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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나의 전설이라면...[12편]

로렐라이 |2003.05.05 12:58
조회 293 |추천 1

은수는 그제서야 그곳 종업원을 찾아 주문을 했다.
마음같아선 시원한 맥주를 마시고 싶었지만 운전때문에 그녀는 콜라를 시켰다.
그런데 이제 갓 20살을 넘긴듯 어려보이는 그 남자 종업원은 잠시 주뼛거리며 서 있더니
그녀에게 이렇게 말을 건넸다.
"저... 혹시 오늘도 민하형 찾아오신거에요?"
"네??"
"아...그냥 얼굴이 좀 낯익어서요..요 몇일전에 민하형 찾아 오셨던분 같은데..."
그 어려보이는 종업원은 민하를 두고 형이라고 불렀다. 그럼 혹시 동생인가?
은수는 메뉴판을 들고 서있는 그 종업원을 향해 그냥 고개만 끄덕였다.
"그럼 형 불러 드릴게요.. 잠깐만 기다리세요..."
"잠시만...혹시 민하와 형제에요?"
"아뇨..그런건 아니구...민하형은 학교 선배였어요. 그래서 여기서 등록금이나 벌어벌려고 
그냥 계속 아르바이트 하고 있는 거죠... 또 형이 워낙 잘해주기도 하지만...."
종업원은 그렇게 말하며 곧 투명하고 긴 유리잔에 콜라를 가득담아 그녀에게 갖다줬다.
은수는 얼음과 섞여있는 그 검은액체를  천천히 들이켰는데 콜라가 반쯤 남았을때 그녀의
옆엔 어느새 민하가 와서 앉아 있었다.
그는 불안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먼저 말을 꺼냈다.
"이렇게 빨리 볼수 있으리라곤 생각도 못했는데..와줘서 좋긴 하지만 난 왜 이렇게

불안하지? 설마....."
"보고 싶어서 왔어..."
"뭐라구?"
"너... 보고 싶어서 왔다고..."
은수가 그렇게 말하자 그의 얼굴엔 맑은 미소가 번져 나갔다.
"다시 말해줘.."
"민하 너...니가...보.고.싶.어.서 왔다구...나한테 찾아올 용기는 더이상 생기지 않는다고
했지...그래서 찾아온거야... 이제 이렇게 내가 널 찾아올게...그리고 애써 내게 다가오는 널
또다시 밀어내는 일도 없을거야... 그 선물...고마워. 안버리고 잘 보관할게..."
은수가 말을 끝내자 민하는 마치 춤이라도 춰야할듯 끓어오르는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그녀를 와락 끌어안았다.
그리고 그 순간을 놓치기 싫은듯 그는 눈을 감으며 깊은숨을 들이켰다.
"그거 만드느라 몇날몇일 고생한 보람은 생겼네...그래도...그래도 난 믿기지 않아...
이세상이 다 내손안에 들어와도 지금 이순간처럼 행복하진 않을거야...결코....
너의 마음을 차지하다니....그것도 나같은 사람이 말야..."
은수는 설레임이 느껴지는 민하의 목소리를 들으며 그의 어깨에 머리를 기댔다. 그리고
적어도 그 순간만큼은 아무것도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그냥 자신의 감정이...가슴이 시키는 그대로 내버려두고 싶었다.
결코 거부할수 없는... 보이지 않는 어떤 야릇한 힘마저 가진듯한 이사랑이 어떻게
흘러가든지 그냥 그대로 받아들이고 싶었던 것이다.
은수는 어느새 자신의 가슴으로 전해지는 그의 심장박동을 느낄수 있었지만 얼른 그의
품에서 빠져 나와 자세를 바로 했다.
카페안의 모든 시선들이 그들에게 꽂혀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깜박 잊고 있었던게 생각난 듯 가지고 온 아이스크림 통을 그에게 내밀었다.
"아이스크림 좋아하니? 오다가 생각나서 샀는데 카페 식구들이랑 같이 먹어.."
그는 은수가 내미는 아이스크림을 받아서 뚜껑을 한번 열어보더니 다시 닫고서는 냉장고에
갖다 넣었다.
"고마워....."
"근데..저 밴드 말야...난 처음 보는데 원래 있었던 사람들이니? 참 괜찮은거 같다..
저 사람들 반주에 맞춰 노래도 하고 가끔씩 같이 연주도 하면...난 뭣보다 네 노래가

