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문 보기 :www.woosu.net 북창동 공식홈페이지 참조
북창동...사랑은 없다.
북창동.
서울역에서 시작된 노숙자의 물결이 여기 회현역에도 그 잔해를 남기고 흘러가고 있었다.
겨울을 맞이한 그들 대부분은 크고 두꺼운 종이박스로 사각형의 울타리를 만들고, 그 안에서 최대한 몸을 움츠려 역사 바깥에서 흘러 들어오는 차디찬 바람을 막아내고 있었다.
그 와중에 한 노숙자가 꼿꼿하게 앉아 그 매서운 바람을 맞으며 스포츠신문의 경마 출마표에 자신의 인생 전부를 실은 비장한 눈길을 보내고 있었다.
쓸쓸한 겨울바람을 타고 남대문시장을 가로질러 북창동에 흘러들었다.
어둠을 집어삼키고 있는 네온사인들이 각자 저마다의 휘황찬란한 자태를 뽐내며 유혹의 눈길을 흘리고 있었다.
x부장이 환한 너털웃음을 지으며 반갑게 맞이한다.
“형님! 오랜만이네여. 그동안 잘 지내셨죠. 그런데 어쩌죠.......xx이가 얼마 전에 그만 두었거든요. 오늘은 랜덤으로 하셔야겠네요.”
마치 내 지명이 그만둔 게 자신의 책임이라도 되는 듯, 겸연쩍은 미소를 지으며 양해를 구하는 그의 한결같은 친절에 마음에도 없는 말을 내뱉어 버렸다.
“괜찮습니다. 아무나 들여보내주세요.”
잠시 후 세 명의 여자가 우리 앞에서 멋쩍은 모습으로 선택되어지길 기다리고 있었다.
얼핏 뛰어나게 예뻐 보이는 여자는 없었지만 그렇다고 모난 여자도 없는 평범한 아름다움을 지닌 세 여자.
약간의 망설임 끝에 한 여자와 눈이 마주쳤다.
예쁘면서도 조금은 차가워 보이는 여자를 초이스했다.
그녀의 예쁜 얼굴에 드리워져있는 웬지모를 쓸쓸함에 마음이 끌리기도 했지만, 한편으론 냉정해 보이는 그녀의 모습이라면 질펀하게 한번 놀고 나서도 미련 없이 헤어져 쓸데없는 정은 들지 않겠다는 나름의 계산도 있었다.
“고마워요. 오빠.......”
165센티는 넘어 보이는 키에 날씬하면서도 풍만한 그녀가 천천히 내 옆으로 다가와 앉았다.
탄력적인 엉덩이와 허연 허벅지가 내 얼굴을 스쳐 순간적으로 내 몸을 경직시켰다.
우린 서로의 술잔을 채워 주었다.
술을 따라주며 가만히 살펴보니 그녀의 얼굴이 상당히 예뻤다.
거리에서 지나가다보면 어지간한 남자라면 한번 탐을 내볼 만한 매력이 있었다.
단지 까닭모를 슬픔의 그늘이 예쁜 얼굴을 적막처럼 덮고 있었다.
“오빠들, 저희 인사할게요.”
그녀들의 신고식이 시작 되었다.
노래방 기계에서 경쾌한 음악이 흘러 나왔고, 한 언니가 약장수마냥 흥에 겨워 노래를 불러대기 시작했다.
다른 언니가 기다렸다는 듯이 가볍게 몸을 흔들며 블라우스의 단추를 풀어헤치고 있었다.
“xx에여. 오빠들! 만나서 반가워요. 즐거운 시간 되세요.”
블라우스와 치마를 벗어 파트너에게 던져버린 언니가 브라마저 벗어던지고는 맥주와 양주를 적절히 혼합하여 자신의 젖가슴에 헹군 후, 파트너에게 건네주었다.
단숨에 원샷으로 들이킨 파트너의 무릎 위에 앉아 젖가슴을 내밀며 안주삼아 빨아주길 기다리고 있었다.
그사이 노래를 하던 언니가 비슷한 신고식 절차를 마쳤고, 그녀도 옷을 벗기 시작했다.
블라우스와 치마를 벗어 가지런히 접어서 내게 건네주었고, 브라를 벗더니 서서히 팬티마저 내려버렸다.
그리고는 테이블 위로 올라와 앉은 다음 한쪽 다리를 다른 다리에 포개어 그녀의 삼각지가 움푹 파이게 만들었다.
