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
그가 이번 인사에 상당한 영향력을 미쳤을거란
것은 말 할 필요도 없다.
나는 이제껏 직장 생활에 연줄이나 친분관계에 전혀
기대질 않고 지내왔다.
만약 이 사람이 내 승진을 본사에 적극적으로 건의하질
않았다면 이번과 같은 중요한 인사에서 내가 발탁
되기란 절대 불가능했을 것이다.
소장은 자신의 이사 선출 건 이외에도 내 문제까지 돕느
라 그동안 연구소에 모습을 잘 나타내지 못할 정도로 바
빴다.
스스로가 그런 상황에 대한 얘기를 먼저 꺼내지는 않고 있다.
그러나 내가 이런 사실을 알고 있다는 것 또한 이 남자가 모를 리
없었다.
직장 생활에서는 이런 피할 수 없는 빚이 종종 생기는
경우가 있다.
물론 이 남자는 치졸한 생색 따위나 낼 정도의 수준은
아니다.
그렇지만 내 마음에 지워진 부담은 쉽게 떨어내기가 어려울
것 같아 마음이 무거워진다.
“소장님께서 많이 도와주신 것 알고 있습니다. 정말
감사드립니다.”
어쨌든 그에 대한 인사를 해야할 것 같아 입을 열었다.
그는 내 말에 굳이 부정을 하지는 않는다.
“뭐, 윤 실장님께서 소장으로 임명되는 것은 우리 연구소
에서 본다면 지극히 당연한 일이지만 본사의 선입견은
꼭 그렇지가 않아서요.”
그는 비서가 우리 앞에 가져 온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
말을 계속했다.
“윤 실장님의 경력이나 지금껏 우리 회사에서 쌓은 실적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없지만 아무래도 첫 여성 소장이라는
점도 그렇고...........또한 최연소라는 것도 좀 말이 많이 있더
라구요.”
듣고 있자니 좀 억울하다.
이건 남녀 차별적인 문제가 아닌가.
더군다나 최연소라는 관점도 편파적이다.
최연소 소장이 되는 것은 사실이긴 하지만 그렇게 파격적인
인사는 절대 아니다.
지금의 소장이 임명되었을 때의 나이도 지금의 내 나이와
비교해보면 겨우 3살이 많았을 뿐이다.
결국 여자라는 입장을 사람들이 핸디캡 이상으로는
봐주질 않는 것이다.
갑자기 가슴이 답답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