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재회.
“어이 울보!!!”
난 섬뜩함을 느꼈다. 왠지 뒷머리가 쭈빗 서지며 뒤돌아보지 말라고 온 몸에 경보음이 울려 댔다. 인혜 손을 잡고 빠르게 걸음을 재촉했다.
“울보! 야 울보 민승아!”
“승아야 너 부르는 거니?”
멋도 모르고 인혜가 묻는다.
“아니야, 아냐. 얼른 가자.”
하지만 내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앞이 가로 막혀 졌다. 고개를 들어 확인 할 생각 보다는 왜 악마 놈이 나를 찾아왔냐는 의구심이 들었다.
“울보! 부르면 대답을 해야 할 거 아냐!!”
천천히 고개 들어 올려 봤다. 역시 지완이다. 키가 얼마나 큰 건지 나 보다 작았던 놈이 머리하나는 더 커져서 나를 향해 씨익 웃고 있다. 만약 하얀 피부와 햇빛에 빛나던 머리가 아니었다면 난 누군지 몰랐을 것이다. 외모가 변한 것 것뿐만 아니라 어딘지 모르게 훌쩍 자란 느낌이다. 동그랗고 커다랗던 눈은 깊숙한 눈매로 변해있었고 길고 곧은 콧대가 더욱 이국적인 느낌에 확실히 눈에 띄었다.
“누구세요?”
우선 안면 몰수로 나가기로 작정했다. 다시 악마와 연을 잇는 다는 것도 꺼려졌지만 무엇보다 하나 둘 박혀오는 주위의 따가운 시선에 모른 척하기로 마음먹었다.
“어쭈 지금 나랑 장난 하자는 거냐?”
키는 왜 저렇게 커버린 건지 어찌나 큰지 고개를 뒤로 졌어야 얼굴이 보일정도였다. 가능한 태연한척 연기하지만 지완은 실실 웃어 대며 그런 나를 재미있어라 쳐다본다.
“아니요 전 당신 몰라요. 누군데 그러세요?”
“이게 정말 꽉!”
주먹을 들어 보인다.
“모른다잖아요. 누군데 그래요?”
결국 옆에 있던 인혜가 보다못해 한마디 한다. 하지만 들려오는 말은 싸가지가 없다.
“친구 너는 빠져라.”
그러더니 손목을 잡아 채 끌고 간다. 끌려가지 않기 위해 버둥대는 나를 지완의 한소리에 아무소리 못하고 어쩔 줄 몰라 하는 인혜와 재미난 구경에 호기심 어린 눈으로 보고 있는 학생들 사이를 지나쳐 제 오토바이에 앉혔다.
“떨어져도 난 모른다.”
달랑 그 한마디하고 오토바이를 거칠게 몰았다. 어찌나 빠르게 달리던지 인혜에게 도움을 청하기보다는 떨어지지 않기 위해 지완이 등 뒤를 꼭 끌어안아야 했다. 등 뒤에 달라붙어 스킨십 싫어하는 지완이란걸 떠올렸지만 바람을 가르며 달리는 오토바이 뒤에서 꼬옥 끌어안는 방법 외엔 별다른 방법이 없었다.
한참을 달려 어느 클럽 앞에서 오토바이가 멈췄다. 단발머리는 바람에 날려 사방으로 뻗어 버렸는데도 머리를 매만지기 보다는 오토바이 속력에 얼이 빠져 내리지도 못하고 있다.
“내려.”
아직도 정신 못 차리고 얼떨떨한 나에게 명령한다. 그리곤 역시 우려했던 말을 한다.
“다음부터 그렇게 꽉 잡으면 죽는다.”
그러더니 또 다시 덥석 손을 잡고 지하로 들어갔다. 지하 안에는 무슨 콘서트 인지 시끄러운 음악이 흘러나오고 있었고 앞쪽 무대에 한 무리의 밴드가 열정적으로 연주를 하고 있었다. 그중 한 남자가 어딘지 모르게 눈에 익는다. 보컬 옆에서 베이스 기타를 치고 있었는데 보컬보다도 더 눈에 띄는 외모를 하고 있다. 거기에 뭘 모르는 내가 봐도 관중을 압도하는 카리스마까지 보였다.