좋았지만 말야.."
"정말이야? 사실 저 밴드는 일주일에 한번씩만 오는 사람들이야. 매주 목요일에만...
목요일마다 우리 카페에선 지금처럼 저 밴드의 라이브 연주도 있고 또 내가 가장 노래를

많이 하는 날이기도 하지..저팀들에게 나가는 비용이 꽤 되긴 하지만 난 하나도 안 아까워..
네말처럼 같이 연주도 하고 또 저들의 반주에 맞춰 노래하고 있을때가 난 가장 좋으니까..
또 일주일중 제일 기다려지는 순간이기도 하고....그동안은 형편이 안되서 못했었는데 몇 달
전에야 기어이 하겠다고 맘먹고선 돈도 많이 들여 카페 공사에 들어가 무대도 좀 넓혔었지.
근데 아무래도 하길 잘한거 같아. 다른날보다 유독 목요일에만 손님이 많은걸 보면....."
민하는 그렇게 말하며 무대위의 밴드를 바라보고 있었고 조명아래서 그의 눈은 더 빛나 보
였다. 은수는 한참동안 그 맑은 눈빛을 바라보더니 곧 일어날 채비를 했다. 
"그럼 네 얼굴도 봤으니 이제 그만 갈게.. 내 휴대폰 번호 주고 갈테니 나중에 연락해..."
"뭐~~?금방 와놓고선 벌써 가는게 어딨어...과일 갖다 줄테니 먹고 천천히 가.."
"오늘이 목요일이잖아..너 바쁠거 같은데??"
"그래도 널 위해 쓸 시간은 있어. 그런거 신경쓰지마..."
"정말 괜찮은거야?"
"그럼..."
민하는 그렇게 대답하며 자리에서 일어나 아까 그 커튼 뒤로 다시 들어갔다. 
그곳은 안주와 음식을 준비하는 주방겸 식당이었는데 민하는 거기 냉장고에서 딸기와
바나나 그리고 방울토마토를 꺼내서 손질하기 시작했다.
음식을 준비하는 주방 아주머니가 따로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그는 자기가 직접 과일접시를
셋팅 하겠다며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그리고 완성된 접시를 다시 훑어보더니 그 주방 아주머니에게 조언을 구했다.
"열심히 한다고 했는데 역시 아주머니가 하는 것보단 못하네요...
뭐가 다른거지? 뭘 좀더 꾸미면 좋을까요?"
"아니..대체 누구한테 주는건데 그렇게 신경을 써?"
"저 사실은....좋아하는 사람 있거든요...그 여자한테 주려구요..."
민하는 과일접시를 쟁반위에 올리며 그렇게 대답했다.
"오호라~~ 우리 사장님 애인 생겼구나...어디 앉아있는데? 한번 보고싶네..."
"저기..왼쪽편 테이블에 앉아있는데 예뻐요..아주...나중에 한번 보세요..."
그러자 아주머니는 그에게 이렇게 얘기해 줬다.
"눈에 콩깍지가 씌어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면 그사람이 제아무리 못생긴 곰보라 하더라도
자기에겐 최고의 미녀인게야....그렇게 좋아하는 사람에게 주는 과일인데 셋팅이 뭐그리
중요해? 신경써서 챙기는 그 소중한 마음이 들어간 최고의 과일일텐데...그만하면 됐으니
그냥 갖다줘..그나저나 그 아가씨 누군진 몰라도 참 운도 좋아..우리 젊은 사장님처럼 성실
하고 또 이렇게나 잘생긴 남자를 만났으니 얼마나 좋겠어..사실은..내 친한친구 딸애 중에
정말 참하고 착한 아가씨가 있어서 조만간 우리 민하 사장에게 소개시켜주려고 혼자 작정하
고 있었는데 다 글렀네. 괜히 괜찮은 총각하나 뺏긴거 같잖아.

