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예전에 간간히 글 올렸던 아스피린입니다.
요근래 시어머님의 영향력에 벗어나서 해피하게 살고 있는데...
그 행복도 조만간 끝날 듯 합니다.
어머님이 저희 꼬맹이(현재 30개월) 보시다가 지치셔서 잠시 노는 여동생에게 부탁했는데
(절대 남한테 애를 못 맡긴다고 하셔서 여동생에게 힘들게 부탁했음.)
그 과정에서 약간의 트러블이 생겨서 어머님이 대박 저희 부부에게 화 내시고
(여동생은 당연히 언니 집에서 꼬맹이 데려다 보는 것으로 생각하고 왔는데
어머님은 여동생이 저희 시댁 가서 어머님 애 보는 데 보조해주시길 원함.
여동생이 언니 얼굴 보고 어려운 사돈집에 두번 갔다가 기분 상해서 오고
절대 안 간다고 했음.- 어머님이 말을 직설적, 명령조로 하는 경향이 있어서 첨 보는 사람은 적응 안 됨.)
그 후 니네 마음대로 해라~라는 식으로 연락도 안 하시고 신경도 안 쓰시고...
그런 일이 전례에도 없어서 당황했었죠.
아무리 성질내고 하셔도 애한테 이런 적은 별로 없으셔서 불안은 했지만
어차피 이미 어머님 뜻대로 해드릴 수 없는 상황이므로
(내가 직장 그만 두고 집에서 부업하면서 애본다
or 여동생이 매일 사돈집에 어머님이 원하는 시간에 출퇴근해서 애 본다.)
그냥 모른 척 하고 있다가 어머님 아버님 생신 있으셔서 챙겨드리고, 여행갔다와서 찾아뵙고
주말에 찾아뵙는 것으로 하고 있었죠.
(땡댕이도 2번 쳤어요. 오히려 남편이 시댁 가는데 더 주저해서리...
저의 경우 유모차 끌고 10분 가는 건데 바람이 차고 황사 불면 대략 낭패...
-핑게같지만 사실 바람 부는 날 유모차 태워서 애 델고 가도 좋아하지 않으세요.
애 고생시킨다고 뭐라뭐라 하시는 경우가 많아서요..
남편보고 가자면 차로 5분도 안 되는 거리를 귀찮다고 안 가고...-_-;;;)
그렇게 제 입장서는 애 낳고 간만에 평화로운 나날을 보냈는데...
문제는 어제 터졌답니다.
애 봐주는 여동생한테 오후에 전화 오더군요..
"언니..오늘 날씨도 안 좋아서 택시 타고 XX 델러 가는데 어머님이 벌써 델고 가셨대...
혹시 언니나 형부한테 전화 왔었어?"
전화 왔으면 너한테 이야기 했지...-0-
"형부한테 물어봐..."
남편한테 물어봐도 모른다고 하더군요...
애가 내내 괜찮다가 요근래 황사 등 기후 이상으로 지금 감기에 걸렸거든요.
애가 평소 튼튼한테 감기 걸리면 꼭 기관지염이 오더군요...(기관지가 천성적으로 약하다함..)
그래서 조심조심 불안해서...이번 주말에 남편의 게으름으로 안 간 시댁을
평일에 가려고 했는데 애 상태 보면 날벼락 날것이 뻔해서 어찌해야 하나 고민중이었거든요...
어머님의 평소 생각이 애가 잘못되면 무조건 남의 탓이라서요.
애라는 게 신경써서 봐도 다칠 수도 있고 감기도 걸릴 수 있고...
그나마 울 꼬맹이는 튼튼해서 엄마 속 안 썩이는 아주 모범적인 아이인데..
(애가 골골거리고 예민했다면 이 간당간당 직장을 진작에 시어머님 등쌀에 그만두었어야 하지만..
애가 너무 잘 버텨줘서 너 덕에 엄마가 맘 놓고 돈 벌러 다닌다고 할 정도죠...
어린이집도 너무 적응 잘 해줘서 선생님들도 놀라고 낯가림 없고 하여간 제 복이 겨웠다는...)
어디 좀만 다쳐도 어린이집이 부주의해서...친정 갔다가 아파서 오면 친정 가서 그랬다고..
주말 내내 친정 갔다 오면(저희도 첫손주라고 엄청 이뻐함..) 애가 살 빠졌다는 둥...
이런 식이니...
제 맘이 편할 리가 없죠.
아니나다를까...6시쯤 간만에 시댁서 전화가 오더군요...
(제가 무슨 일 있어서 안부전화할때도 아버님 핸폰으로 전화 드리고 하는 식이었습니다.
시어머님이 그때 하도 노하셔서 말 붙일 엄두도 안 났거든요.)
당장 첫 마디가 <너나 애 아빠 중에 하나라도 빨리 와서 애 데려 가>
비위 팍 상했지만...좋게좋게 알겠다고 대답했죠.