생소한 관경에 넋을 놓고 보고 있는데 지완이 사람들을 뚫고 앞으로 나가고 있다. 여기서 지완을 놓치며 집에도 못 갈 것 같은 두려움에 무조건 뒤쫓아 갔다. 지완은 내가 쫓아오는지 안중에 없이 누군가를 향해 갔다. 다행히 큰 키라 쉽게 지완이 보였지만 초등학교 이후로 성장이 멈춰버린 나는 사람들을 뚫고 지나치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다. 한참 뚫고 지나쳐 고개를 들어 보면 엉뚱한 방향으로 가있곤 해서 몇 번을 고개 들었다 다시 뚫고 지나길 반복한 뒤에야 지완이 옆에 설 수가 있었다.
겨우 지완이 옆에 서서 제 멋대로 인 놈에게 눈을 흘겨보는데 지완이 웬 여자를 향해 웃고 있다. 그녀 가까이 가기 위해 그 많은 인파를 밀쳐 내고 왔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줄곧 무대를 향해 있던 그녀가 지완을 보고 한번 씽긋 웃어주더니 다시 무대로 눈을 돌린다. 그리곤 오직 한 남자에게 눈을 떼지 못하고 있다.
그녀의 눈길을 따라 올려 보니 처음 들어서며 눈에 띄었던 베이스 기타에게 고정되어 있다. 돌아본 지완은 여전히 그녀를 보고 있다. 바로 뒤에서 베이스 기타만 쳐다보고 있는 그녀를 씁쓸하게 바라보고 있다.
지완을 보다 아차 싶어 다시 무대를 돌아 봤다. 베이스기타가 어딘지 모르게 눈에 익다. 뭔가가 번쩍 스치고 지나가고 확인 차 지완을 다시 돌아본다. 둘이 어딘지 모르게 닮았다. 그때서야 베이스 기타가 누군지 짐작이 갔다. 무대 위에서 열정적으로 연주를 하고 있는 사람은 마법의 성의 나의 왕자다.
그 후 열정적인 무대는 계속 됐다. 관객이나 밴드나 하나가 되어 모두들 음악에 빠져 있다. 꽤 많은 관객의 무리들 틈에서 나도 점점 열광적으로 나의 왕자님의 향해 손을 흔들어 댔다. 학원 빠진 것도 잊고 여기가 어딘지도 잊고 처음 보는 열정적인 무대에 나 자신을 잊고 빠져 들었다. 옆에서 지완이 한심하게 바라보는 것도 모른 채.
엔딩으로 가자 조용한 발라드가 나온다. 다들 손을 흔들며 음악에 취했고 밴드가 인사를 할 때 아쉬움에 탄성을 질러댔다. 밴드가 사라진 무대 뒤로 쫓아가는 무리도 있고 음악의 여운을 잊지 못하고 클럽에 남아 있는 무리도 있지만 지완과 그 이쁘장한 여자는 서로 눈짓을 교환하더니 밖으로 나간다. 난 무슨 동네 똥개 마냥 그 뒤를 따르고 있다.
밖으로 나와 그들이 향한 곳은 옆 건물의 커피 전문점이다. 주빗주빗 따라가면서도 날 왜 데려 왔나 싶은 것이 지완이 놈에게 눈이 흘겨 졌다. 그렇다고 ‘갈게’ 라고 말하기엔 도대체가 여기가 어딘지, 길치에 방향치인 내가 한참을 달려온 이곳을 알 리가 없다.
막무가내로 끌고 왔으면 챙겨야지 놈은 날 챙기지도 않는다. 내가 서울에 있는건 어찌 알았는지, 또 우리 학교는 어떻게 알았는지 모든 것이 궁금했지만 아무것도 묻지 못하고 그놈 옆에 앉아 꿔다 놓은 보릿자루 행세를 하고 있었다.
“누구……?”
여자가 나를 보며 묻는다. 어쩜 생긴 것도 예뻐 보였지만 똑 소리 나게 보였다. 왜 잘 여문 과일처럼 앙팡지고 단단해 보였다.
“말했잖아. 숨겨놓은 여자 있다고… 내 깔이야.”
“풉!! 켁! 켁!!!”
커피를 마시다 그대로 쏟고 말았다. 다행히 여자가 지완의 앞쪽에 앉아 있어 튀지는 않았지만 볼상사나운 모습에 서둘러 입을 닦으며 지완을 쳐다봤다. 녀석 얼굴엔 아무런 변화도 없다. 무슨 일 있었냐는 듯 느긋하게 앉아서 커피만 마셔댄다.
