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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테이션 SF] 우주해적 알카폰 5부 - 유령선을 찾아서 (4)

깜빡이 |2007.02.19 03:39
조회 144 |추천 0

[이미테이션 SF] 우주해적 알카폰 5부 - 유령선을 찾아서 (4)

 

  그의 고개가, 그도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살며시 왼쪽으로 기울어졌다. 
잭슨이라 불린 흑인 장정이 데리고 온 린 · 메이라는 여자는, 어떻게 봐도 18살이라고
보긴 힘들었기 때문이었다.  이름으로 유추하건데, 본래 지구 시대의 동양계열에서
유래되었을 게 분명한 그녀는 이제 막 중학교를 졸업했음직한 신장에 체구를 가진,
그야말로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평범한 여자아이에 지나지 않았다.

 

「이 여자애가 유령선을 붙잡는데 도움이 될거라고?」

 

  알카폰이 물었다.  앤디나는 득의양양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가능하다고 생각해?」

 

  알카폰은 의식적으로 못믿겠다는 듯한 눈빛을 앤디나에게 쏘아붙였다.  그러나 앤디
나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녀를 데리고도, 할 수 없다면 우주해적, 그만두는게 좋을걸?」

 

  앤디나가 뻔뻔스레 대답했다.  그리곤 손짓을 해 잭슨이 다시 린·메이를 데리고 나가
게 만들었다.  곰과 다람쥐같은 두 남녀는 곧 시야에서 사라졌다. 
앤디나는 금발의 머리칼을 한번 쓸어넘긴 후 알카폰을 바라보다가 말했다. 

 

「너나 나나 우주해적이지?」

 

「갑자기 무슨 소리야?」

 

  알카폰이 반문했다.

 

「우주해적이냐구, 너랑 나랑.」

 

「그래.  나야 아닐지도 모르지만…. 넌 완벽한 우주해적이지.  그런데 그건 왜?」

 

「우주해적은 뭐든지 돈이 된다면 덤벼드는 족속들이야.  돈을 위해선 물불을 가리지
않지….  뭐 나도 이것을 업으로써 살아가고 있고, 그것은 너도 마찬가지야.  당장 경찰들이
나 헌터들이 쳐들어와서 붙잡는다고 해도 할 말은 없어.  물론 나를 감히 잡을 수 있는 녀석
따윈 이 우주상에 존재하지 않겠지만.」

 

  앤디나는 계속 말을 이어나갔다. 

 

「다소 뜬금없지만, 린 메이는 성장이 억제되어 있어.  음….  성장억제제를 지속적으로 투
여당하고 있었으니까」

 

「…뭐?」

 

  알카폰이 조그맣게 탄성을 내지르며 되물었다.  성장억제제를 인간에게 투여한다? 

 

「지금 뭐라구…?」

 

「그녀는 2살이 된 이후로 16년간 지속적으로 성장억제제를 투여받았어.  내가 그녀를 구출
해낸 것은 비교적 근래의 일이니까….」

 

「그딴 걸 사람에게 써도 되는거야?!」

 

  알카폰의 목소리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분기憤氣가 섞여 들었다.  알카폰은 일반인보단
비정하지만, 우주해적이라고 보기엔 다정했다.  어중간한 그의 성격이 크게 한 몫을 하고 있
었다.  앤디나는 알카폰이 약간 화를 내고 있단 것을 눈치챘다.   
그녀 역시 알카폰의 기분 변화정도는 즉각적으로 파악할 수 있었다.

 

「말했잖아.  우주해적은 돈이 된다면 뭐든지 한다고….  슬프지만 우리들은 그런 족속들이
야.  그걸 즐기느냐 즐기지 않느냐는 별개의 문제지.  그걸 못한다면 우주해적따윈 할 수
없어.」

 

「그러니까, 인간에게 투여를 해서‥. 그게 돈이 되니까 했다고?」

 

  앤디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계속 설명을 해나갔다.  설명이 계속될 수록 알카폰의
얼굴엔 어처구니 없음과, 분노가 뒤섞인 미묘한 감정이 스쳐지나갔다.

 

  린 · 메이는 평범한 여자아이가 아니라는 것이 그 요지였다.  그녀는 유명 제약기업인 힐데
머슈룸에 의해 엄선된 유전자간의 조합으로 만들어진 일종의 생체클론이었다.  어디까지나
임상실험을 위해서 제작된 클론이었으므로 (앤디나는 지적능력의 비약적인 향상을 초래하는
캡슐형태의 약의 임상 실험때문이라고 이야기했다), 린 · 메이라는 이름은 그녀에게 애당초
존재하지도 않았다.  대신 그녀는 757B라고 불리워졌다.  

 

  만약 계획대로였다면 “생산” 후 3년간의 실험을 거쳐, 폐기 처분될 것이었기 때문에 린 · 메
이의 수명은 조합당시부터, 3년으로 설정되어 있었다.  또한 그것은 완만한 생체리듬을 가지
고 있는 생명체의 수명이 아니라, 3년간 지속적으로 건강한 상태를 유지하다가, 3년이 끝나는
시점에 모든 기능이 정지해버리게 되어 있었다.
삶의 과정마저도 실험을 위해서 조작되어 있었던 것이다.

 

  그 와중에 힐데머슈룸에서 의문의 폭발이 일어났다.  비윤리적인 짓을 하고 있던 제약회사
를, 비윤리의 첨단, 테크를 달리는 우주해적이 기습한 것이었다. 
그 기습이 우연이었는지, 아니면 고의적이었는지, 그 배후에서 누군가 사주한 것이 아닌가
하는 점은 이 시점에서 알 수 없다고 앤디나는 말했다. 

