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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와 혈압상승.... 그리고 몽롱~

은하철도 |2003.04.17 10:59
조회 153 |추천 0


허전한 공간을 매꿀 것이 없을까...


일을 떠난 시간에 헤메는 공허한 마음은 그 무엇을 해도 메꾸어 지지 않기에 말로만 듣던 컴을 마련 했어요. 판매원의 말로는 시간 때우기는 이것이 최고이고 돈도 안든다는 것이였죠.

컴에 프린터 그리고 스피커까지 책상 위에 올려 놓고는 매가패스라는 전용선을 연결하라는 안내에 따라서 연결을 하였던 것입니다.

원래 타자를 배운적이 있으므로 자판은 그래도 독수리타법이 아닌 왕거미 타법을 사용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인터넷은 세계로 당신을 돈 안들고 여행시켜 줄 것이며 정보의 바다에서 무엇인가 득이 되는 것을 얻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는 판매원의 큰 소리를 상기하며, 드디어 컴과 인터넷의 스위치를 눌렀습니다.

아이디가 무엇이며 암호, 그리고 패스워드가 무엇인지도 모르는 깜깜이가 컴을 훤하게 켜 놓고는 잘 돌아가지도 않는 마우스를 잡고는, 궁덩이는 뒤로 쑥 빼고 마우스를 잡은 손은 저 멀리 만주 벌판에 까지 뻗치고는 열통의 쑈를 시작했어요.

딸깍이를 빙빙 돌리면서 한번 딸깍하면 화면이 확 바뀌면서 이 구석 저 구석에서 번쩍번쩍 거리는 것이 나오는가 하더니,    어느 순간에는 뉴욕타임지의 사설 같은 영어가 쫙 깔리면서 순간에 눈 앞을 캄캄하게 만드는 것이였어요.

홈페이지?....

글쎄, 도메인?...무슨 물건을 파는 도매인을 말하는 것은 아닐테데...

마이크로 소프트와 마이크 그리고 마이크로폰과는 어떤 관계인가?....

 

흡사 말도 배우지 못한 아기가 칸트의 철학이나 섹스피어의 문학을 더듬듯이, 컴 앞에 천년의 세월을 말없이 좌선하고 있는 부처님처럼 앉아 있었던 것입니다.

인자무적. 참는자 에게는 당할 자가 없다는 고색창연한 진리를 신봉하여 해결되는 컴이 아니기에 드디어 열통이 극에 달하여 소위 말하는 뚜껑이 확 열렸습니다.


두두리면 열린다는 진리도 있노라.

 

딸깍이를 가지고 드디어 선무당 춤추듯 막 딸깍거리고 다니기 시작했어요. 눌러서 변하는 것이라면 무조건 딸깍거리기를 밤새도록 했는데 한없이 내가 모르는 것만 컴은 토해 내더라고요.

아..... 아무리 무식하다고 해도 인생을 오십년을 살았는데...


그 다음날 컴을 다시 켰어요. 그랬더니 초기화면에 그만 쫙 깔렸어요. 처음 보는 프로그램들이 가득 들어 앉아서 랄랄 거리고 있는 것이였어요. 그때는 휴지통이 뭔지도 몰랐으니 지우는 방법도 모른채.......

드디어 찾았어요.

채팅이라는 것이 있는데 그곳에는 비슷한 관심을 가진 사람들이 잘 만나는 곳이라는 것이였고 잘만 하면 여자 하나는 건질 수 있다나?...


말로만 듣던 채팅사트를 또 무슨 아이디를 넣어라 암호를 넣어라 하더니 등록하고 가입해라 하는 귀찮은 절차를 거쳐서(사이트에 가입하는 절차에 필요한 개인신상에 관한 기록을 적어야 하는 것은 지금도 기분이 안 좋음) 들어 갔어요.

 

사실 그때만 해도 화면에 있는 글자가 다 시야에 들어 오지도 않았을 뿐더러 무슨 뜻인지도 잘 몰랐기 때문에 그냥 적당히 꼿히는 데로 딸깍거리고 들어갔어요

어?.....이게 뭐야?.....

 

말이 달라요. "너무 좋다."는 "넘 조타"가 되고, 여자는 "뇨자", 돈은 "던", 글자가 막 날리는데 세종대왕의 반역자들만 모여 있던 것이고.....

