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화 - 여두목 앤디나
하이에나 급 순항함 <세잎클로버>호가, 세티아가 관장하는 자동조작에 의해서 클로니아로
접근하고 있었다. 클로니아의 대기권을 단숨에 돌파한다는 것은 건조된지 30년도 넘은 세잎클
로버호에게는 불가능한 이야기나 마찬가지였으므로, 미묘하게 진입각을 조정하여 클로니아의
위성궤도를 따라 천천히 우회하는 방식이 채택되었다.
만약 무리해서 직선으로 대기권을 돌파한다면, <세잎클로버>의 외벽이 다 불타버릴지도 모
른다.
알카폰은 자리에 앉아 스크린으로 비춰지는 대기권의 무수한 영상 광고들을 훑어보았다.
그것들은 모두 대기업의 상품을 광고하는 것들이었는데, 제법 쓸모가 있어 보이는 것도 많아 보
였다. 기본적으로 우주선에 타고 있는 사람이 누군지를 식별하여 광고를 그 나라의 언어에 맞춰
내보내거나, 은하 표준어인 에스페란토를 이용하여 광고했으므로, 내용을 식별하는 데에는 그다
지 큰 어려움이 따르지는 않았다.
클로니아는 직경 456,000,113km의 조그마한 행성이었다. 거주 인구는 약 3억. 먼지 행성이라고
보기엔 제법 큰 규모였지만, 인구가 고령화 되어 있었기 때문에 실질적인 경제 인구는 채 1할도 되
지 않았다. 치안은 안정적인 편이었지만 전체적으로 활기가 없다고 보는 것이 좋은 행성으로, 완만
히 거주 행성으로서는 목숨을 잃어가고 있는 별이었다.
우주연방정부에서는 이런 변두리의 항성에까지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고 있었기 때문에, 자체적
인 시스템으로 치안이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는 사실에 감사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것이, 클
로니아 지역 언론의 주장이었다. 물론 알카폰은 그러한 주장에 대해 동의하지 않았다.
~~한 것만이라도 감사해야 한다 라는 주장은 애초에 좋아할 만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 알카폰의 생
각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그런 생각이 나쁜 것은 아니지만, 언론의 그러한 주장은 유독 연방정부의
당연한 의무에도 적용되고 있었다. 그 태도가 맘에 들지 않았기 때문에, 알카폰은 우주신문을 읽더
라도 그러한 기사가 나오면 쏙 넘겨버리고 읽곤 했다.
은하계 전체로 인류가 퍼져 나가 살아가고 있었지만, 모든 성계에서 활발하게 성장활동이 이루
어지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가령 중앙 정부의 집권 하에서 벗어난 지방 자치제의 변경 성계라던
가, 이미 전략적이거나 산업적인 거점으로서의 가치가 떨어진 행성이라면 더 더욱 그랬다.
지구시대와 마찬가지로 '황무지', '먼지' 등으로 불리는 항성계들이 생겨나고 있었다.
그 원인 중 하나는, 우주연방정부가 우주개발계획 30개년을 수립하면서, 중앙거점 집중발전식을
택한 것에 있었다.
몇 개의 거점되는 항성계를 선택하여 그 항성을 집중적으로 발전시키고, 그로부터 발전 효과를 지
방으로 파급시킨다는 것이 골자인 이 계획은, 개발에 코스트가 적게 든다는 것과 빠르게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었지만, 성계 발전의 심각한 불균형을 가져온다는 것이 치명적인 단점이었
다.
그렇기 때문에, 선택받지 못한 변방의 항성계에는 별 다른 혜택이란 것이 돌아갈 수 없었다.
이론은 현실에 적용시키면 항상 괴리라는 것이 생기기 마련인데, 이번 경우에는 고약하게도 그 괴
리라는 이름의 격차가 제법 크게 생긴 것이다.
물론 처음부터 이랬던 것은 아니었다. 처음 인류가 거주 가능한 새로운 항성계를 발견했을 때만 해
도 거주에 적합한 행성은 극히 소수였으므로, 발견된 모든 행성에서 무차별(?)한 개발이 진행되었다.
그러나 지구 외의 첫 행성(First Planet)에 정착하고 꼬박 반 세기 만에 인류는 안정적인 상태에 접
어든 장년기의 새로운 항성계 군집을 발견했다(약 950만에 달하는 성인 남녀가 외우주로 지속적인
여행을 떠났기 때문에, 그들의 희생에 힘입어). 곧 인류가 거주 가능한 행성 및 붙박이 항성들은 반
세기 전에 비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고, 그 결과 이러한 행성들이 드물지 않게 존재하게 된 것이
었다. 이른바 성계 규모로 확장된 주거의 사치라고도 볼 수 있었다.
