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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같이 비가 내리는 여름밤에 읽어볼만한 친구의 광기어린 사연=_=

번쩍괴기 |2006.07.18 01:29
조회 4,744 |추천 1

.. 어디서부터, 어디서부터 잘못 된 것일까.
내 몸이 내 의지대로 움직이지 않는 이런 저주 받은 일이 벌어진 지금에 와서 악마와 싸우다 마성에 물들었다는 이야기가 이제야 생각나는 것일까.
그래, 겨울 방학 기간. 어디론가 놀러가기 위해 지하철을 타고 친구들이 있는 곳으로 가던 길 이었을 것이다.

  난 인간이길 포기한 듯한 지루한 재수생활을 끝내고 원하던 대학에 붙어 들떠 있었다. 합격 축하 겸 지친 심신을 풀기 위해 스키장에 가자는 친구들의 말에 나는 흔쾌히 받아 들였고 여느 겨울 날씨 같이 상쾌한 그날 아침, 가볍게 가방을 둘러메고 친구들이 기다리고 있을 가리봉역으로 가기위해 7호선 철산역에서 지하철을 탔다.
  사람들이 그리 많진 안았고 문 근천에 비어있는 자리가 보여 가볍게 그 자리에 앉았다. 평소에도 이리저리 눈을 돌리며 사람들을 보던 나는 그 날도 평소같이 반대편에 앉아있는 사람들을 찬찬히 둘러보고 있었다.
  광기에 들린 듯 시뻘건 눈을. 핏빛의 시뻘건 눈을 반대편 문 근처에 앉아 있는 여자에게서 보게 된 것이다. 수십의 개미가 등을 훑고 지나가는 듯 등골이 오싹한 기분이 들었다. 곧이어 그 여자의 눈이 서서히 나에게로 돌려졌고 나와 눈이 마주치게 되었다. 눈을 마주친 그녀가 히죽 웃자 수십의 개미는 수백, 수천이 되어 온몸을 휘감고 지나갔고 크나큰 두려움에 저절로 고개를 숙이게 되었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났을까? 마음이 진정되지 않고 부들부들 떨던 나는 얼굴을 세차게 좌우로 젓고 살며시 고개를 들었다. 내 눈앞엔 순간 핏빛의 여자의 손이 아주 빠르게 움직여 여자 앞에 서 있는 중년 아저씨를 지나갔고 그 중년 아저씨는 서서히 무너져 가는 장면이 스쳐 지나갔다. 나만 본 것일까? 아니면 내가 잘못 본 것일까? 분명히 미친 여자가 그 아저씨를 죽인 것이다. 술 취한 아저씨가 취기에 못 이겨 쓰러진 것으로 보는 것인가? 이른 아침에 그렇게 쓰러질 리가 없지 않은가?
믿을 수 없는 정적에 떨던 몸을 일으켜 그녀가 나를 보지 못할 멀리 떨어져 있는 문으로 갔고 문에서 조금 떨어져 있는 남자와 문 사이에 몸을 숨겼다. 회사원인 듯 검은색 정장을 입고 있던 그 남자의 눈은 나의 그것과 같이 두려움에 흔들리고 있었고 몸을 가늘게 떨고 있었다. 이 남자도 혹시 알아챈 것인가 하는 생각에 작게 떨리는 목소리로 그에게 물었다.
  “지하철이, 사람들이 이, 이상하지 않나요?”
  “아저씨도. 보, 보셨군요”
  역시 그 회사원도 알아챈 듯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해왔고 내가 고개를 살짝 끄덕이자 그의 말이 이어졌다.
  “이, 이상한 눈의 여자가 저 아저씨를 죽, 죽인 것 같은데 어, 어째서 아, 아무도......”
난 그의 물음에 아무 대답도 못하고 계속 몸을 떨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철산역에서 가리봉역에 가는 이 짧은 길이 이렇게 길게 느껴져 본 일이 있을까. 역에 가까이 갈수록 나의 심장은 심하게 떨려만 왔고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역에 거의 다 도착 할 즈음 갑자기 그 여자가 자리에서 일어나 이 쪽으로 걸어오며 키킥 거리며 웃었다. 회사원과 나는 그 여자가 다가오는 것을 보면서도 두려움에 떨고 있을 수 있었을 뿐 움직이질 못했다. 곧 역에 도착하여 문이 열렸으나 난 나가지 못했다.
  ‘나가야 하는데, 나가야 하는데’를 계속 되뇌었으나 가위에 눌리듯 내 몸은 내 의지에 따라 움직이지 않았고 계속 몸을 떨고만 있었다. 곧 문을 닫겠습니다라는 차장의 소리가 들려왔다. 순간 회사원이
  “어서 도망가”
  라고 외치며 나를 문 밖으로 밀었고 튕겨나가듯 문 밖에 나가떨어진 나는 문이 닫혀 나오지 못한 회사원의 시뻘건 피가 문 유리창에 뿌려지는 것을 볼 수밖에 없었다.