애인이 있는줄은 미처 몰랐네."
"그런말은 내가 아니라 은수가 좀 들어야 되는데...아무튼 고마워요..."
민하는 그 주방 아주머니에게 행복한 미소를 지어 보이며 과일을 들고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혼자 잡지책을 뒤적이고 있는 은수에게 다가가 그녀의 맞은편에 앉았다.
"오래 기다렸지? 안하던거 하려니까 영~~시원찮네...이 과일들 내 작품이다..하하하.."
그는 포크로 딸기를 하나 집어주며 은수에게 그렇게 말했다. 그러자 마침 배가 많이 고팠던
은수는 그 포크를 받아들고선 과일들을 이것저것 맛있게 집어먹었다.
그러다 말없이 자기를 지켜보고있는 민하의 시선이 느껴지자 그녀는 혼자서 과일들을 먹어
치우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그제서야 의식한 듯 피식 웃고 말았다.
"가만보니 나 혼자 다 먹고 있었네..넌 왜 안먹고 그러고 있어? 미안하게...

너도 얼른 포크 들어라..."
"뭐가 미안해? 그건 어차피 너 줄려고 갖고 온건데..난 그냥 이렇게 보고만 있어도 행복하
니까 많이 먹어. 모자라면 더 갖다줄께."
그리고는 카페안을 쭉 둘러보더니 자리에서 일어나 무대에서 연주를 하던 밴드들 쪽으로 가
서 그들을 모두 들여보냈다.
그리고 악보 하나를 가져오더니 그는 피아노 앞에 앉아 혼자서 연주를 시작했다.
oh my love for the first time in my life~~~~~
그는 존레논의 oh my love를 직접 피아노까지 연주하며 부르기 시작했고 은수는 그런 민하
를 놀란 얼굴로 바라볼 뿐이었다. 분명 모른다고 말했던 노래.... 그노래를 민하는 피아노
연주와 함께 너무나 능숙하고 부드럽게 부르고 있었던 것이다.
그녀는 그 노래를 나직이 따라 부르며 그에게 점점 더 빠져들고 있었다.
"뭐야....지난번엔 모른다고 하더니....."
민하가 노래를 끝내고 다시 테이블로 돌아오자 은수는 그렇게 말했다.
그러자 민하는 마치 기다린 듯이 이렇게 대꾸했다.
"그땐 택시 안이었잖아...라디오에선 잡음처럼 뉴스도 나오지..넌 언제 내릴지도 모르는
그 상황에 어떻게 맘놓고 노래를 해? 그땐 오늘같은 날이 오기만 빌면서 그때 제대로 불러
보면 되겠지 했었어...근데 정말 그렇게 됐잖아..."
"그럼 만약....내가 널 영원히 찾지 않는다던가 우리가 두 번다시 만날일 없었더라면.."
"그래도 이노래는 한번쯤 카페에서 불리워 질거야...하지만 그땐 지금과는 다른 기분에
다른의미로 불러야 하겠지...."  
은수는 담담하게 대답하는 민하를 빤히 바라보다가 그의 휴대폰을 찾아서는 자신의 휴대폰
번호를 그의 전화기에 입력해서 다시 돌려줬다.
"너에게 한가지만 약속할게. 여기 이곳을 내발로 다시 찾아온 이상 더 이상은 널 피하거나
밀어내는 일 없을거야. 네가 내민손 기꺼이 잡아줄게..
바보처럼 또다시 사랑에 속는일 있더라도...그냥 지금은 내마음이 시키는대로 가고싶어.
그끝이 어디가 되든..."
그러자 이번엔 민하가 그녀의 전화기에 자신의 번호를 입력해줬고 그들은 그렇게 연락처를
주고 받았다.
"사랑에 속는일....이제 두번다신 없을거야..내가 언제나 네 곁을 지킬거니까..."

 

내가 언제나 네곁을 지킬 것이다.

 

은수는 민하의 말을 다시 곱씹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말이 끝까지 지켜지던 그렇지 않던 간에 적어도 그 순간만큼은....
그것이 진실이라고.....
그녀는 믿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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