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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일 역곡역 철길에 떨어진 여자분을 구한 남자 분!!

못난사람 |2007.03.07 00:18
조회 94,466 |추천 0

와 +_+ 톡에 올랐네요~

오늘 회사에서 저녁식사하고 8시쯤 확인해보니

제가 쓴 글이 톡에 오른 것을 보고 기절할뻔했습니다.

마지막에 본 리플 숫자가 18개정도였는데 지금 보니 305개... -0-

"허걱"이란 말은 이럴때 쓰나 봅니다. ^ㅡ^;

 

누구라도 그 자리에 계셨다면 저보다 더 도와주셨을거라고 생각하는데 (첨 읽는 분들 오해마세요. 제가 구한게 아녜요 -_ㅜ)

일일일선(一日一善)은 커녕 일년일선(一年一善)도 실천할까말까 하는 제가

이런 위로 & 칭찬들 받는 것은 너무 과분한 것 같습니다.

(톡 올랐다고 자랑했더니 글 보고 주변에서 욕하네요. 글의 화자는 제 캐릭터와 너무 다른데다 보니까 한 거라고는 119에 전화한 거밖에 없으면서 칭찬 들었다고...;;;)

 

아래 리플 보니까 "평소 준법정신이 뛰어나서 철길로 못 내려갈 놈도 아니고" 란 표현에 대해 말씀해주셨는데 "준법정신 따위는 있지도 않아서 얼마든지 철길로 내려갈 수 있었는데" 그렇게 하지 못한 것을 자책하는 뜻이었습니다.

제 표현이 좀 어색했나보네요.

 

원글에 덧칠한다는 게 괜한 짓을 하는 것이 아닐까 싶어서 그냥 두려다가

좋은 말씀 너무도 많이 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씀 늦게나마 드리고 싶어서 퇴근하고 이제사 글 남기네요.

모든 말씀, 그 용감한 남자분처럼 남을 더 도우며 살라는 뜻으로 받겠습니다.

리플 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립니다.

모두모두 평안하시고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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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참 큰일을 겪었네요.
퇴근길에 PMP를 보면서 오다가 안내방송이 나오면 늘 내리던 역곡역이었습니다.
오늘도 어김없이 동인천행 직통열차를 타고 밤 10시경 역곡역에 도착하자 문이 열리고...
내리는 바로 그 순간 인천행 가는 맞은 편에서 사람이 하나 철길로 뛰어내리는 것을 보았습니다.
제가 내리던 바로 그 맞은 편에서 말이죠.


 

정확히 말하면 제가 본 순간 여자분의 몸은 이미 반은 떨어지고 있던 중이었죠.

설마...눈을 의심하면서 철로쪽으로 다가가서 보니 한 여자분이 철길에 엎드린 채 정신을 잃고 미동도 안하고 쓰러져 있었습니다.

(아마 전철을 기다리다가 무슨 이유로 정신을 잃고 넘어진 것 같았습니다.)


제가 제일 가까이 있었는데도 얼른 철로로 뛰어들어 구할 생각은 못하고 멍하니 바라만 보고 있었습니다.

평소 준법정신이 뛰어나서 철길로 못 내려갈 놈도 아니고 너무 놀라서 그런 것인지도 모르겠지만
어찌할 바 모르고 아무튼 멍하니 '구경'하고 있는 제 앞에 어떤 남자분이 번개같이 철길로 뛰어내려가 여자분을 일으키기 시작했습니다.

 

떨어진 여자분이 완전 물먹은 솜처럼 늘어져 있어서 건장하신 그 남자분조차 힘들게 들쳐메고 제게 도와달라고 하셨습니다.
플랫폼에 있던 저는 얼떨결에 여자분을 위에서 잡아 끌었고...

그 남자분의 여자친구로 보이는 분은 열차가 오지 않을까 걱정하시며 발을 동동 굴렀고 긴장되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여자분의 몸이 위로 다 올라오자 곧 남자분도 올라오셨습니다. 그 분 바지가 피에 젖어있더군요...
다행히 그때 인천행 열차가 오질 않아서 얼마나 다행이라고 생각했는지 모릅니다.

 

여자분을 플랫폼 차가운 바닥에 눕히고 보니 젊은 아가씨였는데 얼굴이 그대로 선로변 돌들에 부딪힌 듯 많이 다쳐있어서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습니다.
몸은 느린 놈이 그 순간에 왜 손은 빨랐는지 저는 119에 전화를 했고...


장소와 위치를 묻는데 횡설수설...그저 역곡역이고 인천방향이라고만 이야기하고 끊었습니다.
정확히 몇번 위치인지 (바닥에 번호 써있잖아요) 여자분의 상태가 어떠한지, 들것이 필요하다든지 급박하다든지..하는 이야기는 하지도 못하고 말이죠...

 

전화를 끊고 다시 누워있는 여자분을 보니 눈은 떴는데 눈동자에 초점이 없었습니다. 움직임도 없고...불러도 대답도 못하고...여자분 가방은 피에 범벅이 되어있고...

얼굴에 입에 계속 피가 흐르고 있어서 가방에 있던 휴지를 꺼내 입가에 '얹어' 놓았습니다.


