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
드디어 연구소 소장의 본사 이사 발령이 확정되었다.
물론 공식적인 발표는 나지 않았다.
후임자 선정이 늦어지기 때문인 것 같았다.
후임 소장이 결정되어야 인수 인계가 이루어지므로
아직 공식적인 발표가 미뤄지고 있는 것이다.
당연한 일이지만 연구소 직원들은 후임 소장에 대한
말들로 뒤숭숭한 분위기를 만들고 있었다.
내가 후임자가 될 거라는 소문은 날이 갈수록 사그라
들고 이렇게 시간이 지체되는 것은 본사에서 외부 인사
를 영입하려고 하기 때문이라는 소문이 점차 무성해졌다.
결국 여자라는 핸디캡을 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섞인
말들이 내 귀에까지 들린다.
당사자인 나는 담담한 상태다.
나에게 있어 지위에 대한 욕심이나 권력욕은 아무리 좋아
보여도 입어보면 내겐 잘 맞지 않는 옷과 같다.
다만 연구원들이 오직 자기가 맡은 실험에만 몰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싶은 생각은 가지고 있었다.
지금 소장도 그런 면에 신경을 안 썼다고는 말 못하지만 아무
래도 아쉬웠던 부분이 있었다.
게다가 내가 소장이 되지 못하고 외부 사람이 갑자기 발령을
받아 올 경우 새 사람을 상관으로 맞이하게 되는 것이 성가신
일이 될 수도 있었다.
그렇지만 시간이 경과되는 것은 내 입장에서는 불리한 쪽으로
일이 돌아가는 것으로 여겨져서 거의 체념하고 있는 상태였다.
그러던 어느날이었다.
갑작스런 소장의 호출이 있었다.
지금까지 자신의 방으로 나를 부르는 일은 거의 없었다.
의아했지만 뭔가 중요한 일이 있다는 것을 감지했다.
비서의 안내를 받고 방으로 들어가자 자리에 앉아 서류를
정리하던 소장이 나를 보더니 벌떡 일어난다.
“앉으시오. 윤 실장님............아니 이제 윤 소장님이라고
불러야 겠군.”
갑작스런 말에 내가 당황해서 대꾸를 못하자 소장이 말을 덧붙인다.
“본사에서 방금 결정이 났소. 윤 실장님을 내부 승진시켜
소장으로 임명하기로. 축하드립니다.”
큰 욕심은 없었지만 발령을 받고나니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다.
나도 모르게 볼이 상기되는 느낌이 든다.
소장이 그런 나를 보고 흡족한 듯이 웃는다.
왠지 내 마음을 훔쳐보는 듯해서 그 웃는 얼굴이
괜히 부담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