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벤트 대박'인가 진짜 의혹 있는가
김현 기자 [rogos0119@dailysun.co.kr] 2006.10.31
국회, 증시 불공정거래 의혹 관련 영화배우 하지원에 집착하는 내막
국회가 들썩이고 있다. 1일 국정감사 증인채택 여부를 놓고서다. 그런데 국회 법사위원회(이하, 법사위)와 정무위원회(이하, 정무위)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증인채택을 둘러싼 논란이 끝내 표결까지 가면서 부결되는 장면이 연출됐다. 반면 정무위는 증시 불공정거래·부당이익 의혹 등에 휘말린 영화배우 하지원씨의 증인채택에 남다른 애착(?)을 보이고 있다. ‘돈 앞에 장사 없다’는 말처럼 ‘부(富)=강자’ 앞에서 한없이 작아지는 국회. 이런 국회의 ‘이중 잣대’ 논란은 어제 오늘만의 일이 아니다. 국회가 왜 영화배우 하씨에게 집착하는지 그 내막을 알아봤다.
유명연예인 이용하면 ‘주식대박’?
‘연예인은 걸어 다니는 주식회사’라는 말이 있다. 요즘 유명연예인이 주식을 매수만 하면 그날로 주가가 ‘천정부지’로 치솟는다. 이 때문에 하지원, 이영애 등은 물론 이병헌, 이정재 등이 소속된 팬텀사건 등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연예인의 ‘브랜드가치’를 내세워 시세차액을 노리는 일이 빈번하다는 지적이다. 유명연예인을 이용한 이른바 ‘주가조작’이 바로 그것이다. ‘도덕불감증’이 가져다준 결과다.
증시 불공정거래 등과 관련, 국회 정무위 소속인 한나라당 이종구 의원은 1일 영화배우 하씨를 국정감사 증인으로 다시 채택했다. 어찌 보면 ‘집요’했다. 그러나 그는 유명연예인을 국정감사 증인으로 출석시켜 ‘이벤트’대박을 노리려는 속셈 아니냐는 일각의 지적에도 아랑곳 하지 않는다. 오히려 곤혹스러운 쪽은 영화배우 하지원이다. 하씨의 웰메이드 소속사 신승훈 이사는 “국회법이나 정치에 대해 잘 모른다. 지금은 뭐라 할 말이 없다”며 “왜 지원이한테만 이러는지 모르겠다”고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본인 자금으로 투자” vs “90% 사채업자 자금”
그러나 이 의원이 재차 하씨를 국감 증인으로 채택한 데는 확실한 이유가 있어 보인다. 하씨는 이미 불공정 거래 혐의로 검찰조사를 받다 무혐의 처리된 상태. 하지만 이 사건에 대해 아직 풀리지 않은 의혹은 지난 20일 금융감독원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드러났다.
하씨가 DVD유통사 ‘스펙트럼 DVD’(현 태원엔터테인먼트: 대표 정태원) 지분을 취득했던 것과 관련, 금감원 일부 조사내용과 검찰진술내용이 서로 엇갈렸기 때문이다.
여기서 논란의 핵심은 두 가지다. ‘하씨가 본인의 자본으로 투자 했느냐’,‘실제 경영에 참여 의사가 있었느냐’는 것이다. 금감원측에서 주장하듯 “시세차익을 노려 부당이익을 챙겼다”는 의혹이 씻기지 않는 이유도 바로 이점 때문이다.
이종구 의원도 “금감원은 정태원씨와 관계자들이 실제 경영참여의사가 없는 하지원씨를 내세워 경영참여공시를 하도록 해 시세 조종혐의가 있는 것으로 보고 사건을 검찰에 넘겼다”며 그러나 “검찰은 핵심관계자들 대부분을 무혐의로 처리, 시장에 의혹을 남겼다”고 말했다.
<일요서울>취재결과, 역시 ‘자금투자 출처’ 와 ‘경영참여 목적 여부’ 등이 의문점으로 남았다.
Y기획사 계좌
하씨의 자금 투자 경로는 이렇다.