그 뒤에 이어지는 말들은 역시나 제 속을 벅벅 긁더군요.
<왜 여동생한테 애 맡기면서 애를 4시반에 데리고 오냐?(그 전에 2시면 델고 갔었음.)>
애가 4살이고 반이 올라가면서 특별활동 하는데 가격도 저렴하고 해서 시키기로 했다고 말씀드렸더니
(사실 적응도 잘 하고 좋아해서 선생님들이 권했고 저도 차라리 잘되었다 싶었죠.
과외보다 비용도 싸고 친구들과 같이 하면 좋을 것 같아서요..)
<애가 한참 자야 할 시간에 무슨 얼어죽을 특별활동이야? 오늘 델러갔는데 그 쪽방에서 쭈그리고 자는데 불쌍해서 혼났다. 그리고 어떻게 봤길래 애가 살이 그렇게 빠졌냐?>
헉...애가 어머님이 볼때보다 200g 늘었습니다. 체중계 가져다 눈 앞에서 재면서 따지고 싶은 충동을
꾹 누르고 있었죠...(말대꾸 했다고 집안 뒤집어질까봐서...)
애 부모가 되서 애한테 신경도 안쓴다는 둥의 제 양심을 헤집는 말을 한참 한 뒤 끊으시고
전 그냥 아무소리 않고 듣고 있었답니다. 제가 입 열면 더 시끄러워 질 것 같아서여..
회사에 사정 말하고 일찍 나오면서 남편에게 전화하니..
일찍 올 수 있어서 애 찾아왔답니다.
다행히 시댁과 부딪치지 않고 집에 바로 갔어요...
집에 오니 남편이 밥 하고 있더이다...ㅎㅎ
집안 일 거의 신경 안쓰더니 오랫만에 보는 장면이었죠...
물어보니 어머님이 뭐라고 하셨다는 말만 하고 함구하던데...(생각보다 입 무거운 사람이라서요.)
괜시리 저한테 미안했나 봅니다.
제가 예전에 남편한테 말했거든요.
"내가 돈 벌러 다니면서 어머님한테 뭐 죽을 죄를 저질렀어? 애 보는데 힘들어하시니 사람 쓰자고 해도 싫다고 하시고 여동생한테 부탁하라고 해서 부탁해도 이 모양이고 도저히 어머님 장단에 맞출 재간 없다. 어떻게 뱁새가 황새 따라가? 당신은 어머님 기준 맞출 수 있어? 난 도저히 못하겠거든...
내 애인데 왜 이래야 하는지 나도 모르겠어..."
당근 남편님...아무 말씀 못하더라구요...ㅎㅎ
오늘은 바람과 감기 덜 낳았다는 이유로 어린이집을 보내지 않았습니다.
지금은 여동생이 시간 내서 애 봐주는데
앞으로 어찌해야 할 지...
차라리 사람 쓰는 쪽으로 마음 먹었는데...
한번 크게 부딪쳐야 될 것 같습니다.
이해를 돕자면 시댁에 애 맡기기 싫어서 자율권 문제로 애 고생시킨다 오해하시겠지만..
그건 절대 아닙니다.
시부모님이 집에서 하시는 일이 있어서 애를 볼만한 상황도 여유도 아니라는 거죠.
그래서 애 보시는게 초인적인 노력을 요하는데..
사람 쓰는 것도 안 된다 하고..사람 써도 그 사람 역시 못 견뎌하고..
(동생 친구한테 부탁했는데 코앞에 다 온 애한테 전화해서 애 자니까 담에 오라는 식..
애 보다가 잔다고 약속한 시간도 안 되었는데 가라고 하시고
오라는 시간도 2시-6시로 햇는데 어느날은 4시에 오라 어느날은 12시에 오라는 식..)
항상 회사 다니는 저희한테 부모노릇 안한다고 들들 볶으십니다.
사실 저 역시 남편 못지 않게 험한 일을 하고 있고 그 덕에 월급도 잘 받는 편입니다.
제 일을 너무 좋아하고 저 역시 제 입장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구요...
집에 와서 애랑 놀아주고 씻기고(여동생 오고 나서 조금 소홀해졌지만)
잘때 책 읽어주고 꼭 데리고 자고...(다른 사람들은 애를 제때 못 재웁니다.)
엄마 노릇이라면 많이 부족하지만 나름 수면부족에 시달려가며 노력합니다.
오죽하면 한동안 1주에 1번 애 찾아가는 엄마들을 부러워했다구요.
지금은 저녁에라도 우리 애를 보고 매일 크는 것을 확인하는 기쁨에 힘들어도 그때 잘 했다 생각이구요.
저희 애도 맞벌이 환경에 맡기는 것치고는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어머님의 가치관을 부정할 생각은 없지만...
울 꼬맹이는 제 아이이고 제가 판단할 문제인데...
그게 그렇게 잘못된 건지...머리가 아프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