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저녁..
주말에 사온 오리고기 남은 걸 해동시켜 엄마와 나 동생들..
여자 넷이 모여 앉아 불판에 열심히 굽고 있었다..
" 역시 집에서 먹는 게 쵝오야~ " " 나가서 먹는것보다 싸구, 양 많구, 편하구~ "
" 엄마~ 우리 맥주 한잔씩 할까? ㅋㅋ "
이제 23살이자 맏이인 나와 올해 대학교에 입학하는 둘째,
몇일 전 생애 첫 남자친구가 생겨서 한껏 들떠있는 올해 고딩이 되는 막내 ㅋㅋㅋ
- 여기서 막내는...
일전에 내가 쓴 글이 톡에 올랐을 때..
아는 사람만 기억할만한 주인공..
여러번 죽을고비 넘겼던 내동생;;; ㅋㅋ
(댐버껌씹고 쳐웃다 벽에 머리 부딫히고 목에 껌이 걸려서 질식할뻔했던, 콩이 코에들어간 상태로 불어서 질식할뻔, 놀러가서 옻나무 물고댕기다 옻올라서... -_ -;;; 등등;;ㅋ)
무튼 여자넷이 모였으니 접시가 깨질 정도는 아니더라도 시끄럽게 수다를 떨고있었다.. ㅋ
맥주도 한잔씩 하공 ㅋㅋ 그렇게 수다를 떨면서 먹다보니 고기가 몇점 남지않았다..
우리집은... 먹는거 앞에 양보란... 없다.. 도무지 눈씻고 찾아볼래야 찾을수가 없다..
누굴 닮았을까................... 엄마? -_ - ^ ㅋㅋ 농담이다... -_ - ;;
세 점 남겨놓고 난 배불러서 쉬고있구 동생들도 젓가락을 놓고있었다..
그 상황에서 엄마가 얼른 고기세점 한젓가락에 휘어잡기 신공으로 한입에 꿀꺽.. ㅋ
내가 옆에서 장난으로.. " 우와~ 엄마~ 다른 엄마들은 '너희 먹어라~ 엄만 배가불러~' 하면서
물러난다는데~ 우리엄만 뭐야~~ 흐흐흐~ "
동생들도 장난으로 따라웃고 있는데 엄마가 갑자기 젓가락을 내려놓으신다.. 앙칼지게;;;;
순간 정적......... " 엄마.. 장난이야~ 엄마? " 말이 없으시다 ㅠ
맘속으로 이놈에 주댕이를 채찍질하고 있었다..
한참 말이 없으시던 엄마가 입을 떼신다..
" 너희 어렸을 때.. 그땐 나도 그랬지.. 큰애 열살이고 막내는 이제 돌 막 지났는데 니 아빠 그렇게
가고나서 혼자 벌어서 할머니, 할아버지, 너희까지 먹여살리려니 아주 등골이 빠지는 줄 알았지..
그래도 늬들은 먹는 건 잘먹고 큰거야.. 먹는것만 봐도 내 배가 다 불렀지..
남들은 보상금 받은 거 있으니까 편한 일 하라고 했는데..
혼자 벌어서 셋 키우고 학교보내고 시집보내고 하려면 그 보상금으론
턱도 없으니 남자들 하는 돈 많이 받는 일만 골라해가며 뼈빠지게 길러놨더니..
머리좀 크니까 친구들이랑 놀러간다, 데이트 하러간다 나가서는 밤늦게 들어와
인사하고 씻고 방에 들어가서 자고.. 아침엔 내가 일찍 나가니까 너희 자는 거 한번씩 보고 가고.."
정말 셋 다 고개도 못들었다..
" 유일하게 같이 밥먹는 때가 저녁먹을 땐데 넷이 다 식탁에 모여앉는 일이 얼마나 된다고..
생각해보니까 내가 너무 바보같은거야.. 늬들은 이제 다 커서 시집가고 하면 남편에 자식새끼
챙기느라 바쁠껀데 나는 늬들한테 한평생 양보만 하고 산 거 생각하니까 너무 바보같아서
이제부턴 나도 내 몫은 챙기자.. 자식들한테 평생 다 퍼주고 늙어서 용돈이나 받아서 살 생각하니
바보같아서.. 너무 억울해서.. 생각해봐.. 너희 데이트하고 들어와서, 친구 만나고 들어와서..
오늘 어디가서 뭐 먹었는데 맛있더라~ 해가면서 셋이서 속닥속닥 해가면서 얘기하는데
나는 그런 음식이름 들어본 적도 없어.. 늬들중에 나랑 그런데 가자는 말한마디 하는 년 없어..
너희가 나중에 자식낳고 느껴봐야 부모에 소중함을 알지.. 그래도 모르는 것들도 많다만..
무튼 그때가서 후회하지 말고 지금 잘해라.. 그리고 생각해봐.. 지금까지 너희가 엄마한테
뭘 해줬는지.. 생일때마다 주는 선물, 똑같은 편지 그런거 말고 뭘 해줬는지.. "
얘기가 끝나자 마자 나와 동생들 모두 엄마 손 잡고 펑펑 울어버렸다..
정말 난생 처음이었던 듯...
그리고 생각해봤다..
생각나는 건 작년 가을 생신선물로 드렸던 로션, 어버이날 선물로 드렸던
저주파 안마기.. 때마다 드리는 비슷한 내용에 편지..
엄마 얘기가 끝나자 마자 엄마 손을 잡고 정말 펑펑 울어버렸다..
새벽 동틀 때 출근하셔서 남자들 사이에서 차갑게 식어버린 밥 드시고,
점심은 근처 식당에서 배달시켜서 먹는 매일 똑같은 반찬이라는 맛없는 밥 드시고,
저녁은 딸들과 함께 하는 줄 알았지만 퇴근하고 집에 오면 있는거라곤 늦는다는 메모..
막내는 독서실, 둘째는 친구들, 첫째는 퇴근후 데이트...
저녁생각 없지만 그래도 밥은 먹어야 하니까 물말아서 대충 드실 엄마 생각하니
정말 죄송한 생각밖에...
남자친구에게 전화해서 말했죠.. 참고로 남자친구와는 결혼할 사이 *^-^*
이래서 이러하니 앞으론 일주일에 두세번만 만나자. 결혼하면 보기싫어도 평생
보고 살껀데, 나는 엄마랑 앞으로 더 살아도 2년정도밖에 같이 못사니깐
오빠가 우리엄마 모시고 살거 아니면 앞으로 결혼할때까진 일주일에 두세번만 만나자
하니깐 남자친구도 알았다고 하더군요..
저와 비슷하신 분들... 오늘 저녁 집에 늦게 들어가시면 부모님께 꼭 여쭤보세요..
저녁은 드셨는지.. 오늘 무슨 반찬 해서 드셨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