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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티가 시작되었다. ; 운명같은 사랑

님프이나 |2007.05.07 23:14
조회 109 |추천 0
 

“ 난 줄 어떻게 알았어요?”


유리는 얼굴을 가로 막던 쇼핑백을 가볍게 받아들었고 쇼핑백을 받아들자 쇼핑백으로 가리었던 얼굴이 제이슨의 얼굴이었음이 단박에 드러났다.

“ 얼굴 아래도 제이슨인 걸요?”


그건 그렇다. 제이슨이 들어올린 쇼핑백이 제이슨의 얼굴은 가리었다 해도 제이슨의 조각 같은 체격과 뛰어난 스타일까지 전부를 가리지는 못했었다.


“ 나가요?”

“ 벌써요?”


“ 정오까지면 충분히 쉬셨어요, 이유리씨.”

“ 지금 바로 나가면 춥잖아요. 난 감기에 잘 걸린단 말이에요.”

유리는 괜스레 커다란 쇼핑백 끈을 꼬느며 제이슨을 바라보았다.

  

“ LA의 겨울은 서울의 겨울만큼 춥지 않아요.”

 

제이슨은 유리의 손가락에 걸린 쇼핑백을 빼앗아 딸랑 떨어뜨렸다. 그리곤 매지션처럼 쇼핑백안의 물건만 자연스럽게 꺼내 한 손으로 들었다. 그것은 유리의 바디라인에서 물결치는 새하얀 원피스와 너무나 잘 어울리는 부드러운 크림색 모피쟈켓이었다.


  제이슨은 크림색 모피쟈켓을 유리의 어깨에 딸랑 떨어뜨렸다.


“ 생각대로 잘 어울리시네요.”


“ 제이슨이 직접 골랐어요?”

“ 그냥, 에이젼시 심부름이에요.”


제이슨은 만족한 듯이 웃었고 유리는 제이슨의 웃음과 그가 떨어뜨린 모피재킷에 어깨가 움찔해졌다.


“ 스텝이 엄청 많으시던데요? 옷장의 옷이며 화장라인이며 내가 잠든 새 제이슨의 스텝들이 모두 맞추어 놓고 갔잖아요.”

“ 지금부턴 내가 스텝이에요. 난 어제 파티 하느라고 한 잠도 못 잤단 말이에요. 물론 그래도 지금 아주 쌩쌩해요. 항상 그래요. 배우, 감독, 제작자! 매번 다 나가떨어지도록 함께 파티를 해도 결국 그 다음날 내가 제일 쌩쌩하죠. 그리고 이거?”


그리고 제이슨은 유리를 아래위로 훑어보더니 뭔가 빠졌다는 듯 드레스 룸 앞의 서랍을 뒤졌다. 서랍을 뒤져서는 어떤 쌈박한 케이스를 꺼내더니 크림색 모피쟈킷 만큼 부드러운 느낌의 진주귀걸이를 꺼내어 유리의 양쪽 귀 가까이 들어 올렸다.


“ ㅎ ㅎ 좋아요!”

유리는 진주귀걸이까지 하자 더욱 쌈박해진 마음에 제이슨을 그대로 따라 나갔다. 온통 느낌이 부드러우면서도 깨끗했다. 호텔 정문 앞에 준비된 차는 리무진이 아닌 하이브리드카로 인스타일 같은 잡지에서 많이 본 차였다. 운전수도 없었다. 그의 말대로 그가 스텝인 것이 확실한 것 같았다. 예상대로 제이슨이 핸들을 잡았고 유리가 제이슨과 함께 하이브리드카를 타고 도착한 곳은 로데오드라이브의 한 카페였다. 시간은 한참 잠을 자서 바깥을 좀 쏘다니고 싶은 시간이었다.


“ 모든 것이 믿어지지 않아요. 어젯밤 이곳에 날라 온 것. 눈부시게 아름다운 옷들을 입게 된 것.”

“ 그리고 너무나 멋진 스텝과 쏘다니는 것!”


제이슨은 카의 시동을 끄며 유리에게 말했다. 마치 모든 것을 다 안다는 투였다. 유리는 약간 벙 찐 얼굴로 제이슨을 바라보았다.

“ 제이슨?”


“웃는 모습이 보기 좋아요.”

제이슨이 보기에 유리의 약간 벙찌면서 웃는 모습은 어리고 귀여운 베이비 스타일의 소녀들을 연상시켰다.

“배우가 되기 전엔, 아니! 헐리웃에 입성하기 전엔. 가이드 같은 것도 잠깐 했었어요. 나쁘진 않았어요. 수입이 꽤 됐었거든요. 그 전엔 친구들하고 서핑하고 서핑하다 시간 남으면 모래밭에 누워 소설책 읽고.”


