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톡에 올려진 글들을 보며 웃고 울기만하다가 오래된 추억하나 끄집어 내볼까 합니다.
^^
중학생 아직 겁많고 순수하던 소녀시절이었는데
아주아주 친한 단짝이 있었거든요.
그 친구 집도 같은 동네라서 하교길엔 잠시 들러 놀고가곤 했었는데
그날도 바로 그런날이었죠.
아직 날은 추울때여서 안방바닥에 담요하나 깔아놓고 (단독주택이라 윗풍이 있어서 그땐 그렇게 담요하나로 온몸을 둘둘말고 앉아 이야기를 하곤 했었거든요) 둘이 마주않아 이런저런 이야기로 깔깔거리고 있었죠. 그당시엔 손은 갈고리손을 달고 목발을 한채 집집마다 구걸아닌 구걸을 하러다니신 분들이 꽤 많던 때였구요.(ㅋ 좀 많이 오래된 이야기려니 이해하세요)
어른들이 모두 안계신터였고 한 대문안에 두어가구 이상이 살다보니 대문을 잠그고 살지 않았었거든요. 방세개가 마루를 사이에두고있는 구조였고 마루엔 마당으로 나가는 유리문이 있었죠. 친구와 두런두런 이야기하는데 누군가 유리문을 두드리는거에요. 둘이 문앞으로 나가보니 그 아저씨가 (목발에 갈고리손을 하신) 손바닥을 내밀며 돈을 달라고 하시는거에요. 그당시엔 저흰 아직 어렸고 그냥
무조건 무섭다는 생각에 얼굴도 똑바로 못보고 고작 한다는말이 "저기 어른들이 아무도 안계시거든요.. 나중에 다시 오세요" 였죠. 멍청이들 같으니라고...어른이 아무도 없다니.... 나중에 그 아저씨가 가시고 나서 말실수를 한게 아닌가 걱정이 들더라구요. 어른도 없는걸 알았으니 또 오면 어쩌나하는...그런 걱정요. 그래도 뭐 별일 있겠나 싶어서 다시 방안으로 들어가 이야기를 하고있었는데 안방문에 마루를 왔다갔다하는 그림자가 보이는거에요. 그것도 아주 조심스럽게...
저는 마루쪽을 보고있어서 그걸 봤지만 반대쪽으로 절보고 앉은 친구는 아무것도 모른채 혼자
떠들어대고 있었죠.
순간 아까 그 아저씨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고 말소리가 나오지 않을만큼 무서워지는데 친구에게 알려는 줘야겠고 손가락으로 방문쪽을 가르켰죠.
움직이는 그림자를 본 친구는 그대로 이불속으로 쏘옥 들어가버리더군요.
뭐...저도 두말할것도 망설일것도 없이 이불속으로 들어가버렸죠(소리지를 용기는 정말 없었거든요).
잠시동안의 적막후 방문이 열리더군요.
미닫이 문인데 아주 조용히 조심스럽게...드륵..드르륵...이렇게 .....
침도 삼킬수없는 고요함속에 천천히 이불곁으로 다가오는 사박거리는 발소리 이불앞일거라 생각이 들긴했는데 아무일도 일어나지않고 그저 적막만 흐르는데 죽고만 싶더라구요.
상황을 확인하기엔 너무 무서웠고 친구가 나서주길 바라는 마음에 이불속에 함께 엎드려있는 친구의 팔뚝을 있는 힘껏 꼬집어버렸죠. ㅡ.ㅡ; 그런데 벌써 죽었나...........ㅠ.ㅠ 있는힘껏 비틀어 꼬집었는데 움찔하는 미동조차 없는거에요. 이미 죽어버린 친구와 이불속에서 흐르는 적막...
이제 내가 죽을차례라고 생각하니 용기아닌 용기가 생기더군요.
어차피 죽을건데 이아저씨 얼굴이나 한번 자세히 보고 죽자하는 오기...같은 용기
조심스럽게 이불을 걷어내고 올려다봤죠.
ㅠㅜ 으허엉....엉엉엉..........
이불밖의 세상을 확인하자마자 제가 낼수있는건 그 흉한 울음소리 뿐이었어요.
이불을 소리없이 내려다보고 서있던건 또다른 제친구였어요. 바로 옆집에 살고있는....
자...그럼 왜 일이 이렇게 되었냐구요?
바깥 그림자에 놀라 지레 짐작으로 이불속에서 숨도못쉰 우리들이야 그렇다쳐도 옆집친구는...
항상 제집처럼 드나들었으니 그날도 그렇게 와서 어디있나 이방저방 다녀보고
안방에 있나보다 싶었는데 너무 잠잠하더래요. 그래서 조심스럽게 문을 열어보니 두아이가
이불속에서 꼼짝도 않고 있더래요. 너무 궁금해서 도대체 뭐하나싶어 조심조심 몰래 들어와 한참
내려다보고 있었던거죠.
그럼 이불속 다른친구는 왜 그렇게 꼬집어도 꼼짝도 안했나구요?
시퍼렇다못해 새까만 피멍이 진 팔뚝을 붙잡고 나만큼이나 흉하게 울던 그아이...
그 아저씨가 꼬집는줄 알았데요. 소리내면 죽일까봐 꼼짝않고 버텼던거죠.
ㅎㅎㅎㅎㅎㅎㅎ ㅠ.ㅜ
웃어야할지 울어야할지...
여하튼 수명이 몇년쯤은 줄었을듯한 그날의 추억은 이렇게 오랜시간이 지나도 저를 웃게하는 짜릿한 추억이 되었네요.
제가 말재주가 없다보니 겪은걸 제대로 풀어내질 못한것같긴한데...
혼자 담아두기엔 아까운 추억같아서요.
함께 이불속에서 울고웃던 그 친구 지금은 이세상 사람이 아니지만
그 추억속에선 여전히 살아있죠.
오늘따라 그아이가 보고싶네요. 이젠 아이의 모습이 아니긴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