 

그것도 좋은데 그 방에서 난리가 난 것이 였어요.

저는 젊잖게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했더니 잠시 방이 조용한 것 같았어요.

 

그러더니 별안간 "앗! 꼰대닷" 하는 글자가 뜨고는 곧 이어서 "아냐, 암행어사야" 하는 것을 시작으로 난리가 났어요.

"교장선생님 반칙이야요"

"우리만의 방을 침해하는 것은 프라이버시 침해예요"

"나갓."

이게 어찌된 영문인가....나 보고 하는 소리인가...왠 조무라기들만 잔뜩 있는건가...하면서 어디를 눌러야 할 지도 모른채 마우스만 빙빙 돌리고는 더듬거리는데 화면이 싹 바뀌면서 무슨 강퇴라나?

 

무슨 소린가 했더니 강제로 퇴출 시켰다는 의미인 것을 나중에 알았어요.
내, 참...별거 다 가지고 망신 당하는구나 하고는 한참을 컴을 켜지도 않았어요. 그저 비싼 돈을 들여서 망신만 당한 기억에 옆눈질만 하면서요.......


자~~~ 이걸 어떻게 해야 하는가. 코드 마저 뽑아 논 컴은 책상위에 그 당당한 위세를 버티고 있으니 옆눈질만 하고 있을 수도 없는 문제이고 또한 거의 이백만원 가까이 바치고 마련한 재산인데......

 

몇칠 동안을 고민하다가 다시금 도전을 해 보기로 한 것입니다. 그래서 컴을 구입할 때에 준 Age of Empire 2 라는 게임을 시작 했어요.

흡사 재수생이 공부하듯 메뉴얼을 열심히 공부하고 약간의 연습도 하고 시작을 했어요.
그런데....햐~~~~뭐 이건 진짜 전쟁터를 방불케하는 상황이 사각의 모니터 안에서 벌어지는 것이고 내 편은 그만 오분도 못 되어서 다 죽어 버리는 것이였어요.

그것도 왜?...

무엇을 잘 못해서 그런 것인가...조차도 파악 할 틈도 없이 벌건 옷을 입은 상대편 병사에게 파란 옷을 입은 우리 병사들이 싸워 보지도 못하고 막 죽어 버리는 것이 였어요.

 

모니터 안의 사방에서 으악, 흑, 윽, 하는 비명 소리가 나는 즉시 불쌍한 우리 병사들은 피를 흘리며 나가 자빠지고 상대방 병사들은 기세가 등등 해서 사방팔방 날 뛰면서 도륙을 해 대는 것이니.....

 

마우스를 꽉 진채, 열통이 다시금 달아 오르기 시작하더니 역시 뚜껑이 확 열려 버렸습니다.

좋다.....이건 컴의 문제가 아니다. 내 병사와 영토가 그 빨간 옷을 입은 놈들에게 도륙을 당하고 강탈을 당하는데 가만히 있을 수는 절대로 없는 것이다.

그리하여~~~~~그날밤을 꼬박 세우고 오전에 잠시 잠을 자는데 꿈 속에서도 그 빨간 병사 놈들이 오락가락한는 것이니, 저는 벌떡 일어나 번개처럼 컴 앞에 앉아서 다시 시작 했어요.

 

일도 제대로 안하고 전화가 오면 바쁘니 나중에 걸라고 하면서 분투에 분투를 거듭하기를 몇칠 동안 했어요. 식사도 예사로 거르고 커피만 퍼 마시면서요....


친구나 다른 직원들이 그러는 저를 보고는 별 희한한 일이 다 있구나 하고는 꺄웃둥 거리며 손가락을 하나 펴서 옆통수에 대고 빙빙 돌리며 쳐다 보기 시작했고, 저는 전략과 전술을 밤낮으로 연구하면서 충혈된 눈을 가지고 밤과 낮을 구분치 못한채로 지냈습니다

누가 승리를 하겠습니까?..


몇칠만에 그만 몽롱한 상태가 되었습니다.

나이 오십에 게임하다가 사망하면, 염라대왕한테, " 저 녀석이 이미 머리가 돈 상태에서 미친짓 하다가 온 것이다" 라는 말을 듣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며 두손을 들어 버렸습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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