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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이상)]}>

바바리안 |2007.03.04 21:29
조회 737 |추천 0

추운날씨(Intro)

 

나는 백수. 무직. 여자친구도 없고, 심지어는 친한 친구 한명 없으며 겨울방학 내내 FPS게임에 빠진채 보내고 있다. 내가 수집한 시디는 수십여장.

그것마저도 질리면 책방에 가서 판타지 소설을 한권 빌려온다.

 

[얼마인가요?]

 

[800원.]

 

옷이 없어 교복을 입고 갔더니, 깔보는 듯한 말투로 툭 던지는 알바생. 나도 패스트 푸드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했었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다.

 

-뿌득 뿌득-

 

눈깔판에 발자국이 찍히면서 나는 소리이다. 계절은 점점 극과 극을 달리는 듯.

여름에는 엄청나게 더웠다, 겨울에는 너무 추워서 탈이다.

교복만 입고 갔더니, 겨울의 칼바람이 살결에 에이는듯 고통스럽다.

한번 우리집 근처에 있는 PC방을 가본다. 역시, 겨울방학이라 그런지 사람이 꽉 차있다. 간신히 남은 한자리.

집에 게임기는 있지만 컴퓨터가 없는 나는 오직 컴퓨터로만 할수있는 FPS게임 데모버전들을 받아서 몇시간 동안 즐긴다.
내가 FPS게임을 즐기는 이유는 나도 그런 화끈하고도 강렬한 실제상황을 겪고싶기 때문이다.

언제 죽을지 모르는 그런 긴장감과 박진감. 현실적인 전쟁영화를 많이 봐온 나는 그런 실제현실이 얼마나 두렵고 숨막히는지를 잘 안다. 그런데도, 그곳에 가있고 싶은 심정은 무엇일까...

내 생활반경은 너무나도 작다. '한 동'에서 끝나버리니 말이다. 집 맞은편에 PC방, 옷은 전부 인터넷으로 구입하고, 집 3분거리에 대형마트 여러개와 집 7분거리에 바로 학교가 있다.

이 얼마나 편한! 그러나, 너무 따분하기 짝이 없는 생전 버스한번 타본적이 없다.

내가 다니는 고등학교 바로 옆에 중학교, 그리고 초등학교까지 이어져 있으니 말이다.

이 얼마나 지루한 인생인가! 친구도 없어 비행을 저지른적도 없고, 학원을 다닌적도 없고, '야자'를 해본적도 없다. 고2부터는 보충학습까지도 빼버렸다. 여름방학때 바다를 가보기를 했나, 여자애와 말한적이 있나.

아, 있다. 인터넷 채팅상에서.

 

기타를 친다(1편)

 

인터넷으로 값싸게 구매한 전기기타를 들어본다. 무거운 느낌... 코드를 잡아본다. 살이 눌리며, 손가락이 직각으로 꺾여 꽤 아프다. 인터넷 동영상이나 책 등을 통해 공부한지 벌써 반년이지만, 쉽게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기타가 그만큼 어려운 길이라는 것이다. 비가 올듯이 먹구름인 연한 회색 하늘에 눈은 그쳤고, 그리고 꽁꽁 얼어붙은듯. 갑작스레, 내 앞에서 날아가는 검은 비둘기 2마리.

마음을 수련하는 법이 적혀있는 책을 나는 최소 하루 한번 이상씩 읽는다. 정신만 확고하면 어디든지 갈수 있다는 것이 책의 주장. 과연 가능한 것인가?

마하트마 간디가 하루 30분씩만 자고 생활했다고 했다. 아주 순식간에 깊게자는 숙면요법을 해탈한 것이다. 중학교때부터 시도한 나는 하루 30분만 자고 생활하는것에 성공해 버리고 말았다.

남들에게 말못할 비밀. 놀라운 사실. 내가 말해봤자 아무도 믿어주지 않을것이기에 지금까지 말하지 못하고 있었다. 밤에 운동할 시간이 넘어나 인터넷으로 구입한 무거운 중량의 아령으로 운동을 시작한지 2년이 된 지금, '몸짱'은 아니지만 힘이 엄청나게 세져버렸다.