군대에서의 '응급처치'는 흉내도 못냈고 영화에서 흔히 보듯 뺨을 때리며 정신차리라는 말도 못했고
하다 못해 흐르는 피를 닦아줄 생각은 못하고 그냥 '얹어'놓았던거죠.
참.. 왜 그랬는지...

 

그러다가 역무원분과 공익요원 한분이 달려오셨고 다친 여자분을 일으켜 벤치에 눕혔습니다.
역무원분이 목격자를 물으셨는데 여자를 구한 남자분의 전화번호와 이름을 적으시고
자초지종을 물으셨는데 여자분은 그제서야 정신이 조금 드는지 여기가 어디냐고 묻고 얼굴에 피가 흐르는 것을 보고 크게 놀라는 모습이었습니다.
술은 안먹었다고 하던데 빈혈이라도 있으신건지...

 

아무튼 여자분이 정신이 든 모습을 보고 구하신 남자분과 여자친구로 보이는 분은 크게 다행이라며 안도한 표정으로 역무원에게 이만 가봐도 돼냐고 물으시고 큰 캐리어 가방을 들고 장소를 총총히 떠나셨습니다. 당연히 해야할 일을 했다는 듯이 말이죠.

 

 

다친 여자분도 정신이 든 것 같고 역무원과 공익요원분도 있으셔서 저도 자리를 떴구요...
가는 길에 바보같이 그 멋진 남자분께 '수고하세요'라고 말하고 개찰구로 올라갔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큰일하셨네요 라는 말도 아니구 이게 무슨...;;)
개찰구에서 보니 119 옷을 입으신 분들이 도착하셨더라구요. 그 분들이 계서서 조금은 편안한 마음으로 역을 나섰습니다.

 

근데 집에 가는 버스에서 생각해보니 뒤늦게 덜덜 떨리더군요.
정말 큰일날 뻔했다는 생각에 말이죠...

누군가 뛰어들지 않고 다들 어떻해...하면서 발만 굴렀다면...그러다 그때 열차가 왔다면...

생각하니 너무 오싹하고 제가 한심했습니다.


사람이 철로변에 누워 있으면 "뛰어 들어서" 사람을 구하고, 119에 전화해서 "위치를 또박또박 말하고 다친 사람의 상태를 설명"하고 구급요원이 올때까지 "응급처치"를 하고 "돌보아야" 했는데,


저는 떨어진 사람을 멍하니 "구경"하듯 보고 엉겁결에 끌어올린 후엔 찬 바닥에 "그냥 눕혀" 놓았고, 119에 전화하는 것도 "버벅대면서" 어찌할바를 몰랐고, 휴지로 피를 닦아주기는 커녕 얼굴에 "얹어"놓았고...

 

워낙 순식간의 일이라 경황이 없다고 해도 왜 나는 그 남자분처럼 행동하지 못했을까...하는 생각에 오는 내내 괴로웠습니다.


예전에 KTF광고에도 나오던 철길에 떨어진 아이를 구하던 어떤 고등학생이 떠오르더군요.
그땐 지하철이 막 들어오고 있었는데...그냥 큰일했구라는 생각이었는데 정말 용감하고 대단한 학생이라는 생각이 다시 한 번 들더군요.

 

밤늦게 일하시는 역무원, 공익요원, 119 구급대원 등 모두 묵묵히 할 일을 하고 계신 분들이 있기에 내가 편하게 살 수 있다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습니다.

 

담엔 저도 그 분처럼 행동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반성 많이 하고 있습니다.

오늘 다친 여자분 얼른 완쾌하시고, 구한 남자분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__)

이 말을 꼭 드리고 싶었어요.
세상, 아직 살만하네요. ^^

 

 

  센스쟁이 할머니! 그때 정말 창피했습니다

추천수0
반대수0
베플가자|2007.03.07 12:34
톡으로,,
베플애교|2007.03.08 08:33
아.. 그남자여자친구.. 부럽다.............*-_-*
베플대부분의사...|2007.03.08 08:45
이 같은경우라도 글쓴이님처럼 행동하거나 그보다 더못했을수도있습니다. 대부분이그렇고 위에 그여성분을 구한 남자같은분이 극소수죠...그러니까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 극소수의 사람들을 영웅이라부르며서 , 존경하고, 닮고싶어하는거 아닐까요? 그 극소수의 사람들만 모인곳에서 같은일이 또 벌어진다면 그 모든사람이 동시에 뛰어들을수있을까요? 그중에서도 또 뛰어드는사람이 한두명 있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방관내지...글쓴님처럼 부수적인도움을 주지않을까요? 침착성의정도, 응급조치요령등에서는 경험유무에따라 차이가 있을수있지만, 제가볼때 글쓴님처럼 그정도만 도와드린것만해도...충분히 존경받을자격있다고봅니다.. 피흘리는모습을보고 자기옷에 피안묻힐려고 휴지도 안꺼내고, 그냥 지나가는사람들도있고, 누군가는 도와주겠지라며..그냥 신경조차 안쓰는 사람도있습니다. 다시한번말씀드리지만 글쓴이님은 훌륭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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