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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나이로 태어나서] 2. 작 별

따뜻한봄날... |2007.01.18 11:27
조회 154 |추천 0

《 작 별 》




머리가 깨지는 듯한 고통에

간신히 눈을 뜨고 일어나보니

오전 8시를 막 지나고 있었다.




후...

오늘이구나...

13:00까지 입대해야되니

이제 5시간 정도 남았다.




알랑 : 진수 이새키!! 언능 일어나... 나 군대가야돼

진수 : 우웅~ 5분만 더...

알랑 : 5분 동안 너의 똘똘이는 내 발가락에 희롱당하고 있을것이다.-_-

진수 : -_-;;



진수녀석이 씼으러 들어간 사이에

진수의 핸드폰이 요란하게 울렸다.

민희였다.


알랄랄랄랑~ 알랄랄랄랑~ (거듭 말하지만 핸드폰 벨소리 -_-)



알랑 : 어~왜?

민희 : 야 이놈들아 니네 아직도 자냐? 언능 나와 늦겠다.

알랑 : 아직 8시밖에 안됐는데 뭘... 시간 많아.

민희 : 가기 전에 애들 오는거 보고 인사하고 가야지.

알랑 : 그래그래...알았어...꼭 니가 군대가는거 같다? 나보다 더 오바하네.

민희 : 야~동기가 따라가주겠다는데 고마워하지는 못할망정...언능 텨나와!!




솔직히 민희가 왜 내가 입대하는 곳까지

같이 가겠다고 했는지 의문이었다.




민희는 같은 과 동기로 어쩌다보니 동아리도 같은 곳에 들었다.

솔직히 우린 별로 사이가 좋지 않았었다.

그녀는 승부근성이 강하고 고집이 세서

동아리활동을 해나감에 있어서 나와 마찰이 많았다.




민희가 회장이 된 뒤에는 내가 그녀를 많이 도와줬고

그후로 나에게 미안한 감정을 많이 가졌던 듯하다.

그러나 입대하는 모습을 지켜봐줄 만큼 친해진 건 아니다.




뭐...따라오겠다는데 굳이 말릴 이유는 없다.

어쨌거나 내 동기고 나는 오늘 가야될 놈이니...




준비를 끝내고 학교로 들어섰다.

마침 수업시작시간이 다가와

등교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우연히 마주친 예비역 형들이

격려의 말을 해주었다.




선배1 : 여어~랑이 이제 가는거냐?

알랑 : 아...형...가야죠 이제....^^

선배1 : 응응응응*-_-* 결국 못하고 가는거냐?

알랑 : 네...-_-

선배1 : 푸헤헤헤헤 걱정마. 군대가면 고참들이 알아서 다 시켜줄거야 푸헤헤헤헤

알랑 : 전 군대가 너무너무 가고 싶어요*-_-*




-_-




멋진 격려였다...;;




동아리방에 앉아있다가

9시 수업을 위해 등교한 녀석들과

마지막 인사를 나누고...

9시 10분경 교문을 나섰다.




알랑 : 아~ 이 정든 교문과도 이제 이별이구나~

진수 : 너 교문이랑 잤냐? 교문이랑 왜 정이 드냐? 이 변태시키야.

알랑 : -_-



이 무드도 없는 시키...;;




그렇게 학교를 나서 의정부를 향해 출발했다.

버스를 타고 가는 길에

진수녀석의 핸드폰이 계속 울려댔다.

동기녀석들이랑 선배, 후배들 모두가

내게 격려의 말을 해주기 위해 전화를 한 것이다.




정말...이런게 정이란 거구나...




의정부 306보충대 앞에 도착하니 11시를 조금 넘어서고 있다.

아직 두 시간 정도가 남아있다.

일단 안경을 맞추고 밥을 먹어야겠다.

평소에 안경끼는걸 귀찮아했지만

군대에선 필요할지도 모르니...




그때 갑자기 진수의 전화가 울렸다.



알랄랄랄랑~ 알랄랄랄랑~



진수 : 랑아...너희 작은아버지시라는데? 한번 받아봐라.

알랑 : 여보세요?

작은아버지 : 그래...랑이냐? 지금 어디냐?

알랑 : 아...네...작은아버지...지금 의정부에 와 있어요.

작은아버지 : 그래? 지금 내가 그쪽으로 가고 있으니 좀만 기다려라.

알랑 : 네? 이쪽으로요? 아...네...알겠습니다.




생각지도 못했다.

작은아버지가 오시다니...

부모님은 직장 때문에 이곳까지 오시지 못했다.

물론 직장을 그만두는 한이 있더라도

굳이 오시겠다는 엄마를 내가 말렸다.




알랑 : 괜찮아~엄마...내가 뭐 한두살 먹은 어린애도 아니고...혼자 갈께...

엄마 : 그래도...가는 모습은 봐야 될텐데...