그녀는 젖가슴 위에 술을 붓기 시작했고, 그녀의 체취를 담은 술이 조각 같은 그녀의 몸을 타고 주르륵 아래로 떨어지며 그녀의 삼각지에 고이기 시작했다.
어서오라는 그녀의 눈빛에 이끌려 그녀 앞으로 다가갔고, 주위의 시샘과 부러운 눈길을 뒤통수에 꽂아둔 채, 그녀의 소중한 곳에 고여 있는 빛나는 술을 샘물처럼 단숨에 마셔버렸다.
언니들과의 즐겁고 유쾌한 시간이 이어졌다.
이런저런 일상의 예기들, 실없는 농담들이 오갔고, 밖에서는 시시해서 하지도 않는 각종 게임에도 몰두했다.
깔깔거리는 그녀들의 웃음소리가 룸 안에 울려 퍼졌고, 술과 음악과 언니들이 내 고독과 슬픔을 마비시켰다.
웨이터가 몇 번인가 술을 더 들여왔고.......비극의 독주가 될 것도 모른 채, 슬픈 술을 벌컥벌컥 잘도 마셔대고.......
그녀가 따라주는 술은 도저히 취할 것 같지 않았는데, 어느 샌가 자욱한 안개 위를 걷는 듯 머리가 몽롱해지기 시작했다.
그녀의 가슴에 파묻혀 있던 얼굴을 빼내어 사방을 둘러보았다.
룸의 천장에서 호사스런 사이키 조명이 어지럽게 돌아가고 있었고, 출입문 입구에 잇는 노래방 기계 앞에선 한 언니가 혼신을 다해 x-japan의 say anything을 열창하고 있었다.
테이블 사이에서는 술에 취한 년놈들이 앙증맞게도 브루스를 추어대고 있었는데, 그들의 격렬한 몸짓에 테이블이 흔들리며 고독한 술병들이 실연당한 남자처럼 하나둘 쓰러지기 시작했다.
“오빠! 오빠도 노래 좀 불러요. 우리도 연애 좀 하게.”
노래를 마친 한 언니가 다가와 애교와 투정이 섞인 목소리로 우리를 테이블 앞으로 밀쳐내며 지나갔다.
노래도 춤도 없이 계속 그녀만 부둥켜안은 채, 술만 마시는 나의 태도가 못마땅한 모양이었다.
그냥 그대로 계속 있고 싶었지만, 내손을 이끌며 애원하는 듯한 그녀의 다정한 눈빛을 거절할 용기가 나에게는 없었다.
풀잎은 쓰러져도 하늘을 보고~~꽃피기는 쉬어도 아름답긴 어려워라~~시대의 새벽길 홀로 걷다가~~사랑과 죽음이 자유를 만나~~ 언강 바람 속으로 무덤도 없이~~ 세찬 눈보라 속으로 노래도 없이~~ 꽃잎처럼 흘러흘러 그대 잘 가라~~ 그대눈물 이제 곧 강물되리니~~ 그대사랑 이제 곧 노래되리니~~ 산을 입에 물고 나는 눈물의 작은 새여~~ 뒤돌아보지 말고 그대 잘 가라~~ 그대 잘 가라~~
김광석의 부치지 못한 편지를 목 놓아 불렀다.
옆에서 허리를 감싸 안고 잇던 그녀가 내 앞으로 다가와 나를 꼭 껴안아 주었다.
알 수 없는 서글픔에 우린 서로의 몸을 부둥켜안은 채 비틀거리고 있었다.
천천히 돌아가고 있는 사이키 조명을 따라 그렇게 우리의 삶도 덧없이 흘러가고 있었다.
"오빠들! 저희 예쁜짓 할게요."
언니들이 동시에 소파에서 일어나 테이블 앞으로 나왔다.
경쾌하고 신나는 음악이 흘러나왔고, 한 언니가 두어 시간 동안 빌려 입은 파트너의 셔츠를 벗어던지고 테이블위로 올라왔다.
언니의 알몸을 유일하게 가려주던 팬티마저 은근히 벗어 내리고는 서서히 내 앞으로 다가와 자신의 여성을 정면으로 보게 해주었다.
마땅히 시선을 둘 곳을 찾지 못해 고개를 떨구어 버리자, 언니는 벽 쪽에 붙어있는 손잡이를 잡고 내 코앞에 바짝 그녀의 하체를 갖다대며 허리를 돌려대기 시작했다.
