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미라는 여자가 있다
고요할 정...아름다울 미...
울엄마가 작명소에서 딸 두말과 바꿔오신 이름이다
그러나 무엇이 문제인지는 모르지만 이름과 분위기는 잘 어울리지가 않는다
쌀 두말이 너무 적어서 그런가 아님 사람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인가
이 나이 먹도록 아직도 잘 모르겠다
이름값을 한다는 말도 있는데 정 반대니 이를 어찌할거나
오히려 어릴적 별명은 청개구리였으니...
그래도 옛날이야기에 등장하는 청개구리보다는 조금 나은것이
우리엄마 산소는 산꼭대기에 있다는 사실이다
"정미야~밥먹어라"
"싫어"
"그럼 굶어라"
"아니야 밥 줘"
앉으라면 서고 서라면 누워버리는 ...
그 정도면 흉이라고 할 것도, 이름값(?) 어쩌고 저쩌고 할 필요도 없음을 안다
정말 문제되는게 있었으니 청개구리 2탄
울보 정미...
증세가 다소 완화되었다고나 하나 이 타이틀을 지금까지 완벽하게 보유하고 있다
한창 전성기를 구가할 때는 정말 대단했었으니까
일주일에 최소한 한번정도...한번 울음을 시작하면 기본이 이박 삼일이었으니까
종달새가 노래하듯이...청개구리가 밤새 울듯이.
다람쥐가 쳇바퀴를 돌리듯이...
그 울음엔 제목이 없다
그렇다고 이유도 없음은 물론이고 결론도 없으니
한번 울기 시작하면 어느 누구의 만류에도 절대 그치는 법이 없다
천하의 엄마도 않된다
어느날 예배마치고 광고시간에 엄마가 한 말씀 하셨다
"여러분 중에 우리 딸 버릇좀 고쳐주실 분~"
교인중에 그 누구도 않된다
지나가던 사람도, 목사님도, 친구도 다 소용없다
내 울음의 특징이 있다
처음엔 초상이 난 것처럼 소리에서 부터 눈물의 양까지 실로 대단하다
시간이 조금씩 흘러갈 수록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감소추세를 보이기 시작한다
소리도 조금씩 잦아들고 급기야는 쥐어짜도 쥐어짜도 눈물은 나오지 않는다
한번 소리를 내고 나서 윗눈꺼풀과 아랫눈커풀을 힘껏 뽀뽀시켜 보지만 이미 눈물의 샘은
마른지 오래여서 그리 호락호락 하지를 않는다
그 순간부터 괴로움이 시작된다
나는 분명히 지금 울음의 작업을 계속하고 있고 아직도 갈길이 멀거늘 보여줌이 이렇게 미약해서야
어디 운다고 할 수 있는가 말이다
그러면 소리라도 충실히 내야만 한다
소리도 그렇다 너무 큰 소리로 오래 울면 그것 또한 금방 밑천이 동이 나 버릴터
약한 바람소리처럼 그러면서도 강조의 부분을 살릴땐 한번씩 고함지르듯이...자지러지듯이...
충실히 울고 있는 딸에게 한마디의 달램도 포기하고 밥그릇 밀어넣고 나가시는 엄마
밥반, 눈물반으로 식사를 마치고 다시 근무에 들어간다
그러다가 관심거리라도 생겨나면 울음을 그치고 거기에 몰두한다
언제 울었느냐는 듯이 금새 밝은 표정으로 온 정신이 그 곳에 집중해진다
그것도 시들해지고 나면 다시 본연이 울음으로 돌아가고 또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우는 딸 입에 눈깔 사탕하나를 덥석 물려주신다
그 눈깔 사탕은 어쩜 그리도 큰지 울음이 새어나올 틈을 주지 않는다
사탕이 입안에서 다 녹을 때까지 나의 울음은 잠시 휴식의 시간을 갖게된다
나는 울고 앉았고 엄마는 돌아앉아 바느질을 하신다
우리 모녀는 나름대로 제목만 다를 뿐이지 각자의 업무에 최대한 충실한 것이다
"흐으응~~~~~~~~~~~~~~"
방안에서 심심하면 길이 훤히 내다뵈는 마루끝에 나와 앉는다
지나가던 사람들 웃으며 저마다 약간은 의무적으로 한마디씩 달래고 간다
울다가 졸리면 꾸벅 꾸벅 졸고 잠이 깨면 연결하여 다시 시작하고...
"아이고 착하네 이제 울음 그쳤나봐"
그런 소리라도 들으라치면 더 크게 울기 시작하는 천하의 청개구리 울보
왜 그랬을까
온달이를 기다린 평강공주도 아니고
서리 서리 맺힌 한풀이도 아니고
절절한 외로움의 눈물도 아니고
거창한 구호를 내세운 주장의 눈물도 아니고
엄마 속 썪여드리려고 작정한 눈물도 아닌것이...
이렇게 세월이 흐르고 지금의 나를 본다
그런데...새삼 의식하는 바는
정미라는 여자는 눈물샘의 용량이 크다는 사실이다
눈물의 제목이 없는건 예나 지금이나 같고
소리가 않나게 우는 것만이 달라진 점이라고 할 수 있을것이다
연속극의 주인공보다 먼저 눈물나고
아이하고 싸워도 먼저 울어버리는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운 이여~ 너의 이름은 눈물이니라
청개구리 정미는 엄마의 산소에가서도 내내 울고 돌아오니 돌아가신 다음에도 천하의 불효쟁이
이렇듯 고해성사하듯 세상에 눈물이야기 내 놓음은 분명히 까닭이 있다
이젠 그만 울고 싶다
몸도 마음도 지치게 하는 이 작업에서 정말 눈(?)을 떼고 싶다
울지 않고도 거뜬히 살아내는 내가 되고 싶은 것이다
조금 덜 아파하고
조금 덜 못견뎌하고
조금 덜 절망하면서
그 자리에 그동안 못다한 웃음으로 가득히 채워넣고 싶다
이십년도 더 지난 이야기
" 아가씨의 관상이 참 좋군요 일찌기 이런 관상은 처음입니다"
"중년에 보석을 온 몸에 휘감으실 관상입니다"
기차안 맞은편 의자에 앉으신 할아버지의 말씀이 새롭게 들려온다
보석까지는 아니더라도
이 울음만이라도 거둬가 주기기만을 간절히 바램해보면서
다시 거울앞에 가 서 본다
내 관상이 정말 그렇게 좋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