종이가 질긴 류의 교과서를 두쪽으로 찢어놓는다. 이 정도면 학교에서는 가공할 정도의 힘일 것임이 분명하다. 오히려, 하루 30분씩만 집중적으로 자는게 도움이 됐던것일까. 아니면, 내 DNA가 원래 그런 운명을 타고 태어났던 것일까.

집이 가난해, 라면만 끓여먹고 사는 나는 3년만에 165에서 190으로 커져버렸다. 그러나, 문제는 그 누구에게도 자랑할수 없다는 점이다. 안그래도 친구가 없는데, 190으로 커져버리니 나에게 두려움을 갖는듯.

말을 거는이가 없어 고독하기만 하다. 인터넷에서 본 안구체조를 몇년전 시작했던 나는 안경을 벗어던지게 되었다. 그 모든것이 진실임을 실감할수 있다. 인간의 육체란 이렇게 뛰어난 것이던가...

 

정신공황(2편)

 

정신이 이상해졌는가. 아침에 눈을 뜨니, 모든게 검게 보이기 시작한다. 깊은 곳에서 안구와 신경계가 분리되어 버린듯 허탈한 느낌이 든다. 마치, 전에 식칼에 손가락이 베여 피가 났을때처럼 갑작스런 쇼크증세처럼 느껴진다.

 

<일어나야 한다. 일어나야 해. 정신차리자. 정신차려...>

 

갑자기 사방이 환해오는 느낌이 들더니 알록달록한 색상과 그림자등이 제대로 보이기 시작한다. 다시 정상적인 모니터링에 익숙해졌다.
겨울방학은 앞으로 15일 남았다. 이제 이 '천국같은곳'에서 떠나야만 하는가. 그런데, 새로 발견된 놀라운 사실이 하나 있다. 바로, '상상'이 잘된다는것.

보통 사람들은 상상을 하면 실제로 일어나는 것처럼 느껴지지 않고 단순히 뇌속에서 맴돌뿐이다. 그러나, 트레이닝을 통해 뇌를 좀더 개발시키면 어떻게 될것인가. 조용히 눈을 감고 이미지를 떠올린다.

 

<보인다. 보여... 칼을 들고 살기를 번득이는 무사들이...>

 

허리에 장검을 찬 유럽식 무사들이 흉흉기색한 발걸음을 옮긴다. 숨이 막혀온다. 내가 상상했던 것과는 정말로 다르게, 정말 엄청난 살기다. 단순히, 친구와 다툴때 느껴지는 친구의 희미한 살기정도가 아니다.
가만히... 노려보는 것도 아니고, 조용히 쳐다보는 것에도 불구하고...

그 눈빛에... 차가운 눈동자에 모든것이 담겨있다. 사람을 얼마나 죽였는지... 분노, 맹목, 살기등이 담겨있다.
금방이라도 칼을 뽑아 나를 내리칠 것 같다. 또 키는 왜 이렇게 장대한가.
보통 상식의 경우 옛날 사람이라면 영양가와 의학등이 부족해서 키가 작았을 것이라고 추측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내 상식의 틀을 깨버린다. 이 금발의 무사들은 2M가 족히 넘는듯. 나보다 10cm정도나 큰것 같다.

훈련을 해서 그런것인가. 아니면, 미래로 갈수록 사람들의 신체는 줄어드는 것일까. 너무나 편하게 생활하다 보니... 무거운 무기를 자주 들어서 그런것일까. 무거운 무기를 원활히 들기 위해서 신체가 알아서 장대해진 것일까...

수염이 가득한 갈색 계열의 무사는 달랑 가죽갑옷과 엄청나게 거대한, 자신의 키만한 장검을 등에 차고 있다. 똑바로 쳐다보지 못하겠다. 단순히, 학교에서 소위 '노는애'들을 제대로 못쳐다보는 정도가 아니다. 마치... 거대한 야수가 노려보듯 나는 작게 움츠러든 느낌이다.

금방이라도 내 생명을 앗아갈듯...

 

해탈(3편)

 

나는 해탈을 한것일까... 학습의 속도는 엄청나게 빨랐다. 한번 이미지가 떠오르기 시작하더니, 그 다음부터는 완전히 자유로이 이미지가 떠오른다. 소리도 들려온다. 무사들이 말을 걸어오는 소리가... 손가락으로 나를 툭 건드는 느낌도 든다. 눈만 감으면... 눈만 감으면... 또 다른 세계가 펼쳐진다.

