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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하루...

휴지통 |2003.04.12 00:16
조회 339 |추천 0

아침에 눈 뜨는 시각..

대중없다.. 내 방 창문이 너무 큰 관계로 난 무조건 해 뜨면 눈이 부셔서 곧바로 일어난다..

커텐? 달아놓으면 철마다 색깔 바꿔줘야 하고 빨래꺼리도 늘어나기에 절대 안한다..

백수 된지 2달 정도 됐다..

실연의 충격과 상처가 너무 커서 하루하루를 링거를 맞고 살 지경이었으니,

짤리기 전에 내가 관뒀다..

짤린 것과 관둔 것의 차이는 천지차이임을 알기에.. 계획적이었다..

그래도 한 때는.. 잘 나갔다..

 

일어나서 젤 먼저 하는 일은.. 신문보기..

매일 아침 경제란을 훑어보며 중요한 사건이나 새로 바뀐 조세법률 같은 건

일일이 오려서 스크랩하던 예전의 냉철한 모습은 진작부터 없어졌고,

연재 소설이나 스포츠란 tv 오락 프로에 관한 기사에만 열중하는 나 자신이 이젠 더 익숙하다..

아침은 대게 안 먹는다..

독립한지 5년이 지난 지금.. 몸은.. 맛이 갔다..

 

샤워를 하고.. 있는대로 멋을 낸다..

들고 다녀도 별로 무겁지 않을 책들만 골라서 가방에 넣곤..

학교로 향한다..

올 11월 대학원 입학을 목표로.. 공부를 하는 중이다..

좀 더 솔직히 말하면..

교수님께 눈도장 쫌 많이 찍고 점수도 쫌 많이 따고

또 풋풋한 후배들의 기를.. 쫌 취할까 해서.. 음~

도서관에 책을 놓고 잽싸게 나온다..

난.. 도서관이 너무 싫다..

쓸떼없이 아는 사람이 많았던 학창시절 탓에, 몇 년만에 도서관에 나타난 날 놀란 눈으로 쳐다보며

" 선배!! 아.직.도. 학교 다니세요? 어쩌시려구요~~!!" 혹은

" 선배!! 회사는요? 짤렸어요??"

라며 눈치없이 떠들어대는 후배들이 무서워서이다..

파리쫓듯 아무리 휘~휘 젓고, 때론 나한테 하는 얘기가 아닌 것 처럼 못 들은 척 지나가도

굳이 손가락으로 날 꼽으며 지겹게 달라붙는 후배들이.. 넘 무섭다..

어쩐지.. 나이가.. 상당히 조교스러웠어.. 라며 미심쩍어하는 도서관 학생들의 눈초리도 싫었고

백수인게 뽀록날까 전전긍긍해야 하는 그 공간이.. 싫었다..

 

그.. 지겹고도 무선 후배들에게 점심값을 몽창 뜯기곤..

아직 학교에 남아있는 남자 동기들에게 전화를 걸어 조른다.. 노라줘~~~

수업중이라 곤란하다며 들릴똥 말똥한 목소리로 전활 받는 놈이 있으면..

" 얼어죽을 먼 수업~!! 째~!! 빨랑 안 나와? 앙? 내가 들어가랴?"

이 정도면 대게 10분 안에 얼굴 벌게져서 튀어 나온다..

내 목소리가 교수님 귀에도 들릴 정도 였나다 모래나~?

 

6시쯤 책을 가지러 다시 도서관에 들린다..

.............................................................

 

그리곤 곧장 압구정으로 향한다..

아주 친한 언니가 얼마 전 오픈한 bar에 들리는 게 하루의 일과가 되어버렸다..

그곳에서 언니들과 저녁을 먹곤.. 집중적으로 수다를 떤다..

친구들이 하나 둘씩 퇴근하고 이곳으로 모인다..

대게.. 커플이다.. ㅠ.ㅠ

내가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그 넘은 잊었는지.. 공부는 잘 하고 있는지..

난.. 그네들 관심의 대상이다..

요즘 대학원 쉽게 들어갈려면 돈 몇백쯤 어느곳(?)에다 투자해야 한다는 둥..

공부 안하고 농땡이 치는 나를 훤히 들여다 보는 듯한 친구들의 말에 발끈한다..

아니!! 날 뭘루 보구!! 그런.......... 고마운 정보를.. ㅠ.ㅠ

솔직히 난 자신 없었다.. 공부는 무슨..

그 넘 잊으려 죽을똥 살똥 하는 난데.. 간신히 버티고 있는 난데.. 공부는 무슨..

그래.. 조금만 비굴해 지자..

조금만 비굴하면.. 세상 살기가 한결 편한 것을.. (돌 날라 올라..)

 

부어라.. 마셔라.. 하는 중에 울 엄니한테 전화가 온다..

아직 아무것도 모르신다..

여전히 날.. 자랑스러워 하시고.. 철떡같이 믿고 계신 울 엄니...

 

집 앞에서 헤롱거리며 2차를 외치는 날.. 친구들은 매정하게도 집으로 밀어넣는다..

아.. 집이다..

혼자 살기엔 억지스럽게 넓다.. 아니, 한 가족이 살기에도 넓다..

그에게 잘 살고 있는 모습 보여주려고.. 자격지심에.. 무리하게 장만한 이 공간..

아파트 꼭대기 층이라 하늘과 참 가깝다..

베란다에서 한참을 내려다 보다 문득.. 말라가는 화분들에 눈길이 갔다..

물 준게 언제더라?

나와 5년 넘게 동거동락한 친구들인데.. 내가 너무 무심했던 것 같다..

그깟 사랑타령 하느라.. 이 소중한 친구들을 내가.. 죽일 뻔 하다니..

초록색 고무 호스에서 나오는 시원스런 물줄기를 마구 마구 뿌려댔다..

동백 나무에.. 철쭉 나무에.. 문주란에..

내 얼굴이며.. 종아리며.. 베란다 창문이며.. 심지어는 널어 놓은 빨래에 까지..

물줄기는 사정없이 뿌려졌다..

 

그동안의 백수생활로.. 통장의 잔고는 점점 줄어만 가고..

대학원에 들어가면 적어도 2년 반은 더 돈이 샐텐데..

또 결혼하려면? 피~ 결혼은 무슨.. 남자가 싫타!

이런 저런 생각에 갑자기 머리가 아파온다..

내일이 그의 결혼식인데..

내일 아침.. 눈을 뜨지 않고.. 그대로 하루가 지나갔으면 한다..

만 하루를... 마치 잠을 잔 것 처럼..

오늘 밤 눈을 감고 다시 눈을 떴을 땐.. 내일.. 모레였으면.. 그랬으면.. 

눈물이 난다..

또 다시 가슴이 찢어질 듯 아프다..

난.. 퇴보하고 있는 걸까?

겁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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