급작스런 흥분으로 언니의 몸에 손을 대려고하자 아쉽게도 그녀는 옆에 잇는 놈에게 가버렸고, 다른 빛깔과 향기를 지닌 언니가 또 그렇게 내 앞을 지나갔다.
마지막 남은 그녀 역시 비슷한 포즈를 취하고는 술과 언니들에 취한 나를 소파위에 눕혔다. 내 바지를 벗겨버린 그녀가 핸플과 b.j로 내 어지러워진 욕망을 차분히 정돈시키고 있었다. 음악은 절정을 맞이한 여인네마냥 볼륨을 높여가고 있었고, 허망한 몸부림만이 끈적끈적한 침묵을 담아 용광로처럼 뜨거워진 룸 안을 달리고 있었다.
“오빠! 담에 꼭 전화해요.”
핸드폰도 잇고 메모지도 잇는데 굳이 손바닥에 연락처를 적어주는 그녀의 모습이 이채롭다.
‘여기 적다가는 금방 지워질 텐데.......금방 잊혀지길 원하는 걸까?......’
“오빠 것도 적어줘요.”
그녀의 손바닥에 연락처를 적어주고 룸을 나섰다.
삼일 후 그녀에게 전화가 왔다.
왜 그동안 전화를 안했느냐고 애교 섞인 투정을 부리더니, 이내 곧 다정다감한 말로 내 귀를 희롱하기 시작했다.
목소리가 쉬고 탁하게 들려 지적을 하니 감기에 걸렸다고 하며 약 좀 사달라고 농을 한다.
전화를 끊자마자 어떤 거부할 수 없는 강력한 힘에 이끌려 곧바로 감기약을 사서 그녀가 일하는 가게로 가서 건네주었다.
입가에 환한 웃음을 지으며 반겨주면서도 한편으론 신기하고 놀랍다는 듯이 나를 쳐다보고있는 그녀의 얼굴이 너무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볍게 내 엉덩이를 두드려주는 그녀의 작별 인사를 뒤로하고, 허망하고 쓸쓸한 발걸음을 돌렸다.
다음날부터 그녀는 나에게 폭발적인 관심을 쏟아주었다.
가게에 출근하면서 택시 안에서 이 삼십 분정도 나에게 전화하는 것을 잊지 않았고, 일하는 와중에도 테이블이 빌 때마다 틈틈이 전화와 문자를 보내주었다.
그전부터 다정한 연인이었던 것처럼 그녀는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내게 다가왔다.
그러던 어느 날 집에 수도 배관이 고장이나 욕실과 내 방을 이틀정도 공사를 하는 바람에 밖에서 자야만하는 상황이 발생하였다.
이러한 나의 처지를 그녀에게 알렸고, 몇 번의 문자가 오가는 동안에 여관에서 혼자 자야만 하는 남자의 비참함과 애처로움을 은근히 과장하였다.
명확한 표현을 하지 못하고 이리저리 돌려대며 그녀의 마음을 떠보는 내 모습이 우스운지 그녀는 간단명료한 문자를 보내왔다.
“그럼 모텔에서 가치자면 되겠네. 가게 근처에서 방 잡고 문자 보내.”
북창동의 밤.......
북창동 밤거리는 사연 많은 여인들의 눈물에 젖어 울고 있었다.
겨울바람이 절망을 안고 떠난 상심한 여인처럼 잉잉대며 울고 있었다.
그녀 가게 근처에 잇는 모텔 방 하나를 잡고 그녀에게 도착을 알렸다.
그리고는 설레는 기다림.......
아.......남자에게 여자란 무엇일까? 대체 여자가 무엇이길래 그놈의 여자에게 그토록 멍이 들었으면서도 또 여자에게 의존하는 꼴이라니.......허망한 결과만이 기다리고 있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이런저런 상념에 젖어 피로한 몸을 뒤척이고 있을 무렵.......침대위에 올려놓은 핸드폰이 울었다.
그녀가 바로 문 앞에 온 것이다.
가게에서 야한 란제리를 걸친 모습과는 다르게 정장을 입고 나타난 그녀의 모습은 새로운 아름다움으로 내게 다가왔다.
그러나 나의 들뜬 기분과 다르게 그녀는 침대 옆에 있는 소파에 앉자마자 한숨부터 내쉬기 시작했다.
“아.......너무 힘들어. 너무 힘들어.”