저 놈이 무슨 심사로 저러는지 난 눈길을 돌리지도 못하고 뚫어져라 져다 봤다. 아니 몇 년 만에 나타나 무조건 끌고 가더니 대뜸 한다는 말이 숨겨놓은 여자라니!!!
“눈깔 좀 쳐라.”
나의 따가운 눈길이 느껴졌는지 내 쪽은 보지도 않고 말을 한다. 그리곤 마지못해 고개 돌리고 묻는다.
“어째 넌 키가 그대로냐? 남 클 때 맨 날 우니까 키로 갈 영양분이 눈물로 다 빠져 나가지. 쯧쯧.”
지금 남의 영양분이나 키를 얘기 할 때가 아닌 것 같은데 나쁜 놈 엉뚱한 말만 해대고 있다. 분명 키가 초등학교 이후로 별 변화가 없는 건 맞지만 그렇다고 전혀 안 큰 것은 아니다. 남들이 너무 많이 컸을 뿐…….
“우리 인사해요. 전 지완이 친구 연우예요.”
역시 첫인상처럼 또박 또박 말도 잘한다. 인사하자며 손 내밀며 웃고 있다. 내 나이 또래나 아님 나보다 좀 어리거나 그 정도로 보였다. 얼굴도 희고 웃고 있는 모습도 이쁘다. 예쁘다는 말이 딱 맞을 정도로 다른 수식어 필요 없이 예뻤다. 아름답거나 아님 어딘지 끌린다거나가 아니라 그냥 깔끔하게 정돈 된 것 같은 예쁨이 느껴졌다.
“전… 저는 아니 난… 민 승아예요.”
앞에 앉아 단순하게 청바지에 티셔츠 차림인데도 웃으며 손 내미는 그녀에 비해 교복에 오토바이로 인해 사방으로 뻗은 단발머리로 인사를 하려니 여간 내꼴이 우스운게 아니다. 더욱이 난 왜 자꾸 주빗 대는지 모르겠다.
“뭐? 민승아?”
갑자기 들려오는 목소리에 놀라 고개를 들었다. 언제 왔는지 등 뒤로 아까 기타를 치던 나의 왕자가 서있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난 벌떡 일어났고 교복을 고쳐 입고 머리를 매만지며 조금이 남아 나아 보이려고 애썼다.
“울보 너 뭐 하냐?”
그 모습이 한심해 보였는지 의자 팔걸이에 기대서 지완이 위 아래로 훑어 댄다.
“어, 어?… 아… 저기…….”
왜 이렇게 버벅 거리는지. 벌떡 일어섰다 지완의 말에 머쓱해져 다시 주저앉는다. 눈길은 여전히 나의 왕자를 향해 있다. 공연 할 때와는 사뭇 다른 교복 차림의 모습이지만 그래도 역시 멋져 보인다. 그러고 보니 교복이 승서 오빠랑 같다.
“오빠 앉아.”
연우가 제 옆 자리를 두드리며 앉으라 한다. 고개 끄덕이며 옆에 앉지만 눈길은 나를 향해 있다. 나는 눈동자를 어디에 둬야 할지 몰라 지완을 봤다, 연우를 봤다, 테이블을 봤다 쉴새없이 눈을 굴려 댄다.
“네가… 민 승아?”
고개를 끄덕이는 나와 그런 나와 왕자를 연우가 번갈아 쳐다본다. 지완인 여전히 벌레 씹은 표정을 하고 있다. 뭐가 마음에 안 드는지 커피를 마시면서도 삼켜지는 표정이 가히 좋지 않다.
“나 모르겠니? 우리 몇 년 전에 만난 적 있지?”
“네.”
나의 대답에 왕자가 웃는다.
“하하 여전하구나. 그 뒤로 한 두 번 더 갔는데 너를 찾을 수도 없고…….”
“중학교까지만 시골에 있었어요.”
“그래? 네가 말한 물안개 보고 싶었는데…….”
“저도 왕자… 아니 보여 주고 싶었는데…….”
윽… 이 넘에 바보같은 주둥이…….
“왕자? 내가 왕자였니? 하하하 몰랐다. 하긴 그 별장이 좀 그렇지?”
