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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중년의 봄..

소금별 |2003.04.21 09:45
조회 561 |추천 0

 

집 담벼락 하나 차이로 자리한 모 대학교..
햇살이 너무 좋아 창을 열어 놓는 날은
젊음의 수다가 귀 가까이 들려서
저 마저 그 수다에 동참하고 싶은 충동을 느낀답니다.

 

그 수다가 넘 정겨워 안방 창문에 기대어
담 너머에 있는 학교를 바라보면
햇살 보다도 더 화사한 봄을 봅니다.

 

짧아진 여 학생의 스커트에 봄이 왔고..
얇아진 블라우스 한들 거림에 봄을 느끼고..
굳게 닫혀 있던 창가에 서서 내뿜는
담배 연기를 볼 수 있고..
교정에 나와 있는 무리들의 모습에서도 봄을 느낍니다.

 

그렇게 봄은 소리 없이 해 마다 찾아 옵니다.
사랑인줄 모르고 지내다 지난 후에 사랑임을
깨닫는 내 첫 사랑이 봄이고..
커다란 손수건을 가슴에 붙이고 선생님 따라 걸어가던
내 어릴적 눈망울도 봄이었음을 이젠 느낍니다.

 

봄을 맞이하는 나는...
언제나 힘들음에 육체도 정신도
모두 힘겨운 나락에서 헤맸지만..
중년이 된 내게 다가온 봄은
따가운 햇살도 각막이 찢어질 만큼 쳐다보고 싶고
가느다란 빗줄기를 손으로 만져 볼 줄 아는
여유가 생겼습니다.

 

완연한 봄인가 싶더니
며칠동안 내린 가느다란 빗줄기 때문에
이젠 봄을 느낄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는데
오늘 또 다시 보여지는 따스한 햇살에
하루의 촌지를 아껴가며 한껏 느끼렵니다.

 

오늘같은 날은
전에 살던 시골 마을로 내려가
하루에 몇번 오지 않는 버스를 기다리고..
그 버스를 타고 창틈으로 들어오는 봄바람을
실컷 맞고 싶어집니다.

 

하지만...
그저 공상으로 끝내야 하는 현실로 돌아와
방마다 돌아다니며 빨래감을 찾아
세탁기를 돌리고 나서..
옥상 빨래줄에 하나 하나 펴서 널어 놓고..
며칠전 심어 놓은 상추 모종도 살피고..
작년에 심고 제법 줄기를 뻗어
넓은 옥상밭을 독점 하다시피한 딸기를
들여다 보며
이것이 봄이구나.. 하고 느껴야겠습니다.^^

 

먼 훗날 되짚어 생각해 볼 내 중년의 봄은
첫사랑의 설레임도..
선생님을 따라 걷던 아름다운 두려움도 아니지만
봄.. 그 자체를 즐길 줄 알고 사랑했다고
기억될겁니다.^^

 

 

 

창가에 놓인 작은 화분이 정겨워 보이는 오늘..

우리방 식구님들~
오늘도 향기로운 하루 되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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