한동안 소파에 앉아 멍한 눈으로 천장을 바라보던 그녀가 담배를 입에 물고 침대위로 올라와 날카로운 음성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그날 밤 내내 애절한 인생역정을 토해내는 그녀의 넋두리에 어쩔 수 없는 가여움으로 가슴이 아파왔다.
끊임없이 마셔대는 술에 그녀의 몸은 지쳐있었고, 갚아도 줄어들지 않는 빚에 마음은 이미 피폐해져 있었다.
가련한 그녀의 애기에 눈물이 흐를 것 같아 화장실에 다녀온 사이 그녀가 옷을 벗고 누워있었다.
이상한 슬픔이 일어나기 시작하는가 싶더니 갑자기 알 수 없는 두려움이 엄습해왔다.
침대에 걸터앉아 무력한 슬픔에 빠져있는 내 등 뒤로 차분하고 조용한 그녀의 음성이 들려왔다.
“오빠! 이리와! 내가 행복하게 해줄게.......행복하게 해줄게.......”
무용을 전공한 그녀의 몸이 내 몸 위에서 춤을 추었다.
한동안 그녀와의 연락이 끊어져 버렸다.
무슨 이유인지 그녀는 내게 연락을 주지 않았고, 혹 그녀의 신상에 어떤 변화라도 생긴 것 일까하여 그녀를 찾아보았으나 이미 그녀는 떠나버렸고 그 어디에도 없었다.
그녀와 행복하게 살고 싶다는 나의 바람은 한낱 물거품이 되어 날아가 버렸다.
희망은 꺾여져 버리고 눈물만 지으며 하루하루가 지나갔다.
그녀를 향한 그리움이 솟구쳤고, 미칠 것 같은 그리움에 울고 또 울었다.
부질없는 삶.......모든 것을 체념하고 서서히 그녀를 잊어갈 무렵.......
그녀는 다시 내게 전화를 해 주었다.
가벼운 인사와 요즘 그녀의 생활을 짐작하게 해줄 수 있는 간단한 말들이 오갔고, 이내 곧 그녀는 내가 듣고 싶은 말 한마디를 내 던졌다.
“만날까?.......”
장안동. 경남호텔 옆 커피숍.
오랜만에 만난 그녀의 모습이 쏟아지는 햇살처럼 눈부시다.
표정도 어느 정도 밝아져있었고, 가치 데리고 나온 친구와 수다를 떠는 모습에서 생의 활기도 넘쳐나 보인다.
그러나 얼굴 한편에 드리워져있는 저 쓸쓸함은 여전한 것 같다.
친구가 잠깐 화장실 간 사이에 그녀가 고즈넉히 나를 바라본다.
“오빠 내 친구 이쁘지?”
“응? 으...응........”
“재 일본에 있는 술집에서 일해. 요 며칠 쉬는 날이라 놀러 나온 거야. 그리고 나 여기 장안동으로 가게 옮겼어.”
그녀들과 수다를 떨며 즐겁고 행복한 시간이 흘러갔다.
커피숍을 나왔을 때는 이미 새까만 어둠이 도시를 점령하고 있었다.
우리는 경남호텔 뒤편에 즐비하게 들어서있는 모텔 방 하나를 잡았다.
끈질기게도 아직 돌아가지 않고 떡볶이를 사와서 혼자 맛나게 먹어대는 그녀의 친구를 소파에 앉혀두고 우린 침대위에 나란히 앉았다.
어색한 침묵이 한동안 모텔 안을 지배했다.
더 이상은 못 참겠다는 듯 그녀가 소리를 질렀다.
“야! 이년아.......이제 좀 가라.”
갑작스런 그녀의 고성이 모텔 안을 질타했다.
그녀의 친구는 별로 대수로운 일이 아니라는 듯 침착하게 떡복이를 담았던 비닐봉지를 꾸깃꾸깃 접어 휴지통에 집어넣고 모텔 문을 나섰다.
그 흔하디흔한 작별인사 하나 남기지 않고 무정하게도 가버렸다.
“왜 그랬어? 같이 있어도 되는데.......보아하니 갈 곳도 없는 것 같은 눈치던데........”
“오빠 저년 눈 밑에 나있던 멍 보았어? 자세히 봐야 보일정도로 희미한 멍이었지만 난 분명히 보았어. 저년 분명히 맞은 거야. 무언가 사고를 친 게 틀림없어. 아까부터 자꾸 나한테 돈을 달라고 하더라고. 메꿀게 있다면서....... 내가 돈이 있으면 진작에 주었지. 계속 거절하니까 오빠한테라도 빌붙어서 받아내려 한 모양이야. 미안해 오빠.......”
