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들 말씀하시는 것처럼 부부의 인연
은 정말 하늘이 정해준 운명이 아닐까?
그를 만나고 나서 그 말에 확신을 갖게 됐습니다.
우리가 만난 곳은
인터넷의 한 대화방에서였습니다.
우리가 만날 때쯤이던 2001년 11월은 인터넷 채팅으로 문제가 많던 때였죠.
-뉴스에서 이따금씩 대화방에서 만나 불륜에 빠진 아줌마 얘기들이 들렸던
본래부터 대화방이란 곳을 경계해 그 근처에는 얼씬거리지도 않던 전
'아예 처음부터.. 가지 말아야겠다.'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빠져서 헤어나지 못할 것 같으면 처음부터 하지 말자..
그런 성격에 저.. 남들 다하는 고스톱도 못합니다.
배우면 자꾸 하게 되고 싶고, 자꾸하다보면 돈도 걸게 되고, 잘못하면 도박이 될까싶어서요..^^
그렇게 스스로에게 엄격하던 저였죠.
그런데 그 때..
대화방에서 그를 만나던 그 땐,
나의 이십사년 인생에서 처음으로 사귄 남자친구랑 헤어지고 바보처럼 마음을 못 잡고 방황하던 때였습니다.
친한 친구 둘에게는 뭐든 보여줄 수 있지만 같이 사는 것도 아니고 서로 바빠서 자주 만날 수도 없었기때문에 아픈 내 마음을 표현하고 위로 받는건 정말 한계가 있더군요.
다른 사람들에게는..
그깟 자존심 때문에 아픈 모습을 보일 수도 없었습니다. 심지어 제일 가까이에서 아침 저녁으로 같이 등학교하고 매일 도서관 옆자리에서 같이 공부하던 제 여동생도 저한테 그럽니다.
"정말 대단하다. 어떻게 그렇게 일상 생활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고, 웃고 얘기할 수 있을까? 나같으면 너무 괴로워서 아무것도 못할 것 같은데 언니는 정말 강한 사람이라는 걸 새삼 느낀다니까..!!"
주위 사람들 날 아주 강한 사람으로, 어떠한 경우에도 냉정하게 일처리 하는 사람으로..
늘 웃는 사람으로 기억하는데.
그런데 어떻게 내가 힘들어서
무너지는 모습을 보여주겠습니까.
인터넷의 대화방은 그런 저에게 아주 따뜻하고 편안한 곳이었습니다.
나를 이미 알고 있는 사람들이 아니었기 때문에 지금의 아픈 나의 모습을 자연스럽게 보여줄 수 있고, 위로 받을 수도 있었죠.
그곳에서 우연처럼 운명으로 한 사람을 만났습니다.
예전 남자친구처럼 직업 군인이었던 그..
똑같은 직업이었지만 냉정하고 잔정이 없던 예전 남자친구와 정반대로
따뜻하고 잘 챙겨주던 사람이었습니다.
매일매일 그를 만나서 나의 아픈 마음을 덜어냈습니다.
'매일 똑같은 이야기 지겨울거야'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왜 그렇게 바보같이 마음 아픈 내 생각만 했는지..
그런 나의 하소연을 따뜻한 마음으로 들어주던 그가 너무 고마웠습니다.
그러다.. 정이 들었죠.
위로는 아무도 없는데 '진짜 내 친오빠였으면 얼마나 좋을까?' 그렇게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내 얘기만 하다가 그도 자신의 모자란 부분에 대해서 얘기하기 시작했습니다.
"사실 여자친구가 없는 이윤 내가 너무 못생겨서야."라고..
소개팅이나 미팅에 나가면 늘 채이기만 하고, 한번은 친구와 소개팅에 나갔는데
친구랑 둘이 기다리는 중에 전화가 왔답니다.
도착했는데 인상착의가 어떻게 되느냐고,
인상착의를 설명해 줬는데 30분이 지나도 나타나질 않아서 전화를 해보니 받질 않았다더군요..
나중에 알아 봤더니 그를 보고 두 여자가 그냥 돌아가버렸던 것이었습니다.
'아니 왜 여자들은 그깟 외모가 뭐가 중요하다고 외모만 보는 거지? 사람이 말야 성격이 중요하지...참 이해할 수 없어..그런데 얼마나 못생겼길래...?'혼자서 생각했죠..^^
궁금했지만 그를 만나기로 마음을 정하기까진 5개월이나 걸렸어요.![]()
- 뭐든 조심하는 성격이라.
지하철 역에서 택시를 타고 온 그를 난 먼저 알아보곤 순간 갈등했습니다.
