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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문신은 이런 존재 입니다.

이민영 |2007.01.30 21:49
조회 140 |추천 0

 

내가 아주 어렸을 적,

지금은, 그 때가 유치원 생이었는지도 국민학생 이었는지도

제대로 기억나지 않던

그 오래된 시절.

 

기다란 잠자리 채를 고사리 손에 붙잡고

팔랑 팔랑 날아다니는 나비 한 마리 잡아 보겠다고

그렇게 난리 쳤었다.

잠자리는 너무나 쉽게 잘도 잡히는데

그 흔하디 흔했던 노란 나비는 아쉽게도 매일 잡지 못했다.

그저 잡고 싶었다.

그 예쁜 날개를 , 잠자리 날개처럼 손가락 사이에 끼워 넣고서

자세히 살펴보고 싶었던 순수한 호기심.

아니면,

아이다운 호기심을 가장한 자유에의 박탈 위에 서 보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다리 위에 서 있다.

안동 시골 집에 어린 나를 혼자 내 버려두고 시내에 간

아빠와 언니를 조금은 원망하며 심심한 마음에 마중 한번 나가 보겠다며, 할머니와 엄마에겐 아무런 말도 않은 채 몰래 빠져나와 짧은 다리에게는 너무도 먼 거리의 길을 걸었다.

이제 저 다리만 건너 조금만 더 걸어가면 큰 길가가 나온다.

그 길가에 가서 기다리고 있으면

조금은 아빠와 언니가 내게 미안함을 느끼지 않을까 싶어 조급한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가고 싶었다.

하지만 나는 그 다리를 건너지 못해, 겨우 일 미터 남짓한 그 다리를 건너지 못해 서성인다.

저기- , 팔랑 거리는 나비 한 마리와 위잉 날아 다니는 벌 한마리 때문에.

벌은 어느새 사라지고 없는데

저 나비 한 마리는 아예 다리 길목 위에 살포시 앉아

우아한 날개를 아름답게 움직인다.

나는.

그 나비가 무서웠다.

 

 

친구들과 수다를 떨었다.

교실 한 복판에서 다음 수업은 무엇인지

 그 담당 선생님은 어떤 사람인지 하염없이 수다를 떨고 있다.

학생이면서도 이성에 눈을 뜬 터라 , 엷게 펴 바른 파우더에 립글로즈로 반짝이는 입술로

열심히 조잘조잘 거린다.

그리고 나는 보았다.

잠시 창가 쪽으로 날아 왔다 간 노란색 나비 한 마리를.

 

 

 

꽃집을 지나쳤다.

혼자하는 자취 생활. 원룸의 싸아함-.

집으로 돌아가도 반기는 것은 쓸쓸한 방 한칸 그리고 거울.

생기가 없는 네모난 방.

빨간 장미가 나를 유혹한다. 자신을 데리고 가 달라고.

그리고 자신의 그 정열적인 색깔로써 너의 그 무료한 인생에

생기를 불어 넣어 주겠다고.

그 어이없고 귀여운 발상에 잠시 발걸음을 멈추었다.

그리고 어떤 생각에 잠시 피식 웃었다.

그 때의 그 방 안엔,

조그마한 꽃병 안에 빨간색 장미가 꽂혀 있다.

날 웃게 만들었던 그 맹랑한 노란 나비 한 마리의 추억과 함께.

 

 

 

힘들다.

외롭고 춥고.. 힘들다.

도와줄 수 있는 이 하나 없다.

그저 무너져 내리는 나 자신을 공허한 눈으로 쳐다 볼 수 밖에 없다.

하릴없이 흘러내리는 눈물.한탄.후회.자책.

자괴감.

자괴감이 내 안을 광풍같이, 폭풍우처럼 몰아 쳐 내린다.

학대. 학대. 끊임없는 학대.

벗어날 수 없는 지옥.

미친듯이 탈출구를 찾아 헤매이던 내 눈은 그 때,

검은 나비를 발견한다.

그리고 , .. 그 때 함께 했다.

 

 

 

공허함. 하지만 행복함.

할 일이 무척이나 많다.

하고도 하고도 또 쌓여 있던 수많은 일들.

하지만 괴롭다는 심정. 하기 싫다는 심정. 전혀 들지 않는다.

얼른 해야지. 이것 하나 하고 그 다음엔 이걸 끝마치고.

하루가 너무 모자라 시간을 아껴 가며 한다.

이제는 일부가 되어버린. 없어지면 너무나 심하게 들 것 같은 외로움.

나에겐

그 검은 나비가 여전히 함께 하고 있다.

 

 

 

그 사람이

내 친구가 싫다고 한다.

나의 그 검은 나비가 내 소유 중에서 제일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한다.

그것이 없어져 버렸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알겠다고 대답했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 그 사람이 원한다면

살점이 떨어져 나가는 고통이 온다 하더라도,

붉은 피가 장미빛 처럼 퍼져 흐른다고 해도 좋을 것 같았다.

하지만 착각이었다.

그렇게 해서는 나, 진정 그 사람을 사랑한게 아니니깐.

이젠 내 소중한 일부가 된,

내 모든 아픈 추억을 환하게 바꿔준 그 나비를 버리고서 그 사람을 사랑할 수 없다.

나의 그 검은 나비는

나의 한 평생을 외롭지 않게 해 줄 존재인데,

그것을 버릴 수 있다는 의미는 그 사람조차도 버릴 수 있다는 것 이니깐.

버리고 싶지 않다.

그저 기억 속에 추억이라는 낱말 하나를 빌려와 잠을 재우고 싶다.

묻었다.

사랑이라는 낱말 하나도 가져와 함께 묻었다.

그 사람. 그와의 추억.

그리고 이제는 하지 않을 사랑이라는 낱말들을 남극에 묻어 꽁꽁 얼렸다.

잠에서 깨어나지 못하게.

아무도 녹이지 못하게.

 

 

 

나는 여전히 검은 나비와 함께.. 이다.

그리고

난 .

이제는 완전히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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