  공포에 휩싸인 나는 지하철이 출발을 하자 뒤도 돌아보지 않고 가리봉역 1호선 구간에 있을 친구들을 향해 길고긴 계단을 뛰어갔다. 같이 가기로 한 5명이 모두 도착 하여 있었다. 갈아타는 곳으로 가는 계단이 길고 길기로 유명한 가리봉역의 계단을 뛰어온 나를 보며 이상하게 여긴 녀석들은 무슨 일이냐, 왜 뛰어 왔냐 등의 질문을 해 왔고 숨이 차서 헐떡 거리던 나는 아무 대답도 못하고 있다가 지하철이 도착하자마자 녀석들을 끌고 서둘러 탔다.
  계속 무슨 일 이냐고 묻는 친구들에게 숨을 고르고는 핏빛 눈을 한 미친 여자의 얘기부터 나를 살리고 죽은 회사원의 이야기 들을 했고 그래서 뛰어왔다고 말을 했다. 평소였으며 한대씩 때리며 헛소리라 여길 녀석들 임에도 불구하고 온몸을 떨며 두려움에 가득 찬 눈으로 이야기를 하자 내 이야기가 믿음이 가는지 그 누구도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있었고 곧 구로역에 도착했다.
  구로역에 도착한 우리들은 지하철에서 내렸다. 그 미친 여자가 보이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불안한 내가 갑자기 위험하게 철로를 가로 질러 가자 친구들도 철로를 가로질러 따라왔다. 역의 반대편 끝까지 간 우리가 숨을 헐떡거리고 있을 때 어디 행인지 모를 지하철이 들어왔다. 한 친구가 타려하자 이상하게 꺼림칙한 기분이 들며 무엇인가가 전신을 엄습해 와서 타지 못하게 저지를 했다. 그러다 한 녀석이 지하철 창을 통해 반대편에서 우리를 향해 뛰어오고 있는 이상한 눈의 여자를 봤고 소리치자 우리는 일제히 그곳을 바라보았다. 또 공포에 절어서 움직이자 못하고 있자 친구 중 한 녀석이 우리를 밀고 지하철 안에 들어갔다.
  그 여자가 지하철을 못한 것을 보고 그 역에서 떠났음에도 불구하고 이상하게 더욱 두려워 지기만 했다. 이상하게 생각한 내가 이리저리 시선을 움직이다가 옆 칸 창문을 바라본 순간 두려움이 극에 달하다 못해 내 모든 감각이 마비된 듯 느낌이 사라져 갔다.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고 단지 살아야 겠다는 생각만이 내 머릿속을 떠돌았다. 내 눈에 들어온 것은 지옥 같은 핏빛의 풍경의 옆 칸과 그곳에서 아까 그 미친 여자와 같은 눈빛을 한 여러명의 사람이 키킥 거리며 독안에 갇힌 사냥감을 바라보듯 우리가 있는 칸을 바라보고 있는 것이 아닌가?
  죽기 싫었다. 살고 싶었다. 순간 누군가가 반대편 칸으로 뛰기 시작했고 모두들 반대편으로 뛰기 시작했다. 등 뒤로 끈적한 기분이 느껴졌고 목이 뻣뻣해져왔다. 이상한 분위기를 눈치 챈 몇 명의 사람만이 우리와 함께 뛰었다. 우리가 탔던 칸이 끝에서 두 번째 칸 이었는지 한 개의 칸을 더 지나친 우리는 창고 칸 인 듯 한 칸으로 여닫이문을 밀고 들어갔다.