'그냥 가버릴까?'
그 순간 내가 얼마나 속물이었는지 뼈져리게 느꼈습니다.
고등학교때 친구들은 똑똑하고, 잘생기고, 돈 많은 남자가 이상형이라고 말할 때,
난.." 초등학교만 나와도 좋아, 돈도 없어도 좋고, 못생겨도 좋아..장애자라도 사랑할 수 있을 것 같아.
그런데 단 네 가지 조건이 있어.. 정직하고, 성실하고, 노력하는 자세로 세상을 살면서 사람을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
그렇게 이십사년을 살면서 외모는 안본다고, 사람은 인품이 중요하다고 누누히 말하던 제가 그 순간 그의 외모를 보고 그 사람을 평가해버렸기때문입니다.![]()
그 사람에게 많이 미안하고 얼마나 죄책감이 들던지....
그 때, 제 심정은 정말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었습니다.![]()
제 자신이 창피하고 부끄럽고, 내가 정말 이렇게 못난 사람이었나..![]()
만약에 그렇게 돌아섰다면 우린 결혼이란 걸 하지 못했겠죠.
하지만 순간의 갈등은 그냥 순간의 갈등으로 끝났습니다.
![]()
난 돌아서지 않고 인사했습니다. "안녕하세요.."
그리고 미안한 마음에 먼저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했습니다.
전에 남자친구까지 있었으나 극도로 남자들을 경계해 남자들과의 악수조차 밀어내던 제가 말입니다.
(참고로 저 이십사년동안 남자랑은 악수를 포함해 손을 잡아본 적이 채 다섯번도 안됩니다.)
후에 그가 얘길합니다.
그 때 내가 자신을 받아주어서 너무 사랑스러웠다고 말입니다..
그렇게 시작된 우리의 사랑은 결혼으로 이어지기까지 많은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우선 군인이란 그의 신분이 사랑을 만들어가는 데엔 걸림돌이 많았습니다.
뭐든 계획을 세우고 시간약속을 중시하던 저와 약속이란 언제든 변동될 수밖에 없는 그 사람..
한달에 한 번의 만남,
전화할 시간도 늘 부족한 그
전..
공부에 대한 부담감과 미래에 대한 불안함으로 힘들어하던 상황이었기때문에
시간이 흐를 수록
처음에는 뭐든 이해를 잘 하던 제가 그런 그의 상황을 이해 하는 부분도 점점 더 적어지고 있었습니다.
더군다나 힘든 상황에서 곁에 있어 주지 못하는 사람에 대한 원망과 외로움은
평생 남 앞에선 눈물조차 안 보일 것 같은 절 며칠을 멀다하고 울게 만들었습니다.
제가 울면 그는 불안해 했습니다.
제가 얼마나 강한 사람인지 알고 있는 그는
한번 두번 제가 울때마다,
'더이상 버티기 힘들어서 헤어지자고 하지는 않을까.'라고 생각했답니다.
그런 그의 생각처럼 정말 전 점점 더 약해지고 있었습니다.
-정말 내가 그를 많이 사랑하고 있는 걸까..
그러다 난 특단의 조치를 내리게 됐습니다.
내년에 결혼하자....
그와 나는 서로를 만나기 전에 3년 뒤에나 결혼을 생각했었는데,
이러다가는 헤어지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잠시 들기도 했었고, 그럴 확률은 아주아주 적지만 서로 맘 편안하게 각자의 일에 열중하자고 전 맘 먹었습니다.
우린 지하철역에서 만난지 5개월만에(2002년 9월) '내 인생의 반려자는 당신뿐이다'라며
덜컥 결혼하기로 했습니다......
그러느라.. 저 프로포즈도 못 받았습니다..
아무래도 제가 프로포즈 한 것 같습니다..^^
결정하고 친척들과 친구들에게 그를 소개시키는데..
다들 그러더군요.
"다시 생각해봐라."
역시나 외모랑 직업이 문제였습니다.
내가 미스코리아도 아닌데, 나한테 많이 모자란다고 다들 반대 합니다.
하지만 외모가 뭐가 중요합니까?
내가 제일 좋아하는 우리 막내 고모는 너무 못생겼다고 다른 사람 만나면 안되냐고 나한테 그러셨죠.
"고모.. 너무 하는거 아냐? 고모 나이쯤 되면말야(34세). 외모가 뭐가 중요하냐고,성격이 중요하지. 그렇게 얘길 해야 하는게 아니냐구!"
