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옛날에
엽기적인 그녀가
유행하던 시절이 있었다.
나는 어째서 저렇게 토를 하는건지
여자가 단정치 못하게
어떻게 지하철에서 저러는건지
작작 좀 마시지
정말 이해가 가지 않았다.
내가 그 영화의 주인공이 되는 날이 올지
상상이나 했겠는가.
빈 속에 술을 마신 탓인지
체질적으로 술이 안받는 탓인지
오랜만에 가진 술자리라 그런지.
나는 정말 맹세코 반 병을 마셨다.
오늘..종로에서 술을 마시고
막차시간이 조금 안되어 3호선을 탔다.
종로에서 우리 집까지는 약 30분이 소요된다.
오늘처럼 집까지의 거리가
이렇게 멀다고 생각한 건 난생 처음..
나의 술버릇은..
잠자는 것이다.
배배 꼬인 발걸음으로 자리쟁탈전에 성공
중간에 하나 남은 자리에 쏙 앉았다.
그리고 미씩거리는 속과
뽀개질 듯 아픈 머리를 참고자
잠을 청하기로 했다.
나의 왼쪽에는 어떤 여자가 통화를 하고 있었고
나의 오른쪽에는 중후하신 남자분이 가만히 있었다.
술 과하게 마셔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고개 가누는 게 참 힘들다.
나는 왼쪽으로 머리를 살짝 기댔다.
나는 그때까지만 해도 나에게 술냄새가 그렇게 많이 나는지 몰랐다.
내가 머리를 기대자 통화하는 여자의 음성이 변색됨과 동시에
내 머리가 치워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으음..
몇 번 더 기대다가..
나는 오른쪽으로 방향을 바꿨다.
다행히 중후하신 분은.. 가만히 있어주셨다.
참 편했다. 그런데. 그런데.
토할 것 같다!
는 생각이 머리 속을 스치고 지나갔다.
그 생각과 동시에
내 입에선
폭포수 같은 토사물들이
약 10초동안 쏟아져나왔다.
진짜 라지 피자 두판이
그 조그만 입에서
나왔다.
다행히 고개를 똑바로 아래로 가누었기에
내 신발 밑으로 떨어졌다..
나는 내 뱃속에 그렇게나 많은
음식물이 저장될 수 있단 사실에
엄청 놀랬다.
나는 그 날 머리를 풀고 있었는데
내가 토를 함과 동시에
왼쪽과 오른쪽에 보이던 신발들이
그 자리를 재빨리 떠나는 것이
보였다....;;
머리카락 사이로 나는
내 마주보는 편에 앉은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내 정수리로 꽂히는 것을
보지 않고도 느낄 수 있었다.
아...
토를 하고 나니 그렇게 개운할 수가 없었다.
앞에 앉은 또래 남자분으로 추정되는 분이
읽고 있던 신문지를 토사물 위에 덮어주고 내리셨다.
너무 고마워서 얼굴을 보려 했으나..
쪽팔려서 얼굴을 들 수 없었다...
토를 하고 나니까 정신도 말짱하게 돌아오고
이제 좀 살 것 같았지만
나는 계속 미친년? 연기를 해야 했다..;
이왕 미친연기 하는 거 끝까지 하잔 심정으로;;
계속 취한듯이 꺽꺽 거렸고 웩웩 거렸다.
그렇게 하지 않고 맨정신으로
자세를 고치면
...
고칠 수 없었다 차마..;
옆 구역으로 가서
앉을까도 생각해보았지만
그 걸어가는 몇 초동안이
자신없었다.
토를 치워야겠단 생각이 들었지만
개똥녀 같은 지토녀가 되고 싶진 않았기에(지하철 토한 녀)
그러나..
진짜 너무 거대한 피자라...
그 많은 양을 어떻게 수용할 수가 없었다.
밀대걸레를 휴대하고 다니는 것도 아닌데.
새벽에 지하철 청소하시는
아줌마께 너무 미안한 맘이 든다.
정말 신체란 신비로운 것 같다.
토할 것 같단 생각이 스침과 동시에
침이 질질 나오더니
바로 웩우겜ㄴㅇ레ㅐ먇ㄹㅈㄷ
그런데 웃긴 건
나쁘지 않은 경험이었다는 거
ㅋㅋㅋㅋㅋㅋㅋㅋ
나름 괜찮았어 !!!!
다음엔 봉지를 들고 지하철을 타야겠단 생각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