게임보다 더 재밌다.

눈을 감는다.

하나,
둘,
셋,
,
,
,
눈을 감자마자 나보다 머리 반개는 큰 무사가 다가오더니 다짜고짜 말을 건다. 입을 몇번 벙긋거리더니 이내 그들의 언어가 소통됨을 느낀다.

 

<너 누구?>

 

얼떨떨하다. 두렵다. 말을 잘못하면 어떻게 될까... 다리가 희미하게 후들거린다. 실수해서 오줌이라도 지릴것 같다. 나는 지금 그 정도로 두렵다.

 

<모르겠다.>

 

실수를 한 것일까. 무사의 눈이 번득이더니 갑자기 복부에 진한 통증이 느껴진다. 화가난 무사가 발로 내 복부를 차버린 것이다.

 

따딱딱따딱

 

양이빨이 저절로 부딪히며 마찰음을 낸다. 주위에서는 다들 구경하며 웃어제낀다.

 

<하하하하! 일어나!>

 

스릉

 

그들은 사람의 목숨을 뭘로 아는것일까. 혹시, 오락으로 아는건 아닐까. 이 두려운 사내는 지금 나를 마치 장난감처럼 다루는 듯 그는 거칠기만 하다. 무식하다... 약한 존재는 사람 대우를 해주지 않는것이 이 세계의 원칙일까.

 

 

이어지는 그의 묵직한 발길질에 이빨이 부서져 버린다. 엄청난 충격에 머리는 갑자기 공황상태로 빠져들고, 화면이 붉게 물들어 보인다. 일시적인 쇼크상태로 안구와 신경계가 일탈된 것이다. 귓속은 윙윙 거리며 그가 연신 내뱉는 욕지거리를 듣지 못할 따름이다.

 

<아욱!>

 

그의 단단한 신발이 다시 한번 내 창자를 뒤틀리게 한다.

 

<으하하하! 일어나!>

 

그의 거대한 양손이 내 양어깨를 붙잡고 억지로 일으켜 세운다.

 

<죽여주마! 무기를 뽑아라!>

 

웃을때마다 그의 턱수염과 입술이 실룩거린다. 주위는 갑자기 엄숙해지고, 떠들거나 웃는 사람 하나 없다. 이제는 진짜로 죽일 작정인가 보다. FPS게임을 평소에 즐겨왔던 나는 이런 일대일 싸움에 대해 어느 정도 자신감과 익숙함이 있기에 조금은 자신이 있다고 확정한다.

 

<으아!>

 

상대가 우렁찬 기합소리를 내며 거대한 장검을 한손으로 반원을 그린다. 압력이 얼마나 셌던지, 몇미터 떨어져 있는 내 머리칼이 넘실거린다. 손이 부들부들 떨린다. 금방이라도 울음이 나올것 같다.
발은 뿌리가 내렸는지 미동조차 할수없다. 이게 현실상황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몰입감과 현실감을 주고 있는 것이다. 감동적인 영화를 보고 우는것 보다 더 실제적, 감정적, 몰입감이라고 할수 있을까.

 

 

순식간에 거대한 지네가 움직이듯, 정면에서는 마치 회색 회오리가 지나간 것처럼 내 눈앞을 아슬아슬하게 지나간다. 엄청난 진동이 느껴진다. 살결에는 전부 소름이 돋았다. 은은한 추위가 느껴지고, 갑자기 배변이 마려워진다. 거대한 긴장감이 내 신체를 이렇게 끌고 가버린다.

녀석은 방심했는지 개의치 않고, 양손으로 손잡이로 잡고 끝장을 내려는듯 하늘 높이 검날을 치켜세운다.

 

(이때다!)

 

<헉...>

 

거대한 무사가 제대로 숨을 쉬지 못한다. 엄청난 압력에 의해서, 나의 찌르기는 힘이 부족한 탓인지, 중간에 멈춰버렸는지 그걸로 타격은 충분한듯 거구의 무릎이 꿇리며 육중한 진동이 느껴진다.

 

믿을수 없어(4편)

 

이게 현실적으로 가능한 것일까.

 

[으아아아아!]