「클로니아인가…. 2년만이로군.」
알카폰이 광고들을 한 눈으로 보고 한 눈으로 흘리며 감상에 젖어들었다. 자전하는 광고판이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화려하고 번쩍거리는 영상들이 눈 아프게 스쳐 지나갔다. 먼지 행성 중
하나인 클로니아는 만성적인 재정부족에 시달리고 있으므로, 이렇게라도 재정을 충당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겠지만…. 그런 점을 이해한다 치더라도 역시 지나친 광고는 항상 불쾌한 법이었다.
요즘 나오는 외우주 순항함에는 광고 필터 기능도 있다고 하던데….
이런 구형함에게는 바랄 수도 없는 사치겠지. 알카폰은 그렇게 생각하며 혀를 끌끌 찼다.
「앤디나 녀석도 참…. 이런 곳으로 오라고 하다니 말이야.」
알카폰은 그렇게 말하며, 앤디나의 모습을 머리 속에 그려보았다. 앤디나 역시 알카폰처럼 현상수
배가 걸린 해적들 중 한명이었다. 차이가 있다면 알카폰의 현상금은 3천 베르크이고, 앤디나의 현상
금은 3만 베르크라는 것, 알카폰은 혼자 다니고, 고물 배를 이끌고 다니지만 앤디나는 정예의 직속
부하들만해도 50명이 넘고, 최고급 클래스라고 평가 받는 엘리펀트급의 우주함을 3척이나 소유하
고 있다는 것이다.
간단히 말하자면, 알카폰은 간신히 우주 해적을 하면서 입에 풀칠을 하며 살아가는 거지이고, 앤디
나는 대부호라는 이야기였다. 해적의 세계에도 존재하는 빈부격차를 생각하며 알카폰은 쓴웃음을
지었다. 사람 사는 곳에 빈부격차가 없을 순 없는 노릇인 모양이었다.
불과 10여년전만 하더라도 알카폰이나 앤디나나 별 차이 없는 동네 친구였는데 말이다.
좌우지간, 그 앤디나가 지금 알카폰을 만나야겠다고 클로니아로 부른 것이었다.
자세한 이유같은 것은 나와있지 않은, 그야말로 그녀다운 메시지가 초광속 통신으로 전해져 왔다.
알카폰은 덤벙대진 않는, 그렇다고 굉장히 주의깊은 사람도 아니었지만, 보낸 사람이 보낸 사람이니
만큼 세심하게 그 메시지를 읽어 보았다.
도착한 메시지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 알카폰.
우주력 125년 5월 22일 표준시 9시 30분까지
클로니아의 화이트 디어로 와라. 중요한 논의 사항이 있다.
알카폰은 그 메시지를 보고 머리를 긁적였었다.
중요한 논의 사항이 무엇인지는 가서 들어보면 알게 될 것이지만, 왠지 귀찮은 일에 휩쓸릴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였다. 그녀가 그를 먼저 부를 때에는 뭔가 항상 일이 있을 때였다. 일이 있을 때마다
불러준다는 것은 그만큼 그녀가 그를 의지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알카폰은 이 일에만큼은
그런 긍정적인 사고를 하고 싶지 않았다.
과거에 이미 수차례 귀찮은 일에 휩쓸렸던 경험이 아직 그의 뇌내 해마 속 깊숙히 각인되어 있었다.
「이거야, 귀찮은 일이겠구만…. 하긴 그렇지 않고서는 부르지도 않았겠지만.」
그리고 3일간 꼬박 외우주를 돌파하여 날아오듯 클로니아로 오게 되었다.
그녀에게 싫은 소리를 해봤자 좋을 것도 없었을 뿐더러, 그녀에게만큼은 싫은 소리를 그다지 하고
싶지 않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알카폰은 약속시간보다 10분 늦게 화이트 디어에 도착했다.
지구시대의 중세풍으로 지어진 목조건물의 밖에는 여두목 앤디나를 수행하는 장정들이 열을 지어
엄중한 경호를 서고 있었다.
「알·카폰 씨입니까?」
선글라스를 끼고, 오랜 옛날부터 전해져 내려오는 깔끔한 양장식의 복장을 한, 건장한 남성이
알카폰에게 정중하게 물었다. 어림잡아 키가 190cm는 족히 되어 보이는 장정으로써 힘 꽤나 쓸
것 같아 보였다. 알카폰은 고개를 끄덕여 긍정했다. 그리고 생각했다.