울 고모.." 그렇긴 한데..조건도 그렇고, 넌 대학원까지 다니잖아..더 똑똑한 사람 고르지.. 그리고 너무 못생겼잖아. 난 내 조카가 이렇게 못 생긴 사람하고 결혼할지 꿈에도 생각해본 적이 없다."
그러면서 말끝을 흐리십니다...
울 고모한테 그때 언성 높힌거 좀 미안해요. 저 속상해서 그랬거든요.
제일 좋아하는 막내고모가 그런 말씀하시면서 반대해서요..
나의 가장 친한 친구 둘..
"혜경아 너 그 사람이랑 꼭 결혼 할거니? 웬만하면 다시 한번 생각해봐라..응?"
"조건도 그렇고, 외모도 그렇고"
그 사람 있는 자리에서도 별로 안 좋은 내색을 했죠.![]()
어~휴.. 그 사람한테 너무 미안했습니다.
안 그래도 살아오면서 외모때문에 마음 아픈 일들이 많았는데 결혼하려고 하는 여자주변에서
외모때문에 반대를 하니 말입니다.
그래도 다행인건 엄마 아빠께서는 그 사람 제가 좋다고 하니 반대 한번 안하시고,
아들없는 우리집에 아들로서 받아주셨습니다.
우리 할머니도 절 보시면 "아무리 생각해도 혜경이가 아까운데" 늘 그러십니다..^^
팔은 안으로 굽는거라서 우리집에선 그렇게 보였을거예요.
아마 제가 시부모님께는 많이 모자란 사람으로 보였겠죠?![]()
참.. 이런 일도 있었군요.![]()
제가 그 사람 부대를 방문한 적이 있었는데
소대장이었을 때, 소대원이던 한 병사를 만났죠.
저랑 헤어지고, 그 사람이 물었답니다.
"여자친구 예쁘지?" "네!!" "잘 어울리냐" 병사 왈 "잘 안 어울립니다.'"
그 말 듣고 한동안 그 사람 기분나빠 하더군요..![]()
외모란 건 살면서 아무것도 아니라고 하는데 사람들은 왜 그렇게 법석들을 떠는지 모르겠습니다.
저 처음 만났을 때, 그 땐 한순간 망설였는데
지금은 그 사람이 너무나 잘생겨 보입니다..
진심으로요..
30kg차이가 나는 체중도 듬직해 보이고,
너무 귀엽고,사랑스러워요..
꼭 개구장이 7살 소년처럼요.
그 사람 애교 없는 제게 늘 애교 떠는 사람입니다.
"보고 싶다... 나 혜경이 사랑해.. 자기도 나 사랑해?"
개그콘서트에 나온다며 "기다려봐~찍혔어~내꺼야~사랑해~알러뷰"
그러면서 웃겨주고,
"내 아를 낳아도~~"
"여보야.. 사랑해"
만나면 절 너무 사랑스런 눈으로 쳐다보며 시선을 떼지 못하던 남자입니다.(주위사람이 그러더군요. 전 몰랐는데, 둔해서...^^)
자주 문자메시지 보내서 사랑을 표현하고, 늘 식사는 하셨어요?반찬은 뭐였어요? 뭐하고 계셨어요?..
세세한 것까지 챙겨주는 사람입니다.
저...
"자기야 나 사랑해?" 물으면 "됐어..닭살이야"그러고,
애교 떨면 웃고 마는 여자입니다.
"나 사랑한다고 말해줘"그러면 "다음에"
그러는 사람입니다.
한번은 이런 일도 있었습니다.
기차 타고 여행을 간 적이 있었는데,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좀 다투게 되었고..
며칠동안 저때문에 맘 고생 하던 그가 정말 힘들었는지 그 때, 끊었다던 담배
를 피웠습니다.(절 만나고 끊었거든요.)
전 사귀면서 전화로 매일매일 "오늘 담배 안 피웠지?" 확인했었습니다.
그러면 그는 "응"
그랬었는데
살면서 어떠한 거짓말도 하지 않으려 노력하던 저에게
'사실 지난 며칠 동안 부대일로 ,그리고 네가 너무 힘들게 해서 요근래에 담배를 몇 가치 피웠다'라던 그의 말은 정말 충격이었습니다.
제게 거짓말을 했다는 실망감과 나의 신뢰를 저버린 그가 야속해서 그 자리에서 펑펑 눈물을 흘리며 울었습니다.
정말 제가 생각해도 눈물
이 펑펑이었죠..
기차역을 지나가던 사람들이 우릴 쳐다보면서 가는 걸 정신없이 울기만 하는 저도 느낄 수가 있었는데..
나중에 그의 말을 들어보니 지나가던 모든 사람들이 이상한 시선으로 쳐다보더라고..
