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테이션 SF] 우주해적 알카폰 6부 - 유령선을 찾아서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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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잎클로버 호』가 유유히 절대 영도의 암흑공간을 항행하고 있었다. 전과 달라진 것이
있다면 유일한 탑승자엿던 알카폰대신에 다른 사람도 타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그 사람은 앤
디나가 "입수"(?)한 성장억제 천재소녀였는데, 그녀는 여태까지 단 한번의 의사표현도 하지 않
았다. 말이 특별히 없는 것은 아닌 것 같았지만, 불쾌한 낯빛이 얼굴에 그대로 떠오르고 있었
다.
클로니아의 화이트 디어에서 떠난지, 약 5시간 가량, 세잎클로버 호의 좁은 실내에는 무겁게
침잠된 공기가 흐르고 있었다. 혼자 있을 때 찾아오는 침묵과, 다른 사람이 함께 있을 때 흐르
는 침묵이라는 것은 질적으로 다른 것이었다. 알카폰은 그것을 새삼 실감하며, 뭔가 화제거릴
찾기 위해 고심했다. 이야기라도 하면 조금쯤은 분위기의 반전을 노릴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였다. 그러나 그런 것을 찾아낸다는 것은 여간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이유야 어쩄건 앤디나의 강압에 의해 강제로(?) 한 배에 타게 되었으니, 친하게 지내도 좋으
련만 그녀는 아무런 행동이나 반응마저도 보이지 않았다.
「………….」
알카폰은 머리를 긁적였다. 슬쩍 린 · 메이를 바라보았지만, 그녀는 승함한 이후로 전혀 미동
도 하지 않고 창 밖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자리에 정교하게 제작된 실리콘 인형이 장식을
목적으로 놓여져 있었다고 해도, 믿고 말 정도로 말이다. 질리지도 않는 모양이었는지, 아니면
별들의 숫자를 세서 기억이라도 할 심산인 모양이었다.
「보통 그렇게 말이 없어……요?」
알카폰이 다소 용기를 내어 물었다. 린 메이가 그 순간 고개를 돌려 알카폰을 바라보았다.
얼음처럼 차가운 눈빛이 알카폰의 두 눈을 쏘아보았다. 알카폰은 살짝 소름이 돋는 것을 느
꼈다.
「……….」
메이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말하고 싶지 않나요?」
알카폰이 물었다.
끄덕. 검은 머리칼의 갈색 눈동자를 지닌 조그마한 얼굴이 3cm가량 위 아래로 주억거린다.
알카폰은 속으로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함장은 어디까지나 알카폰이었고, 날렵한 유선형의
세잎클로버호도(비록 최신식은 아니었지만) 알카폰의 소유였는데, 어째 승무원을 태운 것이
아니라 귀족을 태우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이래서 과연 유령선을 붙잡을 수 있을까?
알카폰의 마음 한켠에서 본격적으로 회의감이 들기 시작했다.
세잎클로버 호는 현재 앤디나가 던져 준 성간지도星間地圖를 참고하여 이동하고 있었다.
호위함이나 보급함은 없었다. 대신 세잎클로버 호의 엔진이 다소 상향조정되고, 함내 시설이
개수되었는데, 그것이 앤디나가 알카폰에게 제공한 특혜의 처음이자 끝이었다. 하지만 엔진의
상향 조정은 제법 잘 되어 있어서, 이전보다 효율적인 항행이 가능했다.
함내 시설 개수야, 두 사람이 함을 이용하게 되었으니 어쩔 수 없는 것이었다.
성간지도라는 것은 보통 일반적인 사람이라면, 공식적인 루트가 아니고서는 접할 수 없게 되
어 있었다. 우주연방정부가 거둬들이는 세금의 대부분은 담배와 지도로 충당한다는 우스갯소리
도 돌고 있을 정도로, 성간지도를 통해 벌어들이는 세입은 제법 짭짤한 편이었다.
우주연방정부에서 제작하여 판매하는 성간지도는 굉장히 정확했다. 그러나 "기밀상의 이유"로
생략된 곳이 적지 않았다. 그리고 우주에 살고 있는 사람은 그러한 루트는 되도록이면 가지 않아
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우주에선 어디나 갈 수 있지만 종착 장소가 꼭 안락한 곳이리란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가는 도중 자기장을 강하게 발생시키는 소운석의 군집을 만난다면, 우주선은 높은 확률로 고장을
일으킬 것이 분명했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몇 백만분 아니 몇 천만분의 일의 확률로도 구조될 가
능성이 희박했다. 소운석의 어딘가에서 만신창이가 된 채 죽음을 기다리는 수 밖에 없다.
아니면 확인되지 않은 블랙홀이나, 이전의 대전大戰에서 사용된 유탄에 피격되어 그대로 목숨을
잃을지도 모르는 것이다. 때문에 우주성간지도에 나와 있는 뱃길은 중요했다. 그 길을 따라 항행
한다면 적어도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는 일은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평범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였다. 알카폰은 우주해적이었기 때문에,
'어둠의 루트'에서 제작된 성간지도를 이용했다. 정확성이야 공식적으로 꾸준히 제작되고 개선되
는 정부의 지도에 비할 것은 안되었지만, 대신 정말 다양하고 필요한 정보들이 수록되어 있었다.
이번 의뢰에 사용된 앤디나의 지도는 특히 정확성이 좋았으므로 그것에만 의지하여 항행한다고 하
더라도, 문제될 것은 거의 없었다.
오히려 문제가 된다면 말 없는 저 소녀였달까.
알카폰은 머리를 긁적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