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는 날엔
바지 밑단이 젖어오는만큼
마음도 젖는다.
비를 참으로 정겹게도 사랑한 적이 있었다.![]()
비내리는 소리에 눈을 뜨고
창가에 매달려 부서지는 빗방울을
얼굴 가득 받아들이던 그런때가 있었다.
파헬벨의 캐논을 틀어놓고
진한 코코아 한잔을 타 ![]()
유리창을 타고 흐르는 비를 행복해한 기억도 있다.
그래 비오는 날엔 행복한 기억 뿐이었다.![]()
수업을 팽개치고 신촌기차역으로 달려가던 것도
비오는 날의 익숙한 풍경이었고
이층 까페에 앉아 지나가는 우산 그 색색의 둥근 행렬을 내려다보며
카페모카의 생크림을 핧던것도 비오는 날이었다.
내게 있어 비오는 날은
기차의 그 익숙한 기름 냄새를 맡는 것이었으며
달콤한 하얀 크림을 입술에 묻히는 것이었으며
한우산 속 그의 체온을 느끼며 그의 심장박동 소리를 듣는 것이었다.![]()
비릿한 빗내음에 그의 체취가 묻어나는 그런 것이었다.
작년이 되기 전까진
어느계절을 좋아하냐는 물음엔
비가 자주 와서 여름이라고![]()
서슴없이 대답하던
나는 비를 참 정겹게 사랑하는 사람이었다.......
나를 떠나갔다는 이유로 그사람을 미워한 기억은 없다.
인연이 다한 것이었을게라고
그렇게 생각해버렸다.
떠나가는 사람의 바짓가랑이를 잡고
영화를 찍기는 싫었으므로 ![]()
"인연의 다함" 으로 내속에서 결정내버렸다.
비교적 깨끗하게 헤어졌다고 생각한다.
눈물 한방울 그 사람 앞에서만은 보이지 않았다.
"걔가 그렇게 독한지 몰랐다"
했다는 후문을 들을 정도로
쿨 하게 그를 보내줬다.![]()
그의 떠남은 참을만 했는데 (정말?...)
비오는 날의 헤어짐은 비참했다.
그가 나를 떠남은 미워하지 않을수 있었는데
하필이면 비오는 날 나를 떠난 그는 아직까지 밉다.![]()
비바람이 몰아치는 신촌 거리에서
하얀 스타킹에 튀는 진흙탕물이 구질구질 하고
구두속으로 스며드는 빗물이 척척했더랬다.
그날따라 유난히 많은 사람들의 부딪힘에 짜증이 났고
쉬지않고 흐르는 눈물이 지긋지긋했다. ![]()
비에 젖어 다리에 휘감기는 치마때문에
더 빨리 그 자리를 떠나지 못하는 내가
추했다.
돌아온 집
어느새 어깨가 다 젖어
잘 벗겨지지 않는 블라우스를 벗어 내동댕이 치면서
내가 꼭 씹다 뱉은 껌같아
초라해서
땅속으로 푹 꺼져버리고만 싶었었다.
소리죽여 꺼윽꺼윽 울면서 ![]()
이제 다시는 비오는 날을 좋아할 순 없겠구나
그런 생각을 했더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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엊그제는 그의 전화를 받았는데 ![]()
오늘은 비가 온다.
역시 그사람은 비를 몰고 다니나보다...
그래도 언젠가는
예전처럼 비에 행복해하는 날이 오겠지
희망을 가져보려 한다 .![]()
오늘은 코코아를 타볼까...창문을 열고....
혼자 잠드는 이곳
가족들이 곁에 있지 않는 이곳
그러나 내 모든것이 있는 이 곳에서
나는 빗소리를 듣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