에 없었던 거죠.

 

혹시나 하는 생각이 들어 얼른 주위를 둘러보니, 제 왼쪽엔 40대쯤 되보이는 아주머니가 한 분 계셨고, 오른쪽에는 20대 중반쯤 되어 보이는 아가씨가 앉아 있었습니다. 녹색 스웨터에 파란색 가디건을 걸치고, 청색 나팔바지를 입고 있더군요. 검은색 핸드백도 하나 들고 있었습니다. 뭐 특별히 예쁘다는 느낌은 아니었지만 아무튼 그랬습니다.

 

문득 도촬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 마침 제가 부천역에서 내려야 했기에 일어서서 그 아저씨 옆 출입문으로 갔습니다. 슬쩍 내려다보니 아니나다를까, 열나게 찍고 있더군요. 오른손으로 스피커부분을 가린건 소리를 없애기 위해서인듯 했습니다. 자세히 보니 위아래가 검은색으로 되어 있어, 동영상을 찍는다는 걸 알아챘습니다.

 

※ ★은 문제의 그 아저씨 앉은 곳

                                         <출입구>

────────────┐==========┌────────────

─────의자───★─┘                  └────────────

                               ↙(아저씨가 앉은 방향)

 

 

────────────┐                  ┌────────────

─────===─===─===┘==========└────────────

                ↑      ↑      ↑       <출입구>

         아주머니  저   아가씨

 

 

좀 어이없기도 하고 기가 막히기도 하고 황당하기도 하고 솔직히 약간 겁나기도 했지만, 용기를 내서 "쯧쯧쯧...할짓이 그리도 없나." 하고 혼잣말 중얼거리듯이 말했죠. 신경도 안 쓰더군요. 그런데 그 아가씨가 아무것도 모르고 내리려고 일어서더니 제 옆으로 다가왔습니다. 그아가씨도 부천역에서 내리려는 듯 했죠. 순간 갈등하던 저는 이내 '이런 놈은 사회악이다.' 라는 생각에 결심을 굳히고, 약간 톤을 높여서 "어이 아저씨, 그거 찍어서 뭐하려고요?" 라고 비꼬는 투로 말했죠. 그 아저씨가 제 쪽으로 고개를 돌릴 때 저는 옆의 아가씨에게 "아가씨, 이 아저씨가 아가씨 사진찍네요." 라고 했죠. 양쪽 다 당황하는 듯 하더니, 그 아저씨는 순식간에 냉정을 되찾고 "이 호로 새끼 쌍놈 새끼 무슨 새끼 무슨 새끼 @#$ㅆ@*ㅆ#ㅛ&*" 라고 하더군요. 뒷부분은 잘 기억도 안 나지만 아무튼 욕설이 아주 바가지로 쏟아지던데요.

 

옆을 보니 그 아가씨는 어찌 할지 몰라 허둥대고 있었습니다. 그럴 만도 하겠죠.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이 자신을 찍고 있다고 생각해보세요. 끔찍하지 않습니까? 어느 인터넷 사이트에 돌지, 아니면 그런 인간 쓰레기의 자위도구로 전락할지...

 

저는 욕설이 나올 때부터 잔뜩 긴장하고 쫄아서 아무 말도 않고 있었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겁이 나더군요. 그런 부류는 무슨 짓을 할지 모르는 인간이니까요. 마침 부천역에 도착해서 문이 열리더군요. 얼씨구나 하고 내렸습니다. 그러고 뒤를 돌아보니 그 아가씨가 아저씨를 잔뜩 노려보고 있더군요. 그러고는 "야, 이 XX야! 너 뭐해는 XX야? 이런 ㅆㅂ X를 짤라버...."

 

라고 하며 왼손으로 난간을 잡고 오른발로 발길질을 하더군요. 거기까지 듣고 보고 문이 닫혔습니다. 저는 서둘러 계단을 올라갔죠. 이정도면 충분하겠지...라고 스스로 위안삼으면서요. 하핫;;;

 

그 뒤로 어찌되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 여자분, 대단히 기분이 나쁘시겠습니다. 일이 잘 처리되었나 궁금하네요. 경찰서까지 끌고 가셨는지...?;;

 

그리고 집에 돌아와 TV보다가 문득 생각이 나서 열심히 적어 올려봅니다. 요즘 여자분들, 특히 외모에 자신있으신 분은 지하철에서 도촬 조심합시다! 항상 주위를 확인하시고, 주의를 기울이세요. 세상 참 무섭습니다. 이상 오늘 겪은 제 경험담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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