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지를 부리며 분홍도배를 하고 시장엘갔습니다.
마침 계모임도 있고, 얼마전 가입한 적십자에서 사진을 제출하라기에,이젠 정말 찍기싫은 사진, 찍을 욕심에 있는대로 치장을 하고.
몇일전까지 시아버님 병수발로, 얼굴이 흑빛이되버린 동네형님을 만나, 시골아줌마들이 즐비하게 늘어져 있는 장판엘 가보기로했습니다.
이런,이런.
도데체 난 뭐하는 여자랍니까?
아랫녘에서 올라 왔다는 나물들이 지천입니다.
식구가 없어도 남들보다 부지런히 계절음식을 해대는것으로
건실한엄마,정숙한 아내의자리를 굳건히 지켰건만.
황당함과 미안함으로 마구 사들입니다.
살짝 데쳐서 초장과 낼 참두룹. 이미 많이 자란 홑잎나물은 들기름 줄쩍~부어 향내나게 무칠것이고, 너무 영특하게 생긴 덜자란 머위는 삶아서 무쳐야할까봅니다.
사실 아들이 별로 반기지 않을 풀밭이라서, 온전히 건강식품에 눈먼듯한
남편만을 위한 식탁이랍니다.
그저 쑥정도가 고작이려니 생각했는데, 그나마 실체모를 외로움에 절절 매며
봄을 다 보내지 않고, 나물이라도 눈에 보이게 됨을 감사한 날입니다.
내친김에, 겨우내내 입었던 세탁물들까지 몽땅 세탁소로 날려보냈습니다.
다음주엔 한지 얼마안된 대청소를 기획?하면서, 그동안의 소홀을 용서받을라는데..
오늘.
나풀거리는 홈웨어를 입고, 식탁엔 크리스마스때 깔고 쳐박아 두었던 냅킨꺼내고, 무거워 잘 안쓰던 백자 그릇에 초록나물로 호사떨어볼까나?
요즘 술에 절어, 지친모습이 자기얼굴이 되어버린 남편이 활짝 웃었으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