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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진‘s
그녀와 아침에 함께 출근하기 위해 일부러 차를 두고 셔틀버스를 탔다. 8시 정각. 어제 그녀가 일러준 것들을 다 보고 자느라 1시에 잤지만 10분이나 일찍 나왔다. 그녀는 버스가 출발할 즈음 헐레벌떡 뛰어왔다. 긴머리를 휘날리며 7cm는 되어 보이는 검은색 힐을 신고도 스커트를 펄럭이며 잘도 달렸다. 그녀는 나를 지나쳐서 뒷자리로 가버렸다. 그녀에게 인사하려고 올린 손이 부끄러웠다. 그녀 옆자리로 갔더니 어느새 잠이 들어있다. 높지도 낮지도 않은 아담한 코, 얇은 윗입술에 비해 도톰한 아랫입술을 꼭 깨물고 자고 있었다. 무엇보다 그녀의 매력은 흰 피부다. 가방을 꽉 쥔 손은 종잇장처럼 창백하기까지 하다. 아침에 결재할 일이 많은데 마음은 벌써 어학당에 가있다. 오늘 하루도 그녀에게로 달려간다.
#선혜‘s
그가 곧 서류를 챙겨 온다며 총무과로 가고 난 어학당으로 천천히 걸었다. 또 시작된 나의 하루가 두려웠다. 공익요원 동석이 뽑아주는 커피를 직원들 모두 티테이블에 모여 한잔씩 하며 하루를 시작했다.
차실장은 내게 중국 학생건에 대해 민휘진을 도와주라고 적게는 세번은 말한 것 같다. 미진과 상현이 사내 커플의 닭살스러움을 과시라도 하듯 어제 술마셨다며 컵라면 먹고 속풀러 간다고 나갔다. 저것들 9시전에 안들어오기만 해봐라. 내 좁은 속은 커플을 고이 못 봐주고 또 심술을 부리려했다. 얼른 스스로를 자제시켜서 결재 문서에 집중했다. 오늘도 할 일이 태산이다. 학기말이 정말 싫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학점 컴플레인과 외국인 강사 채용이 겹치고, 어학당 홍보지도 만들어야 한다. 전자 결재를 올리고 홍보지 원고를 수정하고 미진이 맡은 강좌관련 페이지도 받아서 팩스를 보냈다. 때를 맞춰 민휘진이 들어왔다. 그는 반갑게 직원들한테 인사하더니 내 옆으로 와서 의자를 끌어 당겨 바싹 붙어 앉았다.
남자의 스포츠 스킨 냄새가 아닌 여성용 화장품의 은은한 향이 났다.
그는 어제 메모한 것을 다시 훑어 봤는지 이곳 저곳에 빨간 줄이 그어져 있었다.
"이제부터는 출입국 관련이예요. 출입국에는 비자파트와 그외 외국인 등록이나 재입국 등의 파트가 있는데 금요일에 제가 출입국에 갈 예정이니 중국 학생들 서류도 그때 맞춰지면 제가 해드릴께요. 아니면 같이 가셔서 얼굴을 익혀 두셔도 괜찮구요. 대신 적어드리는 서류는 준비해주세요."
그는 내가 메모할 동안 입김이 내 귀를 간지럽힐 만큼 가까이에 얼굴을 대고 메모를 보고 있었다. 심장이 정신을 못차리고 세차게 요동쳤다. 뭐야, 내가 왜 이러지. 얼굴에 열이 올라서 화끈거렸다. 그는 아무렇지 않은 듯했다. 역시 내가 병이다. 필요한 서류들을 프린트해주고 그가 파일을 정리했다.
"점심은 식당에서 드시죠? 같이 갑시다."
그와 실장님, 동석과 넷이서 밥먹으러 먼저 갔다. 그는 아직 아리송송하다며 밥을 먹는 내내 질문을 해서 답해주느라 남들 다 먹을 동안 반도 못 먹었다. 그는 자기에게 인사하는 사람에게 일일이 답례까지 하며 여유로와 보였다.
"미안합니다. 자꾸 이야기가 끊어지네요. 그럼 출입국이 끝나면 국제우편으로 보내서 답이 오기를 기다리면 된다는 것이군요."
그는 여러가지를 꽤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반찬이 갈치 한 조각과 무말랭이, 계란말이라서 계란말이만 뜯어먹고 있는데 그가 내 식판에 있는 갈치를 손을 뻗어 젓가락으로 가시를 발라 주었다.
"골고루 잘 먹어야 일도 잘하는 법입니다. 특히 생선은 여자들에게 아주 좋아요. 이거는 다 먹도록 해요."
뭐랄까. 선생님이 학생한테 훈계하는 말투였다. 동석과 실장님의 눈이 얼마나 커졌을지 안봐도 알만했다. 그 갈치가 뭐가 그리 대단하길래 나 역시 갈치를 가지러 가는 손이 떨려서 진정시키느라 혼났으니까. 정작 그는 무덤덤하게 자기 식판의 밥을 깨끗이 긁어먹고 있었다. 이 사람 여자들의 가슴을 떨리게 하는 아주 특별한 재주를 타고났나보다. 내 심장은 어제부터 계속해서 떨리고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