“그랬구나. 애기하지 그랬어. 그나저나 친구가 힘든데서 일하네. 너는 어떤 상황에서도 그 곳에서 일하면 안돼. 알았지?”
“나도 조만간 친구 있는 곳으로 갈려고.......지금 자리 알아보고 있어.”
별거 아니라는 듯 가볍게 내뱉어대는 그녀의 입놀림에 갑자기 울컥 화가 치밀어 올랐다.
“뭐야? 안돼! 절대로 안 된다고. 그곳만은 안돼.”
갑작스런 고성에 놀란 듯 그녀가 조금은 풀이 죽은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어떡해. 빛은 줄어들지 않고, 술은 점점 마시기 힘들고.......그쪽으로 가면 벌이가 조금 나을 것 같단 말이야.......”
“그래도 안돼! 무조건 안됀 다고! 알았어? 거기만은 절대로.......”
“알았어....... 오빠! 그렇게 자꾸 화내지마........ 무섭단 말이야.......”
잠시 서늘한 침묵이 우리 둘 사이를 갈라놓았다.
그러나 잠시 후 그녀의 애정이 실린 목소리가 어깨너머로 들려왔다.
“오빠! 이리와! 행복하게 해줄 거야....... 내가 행복하게 해줄 거야.......”
모텔안의 전등이 꺼졌고 사방에 어둠이 찾아들었다.
아무도 봐주지 않는 티브 만이 혼자 떠들어대면서 은근하게 모텔 안을 밝혀주어 아름다운 그녀의 알몸을 보는 것을 가능하게 해주었다.
그날 밤의 정사는 너무나도 고독하고 쓸쓸했다.
나는 조각처럼 빚어진 그녀의 몸을 부둥켜안은 채 울고 있었고, 어쩌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아........왜 내가 사랑하는 여자들은 불행해질까?......아니 왜 나는 불행해지는 여자들을 사랑할까?......’
그 날 이후 그녀는 다시 사라졌고, 잊을만하면 이따금씩 전화를 걸어와 아무 말 없이 흐느껴 울기만 했다.
“으흑흑.......으흑흑.......”
이른 새벽 잠 깨우는 그녀의 울음소리에 송곳으로 심장을 후벼 파는 듯 가슴이 저려온다.
그녀의 처량하고 구슬픈 울음소리에 내 가슴이 멍들고 또 멍들었다.
그리고는 얼마 후 결국 그녀와 마지막 만남을 갖고야말았다.
고독한 가로등불만이 비쳐대고 잇는 무정한 도시 한복판에서 그녀는 울고 있었다.
“오빠 나 가고야 말았어. 오빠가 가지 말라는 그곳에 기어코 가고야 말았어.......”
그녀는 축 처진 모습으로.......그 초라한 모습으로.......
“어쩔 수 없었어.......어쩔 수 없었어.......”
그녀의 눈동자는 이제 애정과 희망을 실어 나르는 그런 눈빛이 아니었다.
절망 할대로 절망하여 이제는 그 절망마저도 포기해버린.......
희망은 마치 예리한 칼날에 베여 도려내진 듯 그 아름다웠던 눈동자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나는 그녀의 허연 눈동자를 바라보며 제대로 서있을 수가 없어서 건물 벽에 기대어 다리를 후들거리고 있었다.
억장이 무너져 내리는 가슴을 쓸어내리며, 숨 막힐 듯한 괴로움에 몸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까닭모를 울분을 삭히며 안간힘을 다해 그녀를 안아주었다.
이따금씩 차디찬 겨울바람이 악마같은 비웃음을 흩날리며 우리를 휘몰아쳤다.
모든 것이 정지된 듯한 고요와 침묵.......침묵.......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고 있는 그녀와 차마 그녀 곁을 떠나지 못하고 그녀를 붙들고 울고 있는 나만이 겨울바람에 흔들리고 있었다.
언제부터인가 하얀 눈이 소리 없이 내리기 시작하는데.......
그녀가 태우다 버린 담배 연기만이 한줌의 희망이라곤 없는 잿빛 절망만 남겨놓은 채, 우리의 씁쓸한 허망을 싣고 정처 없이 어디론가 흩어지고 있을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