  따라온 사람들이 모두 들어오자 여닫이문을 반대편으로 힘껏 밀었다. 살고 싶었다. 두려움에 절은 사람들은 창고 칸에 있는 이것저것을 무기로 쓰기 위해 들었고 나도 마대 자루를 분질러서 끝이 뽀족하게 만들었다. 우리는 광기에 물든 사람들이 들어오지 못하게 하기위해 온힘을 다해 문을 밀고 있었지만 반대편에서 강하게 밀어와 계속 작은 틈이 벌어졌다 닫혔다가를 반복했다. 그러던 중 큰 틈이 생기고 10대 후반인 듯한 미친놈이 틈 사이로 들어 왔고 우린 바로 다시 문을 닫았다.

  키킥 거리며 마치 첫 사냥감을 고르듯 우리를 둘러보던 미친놈은 40대 후반인 듯한 대머리 아저씨를 보고는 히죽 웃으며 말했다.
  “이거 담탱이 아냐?”
  말이 끝나며 미친놈이 히죽 웃으며 들고 있던 피 묻은 칼로 그 아저씨를 난도질 하듯 찔렀고 시뻘겋고 뜨거운 피가 창고 칸 사방으로 튀었다.

  그때까지다. 내가 내 의지대로 움직인 것은. 그 이후로 눈앞이 약간 뿌옇게 변했고, 내 몸은 내 것이 아닌 무엇인가에 점령당했다. 내 몸은 순간 괴성을 지르며 난도질 하던 미친놈의 두 눈을 부러진 마대자루의 뾰족한 끝으로 찔러 댔고 곧 다른 사람들도 괴성을 지르고는 그놈을 난도질 했다. 그리곤 난도질당한 시체를 보며 키킥 거리며 웃어대고는 지금까지 우리를 두렵게 했던 장본인들을 향해 거침없이 뛰어 나가곤 피의 향연을 벌였다.
  이것이 내가 기억하는 그 날의 미쳐간 이야기이다. 며칠이 지났는데도. 또 장소가 수 없이 바뀌었는데도 함께 광기에 들린 사람들과 내 몸은 나를 따르지 않고 광기에 따르며 보이는 족족 사람들을 잔혹하게 죽여 갔다.


  이 곳은 내가 전에 와본 적이 있는 곳 일까? 왠지 친숙한 장소이다. 사방에 뿌려져있는 피들만 아니면 와본 적이 있는 건물인 것 같았다. 피가 떨어지는 칼을 들고 다니던 나는 방 같은 곳에 들어갔다. 어디선가 들려오는 미세하게 들리는 숨소리에 장 같은 것을 열자 아는 얼굴 둘이 두려움에 떨고 있는채 나와 맞추 쳤다.
  아는 형과 친구였다!. 집 가까운 곳에 살아서 어렸을 때부터 어울려온 형과 친구였단 말이다.
  “아 이거 아는 사람들 아냐? 킥 내가 아니까 살려줄게 .”
  라 말하며 칼로 형의 몸을 살짝 긋고는 그 방에서 나왔다. 아직 이성이 살아 있는 것 일까? 정말 살려주는 것 일까? 정말 다행이었다. 그들을 죽이지 않은 체 그 방에서 나가는 것 이었다.
  방을 빠져나와 지나가다가 한때는 나의 절친한 친구였던, 그러나 지금은 같이 미쳐버린 친구 한명이 방을 향해 걷다가 나에게 물었다.
  “저 방에 아무도 없냐?”
  없다고 말해야 한다. 그들을 살려 주어야 한다. 나, 분명히 나였으면 그들을 없다고 말해 살려 주어야 한단 말이다.

  하지만......

  “방에 두 마리. 장 안에 숨어있다. 가서 죽여 버려”

  절망...
  광기...
  난... 우리는... 미쳤다...
 

  피에 물든 비명 소리를 들으며 창을 통해 하늘을 바라보았다.
 

  서울의 밤 같지 않게 정말 많은 별이 빛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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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7월 재수시절 독서실에서...

 

 

재수시절 꿈꾼 내용을 거의 비슷한 내용으로 썼다.

아직도 생생히 기억나는 비릿한 웃음의... 내꿈의 출연자들..

시뻘건... 아니 그렇게 느낀건지 모를 지하철 속안..

내몸을 타고 흐르는 공포... 맨 마지막의 어울리지 않는 맑은 하늘..

 

 

 

 

 

P.S 친구의 블로그에 있는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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