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솟듯 넘쳐 흐르는 사랑을 건네줄 상대가 없다는 건 정말 불행이자 견디기 힘든 일이다.
한때 마음을 닫기도 하였지만 결국은 이놈의 외로움이 다시금 그 문을 거세게 두드려버린 것이었다.
봄이 아닌가? 만물이 개화하는, 그래서 사랑 역시 열매를 맺을 수 있을 거 같은 봄이 아닌가 말이다.
엄니는 장가 보내야 된다며 시도 때도 없이 사방 팔방 안 쑤신 데가 없을 정도로 나팔을 불고 다니셨
으니, 엄니 근처는 정말 쪽(?)스러워 가기가 부끄러울 정도였었다.
안되겠다 싶어 스스로 한번 찾아보자 마음 먹고 인터넷에 들어가서 “결혼” 이란 검색어를 치니
상단 두번째 칸에 D결혼 상담이 눈에 확 들어오는 것이었다.
행여나 누가 볼까 조심스럽게 스크린을 절반쯤 가리고 내용을 살펴가는데 제법 신뢰할 만한
느낌이 들면서 마음을 궂히게 되기까지, 돌이켜보면 그녀와의 인연이 결국 필연이 아니었을까 하는
개연성마저 부여하고 싶었던 것이 분명하다.
한번의 실패. 그리고 가슴에 남은 돌이킬 수 없는 상처는 더 없이 인간적이고 따뜻한 애정을
갈망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실패와 고통에 대한 두려움을 안고 세상을 무미건조하게 바라보려고
노력하기 마련이다. 그리하여 조금은 폐쇄적이고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은 형식과 예의로 상대를
대하기 마련이다.
어차피 별 설레임없는 만남은 이어졌고 나름대로 선하고 괜찮은 사람들이었다 하더라도 feel이
통하는 인연에 대해선 기대하지 않았다. 슬슬 짜증이 나기시작했다. 내게는 무엇보다 교감을 느낄
대상이 필요했지만 어머니는 그보다 아들의 짝이 필요했을테고 그런 만남은 자연스럽게 반복되고
있었다
그녀를 만나기 전까지는…. 주선자가 보여준 사진속의 그녀는 심봉사의 눈이 번쩍뜨일만큼
미인이었다. 객관적으로 그녀는 정말 미인임에 틀림없다. 그때문에 어째서 이렇게 아름다운
그녀가 싱글인지 하는 의구심이 들면서 나는 그녀가 만나고 싶었다.
우연히도 그녀의 핸드폰 번호는 내 생일과 연관성이 있었고 같은 대학을 나온 후배였다
이제껏 살아오면서 아마도 대학 후배라는 그녀 만큼 미인은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그녀는 정말 거짓말 좀 보태서 마치 Barbie Doll 같다 고나 할까.
자기 눈에 안경인지는 몰라도 정말 이목구비 하나 하나가 조각 같은 모습이라 상대 또한 자신의
그런 모습을 너무 잘 알고 있는 듯 한데...
다만 solo 한 테나 느낄 수 있는 외로움내지 차가움이 없다면 더욱 좋으련만. 외로운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같은 향기, 고독이라는 조금은 씁쓸한 커피향 같은 그것이 느껴지는 것이 아쉬움일수도
혹은 동질감(?)일수도 있었다. 여하간 그녀는 그렇게 나의 Barbie Doll이 되었다.
물론, 나는 미인을 찾는 게 아닌 사랑을 찾고 있지만…
소위 그 첫눈에 와 닿은 인상은 그녀의 아름다움이 단지 외모에서 느껴지는데 그치지 않고
내 마음이 이토록 동하는데서 오는 감동과도 같은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실은 약간의 혼란스러움이 들었다.
슬슬 병이 시작되는 것이나 아닌지. 불과 두번 밖에는 안 만났는데 . . .
너무 빠른 거 아냐. 찬찬히 가야되. 서두르지 말자. 속으로 다짐해 보곤하는데 사람 감정이 어디
그리 쉽게 다져 지냔 말이다.
특별한 얘기 거리가 있어서가 아니라 보고 있으면 좋은 걸 어떻하겠느냔 말이다.
다행이 그녀도 나와 같은 심정이리라. 데이트도중 의도하진 않았지만 가볍게 손을 잡고는 흑심이
아니라 'Love Affair'의 아네트 베닝과 워렌 비티가 그랬듯이 진정으로 로맨틱하고 그윽한 분위기가
오고 갔으니 말이다.
사랑은 이렇게 시작되고 있었다. 또 다시 보고 있어도 보고 싶은 벅찬 그리움과 설레임으로
유쾌해지는 나날이 시작되고 있다.
누군가 그랬다. 너무 힘이 들고 아팠던 기억에 누구든 사랑에 대한, 혹은 사람에 대한 두려움을 갖고
살아가지만 그래도 다시 찾아오는 사랑에 대해 결코 거부하지 않겠노라고, 사랑은 삶을 살아가는 이유
이고 전부일수 있다고.... 어쩌면 나혼자 이렇게 나의 Barbie에 대한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를 한다
면 지나친 감상이 아닐런지하는 생각도 해보았다. 그러나 나는 사랑의 전도사가 아닌 그저 평범한
사랑이 빠져 막 행복해 지기 시작하는 평범한 남자일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