 

  다만 그 기습 중에서 그 우주해적단은 린 · 메이를 우연히 데리고 가게 되었고, 그녀를 심문
하던 도중 곧 그녀의 뛰어난 지적 능력을 알게 되었다.
그 능력은 곧 그 해적단에 막대한 자금을 벌게 해주었고, 그 능력을 오직 자신들만이 독점하기
위해 성장 억제제를 투여했다.  만약 도중에 린 · 메이가 죽어버린다면, 더 이상 그 정도의 성공
을 기대하긴 힘들 것이 자명했기 때문이다.  지나친 성장억제제의 투여는 즉각적인 부작용을
일으켰다.  린 · 메이의 지적 능력은 평상시의 80% 정도로 떨어졌고, 무엇보다도 신체적으로
강한 부담을 느끼게 된 것이다.   

 

  이율배반적이게도, 해적단이 그들 자신의 필요로 투여시킨 성장억제제 덕분에 그녀의 죽음은

인위적으로 연장되고 있으며, 만약 성장억제제의 투여를 중지한다면 아마 빠른 시일 안으로 급격

하게 죽음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설명을 마친 앤디나는 볼에 바람을 불어넣었다가, 알카폰을

바라보았다.

 

「이해했어?」

 

  반쯤 넋이 나가 허공을 바라보고 있는 알카폰에게, 앤디나가 물었다.

 

「…….」

 

  알카폰은 고개를 끄덕였다.  약간 이해가 가지 않은 부분이 남아 있었기에, 알카폰은 그것에 대해
물어보았다.  어떻게 린 · 메이가 앤디나의 밑에 있느냐는 것이었다.

 

「그야, 당연히 내가 빼앗아왔으니까」

 

「빼앗아?」

 

「그녀에겐 미안한 이야기지만, 그녀는 확실히 누구라도 탐낼 정도로 스페셜리스트야.  나뿐만이
아니라, 다른 녀석들도 항상 눈독 들이고 있다니까!
아마 네가 몰고 다니는 세잎클로버 호의 AI인 세티아보다 훨씬 뛰어날 걸. 
항로해석능력부터, 조함능력, 그리고 세세한 전략 · 전술 수립 능력까지 모든 면에서 완벽하니까!」

 

「…그렇겠지.  2년간 지적능력을 향상시키는 약을 맞아온데다가, 유전자 조합으로 만들어진 것
이니까…….  그런데 그걸 어떻게….」

 

「날 누구라고 생각하는거야?」

 

  앤디나가 한껏 가슴을 펴고 와하하하하 웃음을 터뜨렸다.

 

「바보같은 놈들, 소행성군으로 유인해서 기습했더니 바로 항복하던데? 아 머, 그거야 어쨌건
그녀는 강력한 아군이 되어 줄거야.」
 

「뭐야, 결국 그녀를 이용해서 유령선을 붙잡아서 돈이 되게 만들겠단거잖………!」

 

「약간 비슷한데 달라.  이 고루한 아저씨야.」

 

  앤디나가 말을 자르며 이야기했다.

 

「뭐?」

 

「만약 그 유령선을 붙잡을 수 있다면 이건 돈이 될 뿐만이 아니라, 린에게도 생명 연장의 열쇠가
될 수 있으니까 말이야.」

 

  앤디나가 말했다.  그리고 위스키를 한 모금 들이켰다. 

 

「린이 말하기를 그 유령선은 폐기되기 전에 제약회사 힐데머슈룸과, 우주연방정부간의 밀약을
위해 사용된 것일 거라고 했어.  그러니까 정부에서 필사적으로 찾으려고 하는거야….  힐데머슈
룸과의 더러운 커넥션이 만천하에 드러나게 되면 틀림없이 곤란해질 테니까.
방금 전 보여줬던 사진 기억해?」

 

  알카폰은 그 사진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정찰 위성에 찍힌 그 밋밋하고 평범한 우주선의
뒷모습을.  앤디나가 말했다.

 

「내가 이 유령선에 대한 정보를 얻게 된 것은, 사실 정부의 전산망을 해킹해서야.  왜 그것을
찾아야만 하는지에 대한 회의도 도청했지.  녀석들의 입으로 그게 만천하에 드러나면 자기들은 끝
장이라고 했으니까, 그리고 힐데머슈룸의 현 회장도 거기에 있었으니 확실할테지.
만약 그것을 찾는다면 린은 수명을 늘릴 수 있는 키워드를 정부에 요구할 수 있을 거고, 나는 돈을
벌 수 있겠지.」

 

  앤디나가 뜸을 들였다. 

 

「이건 말야, 알카폰 누가 누구를 이용한다거나 하는게 아니고, 서로를 위하여 협력하는 거라구.」

 

  알카폰은 오렌지 주스를 끝까지 마셨다.  약간은 개운해진 기분이 들었다.

 

「알겠어 협력하지…….」

 

「정말? 정말이지!?」
 

  앤디나가 아이같은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알카폰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런 일이라면 거절할 필요가 없겠지.  무엇보다도, 수명을 정상적으로 더 연장할 수 있다면,
그녀에겐 좋은 일이니까 말이야.  네가 돈을 더 번다는 것은 약간 꺼림칙하지만…….」

 

  앤디나는 알카폰의 이야기는 듣지도 않은 채, 다시 소리를 높여 잭슨 아니, 린 · 메이를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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