시동을 팡 끈 제이슨은 아주 시원한 느낌의 카페 안으로 걸어 들어갔는데 테이블에는 블루쥬스가 나란히 두 잔 사이좋게 세팅되어 있었다. 카페 분위기는 현대미술분위기였다. 천정이 높고 바닥은 테라코타 타일이 깔려있었다. 카페의 사람들은 드레스코드가 특별히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모두가 약간은 불량한 것 같으면서도 고급스럽게 드레시한 복장이었고, 웨이트리스들 또한 영화의 한 장면처럼 굉장히 멋졌다. 그 때문에 유리는 이때까지 소속하지 못한 세계에 매혹된 듯한 느낌마저 들었다. 유리는 도착하자마자 카페 높다란 천정을 흘깃 올려 보았다.


사뭇 달랐다. 서울의 크리스마스는 한 겨울에 눈이 펑펑 내려야 제격인 분위기라면 캘리포니아의 크리스마스는 시원한 바다느낌이 나는 크리스마스였다. 유리가 보기엔 카페 크리스마스의 분위기가 그랬다.


“ 유리씨의 남자친구는 어떤 타입이에요?”

“ 남자친구요?”


“ 네! 유리씨의 남자친구. 회원가입 프로필 사진에서 옆에서 브이자한 친구?”


유리가 듣기에 사진 속 유리 등 뒤에서 손가락으로 브이자한 친구는 손용호를 말하는 것 같았다.


“ 남자친구 아니에요.”

“ 잘 어울리던데요?”

멋진 웨이트리스 한 명이 유리에게 딱딱한 메뉴판을 가져왔다.


“ 우린 대학 때부터 알기 시작한 친구에 지나지 않아요.”

유리는 지나치게 오버하듯이 발끈하며 말을 이었다.

“ 왜 그런 거 있잖아요. 대학 때 공강이 생기면 왠지 허전하고 불안하고. 시간이 남으면 어쩔 줄을 모르고. 고3내 붙들려 살다 갑자기 펑 뚫린 시간에 내던져지면 감당 못하는 거요. 용호를 그 때 만났어요. 수현이도 그렇고요. 우린 불안한 시간 로비에서 함께했고 오렌지색 노트에 짤막짤막한 문구의 낙서들을 매 꿨어요. 그게 다에요!”


“ 근데 왜 그렇게 열을 내요?”

“ 남들이 자꾸 쓸데없이 잘 어울린다고 그러는데 제이슨까지 잘 어울린다고 그러니까 그렇죠?”


제이슨은 메뉴판을 웨이트리스에게 메뉴판을 건넸고 유리도 홧김에 제이슨을 따라했다. 그냥 똑같이 새우요리를 주문하고 눈앞에 놓인 바다를 닮은 블루쥬스를 마셨다.


“ 생각해보니 나도 그런 시절이 있긴 있었네어요. 조건 없이 친구들과 즐겁게 지내던 시절이요. 그러한 시간들을 이름? 수천만 달러의 출연료? 아카데미 프리파티? 애프터파티와 바꾼 거죠. 내가 좋아하는 파도와 소설을 거액의 출연료와 바꾼 대가죠.”


유리의 블루쥬스 너머로 제이슨이 매혹적인 움직임으로 말하는 동안 웨이트리스로부터 새우요리가 세팅되었다. 유리가 보기엔 신기했다. 쭉쭉 한 팔의 움직임과 제스쳐들이 모두가 예술이었다. 하루 종일 카메라를 들이대도 모두가 예술일 것만 같았다.


“ 한 가지 물어볼 것이 있어요?”

“ 네? 제이슨."


" 인생을 소중하게게 사는 법이 뭐예요? 유리씨가 클릭 순간, 그러니까 이벤트 참가 십문십답 스타와의 데이트에서 유리씨가 한 말 있잖아요. 난 인생을 소중하게 사는 법을 알고 있어요.”

“ 그건요?”

유리는 새우요리와 시원한 블루쥬스를 번갈아보며 웃음이 나왔다. 사실 유리 자신이 말하고도 잘 모르겠다. 태양이 뜨고 내리고 그러한 시간들 속에 자기자신을 소중히 하는 것이라고 말하고 싶지만 그것은 적절한 답이 아닐 것만 같았다. 제이슨 같이 대단한 사람들에게 그런 말들을 하는 것은 적절치 못할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난 그 말에 한방에 꽂혔단 말이에요.”


유리는 멋스럽게 제이슨의 눈동자를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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