내가 무안할까 웃으며 얘기해주는 모습이 역시 왕자다. 하지만 왕자의 배려에도 난 벌써 홍당무가 되어 있다.
“이완 오빠 아는 사이야?”
옆에서 연우가 끼어든다. 그러는 동안에도 지완은 강 건너 불 구경하 듯 무심하게 보고만 있다. 아니 전혀 내 일엔 관심이 없는 듯 하다. 그런데 왜 끌고 왔는지 당장이라도 따져 묻고 싶다.
“아… 지완이 있던 별장 그곳에서 만났었어. 그런데 어떻게 여기……?”
나에게 묻고 있으면서도 눈길은 지완에게 꽂힌다.
“내 여자친구야.”
“뭐??”
“야!!”
나와 이완 오빠 말이 동시에 튀어 나왔다.
“오늘부터 내 여자친구야.”
내 얘기를 남의 얘기 하듯 전해 주고 있다.
“미쳤니?”
난 지완을 봤다 다시 왕자에게 눈을 돌려 손 사례를 열심히 쳐댄다.
“넌 오늘부터 내 깔이다. 한눈 팔면 죽어”
“뭐 니 깔?”
갈수록 태산이다. 이놈이 무슨 말을 하는 건지. 갑자기 나타날 때부터 예감이 좋지 않았는데 이상한 말만 하고 있다. 내가 왜 지 놈에 깔이 돼야 하는지 깔 같은 소리만 하고 있다.
“그래 내 깔.”
기가 막혀 말도 못하겠다. 왜 갑자기 나타나서 내 인생에 태클을 걸고 있는지 하는 짓이 세월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미운 짓만 골라하고 있다. 몸통만 커지고 정신은 아직도 초등학생으로 머물러 있나보다. 하지만 앞에 앉은 이완 오빠는 뭐가 재미있는지 여전히 웃고 있다. 뜻밖의 만남에 아직도 가슴이 쿵쾅거리는데 오빠는 빙그레 웃으며 나와 지완이만 쳐다본다.
이완오빠는 시골 얘기며 어떻게 왔는지 누구랑 어디에 머무는 지까지 하나하나 세세 하게 물어봤다. 아무것도 묻지 않는 지완에 비해 오빠는 시골생활 이후의 일에 대해 궁금해 했다. 꽤 많은 얘기가 오고 갔고 그러는 동안 학교며 오빠들 얘기까지 나왔다. 승서오빠와 같은 학교라고 말을 하는데 놀란다.
“혹시 민승서? 네가 그럼 민승서 동생?”
고개 끄덕이자 놀라는 눈치다.
“승서한테서 가끔 여동생 얘기 들었었는데 그게 너였구나. 승서가 한 번도 시골 얘기를 안 해서 전혀 몰랐어.”
난 이완오빠와 둘만 얘기하고 있는 것도 모른 채 좋아라 떠들어 댔다.
“아주 좋아 죽네.”
갑자기 지완이 끼어든다. 여직 별 관심 없어하고 벌레 씹은 얼굴만 하고 있던 놈이 한마디 툭 던진다. 그때서 정신 들며 지완과 연우를 돌아 봤다. 내 눈길에 연우가 웃는데 어딘지 모르게 공허해 보인다. 아차 싶으며 미안해졌다.
“나도 지완이 다니던 시골 학교 봤어요. 겨울에 한번 갔었는데…….”
“!!!!”
그때 겨울 방학 때 흰 자가용에서 내리던 여자가 떠올랐다. 내 눈길은 지완에게 돌려졌고 지완이 말없이 묻는 내 물음을 알았는지 고개를 끄덕여 줬다.
“너네 둘 다 학원은 갔다 온 거야?”
이완 오빠가 연우와 지완에게 묻는다.
“그럼. 공연 오늘도 멋졌어.”
이완 오빠 말에 연우 얼굴이 환해진다. 그때 알 수 있었다. 연우가 이완 오빠를 좋아한다는 걸…….
“이것으로 끝이야. 더 하고 싶어도 이젠 못 해. 오늘 마지막이라서 팀끼리 밥 먹기로 했는데 어떡하니 연우 혼자 가야겠다. 여기있는다고해서 밥 먹으러 가려다 잠깐 들린 거야.”
그리곤 커피도 다 마시지 않은 오빠가 일어섰다. 바라보는 연우 얼굴이 바로 어두워진다.