 

절반은 미친듯 나는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화장실 거울을 주먹으로 깨부수고 있다. '화'를 한번 내니 계속해서 '화'를 내고 싶다. 그게 인간의 심리. 주먹에 유리조각이 박히고, 강렬한 통증을 느끼기 시작한 때부터서야 나는 주먹질을 멈췄다.

입안은 엉망이다. 망치로 한번 내려친듯 입술이 찢어져 있고, 이빨은 5개가 나갔고, 잇몸까지도 몇군데 같이 뜯겨나갔다. 엄청난 오한과 소름이 밀려온다. 너무나 극심한 공포. 죽음이 이보다 무서울수 있을까... 혀는 이빨이 부러지면서 찍힌 자국에 얼얼하다. 라면을 제대로 삼키지도 못한다.

창자는 계속 뒤틀리는 느낌이다. 배변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겠다. 배에 선명한 발자국과 이미 피부가 죽어버린 보라색 멍. 금방이라도 쓰러질것 같다. 지속되는 쇼크상태. 주위가 어두웠다 밝았다를 반복.

내 정신이 이상해진 것일까. 그래서, 환각이 보이는 것일까. 아니면, 그것은 실제 상황이었을까. 고도의 집중력을 동반한 정신이 실제 육체까지도 소유하게 된것일까. 

 

우울증(5편)

 

나는 극심한 우울증에 시달리게 되어버리고, 내가 정말로 미치치자 않았을까 하는 염려가 나의 가상세계 몰입을 방해한다. 오늘은 다떨어진 라면을 사러 밖으로 나갔을때 사람들의 시선을 보고 알았다.

내 입안이 엉망이라는것과 강력한 정신은 육체까지도 동반한다는 현실을...

학교는 어떻게 가야될까. 아무리, 내가 남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살아가려 한다 하지만 이건 매우 심한 경우이다. 그러면 또 하나의 골칫거리가 생겨버리게 되었다. 작은 화면의 게임에 빠져 살것인가.

정말 '게임다운 게임'을 할것인가에 대해... 식은땀과 손떨림을 감추기 위해 연신 나는 커피를 끓여마신다. 지금은 밤 9시. 벌써, 연거푸 8잔이나 마시는 중이다.

생명을 걸고 재미와 흥분을 만끽할것인가. 내 입장에서 보건대 세상에서 제일 재미있는 것은 싸움. 생명을 걸었을때에서야 진정한 생명가치와 자신의 의지등을 엿볼수가 있다. 목숨을 걸었을때에서야 의미있다.

고통과 절박함이 따라야 게임은 재미있어지는법. 게임을 하고 있노라니, 게임기를 집어 던져 버리고 싶다. 이건 게임이 아니다. '관람'이다.

 

가검수련(6편)

 

'게임'에 임하기에 앞서 내 트레이닝은 너무나도 부족하다는 것을 알았다. 섣불리 덤벼들었다가 상처만 늘릴수는 없다. 그러기에, 가검수련은 필수적일 수밖에 없었다.
인터넷에서 값싸게 파는 가검을 구입해 집 아래에서 트레이닝 하기 시작했다. 남들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오로지 게임을 즐기기 위해서 말이다. 무게도 가볍고 일본도 형태였지만, 그런것은 크게 개의치 않았다.

나는 나만의 '검의선로'를 개발하면 된다. 중세 검술은 반원을 그리며 회전에 회전을 더해 마치 야구 배트를 계속해서 힘을 더해 빙빙 돌리듯 해야하는데 그것은 이 '도구'로 충분했다.

 

"으아!"

 

상대를 얼어붙게 할수 있는 기합소리도 함께 연습한다. 지나가는 사람이 깜짝 놀라거나 쳐다보지만, 아무도 노려보는 사람이 없다. 중세 검술은 속도가 아니다. 힘이다. 전에 사용하던 아령보다 2배는 무거운 아령을 주문해서 어두운 밤에는 힘을 기른다.

15일후.

등교를 했다. 아이들의 표정은 과간. 과장되게 긴장된 기색이 역력하다. 선생님까지도 제대로 나를 쳐다보지 못한다. 입을 벌리지 않아도 엉망, 입을 벌리면 더 과간. 아무도 물어보는 이 없다.

왠지 키가 더 자란 느낌이다.

양호실을 간다.

 

기잉

 

초반부터 막혀버린다.

알고보니, 보통 학교의 키재는 기계는 2M까지. 나는 2M를 조금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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