'앤디나는 이런 남자들을 잘도 부리는군. 이런 점이 그녀답지만 말이야'
「두목님께서 안에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따라오시죠.」
소박하게 장식되어 있는 「화이트 디어」는 오래 전부터 알카폰과 앤디나가 주로 이용하던
음식점 중 하나였다. 앤디나는 술을 좋아했고, 알카폰은 옛 지구권시대에서 동양으로부터 유래
한 차를 좋아했는데, 이 때문에 서로 같은 가게를 좋아하긴 힘들었다. 어째서인지 그들이 어린
시절을 보낸 행성「마크로덴」에선 술을 파는 가게에선 차를 팔지 않았고, 차를 파는 가게에선
술을 팔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떤 계기로 해적의 길로 접어들게 된 앤디나와 알카폰은 초기에 행동을 같이 했다.
그때 우연히 발견하게 된 이 음식점은 두 사람의 기호에 맞는 차와 술을 우연스럽게도 구비하고
있었고, 그것을 알게 된 이후로 그 둘은 종종 이곳에서 만나곤 했다. 물론 헤어지고 난 이후에
말이다.
「늦었네, 알카폰….」
앤디나가 얼음을 띄운 보랏빛 위스키를 한모금 들이키며 말했다. 알카폰이 미안해하며 맞은 편
에 앉았다. 왜 이렇게 늦었냐는 힐책담긴 눈빛으로 눈 앞의 미녀가 날카롭게 도끼눈을 뜨고 째려
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가?」
「그래, 이 무감각한 녀석아! 그건 그렇고 왜 이렇게 늦은거야?」
앤디나는 자신의 앞에 위스키잔을 조용히 내려 놓았다. 잔에 담긴 얼음이 차랑하는 투명한 소리
를 냈다.
「그거야, 메시지를 3일 전에 확인했거든.」
알카폰은 사실대로 늦은 이유를 앤디나에게 이야기했다.
「뭐야?」
앤디나가 놀라 반문했다.
「그 메시지는 한 달 전에 보낸 거라구!?」
「도착했다는 건 알고는 있었는데, 통 이런 저런 일에 휩쓸리다 보니 말야」
알카폰이 난처하다는 듯 웃으며 머릴 긁적였다.
「감히 나의 메시지를 늦게 읽고… 거기다가 늦게 도착까지 하다니…….」
「미안, 면목 없다.」
천하의 여두목이라고 불리는 앤디나였지만 알카폰에게는 단순히 편한 친구였다. 그러나 알카
폰은 그것이 앤디나의 배려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언제까지나 동네에서 알고 지내던 그런 사이
일수만은 없다. 새심 알카폰은 그것을 느끼며 몸을 움츠렸다.
「늦은 대신, 돈은 니가 내! 알겠지?」
「봐주라, 나 빈털털이인거 알잖아.」
「웃겨ㅡ. 그러려면 일찍 오던가」
앤디나는 그렇게 말한 후 노주인장을 큰 목소리로 소리쳐 불렀다. 그 소리에 알카폰이 깜짝 놀
라 어깨를 움찔했다. 친한 친구라고는 하지만 역시 이 여자 앞에서는 뻔뻔해지거나, 태연해지는 것
이 힘들다. 예전에 같이 행동할 때도 항상 이랬다. 행동력에서는 앤디나였고, 뒷처리는 알카폰이었
던 것이다. 그러나 알카폰이 나서서 일을 처리해야 될 정도로 앤디나가 수습을 못하는 것은 아니었
다. 그녀는 머리가 좋았기 때문이다.
「주인장아저씨!!」
아름다운 고음의 부름을 받고, 주방 구석에서 백발의 노인이 얼굴을 쏙 내밀었다.
「여기 항상 하던 차, 한잔 가져다 주세요.」
백발의 주인장은 다시 말 없이 주방으로 돌아갔다.
「그런데 왜 날 부른거야?」
「아ㅡ 맞아. 그거 말인데.」
「그거?」
알카폰이 반문했다. 이 여자는 다른건 다 좋은데 대명사나 지칭어를 너무 사랑하는 것 같다.
「그래, 그거.」
알카폰은 번거롭지만 한번 더 질문해야 했다.
「그거라는 게 뭔데?」
「뭐야, 못들었어?? 유·령·선!이 떠돌아다닌다고 하는 이야기!」
「유령선?」
알카폰이 놀라 되물었을 때, 3만베르크의 현상금이 걸린 금발의 여두목 앤디나는 씨익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순간 알카폰은 눈 앞이 어지러워지는 것을 느꼈다.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