지난 5월 30일 하씨와 정태원 태원엔터테인먼트 사장은 스펙트럼DVD 대주주들로부터 하씨는 66만 5,000주(11.67%), 정 사장은 66만 5,800주(11.68%)로 총 133만 800주(23.35%)의 주식을 매수했고, 평균매수가격은 5,560원이었다.
태원엔터테인먼트는 그 이튿날인 31일, 우회상장을 위해 코스닥상장사인 스펙트럼 DVD와 주식교환을 실시할 계획을 공시한다. 그 후 지난 6월 7일 하씨는 ‘경영참여목적’으로 주식을 대량 보유했다는 내용을 공시했으나 공교롭게도 두 달 뒤인 지난 8월 5일 ‘단순투자목적’으로 변경한다. 그 뒤 지난 8월 8일~11일 3일간 36만 4,200주를 매도해 매매차익만도 무려 9억 6,900만원의 ‘황금알’을 뽑아낸 것이다. 2개월 10일 동안 수익률만 47.8%다.
당시 조사를 맡았던 금감원 증권검사 2국 담당 정병도 팀장은 국정감사 증인으로 출석해 “금융 실명법 저촉 문제로 구체적으로 말할 수 없으나 대부분의 자금은 하지원 본인의 자금이 아니었다”고 밝혔다. 하씨가 검찰 진술에서 모든 자금은 본인 자금으로 투자했다는 진술과는 상반된 주장이다.
<일요서울>은 이와관련, 한나라당 이 의원측의 김성택 보좌관에게 재차 확인한 결과, 하씨의 투자 자금 90%는 사채업자 자금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김 보좌관의 말을 빌리자면, 하씨는 B모 기획사 대표로부터 돈을 빌려 투자했고, 그 돈은 B모 대표가 사채업자를 통해 자금을 유입했다는 얘기다.
김 보좌관은 이에 대해 “하씨의 납입자금은 B모 대표 계좌에서 입금된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B모 대표가 하씨에게 사채업자를 주선해줬다는 얘기는 금감원측으로부터 들었다”고 말했다.
하씨의 돈의 출처와 관련, 금감원의 정 팀장에게 재차 이 사실을 확인한 결과 “이 의원실에서 그렇게 얘기했다면 그랬을 거다”며 “제 입장에서는 더 이상 언급할 수 없는 사안이다”며 명쾌한 답변을 꺼렸다. 하씨의 자금투자 경위 등에서 의문점이 제기되는 부분이다.
주식에 대한 기초 지식없어
또 하나의 관건은 ‘경영참여 목적’여부다.
과연 하씨가 경영에 나설 의지가 있어 스펙트럼 DVD의 주식을 매수한 후 단기간 내 보유지분을 매각했느냐 하는 얘기다.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할 부분은 하씨가 두 달만에 시세차익으로 10억원에 가까운 돈을 벌어들일 때 개인투자자들의 손실은 막대했다는 점이다.
국감조사 현장에서 한나라당 이종구 의원은 금감원 조사 담당 정 팀장을 신문한 결과, 하씨는 “정태원씨와 대면한 적도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하씨는 공동경영 논의는 물론 스펙트럼 DVD에 대한 기초지식도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이 의원측은 이에 대해 “하씨가 자신은 참여 여부도 몰랐다고 답변한 것으로 안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하씨는 지난 6월 경영참여 선언 후 8월 투자목적을 ‘단순투자’로 변경해 주식을 매각했다. 이 때 당시 하씨가 투자목적을 변경한 것은 ‘정 대표와 의견이 엇갈렸다’는 이유에서였다. 정태원 대표와 대면사실을 부인하던 하씨의 진술과는 상반되는 부분이다. 하씨가 부당이익 등의 의혹이 제기되는 것도 바로 여기에 있다.
돈이 돈을 부르는 세상이 됐다. 하지만 일부 유명연예인들의 잇따른 불공정거래 혐의 등은 지탄받아 마땅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 의원측은 “시중의 의혹은 해소되지 않고 있다. 증인이 공인으로서 당당하게 해명할 수 있는 좋은 기회 아니냐”고 증인출석을 촉구했다. 현재 하씨는 증인출석 여부를 놓고 ‘사면초가’에 놓였다. 그러나 하씨는 결국 드라마 '황진이'촬영을 이유로 금융감독위원회 국감에 불출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