전 한 이십분 울었던 것 같은데,, 그는 한시간은 울었다고 합니다.
저 대단하죠?
한 시간 울고, 저녁 먹은 것 다 토해내고..
그는 이제 담배 안 피웁니다.
제가 너무 서럽게 울어서 그 때만 생각하면 맘 아파서 못 피우겠답니다..
-별 것도 아닌데 그 땐 왜 그렇게 서러웠는지![]()
그는 제가 하는 말이라면 다 들어줍니다.
갑자기 예정에도 없이 삼촌댁에 인사드리러 가자면 가고,
막내 고모댁에 놀러 가자면 가고,
내 동생 용돈도 챙겨주고,
밥 먹자면 밥먹고,
결혼식 날짜도 내가 하고 싶은대로,
아기도 내가 낳자는 대로...
뭐든 다 내가 하고싶은대로 해줍니다.
화이트 데이 날에는 울 엄마 사탕 바구니도 5만원짜리 챙겨주고,
울 엄마한테 어머니라고..
늘 엄마한테 전화해서 안부도 묻고..
우리 친척들이며 어린 사촌동생들까지 챙기느라
동생들 선물도 사주고, 놀이동산에도 데려가주고..
어쩌다 가뭄에 콩 나듯 그 사람이 내가 하는 말을 듣지 않을 때
면,
저....이렇게 말합니다.
"오빠, 예전에 국어교과서에 나온 장끼전 기억하지?
그 때 장끼가 왜 죽었는지 알아? 아니 살 수도 있었는데 죽은 이유 알아?
그건 장끼 부인인 까투리 말을 안 들어서 그래.
그 때 까투리 말을 들었으면 안 죽고 행복하게 살 수 있었을걸..
주위를 봐봐 마누라 말 안 들어서 패가망신한 사람이 얼마나 많냐!
아내가 남편한테 득이 되는 일을 하지 말라고 하고, 해가 되는 일을 하라고 하겠어?
그러니까, 내 말 잘 들어야 돼..
"
그럼 그 사람 아무말 못하고 제가 시키는 대로 합니다..![]()
그런 그가 갑자기 쓰러져 병원 응급실로 실려갔다는 얘길 그의 동기를 통해 들었을 때,
바보같이 죽으면 어쩌나
.. 그러면서 제일후회가 됐던 건
그가 늘 듣고 싶어했던 말.."사랑해"라는 말을 한번도 못해준 것이었습니다.
다행히 아무렇지도 않게 일어났지만요.
아직도 전 사랑해 라고 말하는게 어색하기만 합니다.
누구보다도 그를 사랑하고, 평생 옆에 있을 테지만요..
결혼식을 하면서 "여보, 사랑해요
."라고 말해줘야 겠습니다.
^^
그런데 말입니다..
우리 지난달에 혼인신고는 했답니다..
그래서 법적으론 부부예요. 실제적으론 아니지만..^^
제가 눈처럼 하얀 웨딩 드레스를 입으려면 꼬~옥 처녀여야 한다고 우겼거든요..^^
뭐 안 그래도 될테지만 예전에 고등학교 다닐때,
어떤 선생님이 그러셨거든요.
신부들이 입는 웨딩드레스가 왜 하얀 색인지 아느냐고,
그건 눈처럼 하얀 순결을 뜻하는 거라고....^^
그래서 바보같이 그 말대로 살고 있답니다......*^^*
아직 전 친정에,
그는 부대에서,
한달에 한두번 만나는 것도 그대로이지만
지금이 신혼에 포함되겠죠?![]()
올 11월 9일날 결혼하고,(대화방에서 만난지 2년만에)
신혼여행에 가면 아직 그한테 하지 못한 얘길 하려고 합니다.
어떤 얘기냐면요.
" 내가 앞으로 살아가면서 당신에게 뭘 해줄수 있을지 모르지만.. 평생을 살면서 한가지는 약속할께요. 우리 엄마가 문제가 많고 병이 깊은 아빠옆을 평생 지키셨듯이 나도 어떠한 경우에도 당신곁을 평생 지킬께요."라고요.
내가 약속을 얼마나 소중히 여기는지 알고,
우리 엄마가 어떠한 분이셨는지 아주 잘 아는 그는 아마 그 약속의 의미를 가슴깊이 새기며 행복해 할것입니다..^^
마지막으로 나를 현명하고 똑똑하며,
착하고 따뜻한 여자
라고 생각하면서
날 진심으로 사랑하고,
내 말이라면 뭐든 동의하고 따라주는
사랑
하는 그 사람에게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혜경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