“연우 내가 데려다 줄게. 걱정 마.”
지완이 삐딱하게 기대 앉아 말하는데 일어서던 이완 오빠가 묻는다.
“승아는……?”
그 물음에 들려오는 대답은 엄청나다.
“넌 신경 쓰지 마. 야! 울보 혼자 갈수 있지?”
“헉!!!”
난 눈이 땡그레 졌다. 혼자서 갈수 있냐니? 여기가 어딘지도 모르고 더욱이 나의 방향감각은 타에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지나치게 길치인데 이게 무슨 엄청난 소리인지 모르겠다.
“갈 수 있니?”
다행스럽게도 이완 오빠가 다시 물어 준다. 너무나 다행이다. 헌데 대답하기도 전에 지완이 가로챈다.
“그럼 재가 바보냐. 고등학생이 집을 못 찾게?”
‘헉! 그래 나 바보다 .나 정말 길 모른단 말야. 고등학생이고 뭐고 시골에서 올라 와 집하고 학교, 학원이 전부인데……!!!’
하지만 단 한만디도 나오지 않는다. 여기서 길을 모른다고 하면 지완이 말대로 바보가 되기에 이완 오빠 앞에서 절대 사실을 말 할 수 없다. 그냥 마지못해 고개만 끄덕인다.
“방향이 어디니? 혹시 같은 길이면 내가 함께 가 줄께”
나의 어정쩡한 표정을 읽었는지 오빠가 묻지만 그 말에 지완이 즉각 반응한다.
“왜 내 깔을 니가 챙기냐?”
저 놈에 깔,깔 어지간히 깔,깔 거린다. 내가 무슨 신발 깔창이냐? 내 깔, 니 깔 거리게? 갑자기 학교로 와 이런 엉뚱한 곳에다 데려 놨으면 집까지 고이 모셔다 줘야 하는 거 아냐? 최소한 깔이라면 그 정도는 해줘야 하는 거 아니냐고!
오빠에게 방향을 얘기했고 이완 오빤 그쪽이면 팀원들 방향과 같다며 성큼 성큼 앞서 간다. 난 오빠마저 놓치고 나면 집에 못 갈 것 같아 지완이나 연우에겐 인사도 제대로 못하고 뒤쫓아 나왔다. 내 뒤로 두 사람 표정이 어떤지 살필 여력이 못됐다. 밖으로 나오자 오빤 나를 택시에 태운다.
“미안. 방향이 틀리다. 택시 타며 금방이니까 걱정 마. 사실 승서한테 네가 방향치라는 걸 들었어.”
나에게 웃어보이며 택시 아저씨게 방향을 얘기하고 돈을 건넨다. 고마우면서도 미안해 아무 말도 못했다. 내가 길눈이 어둡다는 걸 알았는지 오빤 나를 위해 또 한 번 배려를 해줬다. 역시 왕자는 저래서 왕자인 것이다. 지완이 그 악마 놈이랑은 비교조차 할 수 없다.
그렇게 이완 오빠 모습이 멀어질 때까지도 지완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집에 오는 내내 갑자기 나타나 나를 바보 만든 지완의 놈에게 씩씩거렸지만 그놈이 다음 날 또 학교 앞에 나타났을 땐 난 기겁 할 뻔 했다. 가뜩이나 어제 그놈의 출현으로 학교에 유명 인사가 되어 있었기에 아무 일 없었듯이 웃으며 ‘어이 울보’ 하고 불러대는 그놈을 보곤 뜨악했던 것이 사실이다.
어제까지만 해도 나와 말 한마디 하지 않던 아이들까지도 찾아와 지완이에 대해 물어 댔다. 특히 인혜는 유괴까지 운운하며 괜찮냐, 어찌 된 거냐, 걱정이 태산이었다는 둥 한바가지 질문을 퍼부어대며 나를 괴롭혔다. 시골 초등학교 때처럼 졸지에 부러운 시선을 받고 있었다. 하루를 어떻게 보냈는지도 모르게 지완 대한 질문을 피해가며 어찌 어찌 보냈는데 파김치가 되어 교문을 나오는 내게 들려오는 말은 눈을 감게 한다.
“어이 울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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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사합니다. 부족한 글.....댓글과 추천에 힘이 납니다.
주말 잘 보내세요. 사랑합니다. (헉!! 다들 도망 가시겠다 푸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