알랑 : 됐어...뭐 죽으러 가는 것도 아니고...2년 동안 나가서 살았는데 군대도 혼자 못갈까봐...

엄마 : 그래...그럼...




엄마는 많이 서운해하는 눈치셨지만

그 먼 곳까지 오시게 할 필요는 없었다.

내가 가는 모습을 보면 눈물을 흘리실지도 모른다.

그리고 나도 또한 약해질지도 모른다.




엄마의 눈물을 보고 싶지가 않았기에...

약해진 내 모습을 남기고 싶지 않았기에...

나는 굳이 혼자 가길 선택했다.




이윽고 작은아버지가 오시더니

나와 입대를 지켜봐주기 위해 따라온 후배, 동기녀석들에게

밥을 사주셨다.




작은아버지는 직업군인이시다.

나의 입대 때문에 굳이 외박날짜를 그때로 맞추신 듯 하다.

밥을 먹는 동안 작은아버지는

군생할에 도움이 될만한 얘기들과

무한한 격려를 해주셨다.




아버지가 오시지 못했기에...

아버지를 대신해서 온거라 하셨다.




문득 아버지가 보고싶어졌다.

경상도 분이시라 언제나 과묵하고

말보단 매가 앞섰던 엄한 아버지...

그러나 자식을 아끼는 마음은 매한가지기에

이렇게 작은아버지에게 부탁을 하셨나보다.




밥을 먹고 일어나서 안경을 찾은 다음

우리 모두는 306보충대 안으로 들어섰다.

가는 길에 민희는 거기서 파는 전자시계를 사서

나에게 선물로 주었다.




민희 : 내가 너한테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주는 선물이다. 시계 볼때마다 내 생각해라^^

알랑 : 젠장 버릴거야..-_-

민희 : -_-;;;




비록 싸구려 전자시계지만 동기의 따스한 정이 느껴지는것 같아 좋았다.




보충대 안에는 이미 입대하는 장병들과

그들의 가족들, 친구들로 가득 차 있었다.

시계를 보니 이제 30분밖에 남지 않았다.




작은아버지 : 랑아...나는 이제 그만 가봐야겠다...

알랑 : 아...네...작은아버지...감사합니다...와주셔서...

작은아버지 : 내가 니 아버지나 다름없는데 감사할게 뭐 있냐? 당연히 오는거지.

 

                   그런 말 하지마라...


알랑 : 네...

작은아버지 : 마음같아선 너 들어가는것까지 보고 싶다만...

 

                   너도 친구녀석들이랑 할 얘기도 있고 할테니...




작은아버지는...군인이라 그런지...입대하는 나의 심정을 잘 아시는 듯 했다.

그래...친구들과 작별인사를 해야될테니...일부러 자리를 피해주시는 거겠지...




작은아버지 : 이거...얼마 안되지만...가지고 가라...그리고...이것도...


작은아버지는 돈 10만원과 담배 3갑을 내 주머니에 찔러넣어주셨다.



알랑 : 아뇨 작은아버지...들어가면 담배도 못핀다면서요...돈도 필요없고...괜찮아요...

작은아버지 : 그래도...받아라...내가 이렇게라도 안하면...너한테 해줄수 있는게 없지 않느냐..

 

                   형님 뵐 면목도 없고...




작은아버지는...들어가면 다 소용이 없어질거란걸 아시면서도...

단지 다른 방법이 없기 때문에...조카에게 해줄 수 있는게 없기 때문에...

굳이 돈과 담배를 쥐어주신 것이었다.




그렇게 작은아버지는 자리를 떠나시고...

이제 이 동기녀석들과 후배녀석들과의 이별만이 남았다.



부슬부슬 비가 내리다말다 했다.

참 날씨마저도... 마음을 심란하게 뒤흔들어놓는구나...



초조했다.

나는 그곳에서 비를 맞으며

연신 줄담배를 피워댔다.





" 오늘 입대하시는 장정 여러분들은 지금 OO관으로 모여주시기 바랍니다~"




스피커에서 방송이 흘러나왔다.

아직 입대시간까지는 20분 정도가 남았다.

이제 마지막 인사를 나누라는 뜻일테지...




주위를 둘러보니 역시나 사람들은 작별인사를 나누고 있었다.

누구 하나 먼저 그쪽으로 가는 사람이 없었다.

난 이쯤에서 가야될거 같다.

더 있어봐야 미련만 남을 뿐이다...




알랑 : 얘들아...나...이제 그만 들어가볼께^^

민희 : 아...랑아...잠깐...



민희는 그렇게 얘기하며 나에게 작은 쪽지를 내밀었다.



민희 : 들어가거든 펴봐.^^

알랑 : 이게 뭔데? 들어가면 뺏길지도 몰라. 지금 볼래...-_-



그렇게 펴본 쪽지의 내용...






랑아...


잘갔다와... 이말밖에는 해줄수가 없네.


너랑은 항상 싸우기만 하고...


그치만 너한테 도움도 많이 받았는데...


생각해보니 나는 너에게 못해주기만 한 거 같네.


내가 힘들때마다...


그래도 니가 있어서 내겐 위안이 되고 힘이 됐던것 같애..^^


우리 영원히 좋은 친구로 생각할 수 있길 바라고...


힘들때 손내밀면 잡아줄수 있는 친구가 되었음 좋겠다.


기회되면 전화도 자주 하고..편지도 자주 해라...


답장은 꼭 써줄께^^


건강하게 잘갔다오구 힘들어도 잘 참구^^


내 친구 랑이 화이팅!!


2002년 4월 30일...친구 민희가...



(민희가 내게 준 쪽지 전문...아직도 가지고 있습니다^^)





쪽지의 뒷면에는...

깨알같은 글씨로 동아리 사람들의 연락처 전부와

학교 주소가 적혀 있었다.



콧날이 시큰거렸다.

그래...너도 내 친구구나...

그래도 여자라고...이렇게 꼼꼼하게 적었구나...




나는 그들을 바라보며 한번 씨익 웃어줬다.

그리고 한명한명 손잡아주면서 마지막 인사를 했다.



" 나 금방 갔다올테니 니네들 소주나 한잔 하고 있어라.^^"



그리고...내 친구 진수...


알랑 : 진수 이새키!!! 형 없다고 울지말고 사람답게 살어 짜식아!!

 

         이거 완전 폐인시키니 이거 케케케


진수 : ......



진수는 말이 없었다.

그 시끄럽고 분위기 파악 못하는 바보녀석이...

그래도 친구가 가게 되니까 많이 서운한가보다.


나는 쓰고있던 모자를 벗어 진수녀석의 머리에 씌워주었다.



알랑 : 얌마...이거 니가 가져라...비싼거야...나도 아까워서 오늘 첨 쓴건데...앞으로 니가 써..



진수는 모자를 푹 눌러써버렸다. 눈물이 나오려나보다.

훗, 짜식 그래도 남자라고 강한 척 하긴...



이제 사람들이 하나둘씩 건물안으로 들어가고 있다.

10분 정도가 남았다.

나도 이젠 가야겠다.




" 얘들아~나 간다~ 조심해서 돌아들 가라~^^"




그렇게 내뱉듯이 말을 던지고 뒤돌아섰다.

그리고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건물을 향해 걸어갔다.

그곳에는 푸른 군복을 입은 사람들이 박수를 치며

입대하는 장정들을 환영하고 있었다.




돌아보면 아쉬움이 남을 것 같아서...

슬픔이 찾아올것 같아서...

그렇게 앞만 보며 걸어갔다.




그렇게 들어가고 있는데

문득 뒤쪽에서 나를 부르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진수였다.

진수가 다급하게 나를 부르며 뛰어오고 있었다.



진수 : 랑아~랑아~!!!

알랑 : 왜...왜 그래?

진수 : 하아...전화...받아봐...하아...



나는 말없이 전화를 받아들었다.



"여보세요?"

"어...랑이냐?"



수화기에서 들려오는 뜻밖의 목소리...

아버지였다...



알랑 : 아...아버지...

아버지 : 그래...랑이 아직 안들어갔냐?

알랑 : 예...지금...들어가려구요...

아버지 : 그래...

알랑 : ......

아버지 : ......



한동안 수화기 저쪽에선 말이 없었다.

입대시간은 점점 임박해지고 있었다.



알랑 : 아버지...

아버지 : 어...그래...

알랑 : 걱정마세요...잘 다녀올께요...

아버지 : 허허...그래...랑이도 군대를 가는구나...암...

알랑 : 집으로 편지쓸께요...잘할수 있을 거에요...

아버지 : 랑아...

알랑 : 예...아버지...

아버지 : ...랑아...

알랑 : 예...

아버지 : ......

알랑 : ......






아버지 : ......화이팅이다......우리 아들......






순간

애써 참아왔던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우리 아들...우리 아들...

아버지에게서 처음으로 들어본 말이다.




그토록 과묵하시고...엄하시던 아버지...

20년이 넘도록 아들이란 녀석과

제대로 된 대화도 해본 적이 없고...

2년간을 혼자 나가살게 하고...

그리고...이제 입대하는 아들놈의

뒷모습조차 지켜보지 못하는

당신이 얼마나 원망스러웠을까...




아직까지도...

우리 아들 화이팅이란 그 말이...

내 귓가에서 떠나지 않는건 무슨 이유일까...




"아...아버지...저 갈께요..."


나는 아버지께 나의 울먹이는 목소리를

차마 들려드릴 수가 없어

다급히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는 진수녀석에게 핸드폰을 건네준뒤

다시 돌아섰다.



그리고...

오늘 입대하는 사람들 속으로...

천천히...

걸어 들어갔다.






By. Allang.








나는 어리석게도...

입대할때가 되어서야

아버지의 사랑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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